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03화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두개의 초콜렛 상자를 보며 한참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다. 리오는 그 두개의 빨갛고 파란 상자를 손으로 매만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티베와 마키가 번개같이 놓고 가긴 했는데‥원래 그녀들도 나 말고 지크에게 이것을 줘야 하는 것 아니었나‥. 뭐, 지크도 챠오나 프시케님에게 받겠지. 어제도 라이아에게 받았다고 좋아하던데‥.”
그때, 늦잠을 잔 바이칼은 레니의 방에서 눈을 부비며 나왔고, 리오는 손을 흔들어 주며 바이칼을 불렀다.
“잠은 잘 잤어?”
“예? 예‥. 아 참, 점심 식사 하셨나요?”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음, 아직. 난 별로 생각이 없으니까 괜찮아. 음, 바이칼은 먹지 못했지? 기다리고 있어, 내가 해 줄께.”
리오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 하자, 바이칼은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식사는 여자인 저도 할 수 있어요!”
바이칼은 그렇게 말 하며 부엌으로 향했고, 리오는 뭔가 못들을 말을 들은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다시 앉았다.
“‥뭐가 ‘여자인 저도 할 수 있어요’일까. 후, 정말 모르겠군. 나도 기억을 잃으면 저렇게 될까?”
리오는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쨍그랑–!!
“까아앗!!!”
그때, 부엌쪽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바이칼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힘없이 일어났다.
“‥넌 역시 남자라구.”
리오는 곧 부엌으로 향했고, 그는 바닥에 떨어져 깨진 접시를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고 있는 바이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이칼은 부엌에 들어온 리오를 슬그머니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죄, 죄송해요‥.”
“후우,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했잖아. 자, 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정리는 내가 할께.”
“‥죄송해요.”
바이칼은 식탁쪽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고, 리오는 한숨을 내 쉬며 깨어진 접시 조각들을 천천히 정리해 처리하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접시 조각들을 다 처리한 리오는 뭘까 생각하며 현관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바이칼은 조용히 거실로 향했고 우연치 않게 탁자 위에 놓여진 두개의 초콜렛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오씨에게♡」
「맛있게 드시길」
상자엔 손수 쓴 것으로 보이는 짧막한 글이 쓰여져 있었고, 바이칼은 그 글씨가 티베와 마키의 글씨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바이칼은 빙긋 웃으며 살짝 중얼거렸다.
“후훗, 역시 내 것 보다는 작구나.”
“아, 바이칼. 세이아씨가 오셨어.”
그때, 바이칼의 귀엔 그리 반갑지 않은 말이 들려왔고 바이칼은 정색을 하며 리오와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세이아는 평소와 같이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숙여 바이칼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바이칼씨?”
“아, 안녕하세요.”
바이칼은 그리 달갑지 않은 얼굴로 인사를 했고, 세이아는 곧 리오쪽으로 돌아선 뒤 손에 들고 온 중형 사이즈의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자아, 리오씨 받으세요.”
“예? 하지만 전 오늘 선물 받을 이유가 별로‥.”
“아이 참,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만든 것이에요.”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세이아에게서 상자를 받아 들었고, 그는 곧바로 상자의 윗쪽을 열어 보았다. 상자의 안엔 마악 만든 것으로 보이는 초콜렛 케이크가 들어 있었고, 리오는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세이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아, 이런‥. 이거 너무 과분한데요. 게다가 직접 만드셨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어, 어머. 부끄럽게‥.”
“….”
그렇게 덕담(?)을 나누고 있는 둘을 바라보던 바이칼의 표정은 곧 시무룩해졌고, 바이칼은 곧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한편,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리오는 계속 세이아와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
“‥’스타의 아르바이트’‥? 설마 방송국에서 그런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처크로 부터 얘기를 들은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고, 처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나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는 생각 하지만, 방송국 측에서 UN의 허가증도 받아온 상태라 하는 수 없었어.”
콰앙!!
순간, 지크는 책상을 내려 쳤고 처크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은 깜짝 놀라며 지크쪽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여태까지 보인일이 없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언성을 높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UN에선 BSP가 하는 일이 보통 경찰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저희가 이렇게 놀고 있을때 바이오 버그들이 언제 어디서 출몰해 트위스트를 출지, 탱고를 출지 어떻게 압니까!! 게다가 이 직업은 보통사람인 경우 책상 작업 외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처크를 비롯한 대원들은 지크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지크의 반응은 좋아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렸다.
지잉–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이키가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사과와 함께 급히 자리에 앉았다. 처크는 뛰어오느라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에게 늦은 이유를 물어 보았다.
