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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4화


“1차, 강 지형 테스트 개시!”

개시 신호가 떨어진 순간, 두 웨드는 등과 다리에 장착된 부스터를 최대로 가동하며 예전과 같이 달리지 않고 지면 위에 몸을 살짝 띄운 채 고속으로 테스트 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지크는 인상을 살짝 쓴 채 옆에 앉은 리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생각이 똑같다니까. 좀 다른 걸 가르쳐 보지.”

“그 상황에선 저것 말고는 가르쳐 줄 것이 없었잖아. 너나, 나나.”

리오는 웃으며 화면을 계속 지켜볼 따름이었다. 지크는 할 말을 잃은 듯 어깨를 으쓱인 뒤 역시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바이칼이 책자 하나를 들고 고심하고 있는 모습에 궁금함이 들어 바이칼이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을 살짝 훔쳐 보았다.

「별점으로 사람을 찾아보세요♡」

“‥헉.”

지크는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짧은 소리를 내고 말았고, 그것을 들은 바이칼은 살짝 인상을 쓴 채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시비인가.”

가만히 바이칼을 바라보고 있던 지크는 결국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고, 진지한 얼굴로 그의 앞에 다가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으며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너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세상이 우릴 용서치 않을 거야.”

“‥!!!!!!”

순간, 바이칼은 울컥하며 들고 있던 책을 지크에게 집어 던지려 했으나, 때맞춰 리오가 바이칼의 머리를 손으로 부비며 타이르듯 말했다.

“나중에 하고 화면이나 좀 봐. 제왕으로서 참을 건 참아야지.”

“‥으윽‥!”

바이칼은 결국 감정을 꾹 누르며 화면을 주시했고,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한편, 일주일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BX-F를 격파한 둘은 마지막 한 대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펼치기까지 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BX-F는 간발의 차이로 챠오가 격파했고, 마키는 아쉽다는 듯 어금니를 깨물며 다음 테스트 장소로 방향을 돌렸다.

“강물 지형 테스트 종료! 1차 테스트에선 TDS가 3대 4로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오퍼레이터의 종료 메시지가 들려온 순간, TDS 스텝들은 일주일 전과 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덤블링까지 하며 좋아하는 그들을 보고 지크는 힘없이 바이칼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일주일 동안 저것만 연습했나 봐. ‥그 책 제발 좀 덮어줘!”

“‥흥.”

바이칼은 조용히 지크의 말을 무시할 뿐이었다.

두 번째, 평지형 테스트도 일주일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 테스트는 역시 간발의 차이로 마키가 마지막 BX-F를 처리해 2차 지형의 승리는 MDS 스텝이 거머쥐게 되었다.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리오는 인상을 살짝 쓴 채 중얼거렸다.

“‥저 탬버린은 어디서 들고 왔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데‥. 저 두 팀.”

지크는 왠지 불안해진 듯 손으로 턱을 괴며 그렇게 말했다.

휴식 시간 후, 드디어 문제가 되었던 사막 지형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챠오와 마키의 웨드가 도착했을 땐 예전과 마찬가지로 BX-F들은 모래 안에 숨어있었고, 그녀들은 모래 안의 BX-F들을 어떻게 찾을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모래 위에 웨드의 발을 대고 걷기 시작했고, 그걸 노렸다는 듯 BX-F들은 한꺼번에 모래를 뚫고 솟아 올라 두 대의 웨드를 덮치기 시작했다. 순간, 그 두 대의 웨드는 공중으로 솟아 오르며 두 대의 BX-F를 격추시켰고, 목표물이 갑자기 고속 이동을 하기 시작하자 BX-F들은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모래 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대의 웨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숨어들기 직전의 BX-F 두 대를 격파했고, 마지막 남은 BX-F가 숨어든 곳을 향해 엔진을 풀 가동시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때, 약간 앞서가던 챠오의 웨드가 뒤쪽에 있는 마키를 향해 손으로 신호를 보냈고, 그것을 본 마키의 웨드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면 위에서 약간 떠서 호버 이동을 하던 챠오의 웨드는 다시 다리를 모래 위에 붙였다. 챠오의 웨드에 장치된 감각 센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모래 밑에서 BX-F가 움직이는 것이 다리를 통해 느껴졌다. 지면의 진동을 통해 BX-F의 이동을 완전히 포착한 챠오의 웨드는 일순간 고속으로 몸을 움직였고, 모래 바닥을 향해 주먹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 일대에 일시적인 대폭발이 일어났고 모래 속을 이동하던 BX-F는 폭발의 충격 때문에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가고 말았다. 공중으로 약간 솟아 올라 다시 떨어지는 BX-F를 향해 대시한 챠오는 BX-F를 높이 차 올렸다.

“이겼다!!!!”

