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84화
리오가 플레어를 사용하기 위해 마법진을 전개하는 순간, 틈을 노린 카에가 번개같이 리오에게 몸을 날려 공격을 가했고 리오는 하는 수 없이 마법진을 거두고 카에의 공격을 피했다.
파앙–!!!
“–!!!”
그때, 강렬한 통증이 리오의 등을 엄습해왔고 리오는 그 충격에 의해 해수면 가까이까지 밀려 내려가고 말았다. 떨어져 내리던 리오는 겨우 중심을 잡고 공중에 멈추었고, 분한 듯 이를 악물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위를 올려다본 순간 리오는 빠르게 후진을 했고, 그가 있던 자리엔 곧 수십 개의 광탄(光彈)이 떨어져 내려 해수면에 닿자마자 대폭발을 일으켰다.
“쳇, 둘이라는 것을 잊었군‥!”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날며 앙그나와 카에의 폭격을 피하던 리오는 다시금 손을 모으고 마법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상공에서 떨어지는 공격을 마법으로 밀어버릴 심산이었다.
“자, 간다!! 일급, [플레어]–!!!!”
마법진을 작성한 리오는 곧바로 뒤로 돌아서며 진을 전개했고, 리오가 만든 형형색색의 마법진에선 곧장 거대한 빛줄기가 굉음을 내며 공중을 향해 뿜어졌다. 그 빛의 범위 내에 들어있던 광탄들은 모조리 증발하며 빛 안에서 사라졌고, 사정 범위 내에 들어있던 앙그나와 카에는 눈을 번뜩이며 양 팔로 자신들의 몸 앞을 막았다.
쿠우우우우우웅–!!!!!!
지축이 흔들리는 폭발음과 함께, 앙그나와 카에가 있던 자리에선 대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의 여파로 주위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플레어가 폭발한 장소를 중심으로 10km 안의 해상엔 보이지 않은 거대한 구체가 바닷물을 밀어낸 것 같은 모습이 잠시간 펼쳐졌다. 물리 방어력은 그저 그렇지만 마법 방어력과 내화성이 뛰어난 자신의 망토를 이용해 폭발 시의 열과 마법 충격을 막아낸 리오는 시각 한계를 넘어선 플레어의 빛이 점차 사그라들자 망토를 걷으며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면‥음!?”
상공을 본 리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앙그나와 카에가 괴상한 보호막에 둘러싸인 채 아무 충격을 받지 않은 상태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설마‥무중력 결계? 아냐, 무중력 결계라 해도 플레어의 직격을 견딜 이유가 없어‥! 저건 도대체‥!!!”
한편, 연구소 안에서 앙그나, 카에의 눈과 연결된 디스플레이로 상황을 지켜보던 와카루는 대단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호오‥저것이 바로 베히모스와 펜릴의 차이인 [자기 강화]‥!! 저번에 그 금발 청년에게 형편없이 깨질 때와는 상당히 달라져 있군 그래. 시간이 갈수록 베히모스로서의 능력을 점점 일깨워 간다는 것인가‥멋지군 그래. 허허허‥저 리오라는 젊은이 어지간히도 운이 없구먼. 하여튼 아까의 마법 공격은 대단했네 그려. 베히모스 자체에 내장된 바이오 칩 컴퓨터가 잠깐 동안 계산하지 못할 정도의 파워였는데‥지면에 쐈으면 도시 하나는 장난이겠군. 허허헛‥.”
연구실 안에서 희희낙락하고 있는 와카루와는 달리, 리오의 표정은 굳어짐 그 자체였다. 리오는 공중에 떠 있는 두 자루의 검을 다시 잡으며 생각했다.
‘‥아냐, 플레어라면 무속성이라는 특성상 공간 결계에도 충격을 줄 수 있어. 저 녀석들 지금 분명 속으로는 상당한 충격을 입고 있을 거야‥. 괜히 긴장하지 말고 다시 한번 부딪혀 보자!!’
