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709화
“쳇, 혼자만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 마 바람개비 녀석.”
사바신은 골절된 다리가 고쳐지자마자 몸을 일으키며 지크에게 말했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상태에서, 지크는 휀에게 묻기 시작했다.
“어이 대장. 이 중성 호모 녀석은 내가 좀 만져줘도 되겠지? 어차피 대장이 손해볼 건 없을 거 아냐.”
미카엘에게 포박당한 채 서 있던 휀은 묵묵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곧 눈을 감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좋을 대로.”
“‥헤헷, 좋아 좋아.”
휀에게 허락을 받은 지크는 메타트론으로부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장갑을 강하게 조이기 시작하며 메타트론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차이’라는 말의 뜻, 알고 있나 호모?”
“‥후, 머리에 큰 충격이라도 받은 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한 번 그 더러운 입으로 지껄여 봐라.”
지크는 곧 무명도를 자신의 앞에 꽂았고, 무명도는 천천히 분열을 시작했다. 분열 과정이 끝나길 기다리며, 지크는 계속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객기 부리는 것도 사실 넌 이해가 안 갈 거야. 헤헷‥미안하지만 난 맘에 안 든다구. 네 그 재수 없는 상판이나, 야리꾸리한 몸매나‥모두 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인정한 호모 비스름한 녀석은 바이칼 한 놈뿐이야. 다른 놈들은 싫어.”
“레디, 레디‥.”
“‥아아, 레디도 포함해서. 미안하군. 헤헷, 어쨌든‥눌러주겠다. 옛날 신계에서 최고라 불렸던 호모를 말이야. 호모 퇴치 협회 회원의 이름‥아아, 가즈 나이트의 일원으로서‥!!!”
지크의 말이 끝났을 때, 무명도는 여덟 개의 다른 무명도로 분열이 되었고 지크는 즉시 자신의 허리 양쪽에 여덟 개의 무명도를 나누어 찼다. 지크를 가만히 바라보던 메타트론은 싱겁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자신의 투창을 들어 올렸다.
“‥개그는 끝났나?”
“대답은 NO다!!”
순간, 지크의 이마엔 여덟 개의 하늘색 무늬가 떠올랐고 그의 몸에선 엄청난 양의 기류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지크의 힘이 갑자기 증가한 것에 약간 놀란 메타트론은 얼굴의 미소를 지우고 자세를 취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후, 인간이 만든 바이오 로이드 주제에 잘도 가즈 나이트라 부르짖는군.”
“‥!!!!!!”
그때, 지크와 사바신의 눈은 동시에 커졌고 휀은 눈을 다시금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는 휀을 묶고 있는 미카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고, 이윽고 분노가 폭발한 사바신이 팔봉신 영룡을 불끈 쥐며 메타트론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녀석 같으니!!!! 죽고 싶지 않다면 싫다고 빌어 이 자식아!!!!! 네놈의 머리통은 내가 날려버리겠다!!!!!!!”
“음? 난 정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후후후훗‥.”
메타트론은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고, 결국 사바신은 분을 참지 못하고 메타트론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죽어버리겠다 이 자식–!!!!!!!!!”
“‥쳇, 시끄러 땅강아지.”
“‥?!”
지크의 한마디가 들린 직후, 사바신의 움직임은 멈췄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나만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웬만한 인간은 다 아는 사실이었구만. 헤헤헤헷‥. 사실 난 처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얼마 후 내 이모에게 들었지. 난 그런 녀석이라고 말이야. 물론 그땐 울고도 싶었지만 처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말한 게 떠올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기로 했어. ‘누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넌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아라‥.’는 유언이 말이지. 미안하지만 난 지크·스나이퍼야. 바이오 로이드가 아니라구. 어머니가 있고, 이모가 있고 할머니가 있고, 세 명의 의형제가 있는 가즈 나이트 지크·스나이퍼‥라 이거야. 자자, 뒷북치기는 끝났냐 호모? 헤헤헷‥.”
“‥흥.”
메타트론은 묵묵히 말문을 닫았다. 그때, 가만히 지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사바신이 지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 뻗으며 크게 소리쳤다.
“지크!! 너 최고로 멋지다!!!! 으흐흐흑‥!!”