그 장면을 본 TDS 스텝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흥분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챠오가 BX-F를 차 올리는 것과 동시에 공중으로 솟아 오른 마키가 양 주먹을 모아 올라오는 BX-F를 재차 지면으로 강하게 쳐 내렸고, 마치 공을 받듯 지면에 있던 챠오가 돌려차기로 다시 떨어져 내리는 BX-F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

화면을 보며 한참 평가를 하던 장로는 그 순간 몸을 움찔하며 미소를 지었고, TDSMDS 스텝들은 말을 잊은 채 폭발해서 사라지는 BX-F와 모래 위에 서 있는 검은색, 적색 두 대의 웨드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아, 아니‥우린 저런 훈련을 한 일이 없는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도 저런 건‥.”

결국, 결과는 무승부로 처리되었고 두 스텝들도 결과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지 이번엔 아무런 세리머니도 연출하지 않았다. 한편, 아까의 상황을 보았던 지크는 약간 의아한 눈으로 계속 화면을 지켜보며 리오에게 물었다.

“‥둘이 저렇게 죽이 잘 맞았나? 맨날 흥흥 거리며 식사도 같이 안 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쇼를 하네‥?”

“‥’라이벌’이니까, 언제나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을 거야. 연습도 안 한 상태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저 두 콤비는 실전에 들어간다면 우리 가즈 나이트 이상의 악명을 떨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이윽고, 그날의 마지막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숲 지형에, 그 안에 있는 목표물은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키고 있는 정상 상태의 BX-F였다. 지금까지 테스트에 투입된 기능 저하형 BX-F가 아닌 실전형이었다. 잉크탄을 쓴다는 걸 제외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대였기에 챠오와 마키는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에 들어가기 직전, 챠오의 시야에 통신 화면이 떴고 거기서 얼굴을 내민 리오는 빙긋 웃으며 챠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웨드를 기계가 아닌 몸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십시오. 웨드로서 느끼고, 웨드로서 행동하시길. 그러면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킨 BX-F라 해도 문제없이 처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예.”

한편, 마키 역시 지크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떫은 얼굴로 화면에 나타난 지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마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감각 기관과 기체의 싱크로가 얼마나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잘 해봐. 우리들의 일주일을 헛되게 하지 말고 말이야. 뭐, 그렇다고 해서 부담 가질 건 없어. 어차피 테스트 횟수는 몇 번 더 남아 있으니까. 알았지? 무리하지 마.”

“‥음.”

잠시 후, 둘은 마지막 테스트 지형인 인조 숲으로 들어갔다. 인조 숲이라고는 했지만 나무를 그대로 옮겨 심고 이끼까지도 재현을 해 놨기 때문에 거의 숲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파괴될 숲에 그런 정성까지 들일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의견 때문에 테스트용 숲은 거의 완벽했다.

사방 1Km의 숲. 안은 고요했다. 생물체라고는 식물뿐이었다. 마키와 챠오는 서로의 거리를 약간 좁힌 채 숲 안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묘한 적막감이 느껴졌다. 상대가 생물이라면 모를까, 기계이기 때문에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레이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선 정상 상태의 BX-F는 둘에겐 최대의 적일 수 있었다.

그때, 통신 화면이 갑자기 둘의 눈 앞에 떠올랐고 장로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머금은 채 둘에게 부드러운 노년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지금 전달하는 것이지만, 여러분이 숲 지형 테스트에서 만날 BX-F엔 잉크탄이 아닌, 실탄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

마키와 챠오의 긴장한 얼굴과는 달리, 장로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장로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계속 말했다.

“실전이라 생각하시고, 주의를 기울여 테스트에 임해 주십‥.”

순간, 화면엔 장로에게 지크가 번개같이 몸을 날리는 모습이 비춰졌고, 지크는 흥분한 얼굴로 장로의 옷자락을 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할아버지 노망이 든 게 분명해!!! 그러다가 동력부에 맞아서 웨드가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겠다는 거예요!!!!!!”

“아, 지크님‥. 그, 그건‥.”

“잠깐 지크.”

그때, 화면이 또 하나 열리며 리오의 얼굴이 나타났고, 화면 안의 리오는 지크에게 시선을 둔 채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장로께서 이런 실전 난이도를 챠오양과 마키양에게 주시는 이유는, 이미 두 분께 합격 점수가 내려졌다는 증거입니다. 장로께선 여러분의 최대 능력을 알아보고 싶어 하시는 것이죠. 과연, 이런 실전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테스트를 넘기셔도 좋고, 협력을 한다 해도 무방합니다. 각자의 기체 성능과 조종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사고가 난다 해도 걱정하지 마시길. 저와 지크가 괜히 여기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예.”

마키와 챠오는 동시에 대답했고, 곧 지크는 리오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은 후 밖으로 끌고 나가며 통신이 끝날 때까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서 나가자구!! 저 애들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아, 알았다고‥.”

곧 통신은 꺼졌고, 묵묵히 있던 챠오와 마키는 이윽고 서로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곧, 둘은 거의 동시에 통신을 켰고 챠오가 먼저 마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하는 거야.”

“좋아.”

둘의 웨드는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쳤고, 기계의 마찰음과 동시에 둘의 웨드는 빠른 속도로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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