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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85화


제5화 [이국의 BSP]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이아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분식점에서 라면을 한참 먹고 있던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고, 옆에서 만두를 한참 빚고 있던 분식점의 주인은 지크를 흘끔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슈 총각? 설마 돈이 없는 건 아니겠지?”

“‥내일 이 가게 사드릴까요?”

“‥농담 한 번 한 것 가지고‥하여간 요즘 젊은이들은‥.”

분식점 주인은 투덜대며 계속 만두를 빚었고, 지크는 분식점 안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며 주인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저 학교 보충수업은 언제 끝나나요?”

“보충? 음‥아마 한 시간 후면 끝날 거유. 물론 더 일찍 나오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흠, 그런 애들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지‥.”

그때, 분식점 문이 열리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재빨리 들어왔고 불만이 가득했던 주인의 얼굴은 곧바로 활짝 펴졌다.

“에구, 학생들 벌써 왔어? 호호호호‥잘 왔네 잘 왔어. 그래, 오늘은 뭐 줄까?”

“만두 2인분 하고요, 떡볶이 1인분이요!”

지크는 신나게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인을 보며 할 말이 없어졌는지 다시 라면을 먹는 데 열중했다.

“‥저 아줌마도 눈앞의 이익을 쫓는군‥.”

라면을 다 먹은 지크는 계산을 한 후 밖으로 나왔고, 분식점 옆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에 걸터앉으며 학교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수업 중인지 학교는 조용했고, 지크는 점점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한숨을 길게 쉬며 고개를 숙였다.

“‥음?”

순간, 지크는 학교의 벽 쪽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고, 그쪽으로 시선을 살짝 돌리며 신경을 집중해 보았다.

‘‥은신술을 쓰고 있는 닌자잖아. 서울 시내에 왜 닌자가 돌아다니는 거지?’

사실, 일본 쪽에선 시내에 은신술을 쓴 상태로 정찰과 순찰을 같이 하는 BSP 소속의 닌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BSP 소속엔 닌자의 직업을 가진 BSP는 없었기에 지크로서는 충분히 의심을 하고도 남을만한 일이었다. 지크는 곧 심심한데 잘됐다는 듯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학교로 다가간 지크는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학교 담장을 바라보았고, 곧 피식 웃으며 담장에 손을 뻗었다.

“헤이 친구. 우리 심심한데 오붓하게 얘기나 나눠 볼까?”

팍–!

순간, 지크가 손을 뻗은 담장에서 누군가가 하얀 장막을 걷으며 재빨리 도망치려 했고, 지크는 우습다는 듯 그의 옷자락을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악–!!”

지크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 흰 복장의 닌자를 발로 밟은 후, 음흉한 웃음을 띠우며 물었다.

“이봐 이봐. 본국에서 활동할 일이지 왜 여기까지 날라온 거지? 여긴 여학생들 외엔 없다구.”

“¢££Å∇⌒⊥∴–!!!!(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음)”

“‥제대로 얘기 안 하면 맞을지도 몰라 친구.”

지크는 닌자를 밟은 다리에 힘을 가했고, 닌자는 짧은 신음 소리를 한번 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알았으니 다리 좀 치워주세요!! 커어억‥!!!”

지크는 곧바로 다리를 치운 후 닌자의 덜미를 잡고 벽에 그를 바짝 붙이며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아, 너도 ‘갈색 머리’ 소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나?”

그러자, 닌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목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우두둑‥!

“커어억‥!!!”

“자아, 같은 BSP 끼리 이러지 말자고. 하지만 조금만 더 날 재미없게 하면 자넨 실종자 명단에 올라가게 될 테니‥잘 생각해 보시지. 물론 너희 보스에겐 말 안 할 테니까 걱정마. 비밀보장!”

그러자, 그 닌자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전 그저 갈색 머리 소녀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납치나 암살 등의 지령은 받은 일이 없습니다.”

“진짜?”

“예!”

그의 목덜미를 잡은 상태인 지크는 닌자의 심장 박동 등에 전혀 이상이 없고 눈동자도 미미한 움직임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놔주었고, 닌자는 크게 기침을 하며 목을 매만졌다. 지크는 곧 그 닌자와 어깨동무를 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소녀에게 접근하는 너희 동료들은 이 시간부터 하나씩 실종자 처리가 될 테니 잘 알려줘. 혹시나 늦게 알려줘서 일본 전국의 BSP들이 몰살하는 일 없게 하고. 알았지? 난 열 받으면 쳐들어가는 성격이라‥헤헤헷.”

