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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56화


“‥음‥.”

사바신은 자신의 무기인 팔봉신영룡을 어깨에 기대어 놓은 채 성벽 위에 앉아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귀들은커녕 쥐 한 마리도 그의 눈에 거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쪽문에 누가 지뢰라도 심어놨나‥아무도 안 와‥. 지겨워‥하아아아암‥.”

사바신은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한 채 활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서문 수비 부대 병사들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사바신은 입맛을 다시며 제일 가까이 있는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쩝‥담배 있소 형씨? 기다리기 지루해서 그러는데‥.”

그러자, 병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바신에게 되물었다.

“다, 담배라뇨? 그게 뭔데요?”

“젠장, 연초 말이오 연초. 당신들 많이 들고 다니던데 뭐.”

그러자, 병사는 알겠다는 듯 사바신에게 손가락 길이의 연초 서너 개를 건네주었고, 사바신은 하나를 입에 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착하디착한 병사는 사바신에게 불도 주기 위해 부싯돌을 꺼내었다.

“자, 이것으로 피시면‥응!?”

그러나, 사바신은 손가락을 튕겨 연초에 불을 붙이고 있었고, 병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불이 붙은 연초를 바라보았다. 사바신은 담배 불빛이 전방으로 보이지 않게 뒤로 돌며 병사에게 물었다.

“음? 뭐 문제 있소?”

“아, 아니올시다.”

병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활을 들고 전방을 주시했고, 사바신은 연기를 후우 뿜어내며 오래간만이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우–좋다 좋아. ‥얼래? 저건 또 뭐야?”

연초를 피우던 사바신은 남쪽 문 방향의 하늘에서 거대한 불꽃 기둥이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가만히 생각을 해 보던 사바신은 그 불꽃 기둥이 뭔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흐흠‥귀살진이니까‥한 800에서 900마리 정도 구워졌겠군. 쳇, 저거 보니까 더 몸이 근질거리네‥.”

사바신은 계속 연기를 뿜어댈 뿐이었다.


맹렬히 돌격을 해 오던 마귀들은 새파란 얼굴이 더 파래진 상태로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동족 4분의 1이 한순간에 구워져 잿더미로 변해진 것을 본 직후였다.

“‥수비 대장님.”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다시 잡으며 뒤에 있는 남문 수비 대장을 바라보았고, 수비 대장 전한곽은 멍한 눈으로 슈렌을 보았다. 슈렌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들의 사기가 좀 떨어진 것 같습니다. 공격 명령을 내리심이 어떨까요.”

“‥아, 아!! 전 보병부대, 진격하라–!!!!”

그러자, 수비 대장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병사들에게 소리쳤고, 병사들은 사기가 오른 듯 검을 부여잡고 앞으로 돌격을 하기 시작했다. 성벽 위로 넘어와 있던 마귀들은 등을 보인 채 달아나기 시작했고, 병사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는 마귀들의 뒤를 공격해 나갔다. 성벽 아래로 마귀들이 내려가자,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들고 공중으로 붕 떠오르며 중얼거렸다.

“‥마무리는 해야 하겠지.”

직후, 슈렌은 눈을 뜨며 기염력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성벽에서 화살을 날리던 병사들은 자신들의 위가 훤해지자 깜짝 놀라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머리 위엔 다시금 불길에 휩싸인 슈렌의 모습이 있었고, 슈렌은 숲으로 도망치는 마귀들을 쏘아보며 그룬가르드를 던질 자세를 취하였다.

“‥염살유성축(炎殺流星軸)‥가랏!”

곧, 슈렌의 그룬가르드는 붉은 잔광을 남기며 마귀들이 도망치는 숲을 향해 대각선으로 내리꽂혔고, 그룬가르드가 꽂힌 일대 숲은 곧 대폭발에 휩싸이며 폭발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소각시켰다.

“‥전멸은 못 시켰군‥.”

그렇게 중얼거린 슈렌은 성벽 위에 살며시 착지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고, 아직도 폭발광에 휩싸여 있는 숲 쪽에선 붉은색의 빛이 슈렌을 향해 날아왔다. 다시 날아오는 그룬가르드를 본 슈렌은 정신이 더 빠져버린 수비 대장에게 물었다.

“‥물을 좀 가져다주시겠습니까. 조금 긴 통에 담아서‥.”

