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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703화


모든 건물의 외벽엔 녹색 체액이 엉겨 붙어 있었고, 상가의 문에서도 젤리와 같은 괴 물질이 엉겨 붙어 괴기스러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곤충이나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있는 것은 자연만큼엔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 바이오 버그뿐이었다.

드래고니스와 분리한 동맹군 주 기함 브리간테스. 그 사령실 안에서 수백 Km 떨어진 뉴욕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휀은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자리에 앉으며 지시를 내렸다.

“3, 5, 7, 10, 13, 19, 25, 28, 37 함대에게 지시를. 보유한 장거리 구축함과 지상 폭격함으로 저 도시를 초토화시키도록.”

“예?! 하, 하지만 생존자가 있을지도‥.”

“생존자도 자신을 죽여달라 울부짖고 있을 거다. 저런 상황이라면.”

“‥알겠습니다!”

10분 후, 지시를 받은 함대는 폭격 대열로 정렬한 뒤 뉴욕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구축함의 함포와 지상 폭격함의 공대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최초로 마지막 전투는 시작되었다. 마지막 전투라고는 했지만 가장 길고 지루한 전투로서 서룡족과 동룡족의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책에 기록하고 있었다. 그만큼, 북아메리카 대륙에 번식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짧을 줄 알았던 전투의 장기화로 웨드들이 사용하는 라이플의 탄 소비량은 드래고니스의 저장 수치를 뛰어넘어 버렸고, 결국 각국의 군수 공장에서 임시로 생산한 탄들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드래고니스의 저장량이 떨어졌을 때가 전투의 후반부여서 그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임시로 생산된 탄을 사용한 웨드들은 전투 후 꼭 새 라이플을 지급받았을 정도로 임시 탄의 불량률은 막강했다. 물론 정비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2개월 이상 지속된 전면전으로 인해 웨드들의 부품은 바이오 버그들의 체액 때문에 부식해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투 전엔 2만에 가까웠던 웨드의 기체 수가 전투가 종결된 뒤 1만도 남지 않았다는 결과는 그만큼 전투가 격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는 마지막 작전 직전까진 어렵지 않았다. 전투가 길어진 이유는 바이오 버그들의 전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전투 직전까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개월간의 긴 사투가 끝나고 결국 남은 것은 와카루가 MOTHER, 그리고 메타트론이 있을 본거지 뿐이었다. 하지만, 그 본거지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지름 200 Km로 자라 있는 생체 요새의 전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차원 결계가 감싸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깥쪽의 방어진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를 위시한 강력한 것이었기에 쉽진 않았지만 가즈 나이트들에겐 차원 결계 안쪽에서의 전투가 더욱 문제였다. 결국, 마지막 전투는 가즈 나이트 일곱 명만으로 행해지게 되었고 가즈 나이트들은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새벽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

새벽 여섯 시.

자신의 디지탈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지크는 숨을 길게 내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섯 시라고는 했지만 아직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지크의 코와 입에선 다른 계절에선 볼 수 없는 양의 입김이 뿜어졌다. 겨울이었고, 또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가즈 나이트들의 생체적 능력은 그런 추위쯤은 무시할 수 있었다. 거의 1년 가까이 계속된 이번 전투는 지크로 하여금 다른 어느 때보다도 성장하게 만들어준 계기이기도 했다. 지크는 여느 때와는 다른 굳은 표정으로 주위의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바이론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바신과 함께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론과 사바신 둘 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레디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멀리 보이는 바이오 버그의 본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렌은 죽어버린 고목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중이었고, 휀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디스파이어를 보고 묵묵히 웃고 있었다. 디스파이어가 한 번 번쩍일 때마다 리오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사람처럼 대답을 하기도 했다.

“‥난 뭐하지?”

지크는 무명도의 칼집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때, 휀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은 기지 중심부에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서 전투를 벌인다. 차원 결계를 깨는 것은 용제와 주룡이 맡는다 했으니 그들이 작전을 성공할 때까지 적의 중요 인물은 건들지 않는다.”

“흐음‥보스급들은 건들지 말라는 소리구만. 그럼, 그 녀석들이 우리한테 덤비면 어떡해 대장.”

지크의 질문에, 휀은 적의 기지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도망치도록. 괜히 힘 뺄 생각은 하지 말아라.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말이다.”

“‥모르는 것?”

휀의 말에 섞인 수수께끼에, 바이론을 제외한 모두가 휀에게 집중했다. 바이론은 곧 피식 웃으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파괴신의 세계 강림이라는 예언 문구가 가리킨 날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휀 녀석도, 서룡족, 동룡족의 수뇌부도 생각지 못한 게 있었지. 사실 그들은‥아니, 우리들이라고 해야 하나? 크크큭‥바이오 버그 녀석들의 숫자라는 개념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공장에서 못을 찍어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번식하는 녀석들인데 아무리 가즈 나이트가 끼고 서룡족, 동룡족이 연합을 한다 해도 이기긴 어려웠지. 작전이 처음 수립되었을 때엔 그리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예언서에 나온 파괴신 강림의 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걱정은 더해갔지. 그리고, 그날은 오늘로 다가온 것이다. 정확히 언제인진 모르지만‥.”

“‥덧붙여서 장소도 이곳이다.”

바이론의 말을 휀이 마무리하는 순간, 모든 가즈 나이트들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지고 말았다. 와카루, 메타트론 말고 미지의 존재가 또 나타난다는 것은 가즈 나이트들에게 중압감을 주었다.

