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89화
“어제 저녁, 부장님 댁으로 긴급한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큐슈 지역 BSP들이 공항 하수도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모든 BSP 대원들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지크는 초조한 나머지 다른 동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루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깐, 큐슈 지역 BSP들이 죽은 거랑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우린 지금 국제 분쟁 직전에 휘말려 있다구.”
그러자, 루이는 잠깐 정신이 아뜩해 왔는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머리를 흔들었고,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지크는 움찔하며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동료들은 지크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고, 루이는 곧 지크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어제 우리를 방문했던 일본 BSP 대원들이 바로 큐슈 방위 BSP입니다. 하지만 원래 이곳을 방문할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리고, BSP도 아닙니다.”
“잉?”
지크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루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루이는 이제야 설명이 되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계속 얘기를 했다.
“그런 연유로, 저희들은 그들의 이번 방문지인 서울랜드에서 그들을 체포한다는 전격 작전을 수립했습니다. 본부에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네 명이지만 입국이 확인된 총 명수는 여덟 명입니다. 게다가 직업이 모두 닌자이기 때문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수도 방위 BSP 전 대원들은 그곳으로 출동을 하게 됩니다. 작전 시간은 도착한 직후부터 20시까지. 그럼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루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처크 부장은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모든 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BSP를 사칭한 테러 집단 사건이 한두 번은 아니니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이봐.”
처크 부장은 순간 말을 멈추며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리진과 티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케빈과 헤이그는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마키와 챠오는 사람 많은 곳이 귀찮아서인지 왠지 싫은 표정을 지은 채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지크는 환희의 표정을 지은 채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모두의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처크 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작전 개시. 해산.”
“와아–!!”
순간, 지크는 기쁜 나머지 소리를 치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다른 대원들도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은 루이와 헤이그, 처크뿐이었다. 처크는 역시 헤이그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들고 있는 헤이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헤이그의 대사는 처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음, 엘렌이니? 지금 엄마 모시고 서울랜드로 나오너라. 지금이 여덟 시 30분이니까 열 시쯤에 정문에서 만나자꾸나. 음음‥웬일은, 오늘 일을 거기서 하니까. 그래 나중에‥.”
“후우–.”
처크는 의자를 돌린 채 아무 말 없이 담배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아홉 시 50분.
그랜·헤이그의 딸인 엘렌·헤이그는 자신의 어머니인 사라·헤이그와 함께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렌,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건 아니니? 그러니까 사람 없는 버스를 타자고 했잖니. 괜히 서서 와 가지고‥.”
“아니에요 엄마. 오늘은 어차피 일요일이니까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고요. 아까 그 버스 탄 다음에 아빠 못 만났으면 어떡해요?”
“‥그건 그렇구나. 그런데 그이는 왜 이리 안 오니? 10시 정각에 도착하려고 그러나‥쯧.”
엘렌은 불평을 늘어놓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았다. 마침, 눈에 띄게 붉은 장발을 가진 한 남자가 세 명의 여성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엘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해 보았다.
‘흠‥꽤 생겼는데? 키도 지크쯤 되고‥게다가 같이 오는 여자들도 만만치 않게 미인인걸? 한 명은 어리니까 제외한다 치지만 은발의 여자하고 쇼트컷의 여자는 연예인 저리 가라인데?’
그때, 군청색 쇼트컷의 여성이 갑자기 바닥에 넘어져 버렸고,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장발의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일으켜준 후 손으로 옷을 털어주었고, 엘렌은 순간 부러움을 느끼며 몸서리를 쳤다.
‘‥지크가 저 남자 반이라도 따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얘, 너 왜 그러니?”
엘렌의 곁에 있던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갑자기 몸서리를 치자 깜짝 놀라며 물었고, 엘렌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아빠는 왜 이렇게 안 오시는 거야!!”
그녀의 어머니 사라는 엘렌이 갑자기 과잉 반응을 보이자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11시 15분.
“‥예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목표 대상 두 명이 동시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곳에 와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후, 이렇게 따분한 곳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는데 잘 됐군. 그럼 현재 인원으로 간단히 처리하면 되겠지?”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수도 방위 BSP도 모두 들어온 상태고, 게다가 그 목표와 함께 있는 붉은 머리도 만만치 않은 강자입니다. 카타키와 우세루 두 명을 간단히 처리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저의 은신술도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전원 집결 신호를 보내라. 한 시간 내로 집합하도록 해. 아무리 귀신 같은 녀석이라도 30명 정도를 당해내진 못하겠지. 게다가 모두 정예 멤버니까.”
