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41화
“…마법검 플레어를 맞고 하반신만 날아간건가…잘도 살았군….”
리오는 천천히 디바이너를 뽑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몸에선 살기가 무서우리만치 뻗어 나오고 있었고, 눈에서 뿜어지는 붉은 안광의 밝기도 점점 증대되었다.
“…털 하나라도 남겨주지 않겠다…최대한 빨리…!!!”
리오는 현재 두가지 일을 한번에 해야 했다. 그것도 자신의 말처럼 최대한 빨리… 한가지는 베히모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어딘가에 부상을 입고 바다속에 빠져 버린 바이칼을 늦기전에 물 위로 건져내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앗—!!!!!!!”
리오는 거성을 토하며 자신의 기를 최대한도로 끌어 올렸다. 그의 이마에선 네개의 긴 무늬가 떠올랐고, 그가 떠있는 주위의 대기는 크게 진동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대류를 멈추고 말았다. 그와 같은 시각, 베히모스는 몸을 크게 꿈틀거리더니 온 몸의 피부를 열어 젖히고는 그 열린 부분에서 수백여개의 생체 렌즈를 생성해 냈다.
“없애버리겠다—!!!!!”
리오는 곧바로 베히모스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기 시작했고, 베히모스는 크게 포효를 하며 온몸에 생성된 생체 렌즈를 사방으로 발사시켰다. 베히모스의 몸에서 생체 렌즈가 튀어 나가자, 리오는 순간 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수백개의 투명한 적색 구체가 자신을 넓게 넓게 둘러싼채 공중에 움직이지 않고 둥둥 떠 있어서 리오는 잠깐동안 경계를 해 보았다.
‘자체 공격력은 없는건가…그럼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리오는 다시금 베히모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베히모스는 기다렸다는듯 눈에서 아까 리오를 공격하고, 바이칼을 맞춘 얇고 날카로운 광선 두개를 내 뿜었다.
“쓸데없어!!”
처음 공격당할때 그 광선의 스피드와 범위를 익힌 리오는 간단히 그 공격을 피한 후 계속 베히모스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순간, 리오는 베히모스의 눈동자에 각이 지며 다각도로 꺾어지는 빛줄기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리오는 재빨리 뒤로 돌아서며 디바이너로 방어자세를 취하였다.
파아아앙—!!!!
광선을 가까스로 방어한 리오는 뒤로 약간 밀려났고, 다시 베히모스에게서 떨어지며 자신과 베히모스 주위에 떠 있는 생체 렌즈들을 바라보았다. 리오는 베히모스가 왜 생체 렌즈들을 공중에 띄웠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광선을 반사시켜 전방향 공격으로 상대방의 회피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인가…영악한 녀석…!!’
리오가 생각하는 동안, 베히모스는 다시금 광선을 눈에서 발사했고 그 광선들은 생체 렌즈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튀며 리오를 공격했다. 계속 피하기만 하던 리오는 속으로 분노를 터뜨리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해서 저것들을 없애기엔 마법진을 만들 시간이 모자르고…그렇다고 직접 공격을 가하기엔 너무 많고…게다가 본체엔 접근조차 못하니…이런 제기랄…!!!!’
피잉—!!
그 때, 리오의 왼쪽팔을 튕기던 광선이 스치고 지나갔고, 리오는 상처와 함께 그을린 자신의 왼팔을 오른손 주먹으로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더이상 피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바이칼을 위해서나 좋은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계속 생각을 하던 리오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번 끝을 내 주지…. 어차피 13일이나 남았으니까…!!!”
리오는 곧 몸을 초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중에 떠 있던 생체 렌즈들 역시 리오의 움직임을 쫓아 빠르게 공중에서 움직여나갔다.
순간.
리오의 몸에서 뿜어지던 푸른색 기는 점점 녹색을 띄기 시작했고, 렌즈들을 조종하며 연달아 광선을 눈에서 뿜던 베히모스는 리오의 스피드가 자신의 동체시력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빨라지자 움찔하며 더욱 빨리 광선을 연사했다.
