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83화
파앙–!!!
바이론이 던진 다크 팔시온은 마동왕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벽에 박혔고,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마동왕을 향해 중얼거렸다.
“크큭‥아깝군. 가능하면 마동왕 너도 같이 죽이려 했는데‥.”
“‥뭣?”
바이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크 팔시온이 박힌 벽에선 녹색의 비릿한 액체가 분출되었고, 마동왕과 힐린은 흠칫 놀라며 그 녹색 액체가 뿜어진 벽을 바라보았다. 검이 박힌 벽은 곧 스르르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잔해는 양의 머리를 가진 저급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악마의 모습을 본 마동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이것은‥!? 악마가 내 방에 있다는 것은 들어본 일이 없는데‥!!”
바이론은 악마의 몸에 박힌 다크 팔시온을 뽑은 뒤 냄새를 풍기며 점점 무너져 내리는 사체를 발로 걷어찬 후 마동왕에게 말했다.
“‥여기서 널 죽이면 상황이 좀 재미가 없어지지‥마법은 쓸 줄 아는 것 같으니 워프 마법을 이용해 본국으로 돌아가라. 빨리 이 나라에서 꺼지지 않으면 악마들하고 춤추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왕비, 당신 나 좀 잠깐 볼까‥?”
바이론이 광기 어린 미소를 띄우며 자신을 바라보자, 힐린은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위성 항법 장치를 다른 곳으로 날려보낸 후, 다시 한참을 날아가던 바이칼은 순간 자신의 플레어 부스터를 멈춘 후 날개를 펼치며 반대편으로 서서히 돌아섰고, 바이칼이 느낀 것을 리오도 느꼈는지 그 역시 검을 꺼내들고 일행을 등에 태우고 있는 바이칼의 옆에 몸을 띄우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내가 녀석들을 맡을 테니 넌 어서 그쪽으로 가. 두 마리쯤 되는 것 같은데 잘만 하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리오의 말을 들은 바이칼은 콧김을 강하게 뿜어내며 여느 때와 같은 말투로 중얼거렸다.
「‥희생하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겠지.」
바이칼의 말에,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훗, 죽어야 희생이라는 단어가 성립되는 것 아닌가? 걱정 말고 어서 도망이나 가시지.”
둘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서쪽 하늘에서부터 두 개의 물체가 빠르게 접근해왔고, 이윽고 그 물체들은 리오의 앞에 멈춰 섰다. 정지한 둘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리오도, 바이칼도 아닌 시에였다.
“앙그나, 카에!!”
시에의 목소리에 리오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둘의 생김새가 대체로 시에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둘은 시에와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앙그나는 자신의 거대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시에에게 소리쳤다.
“시에! 앙그나가 데리러 왔다, 어서 가자!!”
그러자, 시에는 단숨에 바이칼의 머리 위로 뛰어 올라간 후 앙그나와 카에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싫어! 박사 무서워, 약 냄새 나는 그곳도 무서워!! 난 절대로 안가!!!”
시에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탄 상태로 소리치자 바이칼은 눈살을 찡그린 채 리오에게 중얼거렸다.
「‥내가 왜 이런 원시 생명체를 고귀한 머리에까지 올려두고 있어야 하지?」
그러나, 리오는 바이칼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리오는 조용히 앙그나의 옆으로 몸을 움직인 후 자신보다 두꺼운 앙그나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이봐 이봐‥애가 싫다는데 그냥 돌아가시지. 보아하니 잘 아는 사이 같은데‥. 웬만하면 아이가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이 내 생각이라 말이야.”
그 순간, 앙그나는 눈에서 섬광을 뿜어내며 자신의 옆에 있는 리오에게 팔을 거칠게 휘둘렀고, 리오는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한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물러서서 들고 있던 검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 생각이 별로 맘에 안 들었나 보군.”
앙그나는 여전히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살기를 품은 채로 리오에게 소리쳤다.
“우리 방해하면 죽는다, 누구라도 죽는다!! 할아범이 그랬다, 시에라도 반항하면 죽이라고 했다!! 모두 죽인다!!!”
그 모습을 본 바이칼은 한숨을 후우 내쉬며 자신의 앞에 있는 리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내 생각엔 넌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이해시키려 했던 것 같군. 아주 싫어하잖아.」
리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좀 성격이 안 좋은 아이라서 그래. 시에, 넌 어떻게 할 거니?”
바이칼의 머리 위에서 가만히 앙그나와 카에를 지켜보던 시에는 곧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시에, 료 따라갈 거야!! 앙그나, 카에 싫어!! 내가 알던 오빠 아니야!!! 언니 아니야!!! 약 냄새 나는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만들었어!!!”
리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한 개의 검도 뽑아 두 개의 검을 양손에 나눠 쥔 채 바이칼을 향해 말했다.
“모두를 부탁한다. 어서 가.”
그러자, 바이칼은 날개를 천천히 펄럭여 뒤로 슬슬 가며 리오에게 말했다.
「흥, 가라고 해서 못 갈 줄 아나?」
바이칼의 그 말에, 리오는 앞에 시선을 둔 채 한심하다는 듯 숨을 길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분위기 깨지 말고 사라져.”
곧바로, 바이칼은 가던 방향으로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고 앙그나와 카에는 그들을 뒤쫓기 위해 다시 날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리오가 둘의 앞을 가로막으며 미소를 띄운 채 중얼거렸다.
“이런 이런‥잠깐 나하고 가족에 대해 상담을 하고 가면 안 될까? 좀 아픈 상담이 될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러자, 앙그나와 카에는 또다시 살의에 눈을 번뜩이며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리오에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로막으면 죽는다!!!”
콰아아아앙–!!!!
순간, 앙그나와 카에는 엄청난 압력에 의해 뒤로 튕겨져 나갔고, 약간은 기세가 질린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다시금 붉게 빛나는 눈으로 앙그나와 카에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훗. 루이체도 없겠다, 이제 날 방해할 존재는 없지. 이번만큼은 엑스칼리버도 나에게 동조를 해 주는군 그래. 첫 개시는 뭘로 할까‥좋아, 간다!!!”
앙그나와 카에가 살기에 놀라 잠시 주춤한 사이 리오는 검을 공중에 고정시킨 후 양 손바닥에 마법진을 띄웠고, 리오의 손에선 무서울 정도의 뇌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세로 뿜어지는 뇌력을 손에 움켜쥔 리오는 곧바로 양손을 모아 뇌력을 압축시키며 앙그나와 카에를 향해 외쳤다.
“없애버리겠다!!! [딜·캐논]–!!!!!!”
고성과 함께, 리오의 양손에선 엄청난 굵기의 뇌력이 곧장 앞으로 뿜어졌고 그 뇌력에 의해 리오의 밑에 있던 바다에도 강한 스파크가 일며 뻗어나가는 딜·캐논의 기둥을 향해 엄청난 양의 물들이 솟아올랐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
자신들을 향해 위력적인 공격이 뻗어오자, 흥분한 앙그나는 입을 크게 벌렸고 벌려진 앙그나의 입 앞엔 적색의 빛이 모였다. 앙그나와 카에의 간판적인 공격, [아토믹 레이]였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빛은 앙그나와 카에 쪽에 가까운 부분에서 충돌했고, 쌍방은 반동력에 의해 약간씩 뒤로 밀려났다.
리오는 미소를 지은 채 아직도 뇌력이 흐르는 손을 꽉 쥐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두 번째는 플레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