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41화
데스 발키리들과 함께 드래고니스로 돌아온 지크는 바이칼, 슈렌과 함께 메인 브릿지 안에 있는 리오에게 찾아갔고, 일본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지크에게 들은 리오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바이론‥이라. 뭐, 이유는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네가 돌아오기 전에 동룡족에서 이쪽에게 선전포고를 했어. 이제 마음놓고 싸울 수 있지. 기동 함대와 다른 용왕들의 지원 함대가 오기 전까진 우선 방어에만 치중하기로 했지만, 그들이 오면 본격적으로 반격 작전을 감행할거야. 아, 그리고 지크, 네 BSP 동료들을 이곳으로 불러올 수 있어? 동룡족과 서룡족 양측이 총 전력을 집결한다면 숫적으로 이쪽이 약간 불리하기 때문에 BSP를 이용한 특수 부대를 또 하나 만들고 싶다고 장로님께서 말씀하시더군.”
그러자, 리오의 말을 오해한 지크는 순간 발끈하며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라!? 감히 내 동료들을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소리야!!! 아무리 BSP라고 해도 보통 인간인데 어떻게 용들하고 싸움을 붙이겠다는거야!!!!”
“‥맨몸으로 덤비게 한다면 내가 먼저 거절했을거야. 잘 들어. 지금 한국이 동룡족과 바이오 버그, 그리고 기계 병기들에게 어떻게 대항하는지 알고 있어?”
“난 신문 안 봐.”
지크는 팔짱을 끼며 단호히 대답했고, 리오는 한심하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덮은 뒤 지크에게 얘기를 해 주었다.
“‥인간형의 대형 기동 병기를 사용하고 있어. 자아, 모니터를 봐.”
지크와 슈렌은 약간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리오의 말에 따라 모니터를 주시했다. 조금 후, 모니터엔 인간형의 2족 보행 기동 병기의 모습이 떠올랐고 리오는 다시금 설명을 시작했다.
“슈렌도 알긴 할거야. 드래고니스가 나타날 때 우리가 상대했던 가변형 전차에 대해 말이야. 화면에 비춰진 기동 병기들은 그것들에 비해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지만 우리가 작년에 상대했던 제네럴 블릭의 BX 시리즈 병기들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해. 물론 인간이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일럿의 능력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긴 하겠지만 말이야. 모델 번호 KM-38, 정식 명칭은
‘태미루’
다.”
“‥그, 그런‥!!!!”
리오의 말이 끝난 순간, 지크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주먹을 부르르 떨었고, 그의 그런 과잉 반응에 리오는 약간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음? 왜 그래 지크?”
“‥타고 싶어‥!!”
지크의 짧은 대답을 들은 바이칼은 한숨을 폭 쉬며 드래고니스 내부의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에 시선을 돌렸다. 지크에게 시선을 둔 채 잠시 굳어져 있던 리오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계속 말했다.
“‥후우, 우린 탈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렇고 저 기동 병기에도 문제가 있어. 용의 모습으로 변한 동룡족에겐 상대가 안된다는 것이지. 출력이나 장갑, 무장, 그 모든 것이 밀려. 그리고 인간형의 장군들에게도 밀릴 게 뻔해. 그래서‥.”
그때, 문이 열리며 약간 피곤한 표정의 장로가 들어왔고, 장로는 지크가 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반가워하며 그에게 다가가 말하기 시작했다.
“오오, 지크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BSP 동료분들을 드래고니스에 초청‥.”
“아아, 장로님. 얘기하던 중이었습니다.
‘WDM’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리오는 웃으며 장로에게 말했고, 장로는 리오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지은 뒤 지크와 다른 모두에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간형 기동 병기를 바탕으로, 서룡족의 과학 기술력을 동원해 WDM 시리즈의 기동 병기를 제작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BSP 전용의 기체들이죠. 만약 성공하기만 한다면 BSP 분들도 구경만 하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호오‥?”
지크는 관심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BSP 분들은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즉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염동 능력‥사이코키네시스라 불리는 능력과 보통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운동 능력, 그리고 엄청난 동체 시력‥. 표준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태미루’
를 BSP 분들의 그런 능력에 걸맞게, 그리고 동룡족들이 용의 형태로 변했을 때에도 문제없이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지크님의 동료분들에게 맞는 기체들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본 뒤, 모든 BSP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짜 보았습니다. 우선 지크님께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만‥.”
순간, 지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장로의 주름진 손을 덥석 잡았고, 목이 메여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크를 대신해 리오가 대답을 해 주었다.
“‥왜 이제야 말씀하시냐고 하는군요‥.”
