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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6화


1장 <우리들의 여신을 위해>

“오늘부터 리오·스나이퍼님을 보좌할 릭·발레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룡족, 바이오 버그 연합군과 처음으로 전투를 벌이게 될 ‘시베리아’로 향하기 전, 리오는 한 명의 보좌관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전룡단 제 1 단장이며, 전룡단 단장 중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 ‘릭·발레트’였다. 리오는 속으로 보좌관은 그리 필요 없다 생각을 했지만, 사실 단독 전투가 특기인 가즈 나이트들에겐 보좌관이 반드시 필요했다. 가즈 나이트들이 단독으로 전투를 할 때 보좌관들이 휘하의 군대를 이끌어야만 했다. 리오는 릭과 악수를 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몇백 년 전엔 검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였던 자네가 이렇게 잘 성장할 줄은 몰랐군.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망토 자락을 붙잡던 게 어제 같은데…어쨌든, 나도 잘 부탁하네 릭.”

“예! 감사합니다 리오님!”

사실, 릭에게 리오라는 인물은 어렸을 때부터의 우상이었다. 검을 좋아하고, 검술을 익히기 위해 전룡단 단장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용족전쟁이란 말이 붙지 못할 정도의 국지전 전쟁터로 가게 되었고, 최후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망원경으로 전방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그는 동룡족 진형의 어떤 부분에서 피가 분수같이 뿜어져 오르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되었고 어린 릭은 깜짝 놀라며 그 상황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의 아버지는 릭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해 주었다.

“…위대하신 우리 용제님의 친구분인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님이시란다. 우리완 차원이 다른 분이라 저렇게 강하시지.”

잠시 후, 몸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얼굴의 피를 닦으며 릭과 그의 아버지가 있는 막사로 들어왔고 그것이 바로 릭과 리오의 첫 만남이었다. 어린 릭에게 비친 리오의 첫 인상은 정말 무서운 것이었지만, 그 이후 리오의 그 모습은 릭의 우상이 되었다.

옛날 일을 회상하며 작전 회의실을 빠져나가던 릭은, 막 들어오던 지크와 그만 부딪히고 말았고 릭은 크게 흔들리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그의 품에서 무엇인가가 살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지크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릭을 일으켜준 뒤 릭에게서 떨어진 그것을 집으며 릭에게 건네주었다.

“에구, 미안해 친구. 어제 잠을 좀 늦게 자는 바람에…. 근데 이게 뭐야?”

“예…앗!!! 그것은!!!!”

릭은 지크가 그것을 뒤로 돌려보려 하자 깜짝 놀라며 손을 뻗었으나, 지크는 재빨리 그것을 가로챈 다음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돌려 보았다.

“헤에~애인 사진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어디 얼마나 예쁜가 한번 볼…허억…!!”

순간, 지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을 멈추고 말았고 릭의 얼굴은 순간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말았다. 지크의 반응에 궁금증을 느낀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가 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고, 그 역시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릭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어디서 구했나?”

“그, 그건…그러니까….”

릭이 가진 사진 안엔 자신의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세이아의 모습이 있었다. 리오는 명암도 좋고, 각도도 좋고, 상당히 자연스러운 사진이어서 소장할만하다 생각하며 다른 전룡단 단장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역시 약간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에게 엄숙히 말했다.

“…자네들도 가진 거 보여봐.”

그들이 가진 사진은 각양각색이었다. 대부분이 세이아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몇몇 단장들은 챠오와 마키, 티베, 심지어는 시에의 사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전룡단 단장들은 각자의 자신을 지크에게 돌려받은 뒤 멀쓱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갔고, 회의실에 남은 지크는 리오, 바이칼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런 언니 부대를 데리고 전투를 하자는 건 좀…. 웨드가 실용화 되기 전까지 정신 교육 좀 시키라구 바이칼.”

“…흥.”

사실, 지크 등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상에서 올라온 여성 손님들의 사진은 꽤 잘나가는 품목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것이 세이아의 사진이었는데, 그만큼 세이아도 우상 중 하나였다.

“…흠…. 모르겠군….”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선착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아아, 좋아. 그럼 내가 이쪽에서 선제 공격을 가하도록 하지. 좀 추운 지형이긴 하지만 자네들이라면 전투하는 데 어렵진 않을 거야. 그럼, 모두 열심히 해 주게나.”

함선 안에서의 전투 회의가 끝난 후, 리오는 곧 일어서기 위해 몸에 힘을 넣었으나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서룡족들의 구호가 있었다.

“자, 우리들의 여신을 위하여!!!”

“위하여!!!! 우오오오오오오–!!!!!!”

“….”

그렇게 구호를 한 뒤 힘차게 뛰어나가는 전룡단 단장 릭과 휘하 부대장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오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크 말 그대로군. 저 언니 부대들을 어떻게 이끌지…?”

한편, 지상에서 동룡족과 싸우던 러시아 정규군은 거의 괴멸 직전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이상한 방어막 때문에 대공포의 포탄은 솜방망이에 불과했고, 지상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보병들은 물론 전차들까지 전멸이 되고 말았다.

동룡족들은 전함의 포격을 이용해 러시아군을 계속 공격했고, 바이오 버그들은 힘을 잃어버린 러시아 군대엔 미련을 버리고 뒤로 보이는 도시를 향해 진격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 외곽을 방어하던 전차들을 운전하던 병사들은 손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 수천 마리가 시베리아의 차가운 눈을 헤치며 달려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 순간, 바이오 버그들의 무리 위에 시뻘건 불길이 스쳐 지나갔고, 곧 그 화염의 범위에 들어있던 바이오 버그들은 대 폭발에 휩싸이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아, 아니…?”

