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15화
여기서 잠깐.
백사헌의 파란만장한 사이코패스 룸메이트 목격기를 살펴보자.
왼눈을 포기한 자신을 조롱하던 사이코, 위험한 어둠에서 사람을 미끼 삼아 데리고 다니던 도파민 중독자, 연쇄살인마 행세를 하며 도끼질하던 미친놈….
‘거기에 사이비 교주 짓까지 한다고??’
이쯤 되면 기가 막힘을 넘어서서 이 모든 라인업이 김솔음 저 새끼라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아노미 현상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다 좋다고 칠 수 있다.
근데 어떻게 지금 저 새끼랑 마주친단 말인가!
‘휴가까지 내고 나왔는데!’
사택에서 나오다 못해 서울을 떠나기까지 했단 말이다.
백사헌은 순간 악몽을 꾸는 건가 싶어 한 번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도 봤지만 택도 없는 현실이었다.
정예반 상사 2인을 대동하고 수십 명의 사람들을 이끌며, 김솔음은 3호차 통로 한가운데에 서서 양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정말 사이비 같은 소리를 하면서.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시험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그나마 심정적 위안이 되는 게 이 열차 칸의 바보들이 저놈에게 손가락질하는 거라니!
“저 자식 뭐야?”
“X발 이젠 별 미친 새끼가….”
“하…….”
“누, 눈 마주치지 마.”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이는 김솔음을 향한 조롱과 배척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 그래. 이게 정상….’
하지만 김솔음은 동요조차 안 했다.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3호차 안을 돌아보았다.
“…?!”
그게 더 무서웠다!
“여러분,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서 우르르 찾아오니 당황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으실 거고요. ‘시험? 무슨 시험?’”
김솔음은 말쑥한 직장인의 얼굴로 머쓱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말하는 저도, 음… 사이비처럼 들린다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말투는 담담했고 딱히 고조되어 있지도 않았다. 마치 카페에서 아는 사람에게 상담을 해주는 것처럼 진중한 톤.
“하지만 너무 무섭고 끔찍한 상황이니까 용기를 내서 말해보는 겁니다. …답을 안다면, 공유하는 게 사람의 도리죠.”
김솔음이 표정을 단단히 하며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한다.
“조금만 거부감을 뒤로하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바보가 아니라서 이렇게 수십 명이 함께 같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겁니다.”
백사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차례나 의미 없이 추락하는 기차에서 죽고 다시 시작하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미치기 직전인 사람들을.
이 열차에서 탈출하길, 꿈이길 간절히 바라던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해주기 시작한 김솔음을.
그 확신에 찬 이야기를.
“이건 시험이고, 통과할 방법이 있습니다.”
불쑥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래서… 여기서 나갈 방법을 안다고요?”
“그렇습니다.”
“…!!”
김솔음이 자연스럽게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7호차 사람들이 흥분과 열정으로 반짝이는 눈을 하고 외쳤다.
“창문에 한 번씩만!”
“창문 밖으로 나가면 돼요. 그럼 끝이에요!”
“무슨 미친 소리야?!”
경악하는 3호차 사람들에게 우수수 부연 설명이 쏟아졌다.
“아니 그게 다 안 아프게 하는 법이 있다니까?! 벌써 한 열 명은 거기로 나가 봤어요!”
“솔직히 징그럽긴 한데 그냥 빛 보면서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이거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다리 불편한 분은 다른 사람이 같이 떨어져서 부축해 주면 되고! 하나도 어려운 거 아니에요!”
“선행자님이 도와주시기만 하면…!”
놀라운 것은 분명 나간 것은 열 명이라고 했으면서 설명하는 사람은 수십 명이라는 점이다.
아니,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 인파를 따르고 있었으며 그중에는 다른 호차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김솔음이 그 희망과 열정에 찬 눈들을 보다가, 앞으로 시선을 돌려 다시 빙긋 웃었다.
“맞습니다. 여러분. 다들 창문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 순간 백사헌은 깨달았다.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맞아요!”
사기 치는 거잖아!
‘미, 미친 자식.’
이거 다른 멍청이들 선동해서 싹 뛰어내리게 하고 김솔음 자기는 빠지려고 하는 거다!