“아, 아아‥. 감사합니다 지크님. 그럼, 곧바로 그분들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
드래고니스의 WDM팀이 계획하고 있는 기체의 종류는 모두 여섯 가지였다. 우선 표준형. 기동성과 장갑 등이 적절히 조정된 기체이자 다른 특수 기체들의 표본이다. 두 번째로 사격 중시형. 이것은 지크의 동료인 케빈의 자문을 구하고 그의 능력을 100%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원거리 사격 능력 중시형의 기체였다. 세 번째로 격투 중시형. 무기의 화력은 표준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기동성의 포인트가 다른 어떤 형태보다 높은 기체였다. 물론 장갑도 표준형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 기체는 당연히 챠오와 마키에 맞춰진 것이었다. 네 번째로 화력 중시형. 무기 화력, 적재 능력과 장갑이 다른 어떠한 기체보다 월등한 기체로서, 헤이그의 능력에 맞춰져 있었다. 다섯 번째로 사이킥커 전용 기체. 다른 모든 것은 표준형에 가까웠으나 하리진의 능력인 사이코키네시스 파워의 특별한 제어기와 변환기가 탑재되어 있는 기체였다. 마지막으로 마법 사용자 전용 기체. 이것은 단 두 대만 생산하면 되는 기체였다. BSP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대원은 사이키와 티베, 두 명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기체는 역시 표준형에 가까운 기체에 마법력 증폭기를 탑재한 기체였다.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드래고니스의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는 파워 제너레이터로는 가즈 나이트들의 정신 능력과 운동 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기에 그 의견은 가볍게 취소가 되었다.
각 특수 기체들은 서로의 개발 형태가 약간씩 달랐다. 사격 중시형은 표준형과 같이 핸들 두 개와 엑셀러레이터 두 개만으로 운전이 가능했으나, 격투형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네 개의 운전 장치로는 절대
‘무술’
의 운동 방식을 따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격투형에 채택된 것은 MDS, 즉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Motion Drive System)이라 불리는 새로운 운전 방식이었다. 사격 중시형이라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케빈의 사격 능력을 100% 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시각과 기체의 외부 카메라가 완벽한 매치업을 이루게 해야만 했다. 결국 카메라를 케빈의 안구 구조와 비슷하게 만드는 수밖엔 없었기 때문에 케빈은 개발 기간 동안 하루에도 몇 시간 동안 드래고니스의 개발실에 특별히 마련된 안과에서 살아야만 했다는 일설도 있었다. 그리고 사이킥커 전용 기체의 경우
‘전용 기체’
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특별한 무기와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개발진들은 짜증을 잘 내기로 유명한 리진과 여러 차례 입씨름을 해야 했다는 일설이 있었다.
화력 중시형의 경우, 탑재한 무기와 두꺼운 장갑판의 무게 때문에 처음 만들어진 시험기가 걷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 버려 그 기체의 개발진은 계획이 끝날 때까지 다른 개발진들에게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가장 개발하기 쉽고 개발 기간이 짧았던 기체는 바로 마법 사용자 전용 기체였다. 마력 증폭기의 경우 드래고니스에서 옛날부터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다른 기타 장비들도 표준형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BSP들의 자문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개발 기간이 의외로 길어진 것은 기체의 도장, 즉 컬러링 때문이었다. 개발진들이
‘산뜻하게 파란색으로 하자’
라고 말했을 때 사이키는 별 이의가 없었지만 티베는 그렇지가 않았다.
‘붉은색이 아니면 타지 않겠다. 단색도 물론 마찬가지’
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결국 만들어진 단 두 대의 기체는 겉모습은 같았으나 컬러링이 판이하게 달라야만 했다.
한참 개발 계획이 끝날 무렵, 지크에 의해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의 의견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아니 거의 전 개발진들이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는 무리라고 했지만 지크가 우격다짐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도는 해 보기로 계획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새로운 운동 장치와 파워 제너레이터가 나오지 않는 한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는 오히려 탑승한 가즈 나이트들에게 방해가 될 뿐이었다. 게다가 다시금 계획이 취소된 결정적 이유는 지크의 주문 중
‘변신 로봇’
이라는 항목이 들어있었던 탓이었다.
어쨌거나 개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
드래고니스 안에서 WDM 계획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가즈 나이트들을 비롯한 수뇌부에선 국지전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서룡족과 동룡족의 전쟁 계획을 한창 짜고 있었다. 제일 문제시 되는 부분은 바로 바이오 버그와 기동 병기들에 의한 지상전이었다. 상대방의 지상 전력이 상상외로 강했기 때문에 결국 난 결론은 WDM 계획이 마무리될 시기까지 가즈 나이트들을 주축으로 한 전룡단 일부가 지상을 맡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간과 서룡족, 그리고 바이오 버그와 동룡족의 전쟁은 서서히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