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86화
9장 <애(哀)>
차원계에서 한참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루이체는 주신계에 있는 집에서 가즈 나이트들의 기록 파일들을 한참 살펴보고 있었다. 가즈 나이트들의 특성들을 모두 파악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조언으로서 가즈 나이트들의 전투 능력을 상황에 맞춰 극대화하려는 주신의 생각과 그저 가즈 나이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루이체의 생각이 맞물려 나온 계획의 일환이었다. 사실, 가즈 나이트들의 기록 파일들은 주신계 최고위 천사이자 주신과 주신의 직속 비서인 피엘 외엔 볼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급 기밀이었다. 중요한 것은 루이체가 그것이 일급 기밀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우웅… 이게 지크 오빠가 말한 ‘하루 종일 비디오 보기’의 후유증이구나. 눈이 아파서 이젠 도저히 볼 수 없겠어.”
루이체는 기록 파일 재생기를 끈 후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한참 눈을 붙이고 있던 루이체는 팔을 떼고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후우, 휀, 바이론, 리오 오빠, 슈렌 오빠까진 끝났고…. 지크 오빠 걸 마무리하고 사바신과 레디의 것만 끝내면 되는 건가? 하긴, 셋은 짧디짧으니까 뭐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근데 왜 기록 파일엔 전투 장면밖엔 안 나오는 거지? 사적인 장면은 왜 안 나오는 걸까…?”
한참 그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누군가가 루이체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루이체는 누굴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음? 누구지? 오빠들은 모두 임무 수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지크의 얼굴이었고 지크는 거칠게 루이체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잘 만났다! 너, 어서 날 따라와!!”
“으아악!! 이게 무슨 짓이야 너구리!!! 이유는 말해줘야 따라가던가 말던가 할 거 아냐!!!”
루이체가 바둥거리며 강하게 저항하자, 지크는 곧 루이체의 목을 풀어준 뒤 그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루이체는 인상을 구긴 채 기록 파일들을 정리하며 지크에게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뭐야 도대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사람을 붙잡아 가겠다는 저의가 뭐야?”
“… 너, 천사니까 천사들의 대략적인 역사는 알고 있겠지?”
지크가 갑자기 진지하게 나오자, 루이체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으응…. 요즘에 공부한 게 있어서 대략적인 건 알고 있어. 그런데 왜?”
“… 지금 선신계에서 놀고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와,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는 차원이 달라.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전룡단 단장들의 평균 능력과 비슷할 정도라 타격이 크다구! 서룡족 장로님께서 아무래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 같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그게 뭐지?”
“뭐, 뭐라고?! 말도 안 돼!!!”
순간, 루이체는 그렇게 소리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지크는 조용히 루이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던 루이체는 고뇌 어린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수억 년 전 존재했던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는 하르마게돈을 거치며 단련될 대로 단련된 선신계 최고의 정예 부대야. 하지만, 그때의 대 천사장 메타트론과 함께 그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기록 이후 디바인 크루세이더라는 이름은 잊혀져 갔어. 현재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는 현 천사장 벨제뷰트가 이름만 따서 조직한 것일 뿐이지. 그런데, 그들이 어째서 다시 나타난 거야?”
“… 그걸 물어보려고 온 거야. 좋아, 그럼 너 천사들의 약점을 알고 있어? 그 녀석들 바운드 캐논을 비롯해 빌어먹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한 번은 함대 하나가 30분도 안 돼서 전멸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구. 아무래도 약점 같은 것을 잡지 않으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바운드 캐논?! 그, 그건 선신계에서조차 사용을 금지했을 정도의 강력한 신성계 사격 무기인데…? 아, 하긴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라면 이상할 것이 없겠지. … 천사들은, 특히 선신계 천사들은 ‘어둠’의 힘에 약해. 표피가 견디지 못하고 풍선처럼 터지고 말지. 물론, 적당한 어둠의 힘으론 그렇게 되지도 않아. 몸에서 뿜어지는, 그러니까 오빠들이 사용하는 ‘기’와 같이 그들 자신들이 뿜어내는 신성력으로 수준 이하의 어둠은 중화시킬 수 있어. 아마, 바이론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다크 팔시온이 낼 수 있는 강력한 어둠의 힘… 즉, 암흑 투기 정도의 힘이면 웬만한 천사들은 버티지 못해. 그 외엔 실력으로 그들을 이기는 수밖에 없어.”