“‥징그럽게 울긴. 하여튼, 간다 메타트론!!! 난 지금 기분이 최고로 좋으니 어서 붙자구!!!”
“‥버릇없는‥!!!”
메타트론은 곧바로 자신의 투창을 휘두르며 지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메타트론의 공격을 우선 피해 나갔다. 지크는 간발의 차이로 메타트론의 공격을 피했다. 재킷 끝이 잘리고 옷이 찢어졌지만 몸엔 상처를 입지 않았다. 지크의 움직임을 말없이 지켜보던 휀은 옅은 미소를 띠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안전 주문을 4단계까지 Full로 개방했을 텐데‥힘을 100% 소화하고 있군. 언제나 날 놀라게 하는 녀석.”
지금, 지크는 오직 메타트론과 싸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바이오 로이드라는 사실도, 몸에 상처를 약간이나마 입고 있다는 사실도 지크를 방해하진 못했다. 그의 신경 세포와 피부 조직들은 단순히 자체적인 힘인 기전력을 뿜어낼 때와는 달리 가즈 나이트의 몸 일부분으로서 기류를 읽고, 상대방의 숨소리를 읽고, 상대방의 기를 읽으며 지크의 전투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주고 있었다.
‘기분이 좋다구‥!! 헤비메탈을 듣는 기분이야‥!!!’
지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
지크가 얼마 동안 메타트론의 창을 피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메타트론의 투창은 지크의 옷깃조차 스치질 못했고 메타트론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
메타트론은 자신의 움직임이 지크에게 읽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이랬던 적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옛날엔‥.
“딴 생각하지 마라 메타트론!!!”
퍼억–!!!!
“크윽!!”
순간, 지크의 첫 공격이 메타트론의 복부에 직격했고 메타트론은 큰 충격을 입으며 뒤로 밀려났다. 곧바로 지크의 발차기가 연속적으로 메타트론의 얼굴에 내리꽂혔고 메타트론은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지크의 공격에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지크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자, 어떠냐 메타트론!!! 불만 있으면 일어나 봐!!! 다시 지껄여 보라구!!!! 나 하나도 이기지 못하면 내 위의 슈렌도, 리오도, 휀도, 바이론도 이기지 못한다!!!”
“‥벌레 같은 놈!!!!”
순간, 메타트론의 몸에선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지크, 그리고 근접한 거리에 있던 사바신은 알 수 없는 벽에 밀리며 일정한 범위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으윽?! 뭐지!!”
지크는 주먹으로 자신의 앞에 펼쳐진 장벽을 쳐보기도 하였으나 그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크의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던 휀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로라’‥인가. 하긴, 쉴 때도 되었지‥.”
메타트론은 강력한 절대 방어막인 오로라를 사용한 상태로 지크에게서 입은 충격을 회복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상당히 강한 충격이 머리에 연속적으로 들어온 탓에 메타트론이라 해도 충격은 컸다.
“‥빌어먹을 녀석, 좋아‥! 오늘을 위해 준비한 신 기술을 보여주겠다!!! 난 분명히 말했어, 널 눌러버리겠다고!!!”
지크는 허리 양쪽에 나누어 찬 무명도들에 손을 가져간 뒤 눈을 감고 조용히 발도 자세를 취했다. 곧, 지크의 기는 다시금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오로라 안에서 몸을 회복시키던 메타트론은 움찔하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저, 저 녀석‥?!”
“….”
그 광경을 지켜보던 휀은 조용히 자신의 뒤에 있는 미카엘을 돌아보았고, 미카엘은 곧 휀의 허리를 잡은 팔을 묵묵히 풀어주었다. 휀은 곧장 주머니 안에서 구겨진 담배 하나를 꺼냈고, 곧바로 흡연을 즐기며 미카엘에게 들으라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대인 전투법을 전 가즈 나이트 중 최고로 익힌 남자. 인간형의 상대와 1대 1의 대결을 벌인다면 상당히 강해진다. 만약 사바신이나 슈렌이었다면 메타트론을 겨우 상대했겠지만 지크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힘과 경험만 뒷받침이 되어 준다면 나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남자가 될 수 있다. ‥내 말에 이의는 없겠지. 미카엘.”
