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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04화


“아, 암왕(暗王)!! 네가 어째서!!!”

퍼억!!!

붉은 옷의 남자가 말을 끝맺은 순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접근해온 검은 옷의 남자는 손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후려 쳤고 남자의 머리는 거짓말처럼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그 피는 바이칼의 얼굴과 옷에도 튀어 버렸고, 그 끔찍한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본 바이칼은 의식을 잃으며 힘없이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검은 옷의 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바닥의 피를 혀로 핥으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크‥맛있군‥.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퍼억–!!!!!

그 남자의 손은 다시금 옆에 있는 황색 옷 남자의 머리를 노렸고, 그 남자는 팔로 방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팔과 머리가 동시에 날려가며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고 말았다. 양 손에 피를 묻힌 그 남자는 흥분이 되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마지막 한사람을 돌아 보았고, 그는 재빨리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은 옷의 남자는 붉은 광체를 내는 눈으로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오‥이런. 난 아직 너희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단 말이다‥크크크크크‥. 기분 좋은 장면을 놓치면 곤란하지‥.”

구우우우우우웅–!!!!!

순간, 공중으로 도망친 남자의 몸 주위에 검은색의 빛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남자는 힘없이 지상으로 딸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검은 옷의 남자를 향해‥.

“아, 안돼!! 안돼!!!!”

“아아‥안돼고 말고‥. 도망치면 안돼지‥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 . . . . . . . . . . .


바이칼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리오는 인상을 쓰며 공원에 들어섰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한탄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후우, 이런. 도대체 뭐가 맘에 안들어서 말도 없이 집을 나간거지? 함부로 나가면 위험한데‥음!?”

순간, 리오는 공원 안쪽에서 두개의 기가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살기까지 사방으로 퍼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그쪽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바로 그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바이론‥? 그가 아직도 이 세계에 남아 있었단 말인가?’

리오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재빨리 그쪽에 도달했고, 곧 이루 말 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을 접하게 되었다. 머리가 날아간 시체와, 팔도 덤으로 날아간 시체, 그리고 자신의 내장으로 몸이 묶여 있는 시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손을 닦고 있는 검은 옷의 남자도 볼 수 있었다.

“바이론!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리오는 그 남자의 뒤에서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고, 그 남자는 뒤를 흘끔 돌아보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호오‥크크크‥. 멋진 장면을 놓쳤군 리오·스나이퍼. 아아, 너무 흥분할 것은 없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인간과는 거리가 먼 녀석들이니까. 임무를 수행하다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이랬으니 이해하길‥크크크크.”

“‥임무? 무슨 소리지?”

“‥꼬마는 알 것 없다. 크크크‥. 자아, 난 그럼 이만. 청소나 좀 해 주시지. 난 가정 일은 좀 싫어하는 편이라‥크크크크크‥.”

바이론은 천천히 다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인상을 가득 쓰고 있던 리오는 사방에 퍼진 피 냄새를 맡아본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동룡족? 어째서 이들이 여기에 나타난거지? ‥음?”

주위를 둘러보던 리오는 옆의 벤치에 바이칼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뜬 후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으로 바이칼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설마, 바이칼이 이렇게 된 것을 동룡족이 알아버렸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일이 커지는데‥. ‥후, 바이론 녀석, 일 하나는 확실하게 처리하는군. 나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을 모두 없앴겠지. 정보가 새는 것 보다는 나을테니까.”

리오는 바이칼을 데려가기 위해 그를 어깨에 들처 맸다. 그때, 바이칼의 몸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주워 올린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풋, 정말 미치겠군. 아무래도 내가 세이아에게 초콜렛 케이크를 받고 수다를 떤 것 때문에 이런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지‥.”

리오는 그 초콜렛 상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마법으로 주위에 널린 시체들을 깨끗이 소거한 뒤에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참 나, 이런 얼굴 팔리는 일을 내가 도맡아서 해야 한단 말이야!!!!”

처음 인터뷰 장면을 찍은 후, 지크는 길길이 뛰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리진은 우습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지크에게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호오‥난 지크에게 팔릴 얼굴이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는걸? 비행기 안에서 혼자 경치 구경하며 애들처럼 소리 지르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나? 작년 초엔 F-1 레이싱 경기장에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갔지 아마? 그리고 또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래놓고 뭐?”

지크의 얼굴에선 곧 자신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지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쳇, 알았다구. 내가 하면 될 거 아니야. 어이, 다음 스케줄은 뭐요 PD.”

지크는 귀를 후비며 PD에게 물었고, PD는 스케줄표를 뒤적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사격 훈련장에서 노아양에게 사격을 가르쳐 주는 장면입니다. 저희들이 먼저 사격장으로 갈테니 늦지 않게 와 주십시오.”

PD는 곧 직원들과 함께 방송 장비를 챙겨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고, 지크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채 케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블래스터로 사격 연습을 하진 않겠지? 그건 보통 사람이 사용하기 힘들텐데‥?”

“‥게다가 보통 여자라면. 구형 ‘콜트 파이슨357’도 다루는 여자가 드문데 70구경 블래스터라면 뒤로 날아가고 남겠지.”

