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7화
“너희들, 잠깐 나와 주실까?”
리오가 그들을 향해 이리 오라는 듯 손가락질을 하자 군인들은 흥분된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한마디로 도발이었다.
“오냐…! 네 소원대로 해주마!!”
다섯 명의 군인과 리오가 여관 앞의 큰길로 나갔다. 길가에는 여관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나와 본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리오는 팔짱을 낀 채 군인들에게 말했다.
“이봐, 이제 정체를 밝히시지. 왕국 군인들을 죽였다는 오해는 사기 싫으니까. 어때? 관중들도 많이 있고 말이야.”
리오의 말을 들은 군인들은 씨익 웃어보였다. 서로가 고개를 끄덕인 후 하나가 리오에게 말했다.
“후후, 좋다. 그러나 모습이 변한 우리들을 네가 이기지 못한다면 이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맘대로 해라, 나는 너희들을 없애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니까. 후일은 내 책임이 아니지.”
군인들의 표정은 인간의 얼굴 근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그들의 안면 살점이 튿어지고 있었다. 옷도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괴성을 질렀다. 괴성을 지르면서 신체가 변하고 있었다. 그들의 근육 하나하나가 녹색의 갑옷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동자는 붉은 광체를 내는 짐승의 눈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마, 마병이다! 마병이 나타났다!!”
이른바 마법 생물로 불리는 그들은 오직 전투만을 위해 태어난 개조 생물들이었다. 곤충, 동물, 심지어는 인간까지 이 마병들의 원료가 된다. 무기를 들지 않고서도 신체 자체가 무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에 맞는 전투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100년 전 제라만 제국에서 이 마병들을 사용해 전쟁을 벌인 후, 마병들은 제조도, 사용도 모두 금기시가 되었다. 하지만 왕국 주변에서 가끔씩 눈에 띄는 일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런대로 마병들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마병들은 자신의 껍질에서 대검을 빼들었다. 그러나 리오는 태연하게 머리나 긁고 있었다.
“아, 끝났나?”
리오는 말을 마치자마자 망토의 양 끝을 잡았다가 옆으로 강하게 폈다. 그리고는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엔 너희들쯤이야 라는 자신감과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후아아아앗!”
마병들이 돌격해 들어왔다. 그들의 무기는 날이 넓은 대검이었다. 거의 양손으로 쓰이는 무기였으나 마병들에게는 그 무게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을 세우고 돌격해 들어가는 마병 다섯의 모습은 다른 보통 기사가 일대일로 대치한 상황에서라면 그 기사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리오의 모습은 전혀 동요되지 않고 있었다.
“오너라앗!!”
마병들이 코 앞까지 왔을 때 리오의 앞에서 두 줄기의 보라색 빛이 보였다. 그러자 리오의 바로 정면에서 오던 마병의 양팔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파란색의 액체가 공기를 더럽혔다. 팔을 잃은 마병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리오는 오른쪽 손가락으로 땅을 짚고 회전하며 마병들의 등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병들이 리오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는 리오의 몸을 땅에선 볼 수가 없었다.
<공중이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마병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리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병 넷 중에 중앙에 위치한 자가 리오의 표적이었다. 마병은 검으로 리오의 공격을 받아내려 했다. 대검의 넓은 날은 때에 따라선 방패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오는 공격엔 방어 효율이 미지수였다.
“타아앗!!”
리오의 검이 보라색 수직선을 하늘에 그렸다. 그 수직선은 그대로 마병의 몸을 갈라놓았다. 양분된 마병의 몸이 땅에 흩어졌으나, 동료 마병들은 그 모습을 볼 겨를이 없었다. 리오의 이차 공격이 행해져서였다. 리오는 그의 검으로 왼쪽의 마병을 후려쳤다. 마병은 검으로 그 공격을 받아내었다. 그러자 오른쪽의 마병이 틈을 노리고 리오를 공격했다. 보통의 기사나 검사들은 자신의 공격이 검이나 방패에 막히게 되면 그 반동력 때문에 몇 초간 재차 공격이 불가능해진다. 물론 일대일 상황에선 막아낸 사람도 상대의 공격력이 형편없이 약하지 않는 한 반격을 못하게 되므로 상관은 없었지만 일대이의 상황에선 얘기가 달랐다. 그러나 그 상황은 `보통’ 기사나 검사에게 한정된 것이었다.