“아니, 아침에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이건 너무 늦었는데? 사정이 있나?”
그러자, 프시케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예‥. 들어오는데 방송국 사람들이 절 잡더니 탤런트나 모델을 해 볼 생각 없냐며‥.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순간, 챠오와 마키를 제외한 여자 세명은 꿈틀하며 인상을 구겼다. 어쨌든, 얘기가 이렇게 흐르자 지크는 자리에 다시 앉으며 처크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우리 본부에서 일일 대원을 할 그 스타는 누구죠?”
“아아,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 ‘노아’라고, 요즘 다방면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스타인데‥.”
“뭐라고요!!”
그 스타의 이름을 들은 순간, 지크는 자켓을 벗어 던지며 소리쳤고 리진은 깜짝 놀라며 지크를 말리기 시작했다.
“이, 이봐!! 그렇다고 이렇게 흥분할건 없잖아! 여기서 폭력을 휘두르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진다구!!!”
그러나, 지크는 리진의 팔을 뿌리치며 일어나 소리쳤다.
“‥이건 기회라구!!! 면티에 사인해 달라고 해야지!!!!”
………………. . . . . . . . . .
“죄송해요.”
지크는 고개를 푹 숙인채 중얼거렸고, 처크는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행동에 잠시나마 감격을 한 자신을 책망했다. 얼마 후, 한 남자가 회의실 안에 들어왔고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처크에게 말했다.
“처크 부장님, 노아양이 왔습니다. 이제 시작하지요.”
“아, 그렇습니까. 자, 모두 나가지.”
처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원들에게 말했고 다른 대원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지크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일어나 제일 늦게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 지크씨. 잠깐만‥.”
“음? 사이키?”
문 옆에 서서 지크를 기다리던 사이키는 지크를 불러 세웠고 지크는 곧 그녀쪽으로 돌아섰다. 사이키는 자신의 핸드백 안에서 초콜렛 상자를 꺼내 지크에게 건네주며 싱긋 웃어 보였다.
“자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지크씨. 손수 만든거에요.”
“‥!!! 흐윽‥.”
지크는 감격어린 눈으로 그 초콜렛을 받아 들었고, 사이키는 상자를 받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지크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자아, 어서 가요 지크씨. 모두가 기다리고 계실거에요.”
“으, 으응‥.”
※※※
“흑흑‥.”
혼자서 공원에 와버린 바이칼은 벤치에 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바이칼의 옆엔 리오에게 건네주지 못한 초콜렛 상자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혼자 있었지만 바이칼에겐 아무도 와 주지 않았다.
“‥그래, 난 언제나 바보같고, 매일 일만 저지르기나 하고‥. 리오씨가 날 싫어하는 것도 당연할거야. ‥흐윽‥.”
그렇게 혼자 한탄하며 울고 있는 바이칼의 앞에, 갑자기 세개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앞에 서 있는 세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중국식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었고,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눈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누구시죠?”
바이칼의 질문을 무시하고 바라보기만 하던 셋은 곧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스를 벗었고, 그들의 눈을 본 바이칼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세명의 눈동자가 모두 짙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이칼 자신처럼.
“저, 저어‥누구‥시죠? 무슨‥볼일‥이라도‥?”
그러나, 그들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이윽고, 좌측의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패왕’ 녀석이 계속 붙어있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는데 잘 됐군.”
“그래‥. 그건 그렇고 용제라는 이름의 서룡족 최강자가 이런 꼴로 변해 있다니 정말 의외인걸? 눈동자까지 붉게 변해 있고‥. 원래는 파란색이라고 들었는데.”
“‥하여튼 힘이 느껴지지 않는 지금 곧바로 없애 버리자. 괜히 시간을 끌었다가 패왕 녀석이 나타나면 우리들은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어.”
곧, 가운데에 선 붉은 옷의 남자는 바이칼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의 손엔 붉은색의 광체가 돌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있는 바이칼은 눈을 질끈 감으며 옆에 둔 초콜렛 상자를 가슴에 안았고, 붉은 옷의 남자는 차디찬 한마디를 던졌다.
“‥죽어라, 용제 바이칼. ‥음!?”
순간, 셋은 자신들의 뒤에서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한 무시무시한 살기에 움찔하며 돌아섰고, 그들은 공원 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검은 코트, 검은 모자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모자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남자의 눈은 곧 붉은색을 띄기 시작했고, 남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용의 피도 가끔 마셔야 피부가 고와지지‥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