“‥그래, 장난감 총일거야. 헤헤헷‥.”

지크는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밀려오는 불안감 만큼은 그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이윽고, 지크는 대한민국에서 최근 탤런트겸 아이돌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노아’와 함께 사격장 훈련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한두번 나온게 아닌 지크는 어색함 없이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지크는 자신의 블래스터를 뽑은 뒤 노아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BSP에서 사용하는 블래스터는 민간인에겐 절대 공급되지 않는 권총이죠. 관통력이 400미리이기 때문에 전차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특수 권총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반동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쓰려고 해도 쓰지 못하죠.”

“아아, 그렇군요. 그럼, 시범을 좀 보여 주시겠나요?”

노아는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고, 노아의 그런 얼굴을 보던 지크는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타겟을 올리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인형 같군. 억지 웃음이야.’

파앙! 파앙! 파앙! 파앙!

지크는 시범으로 네발을 쏴 보였고, 타겟에 구멍이 하나 뿐인 것을 본 PD는 팔을 휘두르며 일갈을 질렀다.

“컷!!! 이봐요 이봐!! BSP면서 네발중에 한발 밖에 명중을 못한다니 말이 되는 소립니까!!!”

지크는 말 없이 점수 계산 버튼을 눌렀고, 곧 점수판엔 한발당 최고 점수인 100점 이 네번더해진 400이란 점수가 나왔다. 지크는 탄창을 새로 끼우며 PD에게 말했다.

“더이상 떠벌리면 당신 머리를 타겟으로 쓸거야.”

그 순간, 노아를 비롯한 방송국 직원들은 찬 바람을 맞은 사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PD는 다시 큐 사인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앞의 장면을 다시 한 지크는 곧 각본 대로 노아에게 해 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노아는 미리 받아 둔 블래스터를 들고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분명 블래스터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동에 날아가기는 커녕 약간 움찔거릴 뿐이었다.

“아아, 정말 사격은 어렵군요. BSP라는 직업은 초반부터 힘들군요.”

“예,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정말 초보 답지 않게 사격을 잘 하시는군요.”

그 후, 이런 저런 얘기가 지난 뒤 사격장 촬영은 끝났고 방송국 직원들이 장비를 가지고 나가는 동안 지크는 사격장에 잠시 남아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 권총은 블래스터였는데 왜 뒤로 밀려나지 않은 거지? 사격 솜씨는 형편없었지만‥어라?”

지크의 시선은 우연치 않게 바닥에 떨어진 탄피로 향하게 되었고, 지크는 그 탄피를 주워 올린 뒤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38구경 탄피잖아? 쳇, 권총 껍데기만 블래스터였군. 그러면 그렇지‥.”

지크는 손가락으로 탄피를 납작하게 눌러 뒤로 던진 후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뭔가 사기를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온 지크는 노아와 함께 순찰차를 타고 PD가 정해준 구역쪽을 달리기 시작했다. 각본을 봤기에 지크는 어디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 BSP에서 실험용으로 쓰기 위해 살상 능력을 저하시킨 E급 바이오 버그가 어느 순간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노아도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이오 버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본 일이 한번도 없었기에 지크는 이번 일이 상당히 불안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근처에 숨어있는 바이오 버그들이 생물적 ‘집단성’을 발휘해, 죽기 위해 풀어진 바이오 버그들에게 몰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지크와 노아가 대본에 나온 얘기를 마치자 뒷자석에 앉아 있던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껐고, 지크는 미소를 지운 후 옆에 앉은 노아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스타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을 자선기금으로 쓰고, 또 그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일은 오징어 잡이나 80층 건물 위에서 용접하기 보다 훨씬 위험하다는거 알고는 있어요?”

그러자, 노아는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있어선 황당무게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호홋, 설마 그 실험체라는 애들이 위험하기나 하겠어요? 게다가 당신은 BSP중 최강이라면서요. 잘만 하면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구요. 스타를 구해주는 백마탄 기사, 얼마나 멋져요?”

“‥백마탄 기사는 바라지도 않지만, 하여튼 당신들 실수하는거에요. 차라리 본부 내에 ‘버츄어 파크’를 만든 뒤 거기에서 실험체와 싸우는게 훨씬 날걸요? 이런 길가엔 진짜 바이오 버그들이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미안하지만 목숨은 각오 하는게 좋을거에요.”

그러자, 속으로 약간 겁을 먹은 노아는 인상을 버럭 쓰며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보세요! 당신 아무리 실전 경험자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상당히 높다고요! 일에 협조해줄 생각은 않고 저에게 겁만 줄 생각이세요?”

“방송에 방해가 되긴 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 목숨에 협조가 되는 말을 하고 있어요. 하여간,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방송에도 협조는 잘 해 드리죠. 그리고, 진짜 바이오 버그가 나타나면 그 38구경 권총은 버려요. 그 녀석들 앞에선 장난감에 불과하니까.”

지크가 38구경 권총에 대한 말을 하자 뒤의 카메라맨과 노아는 움찔 하며 말문을 닫았다. 어쨌거나, 지크와 노아측 사이의 트러블이 점점 커져가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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