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34화
“형편없는 녀석.”
휀은 의식이 없는 지크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는 곧 지크의 몸 위에 덮혀있는 이불을 걷어 내었고, 방 밖에서 휀을 바라보고 있던 티베는 깜짝놀라며 휀에게 소리쳤다.
“이, 이봐요!!! 지크는 지금 안정을 취해야….”
“…죽고싶나.”
티베는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고, 휀은 왼손으로 지크의 덜미를 잡아 높이 들어올린 후 오른손으로 그의 얼굴을 강하게 가격했다.
퍼억—!! 퍼억—!!
“저, 저럴수가…!!”
휀은 지크의 얼굴을 계속 주먹으로 쳤고, 결국 보다 못한 티베는 이를 악물며 휀에게 달려들려 했다.
“휀 님, 잠깐만!!”
그때, 프시케가 휀에게 소리쳤고, 휀은 때리는 것을 멈춘 후 그녀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녀는 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조용히 말했다.
“…지크씬 지금 사정상 탈진을 한 탓에 누워계시는 것입니다, 꼭 그렇게 하시진 않아도….”
퍼억—!!
그러나, 휀은 지크를 다시 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프시케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으, 으윽…!!!”
이윽고, 지크는 신음소리를 내며 의식을 되찾았고, 휀은 지크가 의식을 되찾자 마자 그를 침대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양 볼에 심한 통증을 느낀 지크는 크게 화를 내며 휀에게 소리쳤다.
“이, 이자식!!! 깨우려면 곱게 깨울 것이지 왜 사람을 쳐!!!!”
휀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지크를 말 없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꼬마일 뿐이군. 냉정함이란 먼지만큼도 없는 녀석….”
“…!?”
지크는 휀이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꺼내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휀은 손을 툭툭 턴 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깊게 집어 넣으며 변하지 않는 말투로 얘기했다.
“가즈 나이트라는 직업은 탈진해서 침대위에 편하게 엎어져있으라는 직업이 아니야. 누구를 보호하려다가? 그런 핑계는 대지 않는게 좋아.”
“무슨 소리야!! 난 분명히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으윽…!?”
순간, 휀은 오른손으로 지크의 목을 움켜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전력을 다해 적을 쓰러뜨렸다 해도 그 적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다음 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입에서 피를 뿜더라도 다음 전투에 대비하는 것이 네가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행동이다. 침대위에 누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나태함 그 자체야. …하긴, 여자들 사이에 푹 빠져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쳇….”
지크는 말 없이 시선을 옆으로 돌렸고, 휀은 지크의 목에서 손을 뗀 후 돌아서서 방을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밖으로 나오며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죽인다.”
휀의 뒷모습을 불만어린 얼굴로 바라보던 지크는 피식 웃은 후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헹, 노인네 주제에…. 왜 뭐라고 대꾸할 말을 안하는거지? 재미없게시리….”
지크는 곧 자신의 자켓을 챙겨 입은 후 밖으로 나왔다. 그사이, 휀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모두를 돌아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아직 하나가 안왔지만 얘기는 하도록 하지. 지금부터 약 아홉시간 전, 차원 결계가 완전히 사라진 덕분에 난 신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이쪽으로 오는 동안 만난 12신장들이 흥미있는 얘기를 해 준 덕분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지.”
휀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 케이는 약간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그녀의 그런 반응을 본 린스는 눈을 크게 뜨며 휀에게 물었다.
“흠…그렇게 흥미있는 얘기라면 한번 같이 들어볼 수 있을까? 궁금한데….”
휀은 린스를 흘끔 본 후 다시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
“2주 후, 이 세계는 차원의 불안정으로 인해 모조리 붕괴된다.”
“……………….”
모두는 아무 말이 없었다. 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흠, 그리 재미있진 않은가 보군. 어쨌든 확인한 결과 확실한 정보 같으니 너희들은 기도나 하도록.”
“……….”
모두는 아직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집의 문이 열리며 또 한사람의 손님이 들어왔다. 땅의 가즈 나이트, 사바신이었다. 과일을 종이 봉투에 가득 담아온 그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어, 안녕들 하시오? 그건 그렇고 이 동네 많이도 부숴졌네…시장 찾느라고 고생도 많았다구. …응? 모두 얼굴이 왜그래? 하얗게 질려서….”
“멍청이!!! 바보!!! 철면피에 냉혈한아!!!! 무슨 소린지 확실히 말을 해!!!!!”
순간 린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사바신은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고, 휀은 한심하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공포에 휩싸인 인간은 상황판단력이 약해지기 마련….”
“시끄러워!!! 당신 똑바로 말 안해!!!!”
티베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휀에게 소리쳤고, 다른 사람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사바신은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세계가 붕괴한다는 소리? 난 또 뭐라고….”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사바신이 아닌 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사바신은 조용히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그 사이 휀은 모두에게 답변을 해 주고 있었다.
“차원 결계의 역활은 신의 간섭이나 우리들 가즈 나이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건 차원의 흐름이 깨어진 시점의 이 세계를 고정시켜주는 고정제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다 붕괴된 세계를 가지고 세력 균형등을 논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린라우의 간섭이 사라진 지금 세 여신의 힘을 빌어 만들어진 그 차원 결계는 사라졌고 아까 말을 했듯이 2주일 후 이 세계는 차원의 불안정에 의해 한순간에 <차원의 먼지>화가 된다. 부숴진다고 하는게 너희들에겐 더 쉽겠지.”
“그, 그럼…그럼 우린 어떻게 해!!!!”
린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오자, 휀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차원 붕괴시의 고통은 순간이야. 느끼지 못할 정도니 걱정은 필요없어.”
“차원 붕괴인가 뭔가가 안될 방법 말이야 멍청아!!!!”
그녀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시 묻자, 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답했다.
“아, 방법을 물었나. 물론….”
“물론 있지.”
휀의 말은 곧바로 사바신이 받아 이었고, 모두의 시선은 사바신에게로 옮겨졌다. 사바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 휀이라는 녀석은 방법이 없으면 먼저 도망가지 당신들 때문에 일부러 이곳에 오지도 않아. 방법은 간단해. 이 대륙을 원래대로 보내놓거나, 아니면 아직 합쳐지지 않은 동방 대륙을 이곳에 불러오거나 하는거지. 게다가 그건 쉽다구. 우리들도 이제 100%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계획을 막을 적은 없지. 특히 이 무적의 사바신님에겐! 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때, 노엘이 그렇지 않다는듯 앞으로 나서며 사바신과 휀에게 말했다.
“하,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습니다!! 리오씨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분들이 말하시는 와카루라는 과학자의 문제도, 그리고 라이아양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2주일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휀은 눈을 감은 후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
“…2주일의 시간, 특히 나라면 너희들이 사용하는 지구본이라는 것을 모두 파랗게 만들어도 남을 시간. 그리고, 리오라는 녀석은 날 이길 가능성이 백만분의 일이라도 있다고 내 스스로 인정한 유일한 녀석. 우습게 보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