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82화
8장 <그들의 임무>
“장군님!! 제 3 방어 구역이 돌파당했습니다!! 제 4 구역에서 긴급 지원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장군님!! 제 4 구역 전멸입니다!!”
뉴델리 방위 책임자인 동룡족 장군 서열 2위의 ‘븐돌’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병사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동룡족과 바이오 버그들의 뉴델리 방위선이 단 10여 분 만에 4단계까지, 그것도 단 한 사람에게 처절할 정도로 돌파를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건 꿈이야…! 일어나면 되는 악몽이야…!”
그의 그런 자신 없는 말은 병사들의 사기를 더더욱 떨어뜨릴 뿐이었다.
※※※
“크크크크큭… 계속 이기다 보니 배가 불렀나? 왜 이리 힘이 없나 동룡족 병사들이여… 크하하하하하핫–!!!!!”
그와 맞서고 있는 병사들은 도저히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바이오 버그도, 기계병도 상관하지 않고 무차별로 밀어버리고 제 5 구역까지 침범한 괴물 같은 침입자에게 대항할 생각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 비켜라, 용족이여.”
“?!”
병사들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청난 스피드로 누군가가 동룡족 병사들과 회색 피부의 침입자 앞에 섰고, 갑자기 나타난 그 존재는 등에 붙어있는 여덟 장의 백색 날개를 조심스레 접으며 회색 피부의 침입자에게 말했다.
“…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도와준 존재들을 괴롭히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 조용히 사라지거라, 인간이여…!”
회색 피부의 남자, 바이론은 자신의 앞에 투창을 들고 서 있는 천사를 보며 자신의 앞머리를 움켜쥔 채 씁쓸히 웃어 보였다.
“… 크팰, 임무를 실패하니 별 게 다 들러붙는군…. 천지창조 이후 강 밑바닥에 처박혀 있던 타천사 주제에…. 오래간만에 깨어나니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모양이구나! 크하하하하하핫… 죽어랏–!!!!”
“….”
천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투창을 세워 바이론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바이론은 원시적인 살기와 광기를 흩뿌리며 천사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그가 가진 다크 팔시온 역시 무서울 정도의 암흑 투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핫–!!!! 죽으라면 죽는 거다!!!!!”
콰아아앙–!!!!!
“허억?!”
바이론의 일격이 천사의 투창에 내리꽂히는 순간, 천사는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날려가 버렸고 혹시나 하며 기대하고 있던 동룡족 병사들은 결국 제 6 구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동룡족 병사들을 보며, 바이론은 멀찌감치 나가떨어진 천사에게 다가갔고 천사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조용히 그 천사에게 물었다.
“… 얼마나 튀어나왔고, 어느 정도가 활동하고 있나. 너희들 때문에 주신께 문책받기 직전이라 화가 좀 난 상태니 어서 대답하시지… 크크크큭….”
“주, 주신…?! 그, 그랬군… 주신의 전사, 그래서 이렇게 강한 것인가….”
푸욱–!!!
순간,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이 천사의 복부를 꿰뚫었고, 바이론은 미소를 지은 채 천사에게 다시 물었다.
“크크큭…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지…. 안 그러면 이 검의 암흑 투기가 널 곤죽으로 만들 테니까. 암흑 투기가 천사들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는 천사인 네가 더 잘 알겠지, 크크크크큭….”
“… ‘메타트론’님을 포함해 아직은 수천에 불과하다. 그건 그렇고 의외군. 다크 팔시온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더럽혀진 마음을 가진 인간이 있을 줄이야…. … 욱!!”
순간, 바이론의 악력에 의해 머리가 으깨진 천사는 곧바로 광혈(光血) 덩어리로 변하며 바닥에 흩뿌려졌고, 바이론은 손에 묻은 광혈을 땅에 털며 천천히 제 6 구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 메타트론이라… 조금 재미있겠군… 크크크크큭…! … 음?”
6 구역을 향해 걸어가던 바이론은 순간 자신의 머리 위에서 강한 중력 반응을 느꼈고, 바이론은 천천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중력의 일그러짐에 의해 마치 거대한 유리 조각이 떠 있는 것 같은 하늘의 모습, 그 모습은 곧 시각적 한계를 넘어선 순간적인 빛과 함께 제 모습을 갖추었고, 그것을 본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 크크큭, 브리간테스 아닌가…. 저걸 이용한 작전을 짤 멍청이는 하나밖에 없지… 크크크크큭. 녀석도 임무에 실패한 건가? 크하하하하하하핫–!!!!”
………………….. . . . . . . . . .
“뭐, 뭐야? 벌써 절반 이하가 엉망이잖아?!”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지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단, 휀만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결국엔 실패했군. 귀찮은 짐이 하나 더 늘은 건가….”
“…?”
옆에서 그 말을 얼핏 들은 바이칼은 휀을 흘끔 바라보았으나 그 이상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웨드 부대 낙하. 단, 제 5 구역에 있는 남자는 아군이니 건들지 말도록.”
지시를 내린 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장로와 바이칼에게 뒤를 맡긴 후 사령실을 나섰고, 휀의 그런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 바이칼은 곧바로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렸다.
“… 제 5 구역을 확대해 비춰보도록.”
