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74화
“무슨 소리야! 너 혼자서 저 대군을 어떻게 막는단 말이야!! 가지 말아!!”
바이칼은 제궁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는 리오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하지만 리오의 눈은 이상하리만치 불타오르고 있었다. 리오는 마지막으로 손목을 풀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 지금 난 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수도 없고, TV도 같이 봐줄 수가 없어.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 너와 드래고니스를 이 차원 결계 안에서 탈출시키는 것뿐이야.”
“그, 그딴 건 필요 없어!! 너 이런다고 내가 널 영웅이라 불러줄 것 같아!! 죽으면 다 끝이라고! 가즈 나이트라서 죽는 게 우습나!!”
순간, 리오는 왼팔로 바이칼의 목을 휘어 감은 뒤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약간 거칠게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 드래고니스가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둬. 그리고 내가 나간 뒤 절대로 드래고니스의 초차원 바리어를 열지 마.”
“이 자식, 그러다가 네가 중간에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라고!!”
자신의 팔에 목이 둘러진 채 바이칼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자, 리오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피망도 혼자선 못 먹는 널 남겨두고 내가 죽을 것 같나. 죽는다 해도 널 탈출시키고 죽을 테니 안심해. … 자, 들어가 봐. 그리고 날 지켜봐라…!!”
리오는 바이칼의 목을 푼 즉시 공중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드래고니스는 와카루가 만든 대공 병기들과 동룡족의 함대들에게 쉴 새 없이 포격을 당하고 있었다. 드래고니스를 겨우 보호하고 있는 초차원 바리어에 리오가 접근한 순간, 바리어엔 리오가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을 이용해 나간 리오는 미리 모아두었던 자신의 기를 최대로 끌어 올리며 자신들의 앞에 있는 동룡족과 대형 바이오 버그, 그리고 대공 병기들에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자아, 오너라 비겁한 녀석들!!! 이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순간, 리오의 몸은 푸른 섬광이 되었고 드래고니스 주위를 포격하던 동룡족 함대와 대공 병기들이 있던 곳은 삽시간에 화염의 구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제궁 앞에 서서 리오가 홀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바이칼은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흐윽…!!!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돌아와–!!!!”
………………………….. . . . . . . .
“허억!!”
순간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바이칼은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밖은 아직 밤이었고, 식은땀에 젖은 그의 몸은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멍하니 침대의 끝을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고, 이불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 머저리 같은 녀석… 으으윽…!!!”
※※※
급습 사건이 벌어진 뒤 한 달 동안, 지크의 얼굴은 펴질 날이 없었다. 드래고니스의 뒷처리보다 그동안 리오가 저지르고(?) 다닌 일이 너무나 많아 그 후유증이 너무나 심각하게 나타난 탓이었다. 세이아의 집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완전 초상집 분위기인 탓이었다. 챠오의 경우엔 일주일간 물 말고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고, 세이아와 라이아, 리진 등은 리오의 이름만 들어도 휴지 한 통을 쓸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으며, 티베와 마키는 거의 마시지 않던 술을 지크에게 하루 걸러 하루로 사달라며 부탁을 할 정도였고 리디아 역시 죽을상이어서 지크는 그 여성들을 달래고 설득하느라 보름 동안 땀을 흘려야만 했다.
“후우… 돌아버리겠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세이아의 집 소파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지크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지금의 현실도 그렇고, 드래고니스와 리오라는 두 철벽이 일순간 무너진 것에 이곳의 분위기 역시 무너져 버린 현실이 안타까워서였다.
“… 호오, 왠일로 스마일 맨이 인상을 다 쓰고 있는 거죠? 그런다고 당신이 리오 씨가 될 것 같나요?”
그때, 어느새 거실로 나온 아란이 지크에게 도발성 질문을 던졌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아란에게 말했다.
“… 당신이 어째서 리오의 물건들을 가지고 이곳에 돌아왔는지 이유를 들으면 내 얼굴이 펴질 것 같은데…?”
“… 저도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죠. 특히 당신 같은 약한 가즈 나이트라면… 후훗.”
“…!!”
지크와 아란 사이엔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세이아는 곧바로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왔고 둘에게 다가가 서로를 말리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지금 같은 때에 서로 싸우면 어떡해요! 두 분 다 진정하세요!!”
그러나, 세이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둘의 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아란이 사과하는 것으로 다행히 끝나게 되었다.
“… 좋아요, 미안해요. 제가 말을 실수했다는 것 인정하죠.”
“… 엣.”
지크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아란은 묵묵히 집 밖으로 나갔다. 세이아는 곧 지크의 옆에 조용히 앉으며 그에게 말했다.
“…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지크 씨. 지크 씨는 지금 다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고 계시니까요. 그건 지크 씨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답니다.”
“… 세이아 씨나 좀 쉬세요. 다른 애들 뒷바라지하시느라 힘드실 테니까요.”
지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관으로 향했고, 세이아 역시 현관 쪽으로 따라 나섰다. 집을 나선 지크는 현관문을 닫는 세이아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 세이아 씨 눈이 토끼 눈 같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흉볼지도 모른다고요. 헤헷….”