닌자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즉시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지크는 손을 툭툭 털며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일본 BSP들이 무슨 일이지? 설마 어느새 그 녀석들도 라이아의 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세이아 씨의 신변도 보장을 못한다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큰일인데‥.’

지크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다시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이 반드시 붙어 있을 텐데‥일본 BSP들이 위험해.”

뎅– 뎅–

이윽고, 한 시간이 지났고 마치는 종소리를 들은 지크는 하품을 하며 몸을 펴 보았다. 조금 후, 학교에선 여학생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했고 지크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으음‥좋을 때야.”

“뭐가요 아저씨?”

지크는 순간 움찔하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고, 그의 옆엔 어느새 라이아가 싱긋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지크는 손날로 라이아의 머리를 콕 치며 불쾌한 듯 말했다.

“이 녀석, 내가 스물다섯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이해를 하겠니? 오빠라고 불러 오빠!!”

그러자, 지크에게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싸고 있던 라이아는 인상을 살짝 쓰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애 하나쯤은 있어야 할 나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할 말을 잃은 지크는 결국 자신의 뒤에 타라는 손짓을 할 뿐이었다.

“좋아, 아저씨라고 부르든, 할아버지라고 부르든 편한 대로 하려무나. 자, 다음 갈 장소는 어디니?”

어제 지크에게 경호를 하겠다는 말을 미리 들어둔 상태인 라이아는 지크의 오토바이에 올라탄 후 멧을 쓰며 말했다.

“보충 교재를 사야 하거든요? 그러니 서점부터 먼저 가 주세요. 언니에게 돈을 미리 받았으니 돈 걱정은 마세요. 지크 오빠. 호호홋‥.”

결국, 지크는 졌다는 듯 씁쓸히 웃으며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 엔진이 아닌 수소 엔진으로 움직이는 오토바이였기에 시동 시의 소리는 흔하디 흔한 자기부상 승용차와 비슷했다. 그래도 이륜으로 가는 교통수단이었기에 라이아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아, 버스나 택시하고는 느낌이 다르네요? 바퀴로 가는 오토바이는 한 번도 못 타봤거든요.”

그러자, 고글을 쓴 지크는 라이아를 돌아본 뒤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헷, 그럼 오늘 이 상쾌한 기분을 마음껏 느껴 보라구! 자, 가 보실까?”

“좋아요!”

지크와 라이아를 실은 배기량 5900cc의 슈퍼 바이크, ‘타이푼 블링거 커스텀’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힘 있게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큐슈 방위 BSP의 대표인 ‘유키타·사이조(雪他 祭場)’라 합니다. 방문 시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붉은 스포츠 머리의 청년은 자신의 앞에 선 리진과 티베, 챠오, 케빈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고, 다른 일본 BSP들도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처크 부장과 헤이그가 잠시 외출을 한 지금 뭘로 보나 상급자인 케빈은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수도 방위 BSP의 케빈·브라이언이오. 잘 오셨소.”

사이조는 쾌히 케빈과 악수를 나누었다. 곧, 케빈은 방문한 일본 BSP들에게 본부를 안내해 주기 위해 그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고, 회의실에 남은 티베는 맘에 안 든다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리진에게 말했다.

“‥저 애들, 뭔가 맘에 안 들어‥.”

리진도 그 말엔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 탁자에 걸터앉았다.

“‥나도 그래. 우리하고 인사할 때 그 사이조라는 남자 말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구. 게다가 그 사이조라는 남자, 도대체 무엇이 특기인지 모르겠어.”

챠오 역시 표정은 덤덤했지만 공감을 하고 있는지 나지막이 말했다.

“‥기를 감췄어. 선의도, 적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 달에 한 번씩은 상호 방문이 있긴 하지만‥이번처럼 모두가 닌자로 구성된 일은 처음이야.”

“….”

회의실 안의 셋은 모두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챠오의 말 그대로 대한민국과 일본의 BSP들은 지방을 옮겨가며 세 달에 한 번씩 상호 방문을 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어서 뒷조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들이 의심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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