“… 그래.”
지크는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고, 루이체는 미안하다는 듯 지크의 넓은 어깨를 손으로 토닥거리며 말했다.
“… 힘내 오빠. 세상에 걱정 하나 없을 것 같던 천하의 지크 오빠가 갑자기 왜 그래, 응? 그러니 힘 좀 내고… 리오 오빠는 어때? 잘 지내?”
“…!”
순간, 지크는 움찔 했고 루이체는 지크의 그런 반응에 금방 불안감을 느끼며 지크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지크는 아차 하며 둘러대려 했으나, 루이체는 이미 지크에게 질문을 던질 기세를 갖추고 있었다.
“리, 리오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그렇지!! 어서 말해 오빠, 말해줘!!!”
“… 그, 그러니까….”
지크는 너무나 정직한 자신의 몸을 저주하며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모든 것을 대답해 주었다. 한참 동안 지크의 말을 듣고 있던 루이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지크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용서 못 해!!! 가자 오빠!!!”
“… 음… 음?! 뭐라고?”
루이체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일어나서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크는 루이체가 저렇게 화를 내는 걸 처음 보았기에 당황했고, 루이체는 기록 파일들을 급히 챙긴 뒤 지크를 잡아 끌고 집 밖으로 나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주겠어!! 감히 나의 리오 오라버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정의가 날 부르고 있어!!!”
“… 이, 이봐…. 다 좋은데 거기서 정의는 왜….”
결국, 지크는 힘없이 루이체를 따라 주신전으로 향했다.
……………….. . . . . . . .
“피엘님, 나중에 돌아와서 다시 보겠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돌려드려서 죄송해요.”
“… 무슨 일 있니 루이체? 왜 이렇게 진지하게….”
피엘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어오자, 루이체는 진지한 얼굴로 피엘을 바라보며 이유를 간단히 말했다.
“… 원·디바인 크루세이더가 현 차원계에 나타났어요. 제가 가서 도와주지 않으면, 오빠들은 어려운 전투를 해야만 해요. 지금까지 배운 것도 있으니, 제가 꼭 도움이 될 거예요.”
“….”
피엘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미소를 지은 뒤 루이체가 건네준 기록 파일을 받아 들며 루이체에게 격려를 보내 주었다.
“… 그래, 힘내 루이체. 나도 기대하고 있을게.”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힘차게 뛰어가는 루이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피엘은 곧 정색을 하였고, 책상 위에 있는 통신기를 이용해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주신이시여, 메타트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예. 예, 알겠습니다.”
※※※
“… 저 애는 왜 데리고 왔나. 혹을 하나 더 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건가.”
휀은 지크,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루이체를 보며 나지막이 물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듯 휀에게 말했다.
“쳇, 힘없는 내가 어쩌겠어. 하여튼, 루이체가 대장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하니 듣기나 해 봐.”
“….”
휀은 시선을 루이체에게 돌렸고, 루이체는 곧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휀에게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묻기 시작했다.
“… 리오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돌려보내.”
“자, 잠깐만요!!!! 나한텐 중요한 일이라고요!!!!”
그러나, 휀은 매정하게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버렸고 루이체는 불만을 터뜨리며 지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오빠, 휀을 잡지 않고 뭐하는 거야!!”
“… 동생아, 나라도 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하면 화날 거다. … 아, 너한테 신기한 거 보여줄까?”
“… 신기한 거?”
루이체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에게 되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는 기계가 있다구. 너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 말하는 기계? 뭔데? 냉장고? 세탁기? 아니면 다리미?”
루이체는 한심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비아냥댔고, 지크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은 채 루이체에게 말했다.
“헤헷, 리오하고 똑같은 녀석이지. 뭐, 보기 싫다면 어쩔 수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