공격을 하려던 오른쪽 마병의 머리가 날아갔다. 반동력을 이용한 리오의 반격이었다. 리오는 몸을 돌리며 마지막 남은 마병과 거리를 벌려놓았다. 천천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리오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그의 검을 한 바퀴 돌려 보았다. 여유이자 도발이었다. 마병은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치가 떨렸다. 자신의 무력함에서 온 분노와 상대편의 어처구니없는 강함에서 온 공포가 뒤섞였다. 하지만 마병의 머릿속에는 탄생 때부터 후퇴란 단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검을 고쳐 잡은 후 리오와 대치했다.
리오는 검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그 활극을 지켜보던 레나는 리오가 검을 두 손으로 잡은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리오는 그녀 앞에서 한 번도 검을 양손에 들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오의 전신에서 푸른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검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가 머리 근처에서 반듯이 눕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체온이 내려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리오의 온몸에서 풍기는 살기 때문이었다. 그 구경꾼 중에는 오후쯤에 나타났던 미남자가 있었다.
“리오녀석…왜 자꾸 내 눈에 띄는 거냐. 이번만큼은 편안히 쉬는가 했더니….”
그는 팔짱을 끼고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또다시 투덜거리며 그 사나이는 군중을 비집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마지막이 중얼거렸다.
“설마 왕국 수도로 갈 생각은 아니겠지…”
리오의 살기를 느낀 마병은 생을 포기한 듯 리오에게 돌진을 해왔다. 리오는 그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했다.
`…이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닌데….’
그러나 마병이 된 불쌍한 영혼들을 달래주는 방법은 단 하나,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간다!!”
리오는 달려오는 마병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돌진하던 마병은 오는 리오에게 검을 휘둘렀으나 리오의 어깨가 검보다 빨랐다. 중심을 잃은 마병의 몸에 보라색 선이 그어졌고, 마병은 곧 산산조각이 나며 생을 마감했다.
“후우….”
리오는 한숨을 쉰 후 양 팔을 잘린 전투 불능의 마병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친구.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는데…”
“뭐냐!”
마병은 한탄하듯 내뱉었다. 리오는 귀가 멍하다는 듯 몇 번 만진 후 다시 물었다.
“타르자가 살아있다는 게 사실이냐?”
“우리를 보면 모르겠나! 자 어서 죽여라!”
리오는 마병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 곧 그렇게 해줄 거니까. 마지막으로 묻겠다. 왜 이 왕국에 리자드맨들이 서식하는 거지? 그것도 숲에 말이야.”
그 질문에 마병은 의외로 쉽게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제국에서 마법으로 날려온 것이다. 죽이느니 차라리 말스 왕국에 혼란을 일으키는 데 사용하자는 거지. 자 이제 끝났나!”
“그래, 하지만 내가 죽일 수는 없을 것 같군. 저기를 봐라.”
군중들을 헤치고 진짜 왕국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리오 앞에 있는 마병을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갔다. 그중에 대장 같은 자가 리오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저희들이 미숙함을 용서해주십시오.”
“아니요, 다 끝났는걸요. 여기 여관이나 수리해주시오. 그래야 우리 돈이 안 나갈 거 아니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기사님께선 성함이…”
리오는 여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그냥, 리오라고 알아두시오. 그리고 보고는 절대 하지 말고요. 귀찮아지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럼.”
병사들은 예를 갖추고는 마병을 끌고 부대로 향하였다. 리오는 여관 안에 있는 레나의 옆에 다가갔다.