‘그래도 나는 못 속이지.’
백사헌은 자신만은 눈치챘다고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저기, 여기 창문 나갔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저희요! 저희 부부는 3번째 삶에서 2번째 제단에 나갔는데요….”
무슨 합격수기 남기듯이 경험담을 떠드는 7호차 사람들에게 서서히 귀를 기울이는 3호차 사람들을 보면서는 혀를 찼다.
바보들.
‘저런 경험담도 내 만년필로 세뇌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데!’
김솔음은 압수해 간 자신의 만년필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세뇌한 게 분명했다.
그래. 그렇다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면 됐다.
‘가만히 있자.’
저 김솔음 숭배자 행렬에 안 끼면 그만이다.
백사헌은 굳게 다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기민하게 판단해서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사태에 휘말려 들어갈 뻔하지 않았는가!
‘눈에 띄지 말고 저 자식이 다른 바보들 속여서 다 한 번에 던져 버릴 때까지 버티면….’
그때였다.
“저기, 그냥 긴말 말고 지금부터 보여드릴게여! 창문으로 나가는 거!”
어?
“이번 제단에서 제가 창문으로 나갑니다.”
“맞아요. 이번에 자격을 갖추신 분이십니다.”
“오오오!”
“다들 박수!”
어라?
“첫 번째 제단은 혼자 나아가야 해서 더 외롭고 무서우실 수도 있는데….”
“괜찮습니다! 선행자님이 하신 그대로 저도 하고 싶어요!”
“저, 저는 선행자가 아니라 그냥 먼저 해본 사람… 으음. 예. 그렇다면.”
김솔음이 약간 쑥스러운 듯이 웃더니, 진지하게 기도하듯이 상대를 보며 손을 잡았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지원자님을 고통에서 보호하도록, 증표를 강력히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네!”
첫 번째 제단 진입
백사헌은 멍청한 표정으로 그 사태를 보았다.
제단에 들어서며 어두침침해진 붉은 열차 칸에서, 김솔음이 해당 사람의 팔뚝을 살짝 잡고 뭔가를 하는 모습을….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후에 봬요!”
“화이팅!”
그리고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해당 지원자는 결심한 얼굴로 창문으로 내려갔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반복된 끝에….
네 번째 제단 진입
“이제 마지막 분들입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이템!’
김솔음은, 내려가는 사람들한테 교묘하게 아이템을 써주고 있던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로 창문에서 떨어져도 안 미칠 수 있도록!
‘자, 잠깐만.’
정말 진심이었다고?
그리고 저 사이코패스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준다는 건….
백사헌의 머리가 휙휙 굴러가며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
‘이 어둠, 선착순 클리어구나!’
선착순인데 인원수 다 채우기 전까진 클리어 안 되는 그런 종류의 것 아닌가?
‘창문에서 떨어지는 것부터가 본게임인 거야!’
그리고 김솔음은 굳이 사람들 선동해 자진해서 뛰어들도록 사이비 교주스러운 짓을 하고도 남을 자식이었다.
왜냐?
‘그쪽이 더 도파민이 도니까!’
억지로 사람들을 잡아다가 창문으로 던지는 것보다 그게 더 재밌으니까!
정말 소름 끼치는 놈이 아닐 수 없다….
백사헌은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 새끼가 계획이 있다면!’
그렇다면!
“주, 주임님!”
편승한다!
그는 번쩍 손을 들고,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존재를 드러냈다.
4번째 재단을 지나고 열차가 밝아진 바로 직후였다.
“뭐, 뭐야?”
“저기 사람 있었어?”
5번이나 루프가 반복되며 알음알음 서로 알고 있던 같은 칸의 사람들이 그 낯선 얼굴에 놀라든 말든.
백사헌은 자신이 더 놀란 얼굴을 만들며 필사적으로 자연스럽고 살갑게 김솔음에게 말을 붙였다.
그렇다, 김솔음에게!
사실 정예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안면 없는 신입을 의미 있게 상대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룸메이트라는 끈이 있는 쪽을 공략해 보자.
마침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도 저 사이코패스 같으니까!
“세상에… 안녕하세요! 여기서 뵐 줄 몰랐는데.”
“…….”
김솔음은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더니.
