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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16화


“‥!”

리진은 갑자기 자신의 시야가 검게 변하자 곧바로 마음을 비웠다.

‘아, 이게 죽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손과 발에 감각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자 움찔하며 입을 열어 보았다.

“누, 누구야!”

“음? 아, 이런 이런‥. 잘못 감쌌나 보군요.”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리진의 시야는 다시 밝아졌고, 그녀의 시야엔 이상하게 변한 생체 병기의 모습이 다시 들어왔다. 리진은 으악 소리를 지르며 블래스터를 다시 빼 들었으나, 그녀의 눈 앞에 보라색 검이 왔다 갔다 거리자 다시금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리, 리오 씨!?”

리진의 외침에, 리오는 빙긋 웃으며 왼손가락을 움직여 인사를 했고 다시 정색을 한 후 생체 병기에게 천천히 다가서며 뒤에 멍하니 서 있는 케빈을 향해 말했다.

“죄송하지만 리진 양을 잠시 부탁합니다.”

“음? 아, 알았소.”

케빈은 약간 당황한 기색을 비추며 아직도 흔들거리는 리진을 데리고 뒤로 멀찌감치 떨어졌고, 기의 반탄력으로 생체 병기의 물리 공격과 체액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리오는 상황이 좋아지자 디바이너를 바로 잡으며 생체 병기를 바라보았다.

‘‥노트북의 제어가 풀려 폭주 현상을 일으킨 모양이군. 몸의 수분이 증가해서 총탄들은 어림도 없었겠어. 박혀도 부풀어 버린 피부의 중간 정도에서 정지하겠지. 지크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하는 수 없군.’

리오는 디바이너를 수평으로 든 뒤, 자신의 손에 마력을 집중했고 그의 손등엔 작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마법검, ‘화이어’‥!”

곧, 마법진에선 그리 크지 않은 화염이 솟아 올랐고 솟아오른 화염은 재빨리 디바이너를 감쌌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케빈의 입에선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가 툭 떨어졌고, 리진 역시 리오가 마법검을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 보기 때문에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검을 거꾸로 잡은 뒤 자신의 기를 풀었고, 리오의 기에 막혀 공격을 하지 못하던 생체 병기는 괴성을 지르며 리오를 덮치려 했다. 그러나, 리오는 차분히 자신의 검을 복도 바닥에 강하게 꽂으며 중얼거렸다.

“잘 가라. 지뢰 자르기‥!”

순간, 리오의 검으로부터 전해진 날카로운 충격파는 화염을 머금은 채 생체 병기를 향해 뻗어 나갔고, 바닥에 다리를 붙이고 있던 생체 병기는 그 충격파에 의해 몸이 몇 조각으로 잘린 뒤 불덩이로 변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매우 간단하게 생체 병기를 처리한 리오는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디바이너를 거두었고, 케빈과 리진이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자아, 침입한 괴 생물체는 둘이라고 했죠? 반대편은 슈렌이나 지크가 처리했을 테니‥음?”

리오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케빈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리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저어‥저도 좀 움직이기 힘들거든요? 하핫‥.”

“‥예, 예.”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뒤 케빈을 왼쪽 어깨에 짊어졌고, 리진을 오른쪽에 부축한 뒤 리진의 부탁에 따라 의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리진! 케빈! 사이키! 모두 무사한‥건가?”

마침 리진과 케빈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던 헤이그는 리오가 케빈과 리진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본 직후 그 자리에 멈추었고, 리진은 힘없이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헤헤‥사이키는 중간에 있던 부상자들을 데리고 의무실로 갔어요 선배님. 그리고 저희들이 맡았던 침입자도 제거했고요. 물론 저희가 한 건 아니지만요. 에구‥.”

“‥그,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당신은 누구시오?”

헤이그는 정색을 하며 리오에게 정체를 물었고, 상황이 곤란하게 되어 버린 리오는 결국 씁쓸히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우선 이 두 분을 의무실에 데려다 드린 뒤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내를 좀 부탁해도 괜찮겠습니까.”

“‥알았소. 날 따라오시오.”

※※※

“아, 헤이그 선배님! 리진! ‥리오 씨? 아니, 케빈 선배는 어떻게 되신 거죠?”

헤이그를 따라 제 8 의무실로 들어선 리오는 환자들을 돌보던 사이키가 그렇게 말하자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분은 잠시 의식을 잃으신 모양입니다. 몸엔 이상이 없으시죠. 프시‥아니, 사이키 님, 리진 양을 좀 부탁드립니다.”

“아, 예. 리진, 이쪽으로 올 수 있어?”

“으, 으응‥.”