그 때, 베히모스의 앞에 리오가 초고속으로 대시해 들어왔고, 리오는 어느새 뽑은 파라그레이드를 왼손에, 디바이너를 오른손에 잡은채 베히모스의 눈 앞에 정지했다. 베히모스가 연사한 광선들은 리오의 등 뒤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상태였고, 리오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개의 검을 교차하며 중얼거렸다.
“…간다…기다려라 바이칼—!!! 최종기(最終技)!!”
쿠우우우우웅—!!!!!!!
그 순간, 리오의 몸에서 부터 녹색의 빛이 사방으로 분출되었고, 그 어마어마한 충격에 의해 생긴 공간왜곡에 의해 리오의 등을 노리고 날아오던 광선들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꺾어져 나가고 말았다.
「쿠웃…?」
베히모스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듯 잠시 사방으로 눈을 굴려 보았다. 녹색의 빛이 번뜩인 것 뿐이었다. 순간적인 충격에 의한 공간왜곡 말고는 별다른 상황 변화는 없었다.
퍼억!
그 때, 베히모스의 뭉툭한 코 끝이 수박 터지듯 터져 나갔고, 그를 기점으로 베히모스의 몸이 바람에 날리는 모래성같이 세포 단위별로 처참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쿠, 쿠오오오오오오오옷—!!!!!!」
털 하나 하나까지 분해되는 상황에서, 베히모스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으나 아무 소용도 없는 행위였다.
어느새 베히모스의 머리 위 상공에 나타난 리오는 이미 날이 타버린 파라그레이드와 연기를 내 뿜고 있는 디바이너를 칼집에 집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지하드]…네 운명을 저주하라…!”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곧, 베히모스의 몸은 내부로 부터 대 폭발을 일으키며 티끌 하나 남김없이 사라졌다. 하반신이 끊겨 나가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베히모스의 최후 순간이었다.
리오는 더이상 볼 것이 없다는 듯 폭발에 의해 생긴 잔광을 뚫고 바이칼이 떨어진 항구쪽 바다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리오는 감추지 않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누군가를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넌 죽지 않아…그래, 용제잖아. 용들의 제왕이잖아!! 그런 헐렁한 광선 한방 맞았다고 죽을 녀석이 아니야!!!”
리오가 도착했을때, 바이칼이 떨어졌던 바다엔 이미 흐려진 핏물의 흔적만이 있을 뿐이었다. 공기방울은 더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젠장할 녀석!! 만약 살아나면 내가 죽여줄테다!!!!”
리오는 그렇게 소리치며 급히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적외선 시각을 발동시켜 급히 바이칼을 찾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리오는 이윽고 해저 바닥에서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피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피냄새에 이끌려 천천히 다가오는 상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꺼지지 못해—!!!!’
콰아앙—!!
리오는 다가오는 상어들을 향해 급히 코메트를 발동시켰고, 그 범위 안에 든 죄 없는 상어들은 무참히 구워지며 해저속에 흩날렸다. 리오는 코메트의 충격에 의해 해저 안에서 힘 없이 흔들리는 바이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는 곧바로 바이칼을 데리고 바다를 빠져 나갔다.
항구 위에 바이칼을 눕힌 리오는 즉시 바이칼의 상처 부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상처 부위가 가슴 중앙인 것을 본 리오는 잠시 허탈한 표정을 지었으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바이칼의 맥박을 손으로 짚어 보았다.
“…!! 아, 아니야, 잘못 짚었겠지…아니란 말이야—!!!”
리오는 물에 젖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바이칼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의 기를 강하게 주입시켰다. 그러자, 바이칼의 몸은 기의 충격에 의해 잠깐 꿈틀거렸으나 그저 충격에 의한 것 뿐이었다.
바이칼의 우유빛 얼굴은 지금 혈색이 없는, 옅은 회색을 띄고 있었다. 입술도 파랗게 변하다 못해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