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79화
2부 종장. [원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는데 말이야‥.”
사정상 바이칼과 단둘이서 아침을 먹던 리오는 바이칼이 갑자기 그렇게 중얼거리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응? 너에게도 이상한 일이라는 게 있었어?”
“‥그 티베라는 여자‥고작 아슈테리카 같은 마족에게 마지막 일격을 맞고 이 차원으로 떨어졌다고 했지. 그 정도 마귀족이 차원 전이가 될 정도의 공격을 할 수 있을까? 차원 전이가 되거나 차원에 구멍이 날 정도의 공격력을 지닌 존재는 그리 많지가 않을 텐데‥. 물론 나를 포함해서.”
가만히 빵을 씹으며 바이칼의 얘기를 듣던 리오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군. 하지만 차원 전이 마법 [데죤]을 사용했을 수도 있잖아?”
“‥넌 마법에 대한 지식이 떡이군. 우리가 데죤으로 이곳에 날려왔을 땐 이쪽과 저쪽이 거의 붙을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고, 그 여자가 날려왔을 때 역시 가깝긴 했지만 꼭 이쪽으로 날려와야 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바보. 데죤은 사용자도 모르는 공간에 상대방을 날리는 마법, 그 여자는 결코 데죤으로 날려오지 않았어.”
※
“‥차원의 신께서?”
슈렌은 자신의 몸에 감은 붕대를 풀며 옆에 앉아있는 휀에게 다시금 물었다. 휀은 파란 하늘에 시선을 둔 채 조용히 대답했다.
“4년 전 이상한 힘의 파동에 의해 지구라 불리는 행성 쪽의 차원계가 흔들린 일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 힘의 파동은 이 세계의 시간으로 1년 전 한 번 더 꿈틀거렸고‥지금은 엉망이 되어 있지.”
몸에서 풀어낸 붕대를 손으로 둘둘 말며 묵묵히 휀의 말을 되뇌어보던 슈렌은 순간 흠칫 놀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설마‥4년 전 그 아이의 팬던트가‥?”
“팬던트‥? 아, 그때 그 소녀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버렸다는 팬던트 말이군.”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중얼거렸다.
“‥그 팬던트는 사악한 마력이 응축된‥그래, 왜 이 일이 시작되었는지 알 것 같군‥!!”
※
“라이센‥왜 그렇게 시름이 깃들어 있는 것이오‥? 4년 만에 짐과 만났는데 기쁘지 않은 것이오‥?”
마동왕은 자신의 앞에 묵묵히 앉아만 있는 여성에게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고,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동왕에게 말했다.
“‥마마, 마마와 재회를 한 것은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왜 그들을 살해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리고, 저 하나 때문에 도대체 몇 명의 사람들이 죽어간 것입니까‥!”
그러자, 마동왕은 한숨을 길게 쉰 후 천천히 말했다.
“‥난 오직 당신뿐이오 라이센‥. 당신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후회가 없소‥. 이제 당신을 만났으니 난 여한이 없소. 4년 전의 마동왕으로 돌아갈 것이오‥.”
“‥마마‥.”
그때였다.
「캬아아아아아아앗–!!!!!」
순간, 복도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곧바로 문이 부숴짐과 동시에 피가 묻은 검은 코트 차림의 거대한 남자가 마동왕과 그의 부인 라이센 왕비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 괴한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마녀 [홀핀]의 머리를 옆으로 집어 던진 후 마동왕과 라이센 왕비를 바라보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큭‥이게 누구신가‥? 벨로크 공국의 왕이신 마동왕께서 이런 누추한 호텔에 웬일이시지? 그 옆에 있는 여류 소설가 힐린·벨로크 여사께선 또 웬일이신가‥? 크크크크크크‥.”
※
「참 운이 좋았지‥4년 전‥한 꼬마가 사악과 한의 에너지가 뭉쳐질 대로 뭉쳐진 팬던트를 가지고 차원계를 통과하는 덕분에 이오스, 너 때문에 차원 간에 갇혀버린 나의 잠을 깨웠다. 난 당연히 그 소녀를 1000년의 신주가 있는 차원으로 보냈지‥. 원래는 풀리지 말아야 할 신벌이었지만‥. 덕분에 난 다시 깨어났고, 예전에 못 이루었던 계획을 계속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추가로 너와, 네 딸 한 명을 얻게 되었지‥후하하하하하하핫‥!! 기분이 어떤가 이오스여!! 이제 그 가즈 나이트들도 나를 막지 못한다‥차원이 막혔기 때문에 안전 주문이라는 것도 풀리지 않게 되어 막을 수 없다!! 리오라는 녀석이 스스로 2단계까지 푼다 해도 3 여신의 힘을 모두 흡수한 나를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내 계획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흐음‥대답이 없군? 괜찮아‥마의 빙(氷) 안에 갇혀 빛의 힘을 모두 분열당하고 있으니 대답할 겨를이 없겠군‥후하하하하하핫‥.」
린라우는 크게 웃으며 거대한 얼음덩이로부터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가 잠시 서있던 보라색 얼음덩이 안엔, 희미하게 떨리는 빛을 내뿜고 있는 여신, 이오스의 모습이 있었다.
※
“‥그리고 이건 내가 반신반용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인데‥그 세이아라는 여자 머리색, 그냥 생체적인 색소가 없어 은회색은 아닌 것 같더군. 내가 알기로 그 여자는 마력이 높게 측정되어 잡혀왔다고 하던데‥뭐, 그냥 색소 부족일 수도 있으니 그냥 넘겨들어.”
그러나 그 얘기를 들은 리오의 얼굴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던 리오는 바이칼을 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들어봤겠지?”
그러자, 바이칼은 무슨 헛소리냐는 듯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의자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루이체가 말 안 한 것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리오는 방을 나섰고, 바이칼은 가만히 방문을 바라보다가 슬쩍 TV를 켜며 중얼거렸다.
“‥또 남매가 한판 붙겠군‥불쌍한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