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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80화


차아앙―!!

디바이너와 다크 팔시온이 서로의 검기를 뚫고서 강하게 충돌했다.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 둘의 팔에 전해져 왔다. 그 충격에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양측의 병사들이 뒤로 떠밀려질 정도였다. 병사들이 가끔씩 보아왔던 대장들끼리의 일기토와는 차원이 다른 박력이 있었다.

바이론은 몇 번 리오의 검을 받기만 하다가 약간 거리가 벌어지자 자신의 검을 땅과 수평으로 눕혔다. 병사들의 눈에는 검을 수평으로 놓는 것 외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크읏―!”

리오는 순간적으로 몸을 젖혔다. 리오의 왼쪽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검의 직접적인 일격은 피했으나 진공파에 의해 피부가 찢겨져 나간 것이었다. 바이론의 검은 어느새 공중에 쳐 들려 있었다.

“용케 피했다…. 음?!”

바이론은 갑자기 신음 소리를 내며 왼쪽 무릎을 굽혔다. 왼쪽 무릎의 윗부분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흐윽…! 이 자식!!”

바이론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검을 휘어잡고서 리오에게 빠르게 다가와 일격을 가하려 했다. 리오도 마찬가지로 중심을 잡고 바이론에게 달려갔다.

“하아아아앗―!!”

둘의 일격이 다시 한번 교차했고 바이론의 가슴과 리오의 옆구리에서 피가 분출되었다. 그러나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공격을 해 나갔다. 그들의 주위는 곧 붉게 변해갔다. 병사들의 눈엔 피가 튀기는 것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태라트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공격들을 할 수가 있지…!”

리오의 망토는 안 찢어진 곳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바이론의 상의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는 바이론을 멀리 밀쳐낸 다음 자신의 망토를 벗어 땅에 던졌다. 바이론도 상의를 투기로 찢어버리며 대결에 들어갔다. 장소는 다시 공중으로 바뀌어갔다. 공중은 사람들에 의해 방해되는 대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서로에게 큰 충격을 주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바이론이 먼저 투기를 검에 잔뜩 실어 리오에게 선사했다. 리오는 검을 비스듬히 세워서 그 일격을 막으려 하였다. 곧 거대한 기의 충격파가 리오를 덮쳐왔고 리오는 약간 뒤로 밀려났다. 순간 리오의 등 뒤로 보이는 숲의 일부분이 굉음을 내며 깎여나갔다. 항상 그 정도의 충격을 그들은 받고 있었다.

리오의 입에서 선혈이 튀었다. 방어하는 도중 몸의 내부에도 충격을 입은 것이었다. 바이론은 다시 한번 검에 기를 쏟아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리오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리오의 모습이 흐릿해짐을 느낀 바이론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리오가 또 한 명 생겨나 있었다.

“내 앞에서 그런 재롱을 떨다니… 우습구나. 하하하…!!”

바이론은 광소를 하며 검을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내가 이 기술을 썼을 때 넌 이런 방법으로 나의 기술을 간파한 적이 있었다. 그대로 돌려주마…!”

검을 옆으로 돌려 쥐며 리오는 바이론을 향해 질주해갔다. 바이론의 뒤에 있는 리오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들(?)이 가까이 왔을 무렵 바이론은 움찔하며 눈을 떴다.

“크읏! 기가 두 개…?!”

두 개의 거대한 섬광이 바이론의 가슴을 가로질러 갔다. 두 명의 리오가 교차하며 바이론을 자른 흔적이었다.

바이론의 앞에 있던 리오의 잔영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바이론은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너도 들어는 봤을 테지… 이것이 바로 기영참(氣影斬)이다.”

몸의 움직임만으로 상대방의 눈에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을 잔영이라고 한다. 기영은 몸의 움직임이 아닌 몸의 기로써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단수에겐 의외로 통하지 않고 기로 상대방을 간파해 내는 고단수에게 잘 통하는 기술이었다.

바이론의 가슴과 등의 중앙에서 피가 분출했다. 그러나 바이론의 표정은 미소로 바뀌어져 있었다.

“나만 일방적으로 당할 순 없지… 후후후후….”

“!!”

리오의 온몸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리오와 교차하며 바이론이 발악을 한 흔적이었다. 그의 몸에서도 피가 분출되어 나왔다.

“크아아아악―!!”

둘은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져 갔다.

“떨어진다!”

한 병사가 소리쳤다. 모든 병사들이 둘이 떨어질 장소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혹시나 그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될까 두려워서였다. 둘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땅에 착지했다. 피는 흘리고 있었지만 둘의 눈은 생기를 잃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둘의 검은 다시 한번 교차했다. 그렇게 피를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모습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정상인 이상의 모습을 그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몇십 번을 주고받던 리오와 바이론은 잠시 떨어져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에겐 휴식이기도 했지만 쉴 틈 없는 기의 싸움이기도 했다.

