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97화
“리오씨는?”
“… 모르겠어요. 오빤 벌써 3일째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요. 하아… 아무래도 제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던 것 같아요.”
루이체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챠오에게 대답했고, 리오가 있다는 지크의 방에 잠깐 시선을 돌려본 그녀는 굳게 닫힌 창문 뒤로 커튼밖에 보이지 않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 알았어, 가볼게 루이체. 그럼 리오씨에게 안부 좀 전해줘.”
“예, 힘내세요 챠오 언니.”
“아, 가시는 겁니까 챠오양?”
“예, 안녕히 계세요 리오씨. … 아앗?”
“어, 오빠?!”
루이체와 챠오는 자신들의 뒤쪽에서 들려온 리오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리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은 채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음? 다들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아 점심 함께 하시겠습니까 챠오양? 루이체도 어때?”
“….”
챠오와 루이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특히 루이체는 3일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리오의 분위기에 더더욱 말을 잊고 말았다. 둘이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자,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말했다.
“음… 잠깐 여기 있겠어요? 생각해 보니 세이아양과 한 번도 외식을 안 한 것 같으니 그녀도 함께 데려가야 할 것 같군요.”
“….”
둘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곧 세이아의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챠오는 무언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곧 허리에 찬 전화로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
“아직일세!!!”
퍼억–!!!
“꾸에에에에엑–!!!!!”
아더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려봤던 지크는 결국 괴성을 지르며 대련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아더는 상쾌하다는 듯 곁에 놓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헛, 아직 젊은이들에게 쉽게 질 정도는 아닐세. 좀 더 연습을 하고 오게나 지크군.”
“우, 우욱… 괴물 할아범 같으니…!”
너무나 간단히 튕겨 날아가 버린 지크는 충격을 받은 복부에 손을 댄 채 일어섰고 충격 부위가 꽤나 아픈 듯 근처의 전룡단 단장에게 부축을 받아 겨우 벤치에 가서 앉을 수 있었다.
“… 후아, 점심을 먹지 않은 게 다행이네. 하마터면 날아가면서 토할 뻔했어.”
“지크님, 괜찮으십니까?”
그때, 막 훈련장에 들어온 릭이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지크에게 다가가 상태를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에구, 말 시키지 마. 저 오메가 영감한테 또 당했단 말이야.”
“예? 아… 하핫, 그러셨군요. 하긴, 저희들도 저 분의 실력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답니다. 신계에서 위력만으론 톱 클래스에 드는 리오님의 지하드를 튕겨내시는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지요.”
“… 쳇, 하여튼 알 수 없는 영감님이야. 접근전을 했을 때에도 어디에서 검이 날아올지 알 수가 없어. 예측하고 방어할 수가 없다니까. 게다가 이상한 반격 기술까지 가지고 있어서 내가 가진 직접 공격술이 먹혀든 역사가 없어.”
“… 아, **’버밀리온 크로스’**를 말씀하시는군요.”
“… 뭔 크로스?”
지크는 릭이 뭔가 아는 듯한 발언을 하자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릭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예, 저희 아버지께서 한 번 말씀은 해 주신 일이 있는 전 차원계 최고의 반격 기술이랍니다. 저도 맨 처음 봤을 땐 몰랐는데, 아더 전하께서 엑스칼리버를 들고 계시는 각도와 전하의 자세 등을 떠올리는 중 생각이 났지요. 그 반격기를 맞고 사망한 시체의 몸 위에 주홍색 십자가가 그려지는 것에서 반격기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고… 읍!”
그때, 지크의 손이 릭의 안면을 덮었고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릭에게 말했다.
“이봐 친구, 요점만 간단히 하자구. 그래, 저 검술이 뭐 어쨌는데?”
“아, 예. 버밀리온 크로스는 오직 엑스칼리버로만 가능하다 칭해지는 검술입니다. 전설상으로 예외는 없다 칭해지기도 하는 기술이기도 하죠. 물론, 레퀴엠과 지하드 같은 반 물리적 검술은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튕길 수 없긴 하지만요.”
“… 엥? 저번엔 지하드 튕겼다며?”
“아, 다음날 아더 전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만약 리오님이 진짜로 지하드를 사용했다면 아무리 버밀리온 크로스라 해도 튕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죠. 물론, 버밀리온 크로스를 사용한 사람이 리오님과 맞먹는 물리력과 기력을 지닌 남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하셨지만요.”
“… 흠, 하긴. 압도적인 힘 앞에선 고도의 기술이라도 깨지는 법이니까. 힘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깨지는 건 당연하겠지. 뭐, 좋아. 계속 말해 봐.”
“… 예? 뭘요?”