씩 웃었다.
“그래요? 전 알았는데요.”
X발!
“정말요?”
“하하, 그럴 리가요. 농담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
백사헌은 공포를 뚫고 올라오려는 빡침을 간신히 눌렀다!
“아, 이분도 같은 회사 동기분이신데, 연차 쓰셨다더니 본가 내려가시는 길이셨나봅니다.”
“아.”
“반갑습니당.”
정예팀 직원 둘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짬도 안 찬 신입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반색한 건 뒤에 선 사람들이었다.
“아아, 직장 동료분이시면 바로 창문으로 나가실 수도 있겠네요!”
“그래. 저분들처럼 말이야!”
올커니!
백사헌이 반색했다.
“아, 저, 그런 거라면 기쁘게 저도 한번 창문으로 시험을….”
“아뇨. 이분께는 아직 자격이 없습니다.”
개자식아!
“그, 그러면… 언제 자격이 생길까요?”
김솔음이 참 안타깝다는 듯이 백사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
“전 단지 먼저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일 뿐이고, 여러분에게 최대한 고통 없는 길을 안내해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백사헌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살살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아! 잠시, 상황이 이렇지만 회사 일로 저희 둘만 조용히 대화를 좀 하고 싶….”
“어허!”
창문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배웅에 한껏 집중하고 몰입하던 승객들 사이에서 벼락같은 비난이 터져 나왔다.
“아니, 지금 열차 상황이 이런데 회사? 고작 그런 일로 선행자님을 부르려고….”
“이 사람 상황 파악을 못 하네!”
“괜찮습니다, 여러분.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를 수도 있죠…. 다음 삶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막간에 대화하고 오겠습니다.”
“아이고, 네넵.”
사람들이 ‘너무 착하셔서 문제’라며 수군거렸다.
백사헌은 이제 소름도 돋지 않았다…….
“이쪽에서 대화하실까요?”
“…그러죠!”
그러나 화장실로 가서 문을 잠그자마자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기요. 아이템 쓰는 거 다 봤습니다, 주임님.”
김솔음이 방금까지 짓고 있는 미소가 거짓말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돌아오더니 팔짱을 낀다.
“그래서?”
백사헌은 침을 삼켰다.
“그냥… 생각해 보시라는 거죠. 지금 제가 나가서 사람들한테 다 폭로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어떻게든 이 미친놈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했다.
그러나 김솔음은 말없이 백사헌을 응시하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운이 그러는데, 넌 안 그럴 거래.”
“…아, 그래요?”
“응. 지금 분위기에서 네가 그랬다가는 맨몸으로 창문 밖으로 던져질 거래.”
“…….”
“같은 결과면 그냥 자진해서 뛰어드는 게 더 간단한데, 돌아갈 이유가 없긴 해.”
진실이었다.
‘X, X발.’
백사헌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행히 김솔음은 그 이상 자신을 압박하는 대신, 의외의 행동을 했다.
채찍 대신 당근을 쓴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말인데, 내가 부탁할 게 있어.”
“……!”
“네 눈이 필요하거든.”
어?
“내가 선물로 준 거 말이야.”
백사헌은 반사적으로 안대를 잡았다.
그 밑에 있을 보라색 역안을 떠올리며.
해당 장비를 통해 시야를 확인 시, 위험한 존재일수록 뜨거운 색의 헤일로가 보인다.
훌륭한 위험 감지기.
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현장탐사팀에게는 더없이 유용할 물건이기도 했다.
대체 왜 김솔음이 자신에게 이걸 준 건지 백사헌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뭐,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김솔음은… 저 장비를 착용해 봤자 모든 게 시뻘건 헤일로로 보일 확률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신체 부위이기에 장착자의 무의식 판단에 큰 영향을 받아서, 쫄보의 심장을 가진 자에게는 큰 효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 주기에는 눈알 뽑으라고 부추기는 짓이 되어버리니, 이미 눈알이 하나 없는 백사헌에게 주게 된 것이다.
사실 적임자이기도 했다.
동기 중에 그보다 생존본능이 강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어쨌든 이 모든 원리를 모르는 백사헌은 그저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언제 쓰면 되는데요.”
“1호차에서.”
