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49화
“이거나 먹어랏!!!”
콰아앙—!!!
“흡!”
리오의 강렬한 디바이너의 일격을 플랙시온으로 받아낸 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숨을 죽였다. 확실히 리오의 공격력 만큼은 자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공격력을 가진 몇 안되는 존재인 것은 객관적으로 확실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4년 전보다 강해졌군. 확실히 넌 내가 인정한 녀석 답다.”
휀은 리오로 부터 약간 거리를 벌린 후, 몸의 기를 증가시키며 확실한 전투준비를 했다. 그렇게 기를 올리며, 휀은 리오에게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너에게 최강의 자리를 주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
말을 끝낸 휀은 플랙시온을 쥔 손에 힘을 넣으며 리오에게 일격을 가했다.
“마그나 소드…참(斬)!”
퍼엉!!
한줄기의 빛으로 변한 플랙시온의 일격이 디바이너에 꽂혔고, 리오는 그 공격을 받은 상태에서 뒤로 쭉 밀려 나가고 말았다.
“으윽…!”
리오가 밀린 것을 본 휀은 멈추지 않고 그에게 돌진하며 계속 일격을 날렸고, 리오는 재미있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디바이너를 맹렬히 휘둘렀다.
“한번 진짜로 붙어보자는 얘기군!! 지뢰자르기—!!”
쿠웅—!!!!
리오는 기합을 터뜨리며 디바이너를 바닥에 내리꽂았고, 근접한 상태에서 땅으로 전해지는 날카로운 충격파와 맞선 휀은 중심을 잃게 된다는걸 알았는지 곧바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 순간, 휀은 다시금 몸을 뒤로 젖혔고 그의 몸 위로 아슬아슬하게 리오가 일으킨 진공의 칼날이 지나갔다. 코트의 앞깃이 약간 잘려나간 것을 보며, 휀은 굳은 표정을 지은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피할걸 예상했나…훌륭하군.’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켜 중심을 다시 잡은 휀은 플랙시온을 옆으로 세운 후, 몸에서 빛을 뿜으며 리오를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역습이었다. 리오는 곧바로 방어자세를 취한 상태로 휀의 공격을 기다렸고, 휀은 순간 눈에서 빛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마그나 소드…열(烈)!”
“!?”
쿠우우우우웅—!!!!!
순간, 리오의 몸 주위에서 연쇄폭발이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리오는 입에서 선혈을 뿜으며 힘없이 공중에 날려졌다.
“허억…!?”
리오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공격이 보이지가 않은 것이었다. 곧 리오는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고, 어느새 그의 반대편에 서 있던 휀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이것이 너와 나의 실력차다.”
푸웃—!!!
그러나, 그 말의 보람도 없이 휀의 등에선 긴 핏줄기가 솟았고 리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후우…운이 좋았군, 느낌대로 친 것 뿐인데…후훗.”
“…그런가? 운이라니 다행이군.”
휀은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자세를 가다듬었고, 리오는 아까와는 달리 평소와 같은 여유있는 표정을 지은채 자세를 취했다. 휀은 분명 알고 있었다. 이정도로 달구어 놓는다면 리오가 가즈 나이트인 이상 정상적인 정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그것을 말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쓸데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역시 이상하게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결판을 내고 싶었다. 리오와 휀은 지금까지 정식으로 붙어본 일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헙!”
“하앗!!”
카아앙—!!!
둘의 검은 다시금 충돌을 했고, 그 충격파로 인해 근처의 건물 유리창들이 모조리 박살나고 말았다. 더하는건 있어도 빼는건 없었다. 둘은 그야말로 있는힘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한편, 몰려오는 바이오 버그들을 한참 소탕하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뒤에서 무시무시한 기들이 한껏 충돌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저, 저 녀석들 설마 진짜로 한판 붙고 있는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바이오 버그들이 문제가 아닌데…?’
<쿠오오오오오오오—!!!!!!!>
“응?”
순간, 지크의 앞에 갑자기 바이오 버그 한마리가 솟아 올랐고 무방비 상태였던 지크는 이를 악물며 급히 반격을 하려 했다.
퍼엉—!!
그러나, 지크가 손을 내밀 겨를도 없이 지크의 앞에서 한껏 포효를 하던 바이오 버그의 머리엔 커다란 터널이 뚫렸고, 바이오 버그는 길쭉한 입과 코에서 청색의 비릿한 체액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탄환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오옷, 챠오 아니야? Thank you~.”
“흥, 정신이나 차리시지.”
블래스터를 뒤로 돌린채 서 있던 챠오는 지크가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표시를 하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총구를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돌렸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금 무명도를 휘둘러 나갔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 바이오 버그들은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고 오래간만에 그 괴물들과 한바탕 전투를 벌였던 일행들은 한숨을 꺼져라 내쉬며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았다. 물론 다른 일행과는 달리 아직 체력이 한참은 남아있던 지크는 옆에 쓰러져 있는 넬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물었다.
“헤이, 잘 싸우던데 견습생? 헤헤헷….”
온 몸에 바이오 버그의 비릿내 나는 체액을 한껏 뒤집어 쓴 상태인 넬은 말 할 기운 조차 없는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한 지크는 곧바로 리오와 휀이 있는 장소로 달려가 보았다.
“이 녀석들, 서로 죽이지나 말아야 할텐데…?”
그러나, 지크의 기원과는 달리 도로를 도는 순간 지크는 만신창이가 된 채 대치중인 리오와 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오는 숨을 한참 헐떡이며 디바이너를 양손으로 잡은채 휀을 노려보고 있었고, 휀 역시 플랙시온을 양손으로 잡은채 거친 호흡을 내 쉬었다.
“…말리는 것으로 끝날 상황이 지난 것 같은데…?”
지크는 곧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야말로 성한 건물이 없었다. 자신들이 바이오 버그를 처리하면서 부순것은 말 그대로 장난에 불과했다. 1층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건물을 시작으로 모서리가 잘려 나간 건물 등등, 한도 끝도 없었다.
“마법 대결이라도 펼쳤으면 뉴욕이 날아갔겠군. 그런데 저걸 무슨수로 말린다?”
지크가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잠시나마 쉬며 체력을 회복한 둘은 다시금 격돌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끝을 내 주마 휀!!”
“헛소리.”
퍼어엉—!!!
둘의 검이 충돌한 지점에선 여지없이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고, 지크는 건물을 잡은채 가까스로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후아—엄청난걸? 이거 말릴 사람이 없겠는데?”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속으로는 계속 방법을 강구하면서….
“저 두 바보는 왜 저렇게 싸우고 있지.”
“응? 응, 아까 리오 녀석이 바이칼 흉내를 내서…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