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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708화


“‥윽‥!”

휀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플렉시온을 들고 있는 오른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왼팔은 메타트론의 공격에 의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휀의 배틀 코트, ‘코로나’는 반쯤 넝마가 되어 있고 그에 맞춰 휀의 몸 역시 엉망이었다.

“‥건방진 녀석, 네 녀석의 그 무표정이 난 마음에 안 들어!!!!”

메타트론의 발이 휀의 얼굴에 직격했고, 휀은 결국 멀찌감치 나가떨어져 바닥에 눕고 말았다. 메타트론은 천천히 걸어가 발로 휀의 얼굴을 짓밟았고, 발끝을 조금씩 움직이며 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광황?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 후후, 그런 거창한 이름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너의 모든 것을 부정해 주겠다!!! 그리고 치욕을 안겨주마!!!!”

“‥좋을 대로.”

“‥뭐?”

메타트론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휀을 바라보았다. 휀의 차가운 눈빛은 흐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몸은 망가져 있어도 정신만은 또렷했다. 휀은 나지막이 말했다.

“‥광황이니,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니 하는 단어는 나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다. 그런 이름 따윈 어찌되어도 상관없어.”

“‥이, 이 녀석!!!!”

퍼억–!!

메타트론은 다시금 휀을 강하게 걷어찼고, 휀의 몸은 지면 위에서 몇 바퀴를 굴러서야 겨우 멈추게 되었다. 매우 흥분한 상태의 메타트론은 자신의 투창으로 휀의 등판을 강하게 찔렀고, 휀의 눈은 순간 크게 꿈틀거렸다. 메타트론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투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휀에게 소리쳤다.

“어떠냐, 네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는 소감이!!! 뭐라 하든 넌 진 거다!! 나에게 진 거란 말이다!!!”

“‥이성을 잃었군. 메타트론.”

“뭐라고?!”

“틀린 말인가. 그럼 지금 네 마음속을 알아맞혀 보지. 미카엘을 이용한 계략은 나에게 확실히 간파당했다. 결국 상황은 역전되어 지금까지 왔지. 선신계 대 천사장 직을 역임한 두 명의 고위 천사가 내 놀잇감이 된 것에 넌 자존심이 상했고, 지금 현재 자신의 계략을 간파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남자에게 질투를 퍼붓고 있다. 이성을 잃고 말이야. ‥틀린 말이라면 할 수 없겠지.”

“…!!!!!!!”

메타트론은 결국 흥분할 대로 흥분했고, 휀의 몸에 박아 넣은 투창을 뽑은 뒤 휀의 머리 쪽에 들이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 녀석의 더러운 입을 여기서 없애버리겠다!!!!!! 죽어랏–!!!!!!”

“아, 하나 더. 이성만 잃은 것이 아니고 지능까지 낮아졌군. 천사는 뇌에 강물이 들어가면 그렇게 되나.”

“–!!!!!! 이 녀석!!!!!!”

“넌 졌다.”

퍼어어어억–!!!!!!!!

순간, 메타트론의 후두부와 목에 두 개의 발이 내리꽂혔고, 상당히 흥분한 탓에 휀에게만 정신을 팔고 있던 메타트론은 큰 타격을 입으며 멀찌감치 나가떨어졌다.

“오오, 천하의 휀 씨가 팔도 날아간 상태로 뻗어 있네? 이거 사진이라도 한 방 박아놔야 하겠는데? 하하하핫–!!!!”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방수 카메라 한 대 가져오자고 했잖아 땅강아지. 이거 진짜 걸작인데 말이야. 헤헤헷‥.”

메타트론에게 거의 동시적으로 발차기를 먹인 둘은 손을 마주치며 웃기 시작했고, 그 사이 휀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둘에게 말했다.

“너무 늦었군.”

“얼라? 이 아저씨 하는 말 좀 보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배낭 달라는 격이잖아?”

“이봐, 봇짐이라구 친구.”