“1호차?”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백사헌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굴리다가 떠올렸다.
“…거기 문 닫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아.”
김솔음이 선선히 시인했다.
“아마 2회차 때부터 문이 잠겨 있었을 걸. 그리고 지금은 매번 열차 시작 시점으로 돌아갈 때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거고.”
“…….”
듣기만 해도….
수상했다.
‘아니, 그보다 저 자식은 이걸 어떻게 아는 거지?’
7호차에서 오지 않았는가.
근데 대체 맨 앞 칸 사정을 어떻게 잘 알고 있냔 말이다.
‘설마 이것 때문에 사람들을 몰고 다니면서 구하고 있는 건가…?’
정보력을 위해?
어, 어쨌든.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간단해.”
김솔음이 툭 던지듯 말한다.
“1호차 문이 열리면, 바로 1호차로 가서 거기서 가장 위험하다고 뜨는 사람을 골라.”
“1, 1호차에 대체 누가 있는데요?”
“모르지.”
네가 모르면 누가 아냐고!
아니나 다를까, 김솔음은 고개를 기우뚱하며 턱을 매만진다.
“그런데 말이야…. 1호차에서 매번 자기들 마음대로 창문에 누굴 떨어트리고 있더라.”
“…!”
“나도 모르게 말이야. 매번 회차마다 누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너무 안 됐잖아. 아플 텐데….”
“…….”
“그래서 내가 말려주려고.”
구라다.
“어때? 좋지?”
“그, 그렇네요. 정말!”
이거 개구라다.
‘자기들 멋대로 떨어져서 큰 그림 망친다고 족치려는 거잖아 X발.’
하지만 입도 뻥긋 않기로 했다.
백사헌은 자기 목숨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대신 필사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저, 그럼 말이죠. 1호차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구분해 내면, 그 사람한테는 ‘자격’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아이템을 받을 자격 말이죠.”
이걸로 아이템 주는 거지?
“응? 그건 내가 부탁한 일이잖아. 아이템이랑 자격이 무슨 상관이야.”
“…….”
“그보단 누가 1호차 문이 자진해서 열릴 때까지 열심히 설득해 보자고 2호차 사람들을 격려해 주면, 글쎄… 그 사람한테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
백사헌은 활짝 웃었다!
“와! 그것도 딱 제가 하고 싶은 일이네요. 하하하….”
“그래? 그럼 부탁할게.”
“예!”
죽어!
죽어라 김솔음 이 개자식아!
* * *
그렇게 김솔음은 백사헌을 성공적으로 무보수 노동시켰다.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다더니.’
“오셨군요!”
“네. 이번에도 화이팅합시다.”
다시 시작된 열차. 7호차 사람들은 힘차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김솔음에게도 인사했다. 아니, 이제 다른 칸에서도 사람들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6번이나 기차 추락을 겪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이 안정된 모습들이었다.
…역시 희망이 있는 편이 버티기 조금이라도 쉬워지는 게 맞는 듯했다.
‘중요한 건 사람들 정신을 붙잡아두는 거지.’
그러기 위해선… 이 팔자에도 없는 미친 사이비 사기꾼 짓을 계속해야 하고 말이다….
‘크흡.’
-갑시다, 노루 씨! 오늘은 어떤 관객, 아니, 승객이 당신의 멋진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을지 기대되는군요. 아, 정말 재밌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8호차에서 많은 분이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오오오오!”
브라운, 너까지 환호하지 마라 제발….
김솔음은 슬슬 현타가 오기 시작했으나, 어쨌든 착실히 사람들에게 사기치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다.
아니, 열정적으로 해당 직무에 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4회차.
“선행자님!”
“선행자님,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하하!”
김솔음은 열차 7칸의 승객 355명 중 342명의 지지를 얻으며, 1호차를 제외한 모든 차에서 사람들의 여론을 통합하는 것에 성공했다.
브라운이 슬슬 김솔음에게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 없냐고 물어보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이제 남은 칸은 단 하나.
‘1호차.’
53명의 승객이 문을 잠근 채, 2회차부터 그 어떤 소식도 없이 조용히 격리되어 있는 곳.
오로지 꾸준히 제물을 바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는 그곳.
“여, 열렸어요!”
드디어, 소식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