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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11화


“오랜만이군.”

슈렌은 지크의 집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열어준 바이칼에게 그렇게 인사말을 맺었다.

바이칼은 말 없이 소파에 다시 앉았고, 집 안을 가만히 둘러보던 휀은 바이칼의 앞에 바이칼과 비슷하게 생긴 소녀가 서 있자 눈을 살짝 뜨며 중얼거렸다.

“‥닮았군.”

“닥쳐.”

순간, 바이칼은 슈렌을 쏘아보며 그렇게 말했고, 슈렌은 묵묵히 여자 바이칼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슈렌이라 합니다.”

“아, 죄송해요.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바이칼이라 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슈렌에게 인사를 했고, 그녀의 이름을 들은 슈렌은 가만히 바이칼 쪽을 바라보았다. 슈렌의 시선을 의식한 바이칼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고, 슈렌은 소파에 앉으며 바이칼에게 조용히 말했다.

“뉴스를 보는 게 어떤가.”

“….”

곧 채널은 뉴스 전문 채널로 돌려졌고, 곧 집 안에 있는 셋 사이엔 오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것이 둘에게 미안해진 여자 바이칼은 일어서서 부엌으로 가며 바이칼과 슈렌에게 말했다.

“저어, 제가 차를 내 올게요.”

“넌 가져오다가 엎지르잖아.”

“‥죄송해요.”

다시 셋 사이엔 침묵이 흘렀고, 조금 후 퇴근을 한 티베와 마키가 집으로 돌아와 상황은 약간 변하는 듯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이게 누구셔〜슈렌 씨 아니세요!”

“슈렌 씨? 아아‥그 분.”

둘이 들어오자, 슈렌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둘에게 인사를 했다.

“오래간만입니다.”

“‥끝이에요?”

티베는 슈렌의 인사가 짧디짧자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마키는 티베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귓속말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 남자 원래 말수가 적잖아.”

“아 참, 그랬지. 호호호호호홋‥죄송해요. 그건 그렇고, 저녁 식사 하셨나요?”

“아뇨.”

“그러세요? 다행이네요, 저희들이 곧 준비할게요. 호홋‥.”

티베가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하자, 그녀를 보던 마키는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제 정신인가‥? 왠일로 저녁 식사 준비를‥.”

그러나, 조금 후 티베는 부엌에서 나왔고,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슈렌에게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헤헷‥죄송해요. 라면이 다 떨어졌네요.”

“….”

※※※

“담배 좀 그만 피우라구 케빈. 몸에 뭐 좋다고 쉴새 없이 피워대.”

케빈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야간 순찰을 돌던 지크는 운전을 하고 있는 케빈이 계속 담배를 태우자 짜증을 내며 그에게 말했고, 케빈은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푸, 시어머니 났군. 이건 기호 식품이라구. 너도 못 피우는 건 아니잖아.”

“쳇, 누가 굴뚝 아니랄까 봐. 음‥하여튼 오늘은 조용〜하구만.”

“남자끼리 드라이브를 하긴 딱 좋지. 하하하핫‥.”

“징그러운 녀석‥.”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트에 푸욱 눌러 앉았다. 한참 동안 순찰을 계속 하던 둘은 운전을 교대하기 위해 차를 세웠고, 운전대를 잡은 지크는 귀찮았는지 자동 항법장치에 운전을 맡긴 후 편안히 뒤로 몸을 젖혔다. 그러나, 그의 그런 편한 순찰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삐익– 삐익–

“얼래? 본부 호출이네? 네, 순찰 중인 지크입니다.”

「비상 사태입니다! A급 바이오 버그 둘이 본부에 침입했습니다! 현재 지하 3층까지의 방어선이 돌파당했고, 4층 입구를 막은 방어선도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지크와 케빈은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BSP 본부 주위엔 바이오 버그들에게만 통하는 특별한 고주파 사이클의 전자 방어막이 두텁게 쳐져 있어서 본부의 핵심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전자 방어막을 돌파하거나 수십 겹의 장갑판으로 보호가 되어 있는 지하를 공략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간단히 말해 그리 간단히 본부 건물이 바이오 버그들에게 침입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고 있는 지크는 인상을 쓰며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잠깐! 전자 방어막은 반응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그게‥잘 모르겠습니다! 건물 외부의 고주파 방어막엔 아무런 손상도 없었습니다만‥경보는 본부 현관에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특별한 경로로 둘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쳇, 알았소! 우리도 즉시 갈 테니 다른 대원들에게도 연락을 해 주시오! 이만!”

지크는 통신을 끊자마자 운전을 수동으로 돌린 후 즉시 본부를 향해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케빈은 안전벨트를 맨 후 자신의 권총 ‘하데스 웨폰’ 안에 든 탄환을 점검하며 지크에게 말했다.

“‥A급은 오래간만이지? 오늘은 야간 축제가 화려하겠군.”