두 남자, 지크와 사바신은 킥킥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휀은 조용히 자신의 끊어진 왼팔을 재생시킨 뒤 멀리 쓰러져 있는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패배자. 애인 앞에서 뻗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

“‥큭, 비겁한 녀석‥!!! 3대 1로 싸우자니, 그러고도 가즈 나이트인가!!!”

메타트론은 자신의 뒷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몸을 일으켰고, 휀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군.”

휀의 그 말을 들은 사바신과 지크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휀의 뒤에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비겁하긴 비겁하다, 그렇지?”

“대장은 원래 그런 녀석이라구. 놀랄 것도 없어.”

“‥내 상처가 적당히 회복될 때까지 너희들이 상대하도록. 가급적이면 시간을 끌며 도발을 하는 쪽으로 전투를 이끌기 바란다.”

“옛썰!!!”

휀의 지시를 받은 지크와 사바신은 거수경례를 붙인 뒤 메타트론의 앞에 섰다. 가만히 메타트론을 바라보던 사바신은 곧 자신의 검은 코트를 벗었고, 러닝 셔츠를 입은 상태에서 메타트론에게 자신의 근육 미를 한껏 자랑하며 소리쳤다.

“자아!! 중성 천사 따위에겐 이런 근육이 없겠지!!! 부러울 거다, 우하하하핫–!!!”

뒤에서 메타트론과 사바신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던 지크는 곧 자신의 붉은 재킷을 벗었고, 면 티의 소매를 끝까지 올려 붙인 뒤 역시 팔의 근육을 경직시키며 소리쳤다.

“우린 이런 게 기본이야!!! 음우하하하하하하핫–!!!!”

“…….”

휀은 자신의 몸이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었다.

<※※※>

한참 동안의 격전. 리오가 탄 화이트 나이트와 와카루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리오로선 손해 보는 것이 없었다. 그 자신의 체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고 화이트 나이트의 에너지만이 소모되는 탓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와카루는 조용히 양 팔을 내렸고, 맘대로 하라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위로 쳐 들었다. 그것을 본 리오는 조용히 와카루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나!! 당신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와카루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잠시간의 침묵. 이윽고, 와카루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신이 되기 위해서‥하하하하핫‥.”

똑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분개한 리오는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을 꺼냈고 출력을 최대로 올려 와카루를 쏘았다. 와카루의 몸은 빠르게 뒤로 밀려났고 결국 자신이 만든 차원 결계 생성 장치의 외벽을 파고 들어가 깊숙이 박히고 말았다.

「‥그것이, 당신의 생명을 건 목적이라면, 당신만의 정의라면 나도 어쩔 수 없다! 내 정의를 위해, 세상의 정의를 위해!!!」

“‥훗‥.”

와카루의 희미한 미소와 함께, 화이트 나이트는 온몸에서 파란색의 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하드를 쓸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서 사용되었을 때의 반응. 곧이어 화이트 나이트의 부스터는 길게 불꽃을 뿜었고 화이트 나이트는 차원 결계 생성 장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끝이다!!! 지하드–!!!!!!!!」

그 순간이었다.

리오의 시야는 순간 하얀 빛으로 가득 찼고 리오는 움찔하며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밝은 빛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오의 눈엔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

‘뭐지‥!! 음?!’

그 빛 속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학생복을 입은, 까까머리의 동양인 소년이었다. 가만히 빛이 퍼져오는 방향을 바라보던 그 소년은 곧 리오를 바라보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신이 되어서, 엄마를 보고 싶었어. 천국에 계신 엄마를‥.”

“‥!!!”

리오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이 바보 같은–!!!!!!”

순간, 다시금 밝은 빛이 그 소년의 몸에서 뿜어졌고 리오의 눈앞엔 거대한 폭발 광이 들어왔다. 리오는 본능적으로 그곳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차원 결계 생성 장치는 와카루의 몸과 함께 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져갔다. 화이트 나이트의 몸은 곧 정상 크기로 돌아왔고, 이윽고 조종석이 열리며 안에 타고 있던 리오의 붉은 장발이 강한 바람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하면서도 강한 존재였던가‥인간이란 존재는‥.”