“‥메타트론과 파괴신이 관련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그런 이유로 메타트론은 마지막에 치도록 한다. 예언이 실현되든 안 되든, 우리는 오늘 주어진 우리의 할 일만 다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약간은 더 편해지겠지. 각자의 위치는 모두 다 알고 있을 거다. 그럼 시작한다.”

휀의 신호에 맞춰, 같은 조가 된 지크와 사바신, 그리고 슈렌과 레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맡은 방향으로 향했고, 조가 짜여지지 않은 리오와 휀, 그리고 바이론 역시 자신들이 맡은 방향을 향해 몸을 옮겼다.

리오는 상공에 떠오르는 적들과 디바인 크루세이더들을, 휀은 남쪽을, 바이론은 북쪽을, 지크와 사바신 조는 서쪽을, 슈렌과 레디의 조는 동쪽을 각각 맡기로 했다. 사실 리오 혼자서 공중을 다 떠맡는 건 무리였지만 리오는 특별히 화이트 나이트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지크와 같이 가는 도중, 사바신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렸고 지크가 자신을 보자마자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이봐 지크 씨. 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구.”

그러자, 지크의 안색은 새파래졌고 사바신은 움찔하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 이봐. 왜 그래?”

“‥너, 나한테 고백한 거지?”

“…….”

순간, 둘 사이엔 묘한 정적이 흘렀고 겨우 의식을 회복한 사바신은 순간 지크를 향해 펀치를 내뻗으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 이 사바신님에게 모욕을 주는 거냐!!!!”

“이봐 형씨. 농담도 못하나 농담도.”

“시끄럿!!! 이번 일이 끝나면 널 죽여버리겠다!!!!”

“흥, 이러니 인기가 없지.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 미남 투표에서 6위했지? 헤헷, 이런 난폭자를 누가 좋아해.”

“뭐라고!!! 그러는 너는 5위잖아!!!!”

“헤헹, 넌 5와 6이란 숫자의 차이도 구분 못하냐? 어차피 여자들이 더 선택한 건 나고 덜 선택한 건 너야.”

“으, 으으으으윽!!!! 이 자식!!!!!”

결국, 사바신은 지크의 옷자락을 잡고 자신의 주먹에 힘을 넣기 시작했고 사바신이 흥분할 대로 흥분한 것을 본 지크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날 때릴 거야?”

퍼억–!!!!!!!

<…………………….. . . . . . . .>

“슈렌, 우리 잘 해보자구.”

레디는 빙긋 웃으며 슈렌을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러나, 레디의 뜻을 잘못 이해한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대답했다.

“‥으음.”

슈렌은 목표 지점을 향해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고, 허망히 손을 편 채 서 있던 레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내린 뒤 슈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흐음‥그런데, 사바신하고 지크는 잘 되어갈까? 둘이 어찌 보면 성격이 비슷한데 말이야.”

레디의 질문에, 슈렌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비유하자면, 지크는 광대고 사바신은 차력사지. 둘은 엄연히 다른 성격이야.”

“‥그, 그렇구나.”

<…………………….. . . . . . . . .>

“이 빌어먹을 자식!!! 진짜로 때리기냐!!!!!”

“너 같으면 그 닭살 돋는 대사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냐!!!!!”

지크와 사바신은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나름대로 목표 지점을 향해 꾸준히 가고 있었다.

<※※※>

바이칼과 쥬빌란은 드래고니스에 있는 브리간트상 앞에서 조용히 의식을 올리고 있었다. 이전에 동맹을 했던 세 번 모두 그들의 공통된 적을 처단하기 위해 각 종족의 우두머리들이 나설 때면 특별한 의식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그들은 의식을 거행했다. 의식이 끝난 뒤, 둘은 자신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4대 용왕과 군주들을 비롯한 장성들에게 각자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마지막에 말하는 것이 더 멋있다는 단순한 의견을 제시해 결국 쥬빌란이 먼저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우스운 일을 시작으로 우리 두 종족은 이 세계에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동맹을 맺은 이유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통된 적을 없애기 위해, 전 차원계를 위해 우리는 힘을 합했습니다. 저와 용제께서 힘을 합한 이상 적은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그대들은 정말 잘 싸워 주었습니다. 비록 파괴신이란 미지의 존재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두 종족의 미래는 다시 찬란하게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럼.”

쥬빌란은 곧 뒤로 약간 물러섰고,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을 안 바이칼은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으나 속으론 상당히 곤란해 하고 있었다. 자신이 말할 것을 쥬빌란이 모조리 말한 탓이었다. 바이칼이 잠시 동안 말이 없자, 4대 용왕을 비롯한 장성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옆에 서 있던 장로는 설마 하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멀리서 멀린과 함께 의식을 지켜보고 있던 아더는 이해한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말할 게 없어진 모양이군. 젊은 용제께서 말일세. 하하하핫‥.”

계속 서있기만 하던 바이칼의 얼굴은 결국 붉어지고 말았고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쥬빌란마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4대 용왕 중 한 명인 풍왕 ‘가루다’가 일어나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핫‥. 마마께선 언제나 최고의 연설을 해 주시는군요. 저희들과 시선을 차례차례 맞추시며 믿음감을 불어넣어 주시다니, 역시 마마께선 최고의 제왕이십니다. 안 그런가 모두들?”

“아‥그,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핫–!!!!!!”

곧,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바이칼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 쉬었다. 곧, 드래고니스의 상공에선 찬란한 빛과 함께 두 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이 위용을 드러냈고, 두 드래곤은 빠른 속도로 적 기지의 상공에 떠 있는 차원 결계 생성 장치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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