“그러게나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어떻게 본부 현관에 침투를 한 거지? 본부 주위에 둘러진 전자 방어막은 두께가 1Km에 가까운데‥? 우비라도 입은 건가?”

“‥아니면 바이오 버그가 아니던가.”

“‥?”

케빈은 그냥 빈 말로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지크는 문득 그것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바이오 버그 경보기는 바이오 버그를 제외한, 지구상에 등록된 모든 생물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주파수를 감지하여 바이오 버그의 유무를 확인한다. 바꿔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생물인 용족도 그 감지기엔 바이오 버그로서 감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지?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고 해도 침입을 할 정도의 생물은 잘 모르는데‥?”

“음? 무슨 소리야?”

“아, 아니야. 하하하‥.”

※※※

“후우‥그렇게나 인정받고 싶은가요?”

여성 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타이트한 가죽 스커트와 재킷을 입고 있는 붉은 장발의 미녀는 자신의 앞에 서서 노트북의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존·루이션 박사의 어깨에 팔을 기대며 물었고, 존 박사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팀워크와 능률성을 자랑하는 이 나라 BSP 본부의 핵심부를 이들이 장악한다면 다른 BSP 지부장들과 BSP 간부들이 내 아이들과 제 능력을 충분히 인정할 것입니다. 후후‥대한민국 지부장님은 너무 완고하셔서요‥. 이렇게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겠죠.”

존 박사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갸름한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좋군요. 4층의 방어선까지 아이들이 돌파했습니다. 후후후‥이 정도가 되면 정식 멤버 분들이 오실 때가 되었는데요‥. 그건 그렇고, 당신은 절 오늘 아침에 만났으면서 이런 일에 협조를 해 주시는 이유가 무엇이죠?”

존 박사는 자신의 얇은 눈으로 옆에 서 있는 그 큰 키의 여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존 박사의 턱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후훗‥재미있어 보여서요.”

“‥그렇습니까. 좋군요‥.”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존 박사의 느낌은 절대 좋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 자신을 ‘아란·슈왈츠’라 밝히고 자신을 계속 도와주고 있는 그녀로부터 풍기는 느낌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일은 자신이 혼자 해도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기에 존 박사는 그녀를 그다지 신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BSP 본부는 저녁 아홉 시 이후로 민간인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그때, 존 박사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흠칫 놀라며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큰 키에 적갈색 머리를 묶어 내린 여성–린 챠오가 블래스터를 들고 자신과 옆에 있는 아란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런, 큰일이군요. 설마 BSP 여러분들이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하 주차장이라면 발견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일은 여기까지‥.”

“호오‥그 유명한 BSP? 후훗‥지크·스나이퍼라는 사람이 당신 동료인가요?”

그때, 아란은 존 박사의 말을 무시하고 챠오의 앞으로 다가갔고, 챠오는 그 여성에게서 풍겨오는 이상한 느낌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시죠?”

챠오의 물음에, 아란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입으로 살짝 깨문 후 차갑게 대답했다.

“‥알 것 없어.”

퍼억–!!!

순간, 챠오조차 희미하게 볼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킥이 챠오의 가슴팍에 날아들었고, 챠오는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해 팔로 그녀의 킥을 막을 수 있었다.

“–!!”

그러나,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챠오는 뒤로 주욱 밀려 나갔고, 겨우 중심을 잡은 챠오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은 뒤 전투 자세를 취했다.

파직–

순간, 그녀가 팔에 대고 있던 세라믹제의 방어구가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고, 블래스터의 탄환도 튕겨낼 수 있는 팔 방어구가 그렇게 깨진 것을 본 챠오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맨주먹이나 발로 이 방어구를 깬 사람은 자신과 지크 외엔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어머? 막았군요‥세상에나. 후훗‥괜찮아요. 지크라는 사람을 기다릴 때까지 지루하진 않을 것 같군요. 당신은 생각보다 좋은 장난감이 될 것 같으니까‥후후후훗.”

※※※

“예? 예‥예‥알았어요! 지금 출발할게요!”

본부로부터의 긴급 호출을 받은 티베는 옆에 앉은 마키의 어깨를 툭 쳤고, 마키와 티베는 저녁을 만들고 있는 레니에게 인사를 한 뒤 급히 집을 빠져나갔다. 그 둘의 모습을 보던 바이칼은 다시 TV에 눈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칠칠치 못하군. 단 두 마리에게 속수무책으로 침입당하다니. 역시 인간이란‥.”

“그 두 마리완 상관 없어.”

“‥?”

갑작스런 슈렌의 말에 바이칼은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슈렌은 어딜 가려는지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향하며 방금 전 집에 돌아온 리오에게 말했다.

“같이 가지. 지크로도 모자라니까.”

“‥지크 이상의 적이라고?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는 말인가?”

리오는 안색을 바꾸며 슈렌에게 물었고,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미끼에 불과해. ‥가면서 설명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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