리오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이유에, 리오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도 허약한 그 생각이 강한 집념이 되어 한 인간을 그렇게, 그리고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하고‥.

“‥좋은 걸 보았군. 내내 이야기할 수 있겠어‥.”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조종석을 닫았다. 화이트 나이트 밑으로 보이던 차원 결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

「비상 작동 개시. 비상 작동 개시. 연구소 안의 모든 직원들은 즉시 밖으로 탈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비상 작동 개시. 비상 작동 개시‥.」

“‥?!”

기계음이 섞인 안내 방송. 그것을 들은 바이론은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기지 내부를 밝혀주던 불빛은 곧 적색으로 바뀌었고, 바이론은 인상을 구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차원 결계는 사라졌는데‥뭐지? 기지 전체가 움직이고 있군‥.”

그때, 복도 저편에서 두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 바이론은 그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들도 들어왔나. 크큭‥쓸데없는 짓을 했군.”

“아아, 바이론!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이 반응은!!”

약간 겁에 질린 레디의 질문에 바이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같이 온 슈렌 역시 바이론에게 레디와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그러진 않았다. 기지 전체를 감싸기 시작한 진동은 점차 커져만 갔고, 중심을 잃기 직전까지의 상황이 오자 바이론은 곧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전 주문을 4단계까지 개방해라. 힘으로 탈출한다.”

“뭐? 아니, 무슨 소리야 바이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 한 기분이다. 잔말 말고 탈출하는 게 좋아. 그게 싫으면 자살하던가‥크크크크큭‥.”

레디와 슈렌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여유 있게 몸을 회복하고 안전 주문을 4단계까지 개방한 휀의 모습과는 달리, 사바신과 지크는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무리 둘이라고는 했지만 메타트론의 막강한 힘 앞에선 무의미했다. 물론 둘이 당한 시점은 차원 결계가 리오에 의해 깨지기 전이었다. 둘의 기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 휀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던진 뒤 플렉시온을 다시 빼 들었고, 메타트론에게 걸어가며 쓰러져 있는 사바신과 지크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

“…….”

“…….”

지크와 사바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휀은 조용히 손목을 풀며 자신의 앞에 있는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아까는 머리에서, 그리고 냉철함에서 내가 이겼지만 이번엔 힘에서도 내가 이길 차례. 와카루도 정리된 듯 하니 남은 건 너 하나다 메타트론. 주신의 명으로 널 소거하겠다.”

그 말에, 메타트론은 휀을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하하하하핫–!!!! 동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몸을 회복한 비겁자 주제에 입은 뚫려 있구나!!!!”

“그쪽이 널 더 쉽게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휀은 그렇게 말을 맺으며 계속해서 메타트론에게 접근했고, 메타트론은 곧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나도 비겁해질 수 있겠군. 하하하하핫‥!!!”

“‥!”

순간, 휀의 몸을 누군가가 뒤에서 붙잡았고 휀은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넬, 아니 미카엘이 눈을 꼭 감은 채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보통 10대 소녀의 힘으로 휀을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미카엘로서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해 휀을 묶고 있는 것이었다. 메타트론은 투창을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휀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안전 주문이라는 것을 푼 보람이 없겠군. 우선은, 네 그 더러운 눈부터 찔러 뇌를 관통시켜주겠다. 난 너의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탁–

그때, 누군가가 메타트론의 발목을 손으로 잡았고 메타트론은 약간 놀란 눈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다름 아닌 지크였다.

“‥헤헷, 고렇게는 못하지. 발목 잡은 건‥사과할께 중성.”

지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메타트론의 앞에 바짝 붙어 섰고, 메타트론보다 키가 큰 편인 지크는 메타트론을 내려다보며 오래간만에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말했다.

“‥궁둥이를 쳐주마. 호모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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