“… 예, 감사합니다 지크 씨.”
그러면서도 세이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지크는 그 눈물이 그녀의 마지막 눈물이길 바라며 제궁 쪽으로 향했다.
※※※
“덤비시오 올파드!!! 너무 빠른 감이 있지만 이번엔 결판을 내겠소!!!”
“… 흐음…!”
올파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리오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몸의 기력도 상당히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눈에서 뿜어지는 기백만은 아직 살아있었다. 게다가 그 기백은 올파드 자신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 눌리고 있단 말인가? 이 올파드가 기의 싸움에서 눌리고 있단 말인가…!’
올파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자신의 허리 왼쪽에 있는 역도검 ‘낭아’에 가져갔다. 기의 싸움에서 약간 말리긴 했지만 올파드는 피할 수 없었다. 만약 피하게 된다면 자신의 뒤에 있는 기함 칠두지룡이 리오의 손에 날아가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갑니다, 하아아아아앗–!!!!!!”
리오가 엄청난 스피드로 자신에게 돌진하기 시작하자, 올파드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팔을 더욱 빠른 속도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아앙–!!!
리오의 일격이 막혔다고 생각한 순간, 근처에서 리오와 올파드의 대결을 바라보던 병사들과 주룡 쥬빌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올파드가 꺼낸 칼은 역도검 ‘낭아’였지만, 지금 올파드가 리오의 디바이너를 막고 있는 칼은 ‘호아’인 탓이었다. 한편, 당사자인 올파드는 자신이 방금 전 저승의 문턱을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두 개의 검이 올파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각도에서 시간차를 두고 교묘히 내리꽂힌 탓이었다. 만일 자신의 칼이 하나였다면, 아니면 자신의 팔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일격에 즉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올파드의 등에 식은땀을 흐르게 했다.
“… 무엇이 이토록 자네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건가…!”
올파드의 질문에, 리오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후, 당신이 지금 칠두지룡을 방어하는 이유와 같을 텐데…! 다만 지금 난 혼자라는 게 다를 따름이지…!”
올파드는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 . . . . . . . .
“… 헙!”
짧은 기합과 함께, 올파드의 앞에 내려오던 한 장의 종이는 순간 넓이가 같고 두께가 다른 네 장의 종이가 되었고, 올파드는 손에 든 ‘호아’를 거두며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 스승님, 요즘 들어 계속 심기가 불편하신 듯하옵니다만….”
한 제자가 그의 등 뒤에서 그렇게 물어오자, 올파드는 곧 그 제자를 바라보았고 그는 잠시 동안 실전과 같은 정도의 살기를 뿜어 보았다. 그러자, 앉아 있던 그의 제자는 움찔했고 그는 뒤쪽에 손을 짚어 겨우 뒤로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올파드는 곧 웃으며 자신의 제자를 손수 일으켜 주었고, 그의 앞에 앉으며 조용히 아까의 질문에 답을 했다.
“… 한 달 전, 난 지금 네가 느낀 것보다 훨씬 더한 공포함을 느껴야만 했다.”
“예에!?”
제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올파드를 바라보았고, 올파드는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말했다.
“… 그냥 보통의 살기가 아니었단다.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살기 위해 뿜어내는 살기가 아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강한 일념이 만들어낸 기운이었지. 너도 들었을 것이다. 혼자서 우리 군세를 모조리 막아내고 서룡족의 드래고니스를 탈출시킨 그 패왕, 리오·스나이퍼의 이야기를…. 내 이후의 세대 역시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난 즐거울 따름이다. 물론, 어떤 면에선 두렵기도 하지만… 하하핫….”
“… 그렇군요.”
그의 제자는 올파드가 이 정도로 한 사람을 칭송하는 경우를 본 일이 없었다. 그는 한 번만이라도 그 리오라는 남자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올파드와 함께 무도관을 나섰다.
※※※
휀은 현재 장로와 함께 드래고니스의 수리 현황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한 달 전 습격 당시 드래고니스의 주포가 심한 타격을 받아 아직 일주일간은 더 수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휀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더 빠른 시일 안에 수리를 마칠 수는 없겠습니까.”
“… 주포의 수리를 앞당긴다면 주 워프 엔진의 수리 일정이 늦어지게 됩니다. 휀 님의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워프 엔진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장로의 말을 들은 휀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짧게 한숨을 지었다. 휀은 조금 후 다시 눈을 뜨며 장로에게 말했다.
“그럼 일정대로 해 주십시오. 웨드를 비롯한 무기들의 정비는 어떻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웨드에 관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드래고니스를 전투에 직접 사용할 때 웨드 전용 사출 트랙(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이륙시킬 때 쓰는 것)이 없다는 게 약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웨드는 공중에 떠오르는 시간이 아직 느리기 때문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군요. 다음에 처리할 일은 무엇입니까.”
“예, 다음은….”
장로는 휀의 질문과 처리 방법을 들으며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휀이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로 일을 빠르고 냉철히 처리하는 능력을 가졌을 줄은 생각도 못한 탓이었다. 장로는 이 사람이라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계속 휀에게 처리할 문제를 대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