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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70화


엑스칼리버와 새벽의 검이 남기는 검의 잔광에 의해 하늘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피하느라 그 모습을 구경할 틈이 없었다. 그 현란한 잔광들 사이엔, 핏빛의 오오라가 파란색의 맑은 오오라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도망치는 건가!! 흥, 이미 살기를 바라기엔 늦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군!!! 넌 죽는다, 내가 죽는다고 말하면 죽는 거야!!!”

핏빛의 오오라에 둘러싸여 노기를 토하는 리오의 눈엔 이미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가 처음 가즈 나이트가 되었을 때, 바로 그때처럼‥.

시에를 업고 있는 바이칼은 리오의 그런 모습을 살짝 본 후, 아직도 쓰러져서 의식을 못 차리고 있는 루이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서 회복 주문을 사용하고 있는 프시케를 말없이 밀쳐내었다. 그러자, 프시케는 넘어진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을 향해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행동이십니까 용제시여!! 루이체는 계속 회복 주문을 받아야지만 살 수가 있단 말입니다!!!”

그러나, 바이칼은 아무 말없이 중상을 입은 루이체를 얼굴이 위로 오게 똑바로 눕힌 후 자신의 오른손 약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약지의 끝을 인간보다는 날카로운 송곳니로 살짝 깨물어 피를 낸 그는 곧바로 그 피 한 방울을 루이체의 입안에 떨어뜨려 주었고, 그 모습을 본 프시케는 흠칫 놀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바이칼은 상처가 난 약지를 자신의 입으로 몇 번 빤 후 프시케를 향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전직 신‥? 흥, 멍청이‥.”

프시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서 루이체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던 마키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바이칼의 치료법이 효과를 보았는지, 충격파에 의해 심한 내상을 입었던 루이체는 곧 눈을 떴고 언제 다쳤냐는 듯 벌떡 일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오, 오빠는! 오빠는 어떻게‥!!!”

그러자, 바이칼은 약지를 계속 입으로 빨며 대답했다.

“‥저기 오는군.”

쿠우우웅–!!!!!

바이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갈색 머리의 수수께끼 여성은 약간 지친 모습을 한 채 일행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보도 블록에 강렬히 착지했고, 그 앞에 누더기가 된 망토를 걸친 리오 역시 착지를 했다. 리오는 약간의 상처가 난 자신의 볼을 소매로 닦은 후 이곳저곳에 흠집이 난 망토를 풀어 일행의 옆에 집어 던지며 중얼거렸다.

“좋아, 신나는데? 후후훗‥오래간만에 멋진 싸움을 하는 것 같아‥.”

그 말에, 리오의 앞에 자세를 취한 채 버티고 있던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약간 비틀거리며 힘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오, 그래요‥? 당신 말대로 정말 짜릿하네요‥.”

둘의 모습을 본 루이체는 알 수 있었다. 리오는 몰라도, 자신을 공격한 수수께끼의 여성은 이미 탈진한 상태였다. 루이체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 때문에 리오가 또다시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보기가 두려워졌다. 물론 리오에게 있어서 생명을 빼앗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루이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과 동시에 이상한 느낌마저도 들어오는 것이었다. 결국 루이체는 큰 소리로 리오를 향해 외쳤다.

“안돼, 안돼 오빠!!! 그만둬!!!!”

그러자, 리오는 루이체가 있는 방향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날 방해하면 모두 없애버리겠어!!!!”

리오는 분명 루이체에게 소리친 것이었다. 리오는 다시금 그 수수께끼의 여성을 바라본 후 엑스칼리버를 쥔 손에 힘을 가하며 외쳤다.

“널 박살 내 버리겠다–!!!!”

“안돼–!!!”

그 순간, 루이체가 리오와 그 여성 사이에 끼어들었고, 리오는 휘두르던 검을 루이체의 목 언저리에서 가까스로 멈추었다. 결국 리오는 더더욱 화를 내며 루이체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꺼져버려!! 방해하면 없애버린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리오의 눈은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루이체는 정말 무서웠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지만 어디서 힘이 나는 것인지 루이체는 제정신이 아닌 리오를 향해 소리쳤다.

“안돼, 제발 이러지 마 오빠!!! 아직도 그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야? 난 안 죽었단 말이야, 더 이상 이러지 마 오빠!!”

“젠장, 저리 비키지 못해!!”

리오는 검은 휘두르지 않았지만 거의 휘두를 기세로 루이체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루이체는 비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공격한 수수께끼의 여성을 감싸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싫어, 리오 오빠가 그랬잖아!! 확인할 아이가 있다고!! 이 여자가 그 아이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오빠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 여자는 악마족이 아니야, 무슨 이유가 있으니 악마들을 도와줄 것 아니야!!”

“시끄러워!!!”

“아앗–!!”

결국, 리오는 왼팔로 루이체를 후려쳤고 루이체는 너무나도 간단히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리오는 곧바로 왼손으로 그 수수께끼 여성의 목을 잡아 들어 올린 후 검으로 후려치며 중얼거렸다.

“흥,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다‥응!?”

그때, 리오의 손에 들려 있던 엑스칼리버가 섬광을 발함과 동시에 리오의 손에서 튀어나갔고, 리오는 붉게 빛나는 눈을 찡그리며 파라그레이드를 대신 뽑아 들었다.

“빌어먹을‥검까지도 날 방해하는군‥. 이젠 방해할 것이 없어, 넌 이제 죽는 거다‥!!”

결국,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씁쓸히 웃으며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후훗, 여기서 끝날 줄은 몰랐군요‥. 좋아요, 맘대로 해요. 어쨌거나‥당신은 좋은 동생을 뒀군요, 리오 기사님‥.”

“‥!!!”

그 순간, 리오의 왼손은 풀렸고 그 여성은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살의에 의해 붉게 타오르던 리오의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리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 쓰러진 여성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 아니야‥그럴 리가 없어‥?”

갑자기 리오의 태도가 변하자, 바닥에 쓰러진 그 여성은 싱겁다는 듯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흥, 뭐예요 싱겁게‥절 죽이겠다고 그렇게 큰소리치시던 분이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약효라도 떨어지셨나요? 호호호홋‥.”

파악–!!

순간, 바이칼의 강렬한 킥이 무방비 상태인 그 여성의 후두부를 강타했고 그 여성은 힘없이 기절하고 말았다. 아직도 시에를 등에 업고 있는 상태인 바이칼은 주박을 이용해 그 여성을 묶은 후 시에를 등에서 내려주며 리오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500년 전 고쳤다고 네 입으로 말해놓고‥그대로군. 멍청이‥.”

바이칼은 더 이상 말없이 그 여성을 끌고 호텔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리오와 마주 서게 된 시에는 리오를 흘끔 바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프시케의 뒤로 도망치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 무서워‥시에, 료가 더 무서워‥!! 료 싫어‥!!”

“시, 시에‥.”

시에의 그런 반응을 본 리오는 시에를 부르려다가 곧바로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리오는 이번엔 루이체와 눈을 마주쳤고, 루이체 역시 화가 난 표정으로 리오를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리오에게 얻어맞은 볼을 손으로 감싼 채‥.

마키와 프시케는 루이체와 시에를 데리고 바이칼의 뒤를 쫓아갔고, 모두가 대피해 아무도 없어진 거리엔 기가 주입되지 않은 파라그레이드를 든 리오와,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는 엑스칼리버 외엔 아무도 없었다.

“‥어째서‥.”

리오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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