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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66화


“흐음‥.”

다음날 아침, 바이칼은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침대에서 상쾌하게 일어났다. 그러자, 일찌감치 일어나 신문을 보고 있던 리오는 신문의 다음 장을 넘기며 바이칼에게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흠‥모든 것이 밝혀진 후의 다음날 아침은 누구나 상쾌한 법이지‥.”

“….”

바이칼은 말없이 욕실로 들어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신문을 접은 뒤 TV를 켜보았다. 마침 나오던 뉴스에선 어제 자신이 벌였던 사건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었고, 리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반쯤 손으로 감싼 채 고개를 저었다.

카메라맨의 실력이 상당했는지, 카메라는 리오와 그 수수께끼의 여성을 잘 포착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리오는 관심 어린 눈으로 그 뉴스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저 정도로 강한 인간은 그냥 존재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신급의 초월적 존재에게 개조를 받지 않는 한 저 정도 강함은 얻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 의문은 간단하게 저 여성이 누구일까 하는 것으로 압축되었고, 리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얼굴은 분명 어디에선가 본 듯한데‥내가 아는 여성 중 저 정도로 강한 여성은 여신들 뿐이야. 하지만 신중에서 저 정도로 내가 본 듯하게 생긴 여자는 없었단 말이야‥?’

그때, 마침 바이칼이 욕실에서 나와 침대에 앉아 물을 들이키고 있었고, 리오는 바이칼을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이봐, 어제 그 여자‥혹시 용족 아닐까?”

그러자, 바이칼은 콧방귀를 뀌며 물병을 놓고 대답했다.

“흥, 내가 아는 드래곤 중 인간형으로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드래곤은 없어. ‥물론 이 몸은 제외지. 4대 용왕들도 용의 모습일 땐 너희들 가즈 나이트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만 인간인 상태에선 너나, 미친 바이론, 빌어먹을 휀 녀석에게 그냥 깨져. 그건 동룡족도 마찬가지야. 주룡 녀석 외엔 인간의 모습으론 별 볼 일 없어.”

“그래‥?”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침대에 누워 계속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갈색 머리라‥그럼 라이아? 설마‥그 애가 관여될 이유도 없거니와 지금 몇 살인데‥나도 늙었나 보군.”

리오가 천장에 시선을 둔 채 그렇게 중얼거리자, 바이칼은 자신의 옷을 챙겨 입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늙은 걸 이제서야 깨닫다니‥불쌍한 놈.”


“무, 무어라!? 시에가 사라졌다고!!!!”

와카루 박사는 보통 땐 전혀 내보이지 않던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조수들에게 소리치듯 물었고, 조수들은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와카루는 의자에 털퍽 주저앉아 거칠게 필터 담배를 입에 물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시에를 놔두면 어쩌자는 것이야!!!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시에만은 추적 장치가 달려있지 않단 말이다!! 게다가 내가 카에나 앙그나처럼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돌발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허허, 이런 바보들!!!! 어서 군인들에게 말해서 이 근처를 뒤져봐!!! 에에이‥!!! 못난!!!!”

와카루는 그렇게 화를 낸 후 조수들 앞에서 줄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옆에 아무 말없이 서 있던 조수 중 한 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동료들을 돌아보다가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듯 와카루 앞에 나섰다.

“저, 저어‥추가로 말씀드릴 것이‥.”

“뭔가!!”

와카루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조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무래도 이것은 말해야겠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어‥시에는‥5일 전에 사라졌습니다만‥.”

그러자, 담배 연기를 흡입하던 와카루의 가슴은 순간 멈추었고, 결국 와카루는 재떨이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조수들에게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멍청이 같은 것들–!!!!!!! 그 애에게 5일이면 이 아메리카 대륙은 횡단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란 말이야!!!!!!! 어서 블랙 프라임 서부 비밀 부대에 연락을 취해!!!!”

그 말을 들은 조수는 깜짝 놀라며 와카루에게 되물었다.