“하아 – 끝났군. 그런데 다친 데는 없어요? 아이들은요?”
리오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표정으로 레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게 리오에게 있어선 걱정되는 표정일지도 몰랐다. 그리 찡그리기를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예, 하지만 리카가…”
“다치기라도 했습니까?”
“예, 그리 큰 상처는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돼서요.”
“그래요…”
리오는 빠른 걸음으로 여관 안에 들어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클루토가 리카를 보살피고 있었다.
“아, 리오!”
클루토는 약간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리카가…깨어나질 않아요.”
“음….”
리오는 리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여린 팔목을 잡아보았다. 클루토는 리오가 뭘 하는지 궁금해졌다. 처음 보는 치료방법이라 생각했다.
“뭐하시는 거에요 리오씨?”
리오는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1분가량 있다가 대답을 해주었다.
“음…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 그리고 공포감에 의한 정신적 충격이 얘를 기절하게 만든 것뿐이야. 신체엔 아무 이상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리오는 클루토에게 한쪽 눈을 감으며 웃어보였다. 클루토도 그의 믿음직스러운 미소에 안심이 된 듯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 그 아이는 어디 있니? 무사한 거야?”
리오는 일어나서 제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여관 주인이 리오를 불렀다.
“이 아이 말입니까?”
여관 주인의 오른쪽에 훌쩍거리며 서있는 아이가 보였다. 제나였다.
“오, 감사합니다. 어디 있었나요?”
“예, 계단 밑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어느새 거기까지 왔는지…”
주인은 아이를 리오에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리오에게 가질 않고 여관 문 앞에 서있는 레나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리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안아주려고 벌렸던 팔을 그대로 꼬았다. 레나의 품에 안긴 제나는 하염없이 울어댔다. 레나는 아이의 등을 연신 토닥거려주며 아이를 달래주려고 애썼다.
“자, 이제 끝났어. 이제 뚝 그쳐야지, 제나야.”
“으응… 훌쩍!”
제나가 울음을 그칠 때쯤 리오는 자리에 앉아서 살짝 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턱에 갖다 대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싶었다.
`타르자라… 그 히스테리 노처녀가 살아있었다니. 불안한데…’
리오는 아무래도 레나의 일을 처리해야만 이번 일의 내막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오는 레나를 불렀다.
“레나.”
“예?”
제나를 겨우 달래놓은 레나는 또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수도로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괜찮겠어요?”
“예? 하지만 리카와 클루토는…”
사실, 리카와 클루토는 리오와 레나가 수도 방향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그들과 동행하게 된 것이다. 정확한 목적지도 그들은 말한 적이 없었다.
“예? 저희들도 수도로 가는데요?”
클루토는 레나의 말을 듣고 우연의 일치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은 수도에 뭐하러 갈 건데? 설마 소풍 가는 건 아닐 테고….”
리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클루토를 바라보았다. 클루토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추수감사제 때문에요. 그중에 한 행사인 검투기 대회에 참가하려고 가는 겁니다.”
“니들 실력으로?”
리오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들 실력이 어때서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은 거잖아요. 리오씨 같은 사람이 출전만 안 하면 저희들도 승산이 있다고요.”
“…….”
리오는 할 말을 잃었고, 레나는 잘됐다는 듯 손뼉을 짝 쳐 보였다.
“잘됐네, 이젠 헤어지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렇지 제나?”
레나의 왼손을 꼭 잡은 채로 있던 제나도 웃으며 좋아했다.
“오빠랑 헤어지지 않아서 좋다. 헤헤….”
리오는 바닥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수결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맘대로 해요, 레나. 당신 명령에만 따를 테니.”
레나는 기뻐하며 앉아있는 리오의 뒤로 돌아가 그의 목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리오.”
리오는 표정 하나 바뀌질 않고 클루토에게 말했다.
