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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19화


4장 [다시 시작되는 여행]

“…그래서, 도착한 곳이 이곳인가요?”

리오는 조용히 린스에게 물었다. 린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슈렌은 한숨을 후우 쉬며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너도 이곳에 온거군….”

가만히 벽에 기대어 얘기를 듣고 있던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리오는 손으로 턱을 괴며 슈렌에게 다시 물었다.

“그 이후 하루가 지났는데…아직은 별 일이 없다는 것은 그쪽에 있는 모두가 무사하다는 소리…아닐까?”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그럴 확률이 높겠지. 적어도 휀이니까….”

“…흐음….”

슈렌의 말을 들은 리오는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세이아는 그를 위로하고 싶어졌는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냥 있어요.’

“아, 예….”

갑자기 세이아가 그렇게 말 하자, 옆에 서있던 라이아는 눈을 깜박이며 세이아에게 물었다.

“응? 언니, 뭐가?”

그러자, 세이아는 순간 당황했으나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리오는 곧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두에게 말했다.

“…아직 그쪽 세계의 결과가 드러나진 않았고, 또한 여기 있는 모두가 지쳐 있으니 오늘은 이만 쉬기로 하죠. 아마 적들이 이곳을 습격할 확률은 적을 것입니다. 그쪽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으니까요.”

그러자, 가만히 서서 얘기를 듣고만 있던 지크가 진지한 얼굴로 리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쪽은 아직 베히모스들이 남아 있잖아. 아직 표면상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경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자, 모두는 지크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지크는 순간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모두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왜그래 모두?”

그때, 바이칼의 어깨와 머리 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시에가 지크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조심스레 말했다.

“…지쿠, 베히모스는 우리 가족들인데….”

그 말과 함께 모두는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저었고, 상황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크는 무안함을 없애려는듯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핫!!! 뭐, 베히모스라고 이름표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때!! 넘어가자고 넘어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

그러자, 지크의 옆에 서 있던 사이키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와아, 맞아요 지크씨, 정말 멋진 말을 하시네요.”

근처에 서 있던 바이칼은 그 말을 듣고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도 면역이 될 때가 왔을텐데….”

“이봐 공주!! 날 왜 나가라고 하는거지!!!”

달이 뜨기 시작한 밤, 지크는 린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린스는 인상을 쓰며 맞대응을 했다.

“여자들은 안에서 자고 있다 몇번이나 말했어!! 환자도 나가서 자고 있잖아!!!”

린스는 거칠게 문을 닫아 버렸고, 모포 하나 없이 밖으로 쫓겨난 지크는 투덜대며 리오에게 말했다.

“젠장, 왜 남자들은 밖에서 자자고 한거야!! 정말 이해가 안되는 녀석이군!!”

그러자, 자신의 망토를 덮고 벽에 기대어 잠을 자려던 바이칼은 눈을 살짝 뜨며 지크에게 말했다.

“…네 머리로 이해가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자, 지크는 바이칼을 쏘아보며 물었다.

“음! 너도 들어가서 자야 하는거 아니니?”

“…흥.”

바이칼은 이젠 화를 낼 기운도 없다는듯 몸을 돌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리오는 슈렌에게 고개를 돌린 후, 그룬가르드의 에너지를 이용해 몸의 회복을 가속하고 있는 슈렌에게 상태를 물었다.

“언제쯤 회복이 될 것 같아?”

“…이런 상태라면…내일 아침쯤엔 정상적인 움직임은 할 수 있겠지. 리오 너도 움직임이 그리 정상적이진 못한 것 같은데….”

“음? 음…척추를 다쳤거든. 이쪽도 몇일전 대 전투를 했었지…하지만 되돌려 받은 것이 있어서 그리 아프진 않아. 후훗….”

슈렌은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그런데…두 자매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알고 있나? 알게 되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해 할텐데….”

“라이아는 알고 있지만…세이아는 잘 모르겠어. 지크 녀석의 말로는 바이론이 친절하게도 가르쳐 줬다고 하던데…. 어쨌든, 세이아는 자신의 능력을 무의식중에 발휘하고 있어. 그것도 아주 엄청난 수준으로 말이야. 사람의 마음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고…내 정신 방어 능력을 훨씬 상회해. 만약 그녀가 마법을 익혔다면 우리들은 보통 상태에선 상대도 안될지 몰라. 라이아의 육탄전 능력이 이오스님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것 처럼, 세이아의 정신 능력은 이오스님을 능가하고 있어. 린라우가 세이아와 라이아를 납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일거야. 자신의 부하들로는 우리들을 상대하기 힘들다는걸 그녀석도 알고 있으니까….”

“…….”

리오는 팔베개를 한 후,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야.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저 하늘을 감상할 때가 곧 오겠지….”

“…그럴지도.”

슈렌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모두가 잠이든 후, 잠을 자지 못해 몸을 뒤척이던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두리번 거리던 그는 밖에 나와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들중 한명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색 분자….”

지크는 그리 신경쓰지 않으려는듯 다시 누웠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몸을 일으킨 후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지크는 곧 항구의 선착장 끝에서 달을 벗삼아 술을 마시고 있는 바이론을 볼 수 있었다. 병째로 술을 마시던 바이론은 터덜터덜 걸어오는 지크를 흘끔 바라보았고, 곧 킥킥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크…잠이 안오시나? 옹기종기 모여 잠이나 잘 것이지 왜 돌아다니나…너도 어둠이 좋아졌나? 크크크….”

그러자, 지크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쳇, 별로…그런데 아저씬 왜 여기서 음주를 하고 있지? 옆이 허전해서?”

바이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큭, 네녀석…자신이 위기에 몰리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고 있나?”

“몰라.”

지크의 간단한 대답에, 바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모금 들이킨 후 다시금 그에게 말했다.

“강해지지…광분을 하며…눈을 벌겋게 뜬 채 즐겁게 살생을 하지…하긴, 그건 모든 인간의 본성이니 너도 어쩔 수 없겠지만…크크크큭….”

지크는 덤덤한 표정을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진지한 얼굴로 바이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인정하긴 싫지만…넌 나보다 경험이 많으니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알겠지? 미치지 않고 말이야.”

그 말에, 바이론은 미소를 지우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다시금 바이론에게 말했다.

“…가르쳐줘, 강해지는 법을…. 기전력 같이 일시적으로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 말고, 진짜 힘을 끌어내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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