“많이 강해졌구나 리오 스나이퍼…! 나를 이토록 흥분시키다니, 고마울 정도야. 후후후…!!”

“별 말을 다 하는구나 바이론….”

리오의 망토를 들고 있던 태라트의 부관은 갑자기 흠칫 놀라 망토를 떨어뜨렸다. 옆에 서있던 태라트가 부관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냐 자네?”

“이, 이 망토가 움직인 것 같은데…!?”

부관은 다시 망토를 들어보았다. 아까 전에 잘려있던 부분이 깨끗이 복구되어 있었다. 부관은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이런…?!”

부관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리오와 바이론의 전투는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더욱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음? 뭔가 이상한데…?’

리오는 아까보다 바이론의 정신이 많이 흩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기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였다.

갑자기 바이론이 뒤로 물러섰다. 바이론의 손이 모아져 있었다.

“핵융합 폭발로 영원히 사라져라!!”

프레아―!!

리오도 급히 손을 모았다. 그러나 바이론의 주문은 이미 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진홍색의 빛이 리오와 리오의 뒤에 있던 저항군 병사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걸음을 빨리하던 지크는 갑자기 느껴져온 강대한 마력에 움찔하며 느껴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떤 마법이 발휘되는 건지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지크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뒤에 오는 병사들을 향해서 크게 소리쳤다. 내공이 담긴 외침이었다.

“모두 눈을 감고 엎드려―!!”

갑자기 들려온 거성에 전 병사들은 눈을 가리고 재빨리 엎드렸다. 누구라도 막론할 건 없었다. 지크도 눈을 감고 등으로 돌리자마자 진홍색의 섬광이 그들을 덮쳐왔다. 곧 무서울 정도의 폭풍이 뒤를 따랐고 미처 눈만 감고 엎드리지 못한 병사는 그 폭풍에 의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마차도 예외는 없었다. 근처에 있던 나무들도 뿌리째 흔들렸다.

모든 것이 다시 잠잠해졌을 때 지크는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흙먼지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름이 상공에 떠 있었다.

“프레아를…! 설마 그 녀석이 진짜로?!”


“후후훗…. 끝난 건가?”

바이론의 앞을 막고 있던 모든 것이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500가론(미터) 앞에 있던 들판과 동산이 모조리 평지로 바뀌어져 있었다. 돌들도 순간적인 열에 의해 반들반들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리오와 저항군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메가 프레아를 쓸 것을 잘못했나? 후후후… 하하하핫!!!”

바이론은 자신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웃었다, 승리에 도취된 듯, 그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푸욱―!

“으윽―?!”

그때, 누군가가 땅을 뚫고서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이 바이론의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나이는 바이론을 향해 정확히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에선 푸른색의 검기가 눈부시게 뻗쳐 나왔다.

“이거나 먹어라―!!”

“리오 녀석! 어떻게!!”

바이론은 왼쪽으로 몸을 뒤틀었으나 검기의 범위는 피하기엔 너무나도 컸다. 디바이너와 검기는 이미 땅을 가르고 있었다.

“흐아아아아악―!!”

바이론의 비명 소리는 검기의 폭발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폭발광이 곧 두 가즈 나이트의 모습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했다.

“뭐, 뭐냐! 저런 일이…!!”

바레로그는 무적이라 생각했던 바이론이 또 다른 사나이에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허망해했다. 저항군 측에서도 그 정도의 사나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빛이 사라지자 평지엔 붉은 머리의 사나이만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검은 땅속 깊숙이 꽂혀 있었다. 바이론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 힘이 빠져있는 모양인데? 부관! 병사를 이끌고 저 녀석의 목을 나에게 가져와라! 후환은 없애는 게 좋겠지…!!”

그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성문을 열고 벌판에 누워있는 리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쳇, 여기서 끝인가…? 바이론 녀석은 도망갔는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후훗….”

다 체념한 말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오의 몸엔 힘이라고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아까의 일격이 힘의 전부였다. 호랑이 대 호랑이의 싸움은 사냥꾼의 이익이라는 말이 리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태라트님은 무사하시겠지… 저쪽 숲에다가 병사들과 함께 날려드렸으니까. 첫 번째 임무는 완수한 건가?”

병사들의 발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후우… 놓을 물건은 없나…?”

리오는 왼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조그마한 십자가 하나가 손에 잡혔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돌려줘야 하는데. 십자가 없는 수녀님은 안 어울리지….”

곧 그림자들이 리오를 둘러쌌다. 병사들의 살기 등등한 눈이 리오의 눈과 마주쳤다. 리오는 오른팔을 뻗쳐보려고 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일격을 가할 때 바이론이 그의 오른팔 근육을 끊어놓은 탓이었다.

“젠장할…!!”

왕국군 병사는 각자의 무기를 높이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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