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8화
말스 왕은 옥좌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발작이 덜한 듯 그런대로 혈색은 좋아 보였다. 그러나 눈빛은 흐릿했다. 사지도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은 괴롭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옆쪽에 서 있는 백발의 노장 카라한이 안쓰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7호장이라 불리면서 왕의 생명이 위험한데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카라한은 마음이 아팠다. 28세에 장군이 되면서 동갑의 말스 3세를 모셔온 그로선 마치 왕이 아픈 것이 아닌 친구가 아픈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40년이 되어 가는군… 이분을 모신지도 말이야.’
그는 천정의 수정 장식을 바라보며 옛날을 회상했다. 영웅왕과, 그를 보좌하던 7호장의 모습들이 지나갔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태자께서 행방불명만 안되셨다면….’
그는 갑자기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눈물을 닦았다. 밖에서 나고 있는 소리였다.
“누가 결투라도 벌이고 있나?”
그는 창문의 색유리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여러 명의 기사들이 성문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카라한은 호위에게 명하여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였다.
“조용하던 왕궁에 도대체 무슨 일이지…?”
명을 받은 호위는 기사들이 모여있는 성문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검을 분한 듯한 표정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일대일 대결이었다.
파앙!
검이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기사가 동료들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아아악!”
동료 기사들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 기사는 노기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날려보낸 상대편을 쏘아보았다. 상대편은 검 한 자루만 들고 있었다. 왕궁 기사들과 같이 방패와 갑옷은 전혀 착용하고 있질 않았다. 그의 뒤에는 늘씬한 긴 머리 여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 폐하만 만나면 된다니까 왜 날 귀찮게 하는 거지? 우리 어서 들여보내줘.”
그 사나이는 짜증 난다는 듯이 기사들을 쳐다보았다. 덥수룩한 붉은 장발을 위로 묶어 내리고, 착용한 것은 갑옷이 아닌 허름하게 보이는 큰 망토와 약간은 누런색을 띠고 있는 의복에 헝겊을 가죽끈으로 묶은 아대를 착용하고 있는 큰 키의 사나이였다.
“흥! 이곳엔 너희 같은 평민이 아무렇게나 드나들 수 없다! 정 들어가고 싶으면 우리를 쓰러뜨려야 한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그들 사이엔 부상자도 여럿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봐! 아홉이면 된 거 아닌가? 더 이상 망신을 당하고 싶진 않을 텐데.”
그가 검으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하자 또 한 명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말스 왕국 기사단의 타르고 벨러스트다! 기사로서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붉은 머리의 사나이는 한숨을 쉬어보이고는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나이트 리오 스나이퍼! 도전을 받아주마!”
호위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카라한에게 성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낱낱이 고하였다. 카라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리오 스나이퍼란 기사와 함께 있는 여인이 왕을 알현하고 싶다는데, 기사들이 그들을 가로막고 다대일 결투를 하고 있다는 건가?”
“예, 형식상은 일대일이었으나 리오란 사나이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있으니 다대일과 마찬가지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 리오란 사나이의 머리색이 어떤가?”
카라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왕의 눈에서 다시금 생기가 돌고 있었다. 왕은 천천히 일어나 다가오며 호위에게 물어보았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카라한이 부축하려고 왕에게 다가섰으나 왕은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였다.
“으음. 오늘은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군. 그래, 무슨 색이던가?”
호위는 몸을 더더욱 숙이며 대답하였다.
“예, 붉은색이었습니다 폐하.”
“음… 그런가? 그렇다면 발코니로 가세나.”
카라한은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늘내일하던 말스 국왕이 오늘은 여간 건강해 보이는 것이었다.
“발코니는 어째서…?”
“그의 솜씨를 보고 싶구먼. 그를 정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이르게나 카라한. 그리고 호위는 나머지 호장들을 소집하도록. 그들도 정원에 오라고 하게.”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카라한과 호위는 다시금 허리를 굽히며 왕에게 예의를 표했다. 그리고는 각자가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알현실을 나섰다.
왕은 그들이 나간 사이에 기지개를 켰다. 매우 건강한 몸짓이었다.
“그가 진짜로 돌아오다니… 후훗.”
카라한은 직접 성문 쪽으로 다가갔다. 다대일의 결투를 하고 있는 기사의 모습이 보고 싶어져서였다.
“얼마나 대단한 검기를 가진 자일까… 정규 기사들을 다대일로 상대할만한 기술을 가진 자가 있었다니… 응?”
카라한은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자 급히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근처에 당도한 카라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러 명의 기사들이 땅을 침대 삼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기사들 사이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저 녀석이!!”
다른 기사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카라한은 더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듯 그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이런! 그러고도 말스 왕국의 정예 기사부대라고 할 수가 있느냐!”
그 목소리를 들은 기사들은 혼비백산하여 일제히 카라한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못난 놈들 같으니라고! 오늘은 일이 끝난 후 특별 훈련을 지시할 테니 기다리고 있도록!!”
카라한의 호통에 기사들은 모조리 주눅이 들었다.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리오라는 기사와 숙녀분은….”