“예!”
13시 28분.
세이아가 싸들고 온 점심 도시락을 한참 먹던 리오는 그녀의 솜씨가 여전히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변한 것이라고는 끔찍하다면 끔찍하다 할 수 있는, 추억이라면 추억일 수 있는 예전의 기억 뿐‥.
“음‥솜씨가 역시 좋으시네요.”
“네? 역시‥라뇨?”
세이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리오는 옆에 앉은 라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시니 동생도 예쁘게 잘 크는 것 아닌가요? 후훗‥.”
털퍽–!!
그때, 근처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모두는 리오를 제외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오는 왜 그러냐는 얼굴로 모두에게 물었다.
“음?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뇨‥지금 누가 꽤 세게 넘어진 소리가 들려서‥.”
“아, 그런가요?”
리오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투덜대며 이 근처에서 멀찍이 사라져가는 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여기 뭐하러 온 거지‥.’
그 순간, 리오는 주위에 갑자기 이상한 느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 빵 하나를 집은 후 입에 물며 조용히 그 ‘느낌’들의 수를 세어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일곱‥기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녀석까지 합하면 여덟인가‥.’
리오는 씨익 웃으며 계속 그 ‘느낌’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때, 리오의 옆에 앉아 있던 바이칼이 그의 팔을 손으로 잡았고 리오는 움찔하며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바이칼은 상당히 불안한 듯 인상을 흐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을 잃었어도 본능적으로 살기를 느끼는 건가? 흠, 그럼 잘됐지만‥.’
“저어‥여긴 화장실이 어디인가요‥?”
바이칼의 입에서 나온 말에 리오의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고, 리오는 지금 바이칼을 화장실에 데려다주면 이곳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어쩌지‥? 음!?’
순간, 리오는 근처에 있던 살기들이 빠른 속도로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기를 감추고 있던 존재도 어디론가 도주한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리오는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재빨리 바이칼을 화장실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일어섰다.
우두둑–
마키는 손을 풀며 자신의 앞에 쓰러진 닌자 셋을 내려다보았고, 의식을 잃은 닌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쓰러진 닌자 위에 다른 닌자 네 명이 겹쳐 쓰러졌고 마키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엔 어느새 네 명을 쓸어버린 챠오가 손을 털며 서 있었고, 챠오에 대해 이상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던 마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챠오에게 말했다.
“‥운이 좋았군.”
그러자, 챠오 역시 눈썹을 꿈틀대며 마키에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실력 차일 뿐이야.”
“‥!!!”
갑자기 대결 무드가 이어졌고, 둘은 서로 눈을 마주한 채 잠시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둘은 동시에 돌아섰고, 마키는 챠오에게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떠났다.
“‥아직 승부 안 났어.”
마키가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보고 있던 챠오는 쓰러진 닌자들에게 전자 수갑을 묵묵히 채우며 그들을 끌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장실 앞에서 바이칼이 나오길 기다리던 리오는 상당히 의외의 일을 당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닌자 20여 명이 자신의 앞 광장에 나타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제일 앞에 있는 검은색 도복의 닌자에게 물었다.
“‥이봐, 너희들 복장을 보니 숨어서 암살하는 것이 주된 스타일인 것 같은데 갑자기 대중 앞에 단체로 나타나는 건 무슨 경우지?”
“‥임무일 뿐이다.”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느낌대로, 네 개의 기가 세이아와 라이아가 있는 쪽으로 급히 접근하고 있었다.
“‥후, 그런 건가? 좋아, 그렇다면 쇼에 동참해 줘야 하겠지. 복장부터.”
리오는 곧 자신의 오른손 주먹을 왼쪽 어깨 부근에 올린 후 무언가를 끌어내리듯 팔을 옆으로 돌렸고, 그의 복장은 거짓말처럼 순간적으로 바뀌어졌다. 회색의 망토, 갈색의 아대, 그리고 망토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검‥. 리오는 두 개의 검 중 보라색의 검을 뽑아 들며 자세를 취했고, 검 끝을 까딱이며 닌자들에게 말했다.
“멋진 판타지 쇼를 즐겨 보자구‥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