병사들을 비롯해, 총을 메고 담 뒤에 앉아 싸우기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방공호 안의 부녀자, 그리고 아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깜짝 놀라며 공중을 바라보았다. 거대한…날개가 달린 거대한 생물이 등에 사람을 태운 채 공중에서 지상의 바이오 버그를 향해 화염을 토하고 있었다.

“…드래군!!! 드래군이다–!!!!!”

한 소년이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을 볼 수 있었다. 붉은색 드래곤을 탄 남자가 오른손에 든 보라색의 검으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도시를 향해 진격하던 바이오 버그들은 일순간에 괴멸이 되었고, 곧 드래곤의 무리는 전투가 벌어졌던 곳을 향해 급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들에게 구원을 받은 도시 사람들은 멍하니 그들이 사라진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 . . . .

“서룡족의 기동부대입니다! 바이오 버그들의 부대는 전멸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라고!!! 이런, 이렇게 빨리 오다니!!!”

동룡족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 어제 같았는데 벌써부터 자신들이 제일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인 서룡족과 벌써부터 붙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 열두 시 방향에서 대형 에너지탄 급속 접근!!!”

병사의 보고가 전해지기 무섭게, 동룡족 기동 함대의 기함은 크게 흔들렸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자에서 떨어지고 만 함대장은 의자에 의지해 급히 일어나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피해 상황을 어서 보고해!!!”

“전방에 위치한 구축함 세 대가 직격으로 피탄하여 추락 중이며, 기함은 1번, 2번 마스트가 대파되었습니다!!! 출력도 80%로 줄었습니다!!!”

“…이런!!! 어서 반격 준비를 해라!!! 이대로 당할 셈인가!!!! 후방에 포진한 공격함을 전방으로 올려라!!! 갑절로 돌려주면 될 것 아닌가!!!!”

함대장은 이를 악물며 반격 지시를 내렸고, 병사들은 그의 지시를 다른 부대에게 재빨리 전달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잠시, 한 병사의 외침이 함대장의 귀를 울렸다.

“…전방에 1급 정도로 보이는 마력 감지!!!! 이건…전룡단 단장들의 수준을 초월한 수치입니다!!!!”

“뭐라!? 어서 화면을 돌려 봐!!!!”

곧, 화면엔 붉은색 드래곤을 옆에 두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비춰졌고, 그 순간 웬만큼 나이를 먹은 병사들과 함대장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하고 말았다.

“…가, 가즈 나이트…!!! 패왕 리오·스나이퍼!!!!!! 후퇴다!!!! 어서 후퇴해라!!!! 지금의 소규모 부대로는 저 괴물을 상대할 수가…아아아아아악–!!!!!!!!”

함대장의 비명은, 곧이어 전 함대를 덮친 플레어의 붉은색 빛에 지워지고 말았고 동룡족의 소규모 기동 함대는 극소수의 생존자를 남긴 채 모조리 전멸을 하고 말았다.

※※※

“흠…생각보단 함대가 소규모여서 다행이군. 동룡족 측의 생존자는 얼마나 되나?”

“예, 두 명 정도입니다. 추락한 보급함에서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 근처에 캠프를 차리고 한참 상황을 점검하던 리오는 그 보고를 들은 후 의자에서 일어나며 릭에게 다시 물었다.

“…생존자들은 어디 있지?”

“저희가 임시로 빌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 보시겠습니까?”

리오는 곧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릭과 함께 캠프를 벗어나 도시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도시의 사람들은 약간 거리를 둔 채 리오와 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보자, 릭은 맘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가볍게 쓰며 리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군요. 이게 자신들을 지켜준 존재에 대한 인간의 대우입니까?”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고 말았고 릭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릭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주며 말했다.

“어떤 생물이라도 낯선 존재에 대해선 거리감을 두게 되어 있지. 우리가 저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봤으며, 저들 역시 우리를 얼마나 봤겠나. 자네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세이아님도 한때는 인간이셨으니 자네들이 이해해 주게나. 아, 이 병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잠깐 여기 있어 주게나. 사람들이 자넬 총으로 쏘진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있도록 해. 금방 돌아올 테니까.”

“예.”

리오는 곧 병원 안으로 들어갔고, 릭은 팔짱을 끼며 병원 벽에 등을 기대어 선 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적해진 도시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거리감 있는 눈으로 흘끔흘끔 바라보았고, 릭은 그럴 때마다 이해를 하자 생각하며 자신을 달래었다.

“…!!”

순간, 릭의 머리를 향해 작은 무언가가 날아왔고 릭은 손으로 그 물체를 가볍게 받아내었다.

“…음?”

그에게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눈덩이였다. 릭은 불쾌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달려오자 그제서야 표정을 풀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용서해 주세요!!!!”

“눈싸움을 하다가 잘못 날아갔어요, 제발 저희들을 태우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은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릭에게 사과를 했고, 릭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상당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에 약간 후회를 하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그런데, 태우지 말아달라는 건 또 무슨 소리니?”

릭이 그렇게 물어오자,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렸고 이윽고 한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릭에게 대답해 주었다.

“우, 우리 아빠가 당신들은 바이오 버그도 한 번에 태워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라고 말해서…. 근데, 우리를 태우지 않으실 건가요?”

아이의 그런 대답을 들은 릭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너무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을 구해준 자신들의 힘이 인간들에겐 왜 그렇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리오가 자신에게 말을 한 것처럼, 인간을 이해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릭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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