“예, 여기 있습니다.”
리오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레나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레나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나가 그녀의 긴 치마 자락을 잡고 카라한에게 인사를 하자 카라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닮았어… 왕비 전하와 너무나 닮았어….’
“전 이분 아래에 있는 기사 리오 스나이퍼라 합니다.”
리오는 간단히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말스 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지 않았으니 그래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었다.
“음….”
카라한은 리오를 천천히 뜯어보았다. 그의 아대 위로 보이는 선이 뚜렷한 근육이 보통의 기사완 차원이 틀리다는 걸 말해주었다.
“왕께서 왕궁 정원으로 오라고 말씀하셨네. 하지만 알현은 아니니 좋아하진 말게.”
“훗… 그게 어딥니까. 황송할 따름입니다.”
리오는 오른손을 가볍게 가슴 쪽으로 향한 후 감사를 표시했다.
“그렇다면 된 거네. 저만 따라오시지요 레나…양.”
카라한은 잠시 말을 주저했다. 하마터면 레나에게 `님’자를 붙일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분위기가 레나 주위엔 흐르고 있었다.
“예, 감사합니다.”
카라한은 레나를 정원으로 안내하며 옛 기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왕비 로셀에 대한 기억이었다.
`지금과 같았지…그때도 말이야.’
카라한의 기억 저편에서 로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흔히 볼 수 없는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머리결…청초한 분위기의 그녀에게 말스 3세는 한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귀족이 아닌 그녀였지만 그녀의 주위엔 다른 어떤 귀부인보다도 고귀한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것은 평상복을 입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닮았어… 머리색, 키, 그리고 분위기마저 말이야….’
카라한의 눈에 갑자기 레나가 장비하고 있는 소검이 눈에 들어왔다.
`음? 어디서 봤더라…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카라한은 그녀의 소검이 신경에 걸리긴 하였으나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계속 그들을 정원으로 안내하였다.
“장군님, 다 왔습니까?”
멍하니 생각하며 걷고 있는 카라한을 보며 리오가 말했다.
“음, 다 왔네.”
거대한 성 뒷편에 있는 정원이라는 것을 본 리오와 레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정원이라고요?”
정원이라고는 했으나 말뿐인 정원이었고 관중석이 없는 넓은 투기장과도 같았다. 마침 정원의 중앙에도 거대한 원형의 반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단하군… 이런 건 없었는데.”
리오는 작게 중얼거리며 정원의 중앙으로 안내가 되었다. 반석 근처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중에서 흰 갑옷을 입은 금발의 사나이가 카라한에게 인사를 하였다.
“다 소집했습니다, 카라한 장군.”
“음, 알겠네 슐턴.”
리오는 슐턴이란 이름을 듣고 라이논에서 만났던 드워프족의 얘기가 생각났다. 신예 5호장 중에 한 사람, 바로 검성 슐턴이었다.
“호오… 당신이 슐턴인가?”
슐턴은 리오를 아래 위로 훑어보고는 약간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렇긴 한데… 자네는 직업이 뭔가? 갑옷과 방패가 없으니 기사는 아닐 테고… 전사인가? 아니면 서쪽에서 온 이민족이거나…”
리오는 속에서 발끈하는 것을 참고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해주었다.
“하하하… 농담을 좋아하시는군요. 이래 봬도 전 기사랍니다.”
슐턴은 믿지 못하겠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하하! 뭐라구? 자네가 기사? 이거 놀랬는걸, 아하하….”
리오는 더 이상 그 꼴을 볼 수가 없다는 듯 망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리오, 그만하세요.”
리오는 레나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밖으로 빼내었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었는데요.”
리오는 다시 안색을 바꾸며 머리를 긁었다. 슐턴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흠… 자네가 만약 기사라면, 자네에게 기사의 작위를 내린 사람이 누구인가? 영주인가? 아니면 왕궁 대신들이신가?”
리오는 거리낌 없이 대답하였다.
“여기 계시는 이분이십니다.”
리오는 레나 쪽으로 손을 펴보였다. 그러자,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카라한을 제외하고….
“뭐라구? 하하하!! 아무것도 아닌 평민 여자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작위를 아무나 내리는 줄 아나? 기사의 율법을 모르는구나!”
리오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왼쪽 어깨를 슐턴의 오른쪽 어깨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그의 귓가에 조용히 얘기했다.
“7호장이라 봐줬더니 날뛰는 것 같군 친구.”
“뭐라구! 이 녀석이!”
슐턴은 리오의 어깨를 밀치며 소리쳤다.
“흥! 촌뜨기들을 왕궁 안에다 들여다 놓은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뭣이 어째!”
리오는 팔짱을 끼며 씨익 웃었다. 뒤에 있는 나머지 7호장들도 응시해 보였다.
“그럼, 촌뜨기와 붙어볼래?”
슐턴은 리오의 도발적인 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리오 쪽으로 칼끝을 가져갔다.
“도전을 받아주지, 촌뜨기.”