그러자, 수비 대장은 즉시 병사들에게 명해 마굿간에서 쓰는 물통을 가져다 슈렌의 앞에 놓았고, 슈렌은 붉게 달궈진 채 공중에 떠 있는 그룬가르드를 물통 안에 집어넣었다. 그룬가르드는 곧 피식 소리를 내며 물 안에서 식었고, 수비 대장은 궁금한 얼굴로 슈렌에게 물었다.

“아, 아니 공자께선 왜 창을 이렇게 식히는 것이오?”

슈렌은 약간 미지근하게 된 그룬가르드를 들어 올려 잡은 후 대답했다.

“‥손에 화상을 입으니까요.”

“…….”

할 말을 잃은 수비 대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병사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뭣들 하는 게냐!! 제2차 공격이 올지 모르니 다른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주위를 둘러보던 슈렌은 왕족들이 있는 제궁(帝宮)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앞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까지 갈 필요는‥.”


왕, 청성제(淸聖帝)는 불안한 얼굴로 옥좌에 앉아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있던 어중천은 고개를 숙이며 청성제에게 말했다.

“마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병사들도 그리 지치지 않은 상태이며, 마귀들과 결탁한 야만족들이 성에 쳐들어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오만, 왜 하필 공주들이 돌아온 오늘 습격을 해 온단 말이오. 공주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해서 짐이 고심하고 있는 것이오.”

어중천 역시 한숨을 쉴 뿐이었다. 순간, 어중천의 옆자리에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무릎을 꿇었고, 청성제는 고개를 살짝 들며 그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음‥왔구려 난영 두령. 제궁 쪽에 들어온 침입자는 아직 없소?”

온몸을 흑색의 옷으로 가리고 머리엔 두건마저 쓴 그는 머리를 깊이 숙이며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 일로 대령했사옵니다. 누군가 제궁 안에 침입했습니다.”

그러자, 청성제는 깜짝 놀라며 난영에게 물었다.

“아니, 200년 가까이 어둠 속에서 돌파당하지 않았던 사건정중(死乾丁衆)의 제궁 호위망이 돌파당했단 말이오!?”

난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죽은 사건정중의 체온을 본 결과 약 한 시간 전에 돌파당했사옵니다. 저와 동등, 아니면 그 이상의 암살자가 틀림없습니다. 어중천 당주께선 반드시 마마 곁에 계셔 주십시오. 소인은 침입자를 추적하겠사옵니다.”

난영은 곧바로 잔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어중천은 청성제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난영 두령과 동등한 실력자라면, 저도 간파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나 소인 어중천, 한 문파의 당주인 만큼 마마를 기필코 보호해 드릴 것이옵니다.”

청성제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어중천. 음‥왕비와 태자와 공주는 괜찮을지‥.”


레이는 병석에 누워 있는 카이슈 태자와 함께 있었다. 살집이 좀 많은 견습 궁중 어의는 촛불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금년 76세의 궁중 최고 어의는 침들을 정리하며 레이에게 말했다.

“‥련희 마마, 쾌성(카이슈) 마마는 소인이 보좌하겠사오니 그만 쉬시지요. 여행을 하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아닙니다, 배 안에서 많이 쉰 탓에 괜찮습니다. 어의께서나 좀 쉬시지요.”

「아닙니다 공주, 공주님은 쉬셔야 합니다‥영원히, 키히히히힛‥.」

순간,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갑자기 들려온 기분 나쁜 음성에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순간, 지붕에서 붉은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졸음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견습 어의는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그 물방울을 만져보았다. 미끌거리는 감촉, 미지근함‥.

“피, 피!?”

노 어의는 눈썹을 찡그린 후 카이슈를 몸으로 감싸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붕 위의 사건정중이 당했군‥!”

레이는 그 음성이 들려온 즉시 자신의 품 안에서 부적들을 꺼내 결계를 만든 후 주위를 둘러보며 약간 큰 소리로 물었다.

“‥어디 계시죠? 절 노리신 것이라면 어서 나오십시오!”

「공주님의 명이시라면‥키키킷‥.」

음성과 함께, 태자의 방 천장엔 긴 낫을 든 거인이 거꾸로 매달린 채 홀연히 나타났고, 레이는 잔뜩 긴장을 하며 중얼거렸다.

“‥조커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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