“이봐, 따라가고 싶으면 리카나 재워둬. 내일 바로 출발할 거니까.”
레나는 김이 샌 듯 바로 팔을 치웠고 클루토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기뻐했다.
“예! 감사합니다!”
그날 저녁이 깊을 무렵, 수수께끼의 미남은 라이논을 떠나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중얼중얼….
“리오 녀석… 우연이라도 추수감사제에 출전은 안 하겠지.”
그는 도중에 우뚝 서서 다시 중얼거렸다.
“아니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다른 공간의 말도 있으니까…”
그러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에이, 그놈이 뭣하러 출전하겠어. 돈도 필요 없을 테고… 달라고 말할 공주도 그 왕국엔 없잖아.”
그는 차가운 밤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후 내쉬며 홀로 길을 걸어나갔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얼마 후, 일행은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논에서 말스 왕국의 수도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라이논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하라만 탑 위에서 수도 쪽을 바라보면 맑은 날엔 수도의 반이 보일 정도였다. 수도의 거리는 곧 있을 추수감사제에 대비하여 매우 바쁜 움직임을 보였고, 사람들도 활기에 넘쳐 있었다. 상점에는 올해의 풍년을 반영하듯이 곡식과 과실들이 그득했으며, 상인들의 표정에선 근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와아…정말 대단한 도시군요?”
레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리오에게 느낌 그대로를 말했다. 리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해주었다.
“예. 원래부터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더 커진 느낌이군요.”
리오는 말하면서 뒤쪽을 응시했다. 리카와 클루토, 그리고 제나가 아이들처럼 떠들며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아~! 아빠에게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아, 안 그래 클루토?”
리카의 커다란 눈이 다른 때보다 훨씬 커진 채로 수도의 모든 부분을 응시하고 있었다. 클루토도 겉으로는 그렇게 나타내지를 않았지만 속으로는 무척 신이 나있었다.
“클루토 오빠! 저길 좀 봐!”
클루토의 손을 잡고 따라오던 제나가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손가락으로 다른 쪽 거리를 가리켰다. 타 지방 영주의 행차인 듯했다.
“저건… 호로즌의 영주잖아?”
클루토는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영주의 마차 행렬을 보았다.
“훗, 어중이떠중이 다 오고 있군.”
리오는 그 광경을 힐끗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사실 그에겐 지금 행차하는 영주들의 모습이 권력에 미친 자들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현재의 왕, 말스 3세의 건강이 1년 전에 급격히 쇠약해지자, 황태자 테라트가 왕의 약을 구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난 뒤, 7개월간 소식이 없자 왕국 황실에선 비상이 걸렸다. 태자가 없으면 누구에게 왕위를 계승시킨단 말인가. 그래서 결국엔 혈족이라도 되는 사람을 찾아보려 노력했으나 그것도 허사로 돌아가 마침내 영주들 중에 왕이 선택한 사람을 후계자로 한다는 결론이 나고 만 것이다. 왕은 이러한 결정에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하지만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다는 일설도 있었다.
“무슨 뜻이에요 리오?”
레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오자 리오는 입을 닫았다. 레나는 고향 마을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리오에게 이번 일에 대한 아무런 질문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수도에 오고 나니 호기심이 생겨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오는 그 일만은 묵묵부답이었다.
“미안해요. 자, 그리고 너희들.”
리오는 뒤따라오는 아이들에게 돈을 얼마간 주며 말했다.
“이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방을 잡아두고 거기서 쉬고 있어라. 그리고 두 시간쯤 뒤에 여기 나와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 내가 여기로 오실 거야.”
클루토는 돈을 받아들며 오늘 리오의 행동이 약간 이상하다 생각했다. 예전처럼 말이 많지가 않았다. 뭔가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부탁한다 클루토.”
“예… 걱정 마세요.”
리오는 레나를 데리고 왕궁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클루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리카 등을 데리고 여관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