“훗, 원했던 일이다.”
슐턴과 원형 반석의 중앙으로 가던 리오는 뒤를 슬쩍 응시하며 말했다.
“뒤에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얼간이들은 나중에 상대해주지.”
네 명의 얼간이… 신예 5호장이라 불리우는 그들에게 리오의 말투는 도전장과도 같았다. 그러나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둘의 결투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저 리오라는 꺽다리가 슐턴의 공격을 몇 번이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헤리온.”
커다란 도끼창을 뒤에 세워두고 있는 사나이가 검은 머리를 가다듬으며 서있는 사나이에게 말했다. 그 사나이는 별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글쎄… 여섯 번 정도? 자네는 어떤가 오르만?”
도끼창의 사나이가 자신의 덩치에 걸맞는 거대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네 번 정도. 슈레이는 어때?”
갈색 머리에 몸매를 강조한 갑옷을 입고 있는 여장군 슈레이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응… 단칼은 너무 시시한가? 슈는 몇 번이야?”
아마색의 단발을 하고 등에 중검을 장비하고 있는 또 다른 여장군인 슈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리오라는 사람… 분위기가 이상해. 하지만 슐턴이 이길 가능성이 높겠지.”
리오와 슐턴은 반석의 양쪽에 마주보고 선 다음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카라한은 이 결투가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도 흥미를 가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성’의 명예를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슐턴과 리오는 동시에 검을 뽑아들고 자세를 취하였다. 슐턴의 검이 햇빛을 받자 푸른색의 반사광을 내었다. 보통의 검은 아니었다. 드워프가 주었다는 검이 확실했다. 그걸 받아주듯이 리오는 미소를 머금은 채 검을 뽑아들었다.
“어엇?”
슐턴은 리오의 검을 보고 자못 놀랐다. 흔히 볼 수 없는 자색의 검이었다. 검의 중앙에 위치한 검은색의 줄이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 녀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지도….’
둘은 각기의 자세를 취하였다. 카라한은 리오의 자세를 눈여겨보았다.
`음, 완전 공격형의 자세군. 처음 보는데…독자적인 건가?’
어깨 넓이 이상으로 다리를 벌리고,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손을 엇갈려 검을 잡고 있는 자세의 리오였다. 눈에 띄는 자세는 아니었으나 카라한의 눈에는 상당히 개성적인 자세로 보이고 있었다.
“하아앗!”
슐턴의 선공으로 그 결투가 시작되었다. 힘이 얼마간 들어있는 하단 치기 공격이었다. 리오는 검을 아래로 뻗어서 공격을 간단히 받아내었다.
“훗!”
순간 리오는 기합성을 내며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어느새 슐턴의 검이 리오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와서였다.
“반동 치기, 훌륭하군!”
오르만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러나 헤리온의 얼굴에선 아까와 같은 무관심의 표정이 사라졌다.
“리오라는 녀석, 그걸 피했어.”
`눈 깜짝할 사이’란 말이 어울리는 슐턴의 반동 공격은 보통 사람의 눈으론 간파하기가 쉽질 않았다. 7호장들도 가까스로 막아내는 공격을 간단히 피한다는 건 헤리온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앗 -!!”
리오의 강공이 슐턴을 덮쳐왔다. 슐턴은 공격을 받아낼 때마다 손을 가볍게 털어주었다. 손이 저려와서였다.
`뭐냐 이 힘은! 오르만의 도끼창을 받아낼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또 한차례 리오의 공격이 덮쳐오자 슐턴은 몸을 틀며 회피를 하였다. 그러자 리오는 검의 방향을 반전시켜 슐턴의 가슴을 노렸다. 슐턴은 그때 생과 사의 갈림길이 보이는 듯했다.
파앙!
슐턴은 가까스로 검을 세워 공격을 받아내었으나, 검이 밀려서 슐턴의 흰색 갑옷에 상처를 내었다. 슐턴은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온몸의 모공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내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긴장을 할 수가 있다니… 놀랍군….’
슐턴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다음에 올 공격에 대비하였다.
다른 7호장들은 의외의 대전을 보며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론 슐턴이 리오란 사나이에게 놀잇감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저 리오란 사나이… 자신만의 검술을 사용하고 있어. 그것도 아주 강력한….”
카라한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은 또 다른 노장 페란드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긍정하였다.
“그렇군… 내가 보기엔 실전 검술이야. 용병들이 사용하는 비전 승 검술 말일세. 동작 하나하나가 우리들이 전승해주고 있는 검술보다 빈틈이 없어. 빈틈같이 보이지만 그것도 공격 준비 동작이야. 대단해….”
리오는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저만치 물러서 있는 슐턴에게 말했다.
“이봐, 이제 그만하지 그래 친구. 슬슬 지쳐가는 것 같은데….”
“이 자식…!”
슐턴은 자존심이 상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촌뜨기라고 불렀던 리오의 검술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몸이 떨려왔다.
“그만둬요 리오!”
“네?”
리오는 레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화난 얼굴이었다.
“왜…왜 그러세요 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