곧, 오퍼레이터는 능숙한 솜씨로 제 5 구역에 홀로 서 있는 남자를 확대해 스크린에 비추었고, 그를 본 바이칼은 인상을 구기며 장로에게 물었다.
“… 저 미치광이도 받아들여야만 하오?”
“마, 마마. 바이론님은 좋으신 분이옵니다. … 으음?! 아, 아니 저것은!!!”
모니터에 비춰진 바이론의 모습을 보던 장로는 바이칼을 설득하려다가 바이론의 옆에 흩뿌려진 빛 덩이를 본 즉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던 바이칼 역시 장로가 놀라는 소리에 다시금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장로를 바라보며 확인하듯 물었다.
“… 저건 천사의 광혈 아니오?”
“그,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광혈이 저기에 묻어있는 건지…?”
“… 즉시 조사해 주시오. 역사서를 비롯해, 이 행성과 관련이 있는 모든 서적의 데이터를 조사해 이 행성이 선신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밝혀 주시오.”
“예, 알겠사옵니다 마마!”
장로는 즉시 옆에 놓인 컴퓨터의 투명한 자판을 재빨리 두드리기 시작했다. 만약, 선신계까지 이 일에 관여가 되어 있다면 그것은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오퍼레이터의 긴장된 목소리가 바이칼의 청각을 자극했다.
“마마, 전방 9km 거리에서 1억 3천 메가와트급의 에너지 반응이 있습니다!”
“에너지 성질, 고위 신성력(神聖力)!! ‘바운드 캐논’과 98%의 일치를 보입니다!!”
그 보고를 들은 바이칼은 팔걸이를 내려치며 옥좌에서 일어났고, 큰 목소리로 주포 사수에게 소리쳤다.
“주포로 밀어버려라!! 진짜 바운드 캐논이라면 방법은 그것뿐이다!!”
“불가능합니다! 상대방의 에너지 충전이 끝난 상태입니다!! 아, 발사됐습니다!!!”
“젠장, 배리어의 에너지를 전방에 집중시켜 피해를 최소화해라!!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마마,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쉴 새 없이 들어온 보고에, 배리어 조절을 맡은 선원을 제외한 모두는 전방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다가오고 있는 백색의 빛을 막겠다는 듯, 브리간테스의 앞에 선 화이트 나이트는 빛에 휩싸인 채 등에 있던 두 개의 대형 라이플을 손에 떨어뜨렸고, 곧바로 오른손에 들린 라이플을 앞으로 뻗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라이플의 끝에서 비정상적인 크기로 부풀어 뻗어 나가는 빛을 본 바이칼은 귀에 낀 마이크 폰으로 즉시 지시를 내렸다.
“전 웨드 부대 에너지 폭풍에 대비하라!!!”
바이칼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두 개의 거대한 빛은 브리간테스의 전방 800여 미터 앞에서 충돌했고 곧 그 충돌 지점으로부터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브리간테스로부터 낙하하던 웨드 중 일부가 그 파동에 휩쓸려 뒤로 날아가 버리긴 했지만, 큰 피해는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에너지 폭풍에 의해 크게 흔들린 브리간테스의 사령실 역시 몇몇 오퍼레이터들이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역시 피해는 적었다. 팔걸이를 잡고 겨우 몸을 버틴 바이칼은 옆에 쓰러져 있는 장로를 손수 일으켜 준 뒤 한숨을 길게 쉬며 중얼거렸다.
“… 후우, 저 녀석….”
바이칼의 시선이 화이트 나이트의 뒷모습을 비춘 모니터에 고정된 것을 본 장로는 다시 의자에 앉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 허헛, 나중에라도 멀린 경을 뵈면 술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 과인 역시.”
………………….. . . . . . . . . . . .
에너지 폭풍이 전장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휀과 바이론은 나란히 서서 바운드 캐논이 뿜어진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음이 멈추고, 다시 대열을 정비한 웨드 부대가 앞으로 가는 것을 보며 휀은 바이론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 선신계에서 이 일로 시비를 걸진 않겠지.”
“크큭, 그럴 거다. 어차피 그 녀석들이 우리에게 부탁도 했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크크큭, 저 바운드 캐논을 막아낸 괴물 장난감은 또 뭐지?”
“멀린 경이 만든 가즈 나이트급의 장난감이다. …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으니 앞에 간 부대들을 지원해 주도록. 만약 메타트론 녀석이 있다면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나와 너뿐이니까. 현재로선.”
그러자, 바이론은 휀의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는지 휀을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 리오 녀석은?”
“죽었다. 약 한 달 전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영혼을 찾을 수 없었다. 아예 죽었다고 보는 게 좋겠지.”
“… 호오, 그래? 크크크큭… 시비 붙을 녀석이 없어졌으니 심심해지겠군.”
바이론은 곧 볼일이 없다는 듯 다크 팔시온을 거머쥐며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때, 역시 브리간테스 쪽으로 돌아섰던 휀이 바이론에게 말했다.
“…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아마 그가 사라진 건 ‘당분간’이라 봐도 될 것이다.”
“… 크큭, 쓸데없이 말꼬리를 잡는군. 그럼 꺼져라. 크크크크큭….”
바이론은 즉시 전방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휀은 조용히 몸을 띄워 브리간테스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