“예!? 블랙 프라임이 서부에도 진출했습니까?”

“시끄러 이 바보들아!!!!”

와카루의 벽력 같은 노호성에 조수들은 즉시 흩어졌고, 와카루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거칠게 매만진 후 손가락으로 기계의 기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시에라는 베히모스 한 개체가 없어진 것은 나찰이나 수라 하나가 없어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잘못되면 골치 아픈 적을 하나 더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다.

“으으음‥! 최악의 상황이 되면‥할 수 없지, 쓰레기는 처리하는 수밖에‥.”

계속 흥분된 모습으로 기판을 두드리는 와카루는 조금 후 한숨을 길게 내쉬며 진정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후 담배 하나를 조용히 물며 자신의 설계용 컴퓨터로 간 뒤, 조용히 설계 도면을 로딩하기 시작했다.

「극비 … 極秘 …」

「CODE NAME … WAKARU’S LAST BABY …]

「PROJECT NAME … AMATERAS …」

세 번에 걸친 로딩 끝에, 99장에 걸친 입체 설계 도면이 화면에 떠올랐고 와카루는 그것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헛헛헛헛‥한 장만 더 그리면 되는군‥.”


“‥꼭 그 지도라는 것을 사야겠나.”

옆에서 걷던 바이칼의 질문에, 리오는 목을 이리저리 풀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 산맥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젊은 산맥이라 험준한 지형에 의해 조난의 위험성이 있다구.”

그러자, 바이칼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리오는 빙긋 웃으며 바이칼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후 말했다.

“조난은 농담이고, 지도를 보면 대요새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예측할 수 있을 거고, 록키 산맥이라는 곳에 지크가 말했던 바로 그 ‘명당’이 있다구.”

“….”

리오와 바이칼은 현재 록키 산맥 지도를 구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산맥의 지도는 관광 지도 외엔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하는 수 없이 관광 지도를 샀고, 그 지도를 펴고 바라보던 바이칼은 옆에 걷고 있는 리오에게 넌지시 물었다.

“‥여기 그려진 곰 그림은 뭐지‥?”

“‥옆에 있는 퓨마 그림보다는 귀엽군‥.”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은 둘은 몇 미터를 계속 걸어가다가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지도를 접고 호텔로 향하던 둘은 사람들이 음식점 앞에 수없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무슨 일인가 궁금해진 리오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옆에 있는 구경꾼에게 안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저어‥무슨 일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이죠?”

그러자, 구경꾼은 음식점 유리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퓨마 가죽을 걸친 동물 귀의 소녀가 음식점에 난입해 폭식을 하고 있다오. 내 참,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니까. 어제는 칼 가진 사람이 날아다니질 않나‥.”

구경꾼의 한탄 아닌 한탄을 들은 리오는 무엇이 마음에 걸렸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음식점 안을 살짝 바라보았다.

“‥어이구.”

음식점 안에 벌어진 광경을 본 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었다. 사자의 귀를 연상시키는 털이 난 둥근 귀에, 사자의 꼬리, 그리고 17세 소녀 정도의 몸을 황색 털가죽으로 가리고 있는 한 소녀가 음식점의 음식 재료들을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남김없이 앉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조금 후 그 소녀는 배가 불렀는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큰 생수통을 한 손으로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고, 리오는 인상을 가볍게 쓴 채 안되겠다는 듯 옆에서 같이 안의 광경을 보고 있는 바이칼의 뒷머리를 공처럼 잡으며 물었다.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니?”

그러자, 바이칼은 리오를 흘끔 본 뒤 다시 안의 소녀를 보며 대답했다.

“우선 내 머리에서 손을 뗀 후, 내 앞에 무릎 꿇고 살려달라 빌겠지.”

“음‥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저 애를 데리고 나올게.”

리오는 바이칼의 뒷머리를 살짝 토닥거린 후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고, 바이칼은 무표정을 일관하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간 리오와 정체불명의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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