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99화
11장 [유한의 동반자]
다음날 아침, 휀이 집무를 보고 있는 장로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고 휀은 화면을 넘기며 들어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곧, 문을 열고 데스 발키리 알테미스가 들어왔고 휀은 알테미스를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용건인가.”
“위대하신 7인의 악마왕 중 한 분이신, **’디아블로’**님께서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자, 휀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잠시 그렇게 생각을 하던 휀은 다시 알테미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직접, 아니면 간접.”
“직접입니다. 통화용 크리스탈을 가져왔습니다.”
“… 좋아.”
알테미스는 곧바로 품에서 흑색 크리스탈을 꺼내 휀의 책상 위에 놓았고, 곧 크리스탈은 넓게 벌려지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천장에 비스듬히 쏘아 올려진 빛의 장막엔 붉은색의 실루엣이 지나간다 싶더니, 곧바로 휀조차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요기를 띤 세 개의 붉은 점이 떠올랐다. 그 붉은 점을 중심으로 흉측하게 생긴 악마왕, 디아블로의 모습이 나타났고 디아블로는 수백 도의 열기가 서린 호흡을 거칠게 뿜어내며 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오래간만이다… 빛의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 건강한 모습을 보니 이 몸도 상당히 즐겁도다.」
휀은 곧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럼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 후, 여전히 재미가 없는 녀석이로다. 좋아, 그럼 듣거라. 지금 네가 있는 차원계에 메타트론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선신계에서 그 정도의 힘을 그 세계에 내려 보냈다 함은 분명 아롤님이 잠자고 계신 틈을 타 차원의 균형을 깨겠다는 증거. 고로, 너를 비롯한 가즈 나이트와 용족들의 철수, 그리고 악신계의 개입 허가를 요청하는 바이다.」
디아블로의 말을 들은 휀은 다시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생각하던 최대, 최악의 사태가 코 앞에 닥쳐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휀은 곧 눈을 뜨며 디아블로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디아블로님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메타트론은 이미 선신계와 관련이 없는 자. 당신과 같은 귀한 분께서 나서실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메타트론의 일은 주신께서도 별도로 지시를 하셨기 때문에 더욱 당신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그 순간, 디아블로의 눈에서 그의 피부색보다 더욱 붉은색의 사념이 화끈거렸고 크리스탈로 간접 통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요기의 압력에 휀의 눈썹은 꿈틀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디아블로의 감정은 평온을 되찾았고, 디아블로는 다시금 휀에게 말했다.
「… 좋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드니 이번만큼은 넘어가 주노라. 하지만, 너희들 가즈 나이트들이 메타트론의 힘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악신계가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두노라. 그럼 건투를 빈다, 휀·라디언트….」
곧, 크리스탈에서 뿜어지는 빛은 조용히 소거되었고 알테미스는 그 크리스탈을 챙기며 휀에게 물었다.
“디아블로님과 잘 아시는 사이십니까.”
“다른 악마왕들에 비해선 친한 편이다. 차이점은 내가 직접 상대한 일이 없다는 것뿐이지만. 더 이상 용건이 없다면 가보도록.”
“… 수고하시길.”
알테미스는 곧바로 방을 나섰고, 가만히 문을 바라보던 휀은 지크의 집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나다. 리오와 함께 장로님의 방으로 오도록.”
「아, 대장? 왠일이야, 밥이라도 사 주려고?」
휀은 곧 시선을 시계에 돌렸고, 다시 지크에게 간단히 말했다.
“식사 시간은 지났다.”
「쳇, 하여튼 재미없다니까. 알았으니 조금만 기다리셔.」
전화를 끊은 휀은 곧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다시금 전화를 들며 이곳저곳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
장로의 방에 모인 리오와 바이칼, 지크, 아더, 멀린, 그리고 장로는 휀에게서 디아블로와 접촉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지크를 제외하고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일그러진 표정에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는 곧 리오의 팔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이봐, 악마왕이 그렇게 센 녀석들이었어?”
“… 휀이나 바이론 내지는 내가 제 4 안전 주문까지 풀고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 존재들이야. 하르마게돈 이후 표면에 드러나길 꺼려하지만 어쨌든 적이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을 못해. 최소한 행성 하나는 날아간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야.”
“… 그, 그래?”
지크가 바짝 긴장을 함과 동시에, 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는 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휀은 여느 때와 같이 냉엄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악마왕들까지 개입한다 선포한 이상, 더 이상 이 전투를 늦출 이유는 없습니다. 전력도 많이 보강된 이상, 이제 속전속결로 북아메리카 대륙을 공략해야만 합니다.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 흐음, 북아메리카에 주둔하고 있는 적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는 있나?”