“… 버밀리온 어쩌군가, 주홍색 십자간가 하는 거 말이야.”
지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묻자, 릭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 죄송하지만 전 여기까지밖에 모르는데요.”
“…….”
……………….. . . . . . . . .
“그, 그렇다고 때리실 것 까지는….”
“쳇, 뭐 좋아. 그건 그렇고 요즘 넬 녀석 이상하지 않아? 3일 전 다시 깨어난 이후 다른 사람하고 있는 시간보다 휀 녀석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거든.”
지크가 팔짱을 끼며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릭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예? 인간은 그 나이 정도 되면 사춘기라 그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 남자 쪽이 휀이 아니고 리오나 나라면 이해가 가지. 휀이라면 뭔가 안 어울리잖아. 게다가 넬 녀석 역시 BSP 일에만 관심이 있었지 남자한텐 별 관심 없었다구. 리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소녀이기도 한데… 으음….”
“….”
그쪽에 관한 지식은 전무에 가까운 릭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얘긴 지크의 식욕 본능에 의해 얼버무려졌고 지크와 릭은 함께 제궁 내 장교 식당으로 향했다. 물론 릭은 거의 끌려가는 입장이었다.
※※※
“이봐요 리오씨. 장교 식당에서의 식사는 외식이라고 할 수 없다구요.”
챠오의 부름을 받고 티베, 마키와 함께 달려와 리오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리진은 불만 어린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리진에게 말했다.
“… 흐음… 두 번째 스테이크를 드시면서 그러시면 설득력이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 으윽.”
“후훗, 오늘 식사는 다른 때보다 좀 더 좋답니다. 제가 특별히 부탁을 했거든요.”
그 말에, 평소 장교 식당을 사용하던 BSP 멤버들은 듣고 보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현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전룡단 단장들과 부단장들 역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라이아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세이아는 맛보다는 리오가 오늘 옛 모습 그대로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에 더 안심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리오는 몇일 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세이아에게도 미소를 보내주고 있었다.
“오호라, 이젠 집단으로 데리고 다니기냐? 다른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지도 않아 바람둥이씨?”
때마침 릭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온 지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빈정거렸고, 리오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하, 그럴 리가. 난 그저 친분을 도모하자는 뜻에서 이러는 거니 오해하지 말아. 아, 난 식사 다 했으니 여기 앉아. 난 아더 전하를 뵈러 갈 테니까.”
“잉? 오메가 할아범 만나서 뭐하게.”
지크는 사양치 않고 리오가 앉았던 자리에 걸터앉으며 이유를 물었고, 리오는 허리에 찬 디바이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빙긋 웃어 보였다.
“후훗, 당하고는 살 수 없지. 아, 릭도 의자 가져와서 앉게.”
“….”
그러나, 릭은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즉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리오에게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이런 이런…. 이봐, 저 순둥이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훈련장으로 가 봐. 그 오메가 할아범은 거기 계시니까.”
“으음, 고마워.”
긴 식탁을 돌아 출입구 쪽으로 향하던 리오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세이아 쪽으로 다가갔고,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귀에 속삭였다.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녁에 갈 테니까요.”
“예에?! 아, 예….”
세이아는 깜짝 놀라면서도 곧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 외에 다른 여성들의 표정은 순간 저기압권에 돌입하고 말았다. 갑자기 험악해진 주위의 분위기에,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돌아보았고 곧 리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 이봐 아가씨. 접시까지 썰면 어떡해….”
“… 남의 사…!”
“녜녜녜녜녜….”
※※※
넬과 휀은 제궁 내 공원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표정과 같이 대화의 내용은 전혀 한가롭지가 못했다.
“… 알겠나, 메타트론님이 개입한 이상 악마왕 중 한 명이나 두 명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데스 발키리들의 임무 중 하나도 메타트론의 세력에 대한 확실한 정찰일 걸세. 만약, 자네들이 메타트론님을 막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악마왕의 정점에 달한 **’사탄’**이 개입할 수도 있다네. 게다가 메타트론과 사탄의 경우 상호 간의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기에 더하지. 물론 **’루시펠’**님도 마찬가지지만….”
“… 악마왕이라면 누가 와도 상황은 비슷할 겁니다. **’디아블로’**가 오던, **’메피스토’**가 오던…. 어쨌든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몇일 내로 북아메리카 대륙의 공격 준비를 하겠습니다.”
넬은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휀은 묵묵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로님과 약속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 그럼 가보게. 난 집으로 돌아가지.”
넬은 곧 제궁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겨우 예전의 넬과 같이 뛰어가는 그녀를 돌아보던 휀은 순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바보군….”
곧, 휀의 얼굴은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왔고 휀은 천천히 제궁 안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