두 개의 검을 거머쥔 리오는 앙그나와 카에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을 이용해 기를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사실 리오의 예측은 맞는 것이었다. 앙그나보다 약간 앞에서 역중력 배리어로 플레어를 막아낸 카에는 배리어를 걷어내자마자 입에서 피를 뿜었고, 원래 카에보다 내구력이 높은 앙그나 역시 인상을 쓴 채 몸을 잠시 비틀거렸다. 앙그나는 심하게 비틀거리는 카에를 부축해주며 말했다.
“인간의 모습 어렵다!! 다음번 공격 막기 어렵다!! 원래 모습으로 변하자!!!”
그러자, 카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의 몸은 곧 빛을 발하며 변화를 하기 시작했다. 흑색의 거대한 사자의 몸체, 삐져나온 긴 송곳니, 몸에 걸맞는 큰 날개, 전의 펜릴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굵은 근육질의 다리들‥바로 생체 병기 베히모스의 모습이었다.
기를 모으는 동안, 리오는 자신의 위 상공에서 둘의 모습이 거대 괴수의 모습으로 변하자, 갑자기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변신이라‥? 그랬군, 역시 보통 생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이거 더욱 싸울 기분이 나는데‥? ‥아, 아니야‥이러면 안 돼‥. 정신을 가다듬자‥!!!”
리오는 머리를 몇 번 강하게 흔든 후 자신을 향해 급속도로 내려오는 두 마리의 베히모스를 향해 검을 치켜들고 정면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오에게 현재 있는 잡념은 단 한가지였다.
과연 저 괴물들이 펜릴보다 얼마나 강할 것인가.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자신들을 향해 급속으로 상승하는 리오를 본 앙그나는 주저 없이 입을 벌리고 아토믹 레이의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쏠 것을 미리 계산한 리오는 일부러 늦추어둔 상승 스피드를 최고속으로 바꿨고 아토믹 레이가 발사되었을 때 리오의 몸은 앙그나의 머리 위에 있었다. 절대적인 찬스였다.
투웅–!!
“아니!?”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리오는 갑자기 이상한 힘에 의해 앙그나로부터 밀려났고 앙그나의 옆에 있던 카에가 튕겨져 나간 리오를 향해 아토믹 레이를 연속적으로 발사했다. 리오는 가지고 있던 두 개의 검을 자신의 몸 앞에서 교차해 아토믹 레이를 막아 내었고, 리오가 가진 엑스칼리버의 광(光) 속성 방어력에 의해 아토믹 레이는 사방으로 분산되며 리오를 멀찍이 밀어내었다. 겨우 몸만은 다치지 않은 리오는 왜 밀려났을까 고민하다가 아차 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젠장, 배리어를 잊었군‥!! 시간차 공격은 통하지 않을 거고, 이제 저 녀석들이 파상 공격을 해 올 것이 뻔한데‥할 수 없지, 아직 기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안전 주문을 풀고 싸우는 수밖에‥!!”
곧바로, 리오의 이마엔 두 개의 회색 무늬가 떠올랐다. 제 1 안전 주문의 해제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 상태에서, 리오는 다시금 플레어를 쓰기 위해 마법진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앙그나와 카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리오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아, 아까와는 상황이 좀 틀릴 거다!! 일급, 플레어–!!!!!!”
순간, 리오가 그린 마법진에선 아까의 것보다 훨씬 두꺼운 진홍색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무서운 기세로 앙그나와 카에를 향해 해수면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앙그나와 카에도 입을 열며 아토믹 레이를 동시에 쏘았다. 날아오던 플레어의 빛줄기는 중간에 아토믹 레이와 충돌했고, 그 충돌 지점에선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파와 열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상공의 구름까지 증발될 정도여서 먼 거리에서 항해 중이었던 미국행 정기 여객선이 충격파에 의한 파도에 휩쓸려 그만 물속에서 한 바퀴를 돌고 말았다. 뒤집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부 상황은 좋지 않을 게 뻔했다.
또다시 플레어가 막혀버리자, 리오는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쓴맛을 다셨고, 앙그나와 카에는 지칠 줄 모르는 인공의 체력을 이용해 리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바보같이 여기서‥엇? 저건 뭐지? ‥이런, 바보 같은 녀석–!!!!!”
리오는 무엇을 보았을까. 어쨌든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바닷속을 향해 뛰어들었고, 앙그나와 카에 역시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 쿠웃!? 쿠오오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