“‥할 말 없군.”
“어쨌거나 메타트론을 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난 감상이나 하도록 하지.”
휀은 말을 마친 후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었다.
그 사이, 지크의 몸에 끌어올려지던 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지크는 순간 눈을 뜨며 크게 외쳤다.
“간다아!!!! 초 절정기!!!! 신식, ‘천수관음(千手觀音)’–!!!!!!”
지크의 천수관음이 발동된 순간, 메타트론은 자신의 몸이 지크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오로라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지크 쪽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이 녀석!? 어떻게–!!!”
지크에게 한참 빨려 들어가서야 메타트론은 알 수 있었다. 절대 방어막인 오로라를 지크의 기술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그의 뒤쪽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흐르는 강물 중간에 설치된 펌프와도 같이‥. 메타트론은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지크의 천수관음은 여덟 개의 칼을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지크의 힘이 100% 발휘되는 만큼 강렬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뒤로 물러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한 메타트론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투창을 앞세워 지크에게 역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날 우습게 보지 말아라 벌레 같은 녀석–!!!!!!!”
“눌러버리겠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지크와 메타트론, 둘은 순간적으로 충돌했고 엄청난 마찰 불꽃과 함께 둘은 각자의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지크는 이를 악물며 공중에서 자세를 바꿔 안전히 착지했다. 그러나, 메타트론은 그렇지 못했다.
“커헉–!!!!!”
메타트론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즉시 상처가 터지며 광혈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아직 남아있는 천수관음의 진공 현상에 의해 메타트론의 광혈은 더욱더 빠르고 강하게 분출되었다.
“메, 메타트론님–!!!!!!”
미카엘은 절규를 하며 메타트론에게 달려갔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휀은 안전 주문을 푼 뒤 멍하니 서 있는 지크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온 것을 느낀 지크는 피식 웃으며 휀에게 물었다.
“‥어땠어 대장?”
“네 식으로 하자면‥’멋졌다’고 해야 하겠지. 수고했다 지크.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휀은 덤덤히 지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지크는 곧 힘이 빠진 사람처럼 무너져 내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헤헷‥처음인데. 대장에게 칭찬도 다 받아보고‥헤헤헤헷‥.”
지크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고, 곧 사바신이 달려와 지크를 부축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지크!!! 정신 차려 녀석아!!!”
“….”
휀은 묵묵히 담배를 바닥에 부벼 껐다. 그도, 사바신도, 그리고 지크도 지금은 안전 주문을 해제하고 보통의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메타트론이 거의 필살의 충격을 입은 상태로 쓰러진 이상 남은 건 뒤처리뿐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 바보 같은 휀·라디언트!!!! 지금 뭐하는 건가!!!!!!”
그때, 바이론의 고함이 기지 입구 쪽에서 들려왔고 휀은 순간 아차하며 기지 쪽을 바라보았다. 바이론은 완전히 흥분한 상태로 다시금 휀에게 소리를 질렀다.
“메타트론을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크윽!!!!”
순간, 지면에서 수백 개의 전기선들이 튀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전기선들은 쓰러져 있는 메타트론에게 마치 뱀처럼 기어가 그의 몸을 묶기 시작했다. 메타트론의 육체가 순식간에 전기선에 뒤덮히자 곁에서 그를 돌봐주던 미카엘이 급히 에릭튜드를 꺼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미카엘은 다른 전기선들에 의해 멀찌감치 튕겨 나갔고 메타트론의 육체는 거짓말처럼 전기선에 묶여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휀과 바이론, 그리고 그 밖에 모든 가즈 나이트들은 당황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자신들이 밟고 서 있는 기지 내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실수인가‥!! 할 수 없다. 전원 드래고니스로 퇴각. 슈렌은 미카엘을 부탁한다.”
“‥으음.”
바이론과 함께 기지 밖으로 나온 슈렌은 곧바로 기절한 미카엘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고, 가즈 나이트들은 재빨리 기지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위험하다는 것은 상공에서 기지를 내려다보던 리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휀을 비롯한 자신의 동료들이 드래고니스들이 있는 쪽으로 퇴각을 개시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신도 퇴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