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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52화


2장 [WED 시동]

1차 탈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에도 전룡단들은 아시아 각지에서 밀고 당기는 전투를 계속했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아시아의 대부분은 전룡단과 가즈 나이트들에 의해 탈환되어 각 나라의 임시정부에게 양도가 되었다. 한편, 그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WED’계획은 마무리가 되었고 각 원형 기체들은 이제 실전 테스트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수 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난 결론은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탈환 작전에 웨드를 첫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반대론도 만만치가 않았다. 모스크바 탈환 작전과 같은 큰 작전에 아직 실전도 거치지 않은 웨드를 투입한다는 것은 계획을 수포로 되돌리려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 반대론의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전룡단들이 시가전을 할 때 바이오 버그에게도 상당히 문제를 겪어 가즈 나이트들이 거의 다 일을 처리한 예와, BSP들의 주 전투 무대가 건물이 많은 거리였음의 예를 들며 장로가 반대론의 전룡단 단장들을 설득한 끝에 결국 결론은 나고야 말았다.

가장 표준형 웨드에 가까운 스펙과 무장을 지닌 리진의 웨드의 경우, 기본 무장이 그레네이드 랜처 내장식 200미리 라이플과 라이플용 탄창, 고폭 수류탄 여섯 발, 웨드용의 티타늄·니켈 나이프 등이었고, 사이킥커 전용 추가 병기는 BSP 전용 무기인 사이킥 소드를 웨드용으로 확대시킨 것과, 사용자의 초능력 반응에 연계되어 따로 공중을 떠다니며 지원 사격을 할 수 있는 두 개의 **’옵션’**이었다. 화력 중시형 웨드의 원형인 헤이그의 웨드는 왼쪽 어깨에 게틀링식 250미리 중형 빔 머신건과 오른쪽 어깨에 전함의 메기드 케논을 소형화시킨 메기드 바주카가 추가 장갑판과 함께 장비되어 있었다. 사격 중시형 웨드의 원형인 케빈의 웨드에 경우 추가된 장비는 단 하나뿐이었다. 출력 1.5 기가 와트급의 프로톤 라이플로서, 최대 명중거리 80km의 초절 무비한 병기였다. 위력과 사정거리에 비례해 연속 사격은 불가능했지만 위력과 정확도만큼은 가공할만 했다. 하지만 이 병기는 케빈 한 명에게만 지급이 가능했고, 예비분의 프로톤 라이플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케빈의 프로톤 라이플은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해도 불가능했고, 만들어진 프로톤 라이플을 뜯자니 하나 완성된 것도 못쓰게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결국 그 행운은 케빈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나머지, 매직 유저용 기체엔 마법 증폭장치 외엔 별다른 추가 장비가 없었다.

웨드를 실은 수송선에 탑승하기 전, 챠오는 리오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리오가 얘기를 한다는 게 더 옳았다. 물론 그를 부르긴 챠오가 불렀지만.

“…음, 이번 모스크바 탈환 작전엔 제가 참여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죠.”

“…!”

그러자, 챠오는 순간 인상을 약간 찡그렸고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리오는 약간 당황해하며 계속 얘기를 이어 나갔다.

“아아, 물론 슈렌과 지크, 그리고 데스 발키리들이 지원을 합니다. 그러니 너무 긴장하진 말아요. 이번 작전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유럽 쪽을 탈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는 두 달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죠. 이번에 여러분들을 투입하는 이유는 시가전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전룡단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탓입니다. 그렇듯 여러분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죠.”

“….”

아무런 말도 없는 챠오. 그리고 말을 마친 뒤 시선을 함대 쪽으로 돌려보는 리오. 둘 사이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다.

“와우!! 휘–익!! 그림 좋은데!!! 휙–휙–!!!”

그때, 자신이 탈 기함을 향해 날아가던 지크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는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둘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리오는 저 멀리 사라지는 지크를 보다가 다시 챠오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지크 녀석…. 자, 이제 출발하세요. 돌아오시는 날에 치킨이나 듬뿍 사 드릴게요.”

“…예. 아, 잠깐만요.”

그때, 챠오는 막 돌아서려던 리오를 다시 불렀고, 리오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챠오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침을 꿀꺽 삼킨 뒤 리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어…. 제가 리오씨를 뵙자고 한 이유…아시나요.”

“….”

리오는 말없이 챠오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고개를 숙인 채 한참 긴장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리오는 곧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준 뒤 빙긋 웃으며 말했다.

“…후훗, 챠오씨는 키가 크셔서 키스하기가 편하네요.”

“…그, 그런….”

“으아아아악–!!!! 내 귀에 그런 간지러운 말이 들리게 하다니–!!!!!!”

그때, 둘의 머리 위에서 지크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머리를 감싼 채 공중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지크를 올려다보며 크게 말했다.

“이봐, 안 가고 거기서 뭐하는 거야.”

“우오오오오오–!!! 다른 여자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느뇨, 바람둥이 스나이퍼!!!”

지크는 계속 그렇게 소리치며 머리를 감싸 쥔 채 하늘을 둥둥 떠다녔고, 리오는 결국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챠오 쪽을 바라보았다.

“아아, 저 녀석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아, 챠오씨?”

그러나, 챠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웨드 수송함에 도망치듯 탑승하고 말았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역시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크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 바람둥이야!!! 바이칼에게 일러바칠 거다!! 각오하라구!!!”

“….”

“으윽!!! 그렇다고 머리에 스패너를 집어던지는 녀석이 어디 있어!!!!”

“…바보 녀석….”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천천히 드래고니스의 메인 브릿지로 향했다.

※※※

리오는 바이칼, 장로와 함께 브릿지의 화면을 통해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함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오는 걱정이 되는 듯 한숨을 쉬며 장로에게 물었다.

“…후우, 괜찮을까요. 아무래도 동룡족 역시 모스크바만큼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사를 다짐할 텐데요. 제가 참여하지 않는 게 좀 걸리는군요.”

리오의 물음에, 장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지금까지 리오님은 웬만큼 중요하다는 지역의 탈환 전투엔 모두 참여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두 승리를 거두셨지요. 하지만, 리오님 한 분으로 이 세계의 탈환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리오님이 참가하지 않고 모스크바 전의 승리를 거둔다면, 전룡단 단원들이 가진 리오님의 의존도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리오님의 일은 그만큼 편해집니다. 그리고 전룡단의 정신력도 당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강해지겠죠. 리오님, 당신은 전략적으로 최대의 무기이며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당신께서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셔야만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알아주시길.”

“예, 알겠습니다.”

리오는 장로의 진지한 태도와 깊은 생각에 존경심을 느끼며 엄숙히 대답을 했다. 예전에 용족 전쟁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장로가 서룡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컸다. 거의 외출 중인 바이칼 대신 서룡족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끄는 그의 능력은 신계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리오로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한편, 계속 텁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바이칼은 리오를 흘끔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어왔다.

“…아까 바보 너구리(지크) 녀석이 나에게 통신으로 너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던데….”

그 순간,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바이칼에게 되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렇게, 아시아와 유럽의 완전한 탈환이 걸린 모스크바 작전도 조용히 시작되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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