아더의 질문에, 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메타트론이 이끄는 원·디바인 크루세이더가 가장 강한 전력이라 생각되며, 나머진 와카루와 바이오 버그들이 주를 이룬다 생각합니다. 단지, 동룡족의 움직임이 최근 보이지 않아 약간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인 원·디바인 크루세이더입니다. 지금으로선 저희 가즈 나이트들이 그들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합니다.”
아더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바이칼의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면… 동룡족의 전력은 어떻게 해야 하나. 차원 이동을 통해 사라졌다는 말도 없고… 어딘가에서 우리를 습격하려 하지 않겠나?”
“동룡족의 우두머리인 쥬빌란은 그런 실수를 두 번 저지를 남자는 아니다. 동룡족은 예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종족. 쥬빌란을 비롯한 동룡족 장성들은 그전의 습격을 통해 상당한 양심적 가책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주의해서 손해 볼 것은 없지.”
“… 아, 그런데 미카엘님은 왜 참석시키지 않았나?”
멀린의 질문에, 휀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전력에 포함되지 않는 미카엘님은 우리로선 도움이 안 되는 존재일 뿐입니다. 메타트론과 싸울 때 정보보다는 그를 능가하는 힘이 더 필요합니다. 미카엘님은 넬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저 미카엘님의 기억을 가진 존재일 뿐입니다.”
“… 그, 그런가…?”
멀린은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휀의 행동에 이유가 없던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오와 지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지던 대화가 끝난 직후, 휀은 곧바로 전체 전룡단과 4대 용왕군, 그리고 가즈 나이트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참가한 작전 회의를 열었고 그 회의에선 일곱 시간을 넘기는 대장정 끝에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장식할 최대, 최후의 작전이 수립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드래고니스가 포함된 주 전력은 영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4대 용왕군 역시 전력을 재정비하며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 작전의 시작을 준비했다.
※※※
드래고니스가 이동하는 몇일 동안, 지크는 홀로 훈련장에 틀어박혀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적당한 기술로는 이상하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지만, 이상하게도 북아메리카 대륙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 탓도 있었다. 지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최대 여덟 개로 분열되는 무명도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여덟 개의 검을 한꺼번에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무리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 에잇, 젠장!!!”
한참을 수련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번씩이나 칼을 떨어트리고 만 지크는 결국 짜증을 내며 훈련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흥분을 가라앉히던 지크는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 그 올파드라는 아저씨, 분명 외팔로 이도류를 한단 말이야…. 빌어먹을, 그 아저씨의 교차식 이도류를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상대 해 본 리오 녀석에게 물어볼까?”
지크는 궁시렁대며 자신의 무전기를 꺼냈다.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기술을 만들어내고 싶은 지크의 집념은 보통 상황에선 개그맨으로 보일지 모르는 그를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만들고 있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그때, 훈련장 밖에서 갑자기 비상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리오에게 막 연락을 취하려던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무명도를 원래대로 되돌린 뒤 곧바로 훈련장 밖으로 나가 보았다.
“어이, 무슨 일이야!”
급히 복도를 뛰어가던 전룡단 단장을 붙잡은 지크는 곧바로 비상 신호의 정체에 대해 물었고, 전룡단 단장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지크에게 말했다.
“동룡족입니다!! 동룡족의 함대가 이쪽을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 뭐라?!”
………………. . . . . . . . .
비상 경보음을 역시 들은 리오는 곧바로 망토를 챙겨 입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들의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 작전이 개시되기도 전에 동룡족의 함대가 몰려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도 나쁜 타이밍이었다.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그리고 디스파이어를 장비한 리오는 소파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루이체의 머리를 매만져 주며 말했다.
“자, 갔다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어머님도 걱정하지 말고 계십시오.”
“… 예, 지크를 부탁드려요 리오씨.”
역시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레니는 리오의 위안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집을 나선 리오는 몸을 공중에 띄운 뒤 제궁을 향해 최대 스피드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인가…? 하지만, 전혀 무의미할 텐데…!!”
………………. . . . . . . . . .
“적의 숫자는.”
황급히 사령실로 올라온 바이칼은 곧바로 휀에게 적 상황을 물었고, 가만히 레이더 전광판을 바라보던 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 어림잡아 80만… 물론 함선 숫자로.”
“… 뭐라고?!”
80만이라는 숫자는 바이칼의 침착한 얼굴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곧이어 사령실에 도착한 장로 역시 전광판에 떠오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도트 뭉치들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이 행성에 주둔하고 있는 동룡족의 전 함대가 몰려오는 듯하다. 지금 우리 함대의 수는 45만… 4대 용왕의 50만까지 합하면 95만이지만 그들이 워프를 하지 않는 한 이곳에 올 수 없으니 상황은 상당히 나쁘다. 아무래도 최후의 작전 이전의 마지막 고비가 될 듯하군.”
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고,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불만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사령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마마, 적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치는 적 기함 칠두지룡입니다!!”
그러자, 바이칼은 턱을 괸 채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오늘로서 쥬빌란 녀석의 상판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길…. 연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