사이키는 리진을 부축한 뒤 빈 침대에 데려다주었고, 그 사이 리오는 케빈을 마지막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 병동엔 마침 지크와 챠오도 있어서 리오는 그리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지크는 리오가 케빈을 침대에 눕히자마자 손을 흔들어 주었고, 지크의 침대 쪽으로 간 리오는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치며 물었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설마 슈렌 혼자 처리하러 간 것은 아니겠지?”

“몰라, 슈렌 녀석이 날 여기다 눕힌 다음 자기가 간다고 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너 괜찮은 거야? 우리 본부 내에서 함부로 나다닐 신분은 아닌 것 같은데‥?”

리오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그는 곧 옆 침대에 누워있는 챠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챠오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리오에게 인사를 하려 했다.

“아, 안녕하세요 리오 씨‥아앗‥!!”

전신에 가깝게 충격을 입은 상태인 챠오는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고, 리오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런, 인사는 대충 하셔도 상관 없어요. 그건 그렇고 괜찮아요? 상당히 아프신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크는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얼씨구, 아깐 침대 위에서도 표정 하나 안 바꾸더니 ‘님’이 오시니 확 달라지네? 하여튼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니까. 젠장‥.’

그러는 동안, 리오는 챠오가 침대에 누웠는데도 머리를 묶고 있자 그녀의 상체를 팔로 안아 일으켰고, 챠오는 흠칫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고정시킨 밴드를 손수 풀어주었고, 챠오가 머리를 푼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동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리오와 챠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다시 챠오를 눕혀 준 뒤 모포를 덮어주며 말했다.

“최대한 편하게 계세요. BSP라 하더라도 지금은 환자니까요.”

“아, 예‥.”

‘‥왠지 부러운 이유는 뭐지‥.’

고개만 겨우 돌려 그 광경을 보던 리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리오를 뚱한 표정으로 쏘아보았고, 이유를 모르는 리오는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리오는 곧 헤이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완전 바람둥이처럼 보이네? 여자들한테 이 정도로 신경 쓰는 녀석은 아니었는데‥. 거 참‥. 현대 세계라서 반응이 다른 건가?’

“‥당신은 도대체 어디 소속이며, 직업이 무엇이오? 예전에 놀이동산에서 닌자들 수십 명을 눕힌 것이나 오늘 A급 생체 병기를 잡을 정도로 강한 것을 보면 BSP는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리진이나 챠오, 지크도 알고 있으니‥. 하여튼 확실히 대답해 주시길 바라오.”

리오는 묵묵히 헤이그의 질문을 듣고 있었다. 사실 어떻게 대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신’이라고 해 봤자 극소수의 신을, 그것도 신들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거의 가지고 살지 않는 이 세계의 사람에게 자신이 주신 휘하의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설명하자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들에게 확신을 가지게 하기도 어려웠다. 리오는 결국 눈을 지그시 감으며 헤이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기적’이라는 단어를 믿고 있습니까.”

“‥?”

헤이그는 무슨 소리인지 얼른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리진이나 챠오, 사이키, 그리고 지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리오는 다시 눈을 떴고, 헤이그는 리오의 표정이 진지하기만 하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긴 하오. 2년 전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지만, 지크의 말도 안 되는 강함이나 사이키, 티베의 마법,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드래군’의 경우를 접하며 믿기 시작했소.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 이상의 아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이오. 그런데‥당신의 말에 담긴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오?”

헤이그의 그런 반응을 본 리오는 그런대로 다행이다 생각을 하며 결국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전 이 세계에 알려진 신들의 신‥최상위 신이신 주신의 명을 받고 이 세계에 온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천사나 악마와 비슷한 개념이긴 해도 그들과는 다른 임무를 받고 활동을 하고 있지요. 말씀하셨던 ‘드래군’도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 보셨을지 모르지만 붉은 창을 든 푸른 장발의 남자도 저와 같은 가즈 나이트입니다.”

헤이그의 눈은 커질 대로 커졌다. 반신반의하고 있던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이유지만, 그 신으로부터 임무를 받고 활동하는 남자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의 사자‥? 하지만 어째서 당신들이 이 세계에‥?”

“‥이유는 확실히 말씀을 못 드립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알아 주십시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말씀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헤이그는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힘없이 미소를 지었고 리오에게 자신의 기계 손을 내밀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소. 그럼, 어디 악수나 해 봅시다. 이것도 영광인 것 같으니. 하하핫‥.”

“‥감사합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헤이그와 악수를 나누었고 헤이그가 리오에 대한 일을 잘 이해해 준 것을 본 리진과 챠오, 프시케는 옅은 미소를 띄웠다.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머리를 긁적일 따름이었다.

‘‥정신은 아직 제대로 박혀 있네. 괜히 걱정했군, 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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