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71화
“‥으음!?”
얼마나 의식을 잃었던 것일까. 갈색 머리의 여성은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녀는 자신이 고급 호텔의 침대 위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침대의 옆 침대에 붉은 장발의 청년이 팔짱을 낀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정신이 들었군‥그럼 잠시 얘기나 할까?”
리오는 그녀를 그리 좋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고, 그 여성은 몸이 주박에 걸린 탓인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호홋‥물어보면 내가 대답할 줄 아나 보군요? 좋아요, 질문을 듣기는 할게요. 대신 대답하는 건 제 자유예요.”
리오는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리오가 보기만 하자 그녀는 대뜸 뭐라 하려고 했으나 리오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았기에 그냥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없이 있었다. 이윽고, 리오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고 싶나.”
리오가 의외의 질문을 해 오자, 그 여성은 피식 웃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핫, 질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말 싱거운 남자군요. 아까 전에도 날 죽인다며 소리소리치다가 갑자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더니 날 놓아주지 않나‥하여튼 가즈 나이트들은 다 이상‥흡!!”
순간, 리오의 두꺼운 오른손이 그녀의 얇은 목을 움켜쥐었고, 그녀는 도중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리오는 조용히 말했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게 좋아. 난 지금 농담 듣고 웃을 기분이 아니니까.”
리오가 그렇게 말하며 목을 놓아주자, 그녀는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리오의 질문에 간단히 답했다.
“당연히 돌아가야죠.”
“그래? 그럼 돌아가면‥반겨줄 사람이라도 있나.”
리오가 그렇게 물어오자,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였다.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리던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커튼과 창문을 열었다. 시애틀은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벌써 10년이 넘게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다니지 않아 시애틀의 밤하늘은 매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 밤하늘을 바라보며, 리오는 아까와는 달리 약간 가벼워진 분위기로 그녀에게 물었다.
“‥마지막 질문이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일지 모르겠군‥외롭지 않아? 돌아가 봤자 아무도 반겨주지 않을 텐데‥게다가 임무까지 실패했으니 더하겠지.”
리오가 그렇게 물어오자, 그녀는 잠시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웃어넘기며 말했다.
“흥, 그런 동화 같은 말로 날 설득하려 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아무리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해도 난 넘어가지 않아요.”
그러자, 리오는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게 느껴지기라도 했다니 다행이군‥후훗.”
말을 마친 리오는 손가락을 한번 튕겼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을 묶은 주박은 깨끗이 풀어졌다. 몸을 몇 번 움직여본 그 여성은 리오를 조용히 바라보았고, 리오는 방에서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가라. 배고프면 냉장고에 있는 빵하고 우유를 먹어도 좋아. 돈 내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그럼‥다음번에 만날 땐 건투를 빌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온 리오는 문 앞 복도 벽에 기대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바이칼을 볼 수 있었고, 리오와 눈을 마주친 바이칼은 자신의 긴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리오에게 물었다.
“어째 죽이진 않았군‥아침에 그렇게 난리를 치던 녀석이‥. 무슨 얘기를 했지?”
그러자, 리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훗‥친구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는 순진이에겐 비밀이다.”
“–!!!!”
리오가 말을 그렇게 한 순간 바이칼은 눈을 부릅떴으나, 리오는 아무 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미안하군. 오늘은 한숨 더 자면서 기분 좀 풀어봐야 하겠어‥.”
리오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바이칼은 눈을 풀며 차가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목숨이 백 개가 있어도 모자랄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