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17화
-이럴 수가!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왔군요, 친구.
브라운의 경쾌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자, 노루 씨에게 있는 패스권은 단 10장, 하지만 끔찍한 썩은 살 제단으로 떨어져 고통받을 불쌍한 후보자들은 45명이로군요.
-어떤 기준으로 45명의 제물을 뽑고, 또 어떤 기준으로 그중에서 10명의 극적인 면제자를 선정하겠습니까?
-재판? 투표? 심사? 추첨? 아, 어느 쪽이든 참 안타까울 듯합니다….
브라운의 목소리가 즐겁게 고조되었다.
-하지만 그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압박감, 그리고 몰입과 안도의 한숨, 행복, 절망이야말로 쇼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최고의 순간입니다. 아! 마침 저기 패널이 입을 여는군요!
그 순간.
“상관없잖아?”
진나솔 대리가 입을 열었다.
“대리님?”
“진통제가 열 개든 한 개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네. 그냥 45명 잡아서 뛰어내리라고 해. 그럼 되잖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다.
진나솔 대리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러려고 공들여서 분위기 조성해 놓은 거잖아. 아니야?”
달칵.
대리가 1호차 문을 살짝 열었다.
“…! 대리….”
“봐.”
…문틈 사이로, 2호차에서 손을 흔들거나 걱정 어린 얼굴로 인사를 하는 승객들을 보았다.
아무 마찰 없이, 순조롭게 모든 일이 진행될 만큼 우호적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를.
“잘됐네. 쓸데없는 짓을 한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일 좀 덜 피곤하게 할 수 있겠어.”
“…….”
“어차피 열차에 남은 인간들은 사태 파악 못 할 거 아니야? 떨어진 후에야 알 텐데.”
…진실이다.
사실 지금 아무나 붙잡고 ‘이번 회차에 45명에게 자격이 생겼고 당신도 포함입니다. 이제부터 차례대로 뛰어내리면 됩니다.’라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진통제도 맞지 못한 채 그냥 창문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예고없이 고문 같은 시간 속으로.
“아니, 9번에서 혹시 안 끝날지도 모르니까, 그냥 전부 제단이 안 나올 때까지 다 계속 뛰어내리라고 해.”
“…….”
“자, 이제 가서 던지면….”
“안 되는데여.”
“…!”
대답은 다른 사람에게서 나왔다.
돌고래 주임.
또 다른 정예팀 직원이 진나솔 대리를 올려다보면서 대답한 것이다.
“…뭐라고?”
“안 된다구요.”
“그래?”
진나솔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렸으나, 유능한 자에겐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
“그럼 어쩌자고.”
그리고 돌고래 주임은 지극히 자신다운 선택을 골랐다.
“제일 못된 사람들만 골라내서 던지면 되잖아요?”
“미쳤어? 그 귀찮을 짓을 왜 해.”
그 순간.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탐라에 도착하고 싶은 자여 제물을 공양해라
“시간 됐네.”
진나솔 대리가 성큼성큼 1호차의 문밖으로 걸어 나가려 한다.
돌고래 주임의 안광이 번뜩인다. 그리고 손을 들…… 자, 잠깐만!
“잠시만!”
나는 대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
…낭떠러지다.
‘신중, 신중히.’
나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돌고래 주임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무작정 그냥 떨어지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제 말은, 그래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유.”
“예.”
나는 심호흡했다.
침착하게.
이미 알고 있는 산문의 이야기를, 내가 가진 단서에 반영한다….
어색하지 않도록.
“대리님, 창문 밑으로 나가셨을 때, 썩은 살점이 가득한 제단에서 소리를 들으셨죠. ‘죄를 버려라’ 같은….”
죄를 버려라
죄만큼 뜯어버려라.
머릿속을 울리던 그 이상하고 거대한 울림은 분명 ‘해피메이커’로도 차단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피메이커가 아니었다면 그 목소리를 듣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작열통에 피부와 살을 뜯고 있었겠지.
“그래서.”
“그렇게까지 강력한 메시지라면, 분명 이 현상과 깊게 관련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 어둠에서는, ‘죄’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
“클리어를 위해 필요한 키워드말입니다.”
진나솔 대리가 발을 멈췄다.
“계속 말해봐.”
“예.”
나는 침을 삼켰다.
“애초에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왜 제물로 바친 사람이 매번 다시 기차에서 깨어나는지요. 제물로 공양된 거라면 돌아오면 안 되잖습니까.”
“대신 맛이 가잖아.”
“예. 그런데 그건… 자기 살을 ‘죄만큼 뜯어버려라’는 소리대로 하니 고통에 미치는 거죠.”
나는 14회차 동안 대충 뭉뚱그려졌던 두 개를 구분했다.
“그렇다면, 제물은 인간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직접 죄만큼 바치는 ‘살’ 아닙니까?”
“…!”
이전에도 말했지 않은가.
사이비 종교가 창궐해서 온갖 칸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미친 제사를 지내고 시체를 창문에 던져댔다고.
그렇게 죽어서 창문에 떨어진 사람 수만 따지자면, 분명 9번째 제단도 쉽사리 넘겼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 괴담이 수백 번 루프를 돌 동안 끝나지 않은 이유.
그건.
“사람은 제물이 아닌 겁니다. 그냥 제단에서 자기 죄를 제물로 바치는 거죠.”
“…….”
“그리고 사람은 돌아옵니다.”
공양을 마친 사람은 매번 제단을 걸어 빠져나와서 다시 열차의 시작점으로 간다.
그렇게 루프가 다시 시작된다.
비록 ‘죄를 뜯어낸’ 고통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긴 해도, 사람 자체는 돌아오는 것이다.
“죄는 살점으로 뜯어서 통로에 버리고 가면서요.”
먹고, 토하고, 흘리면서….
“역시 그게 제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고통이.
죄만큼 받는 끔찍한 작열통과 머릿속 울림이.
…그 시점으로 통로에 가득 쌓여 있던 썩은 살점들을 보면, 조금 다른 각도로 이해하게 된다.
그건 단순히 그로테스크한 흔적이 아니라, 꾸준히 제단에 공양되어 쌓인 제물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죄가 있는 사람이 죄를 공양하러 제단에 떨어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
“…….”
짝짝짝.
뒤에서 돌고래 주임이 작게 박수했으나, 대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제 추측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옳을 때를 대비해서 안전한 길로 가는 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나는 진나솔 대리와 눈을 마주친 채, 간곡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안전한 클리어를 위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승객들을 설득….”
“너.”
대리의 입이 열린다.
“거짓말도 잘하네.”
“……!!”
“뭐, 말이라도 잘하는 게 낫긴 해.”
“대….”
“세 번째야.”
쿵.
나는 멱살이 잡혀서 허공에 들렸다.
“선행자님!”
“아아악!”
“봐주니까 끝이 없네. 목포에 내려가서도 어둠에 진입해야 하는데 여기서 계속 에너지 낭비를 해?”
연결부 너머 2호차에서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러나 진나솔 대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1호차 문을 닫고 걸어 잠갔다.
찰칵.
“내가 이딴 일에 시간 쓰는 걸 고맙게 여기면서 들어.”
진나솔 대리가 얼굴을 들이댄다.
“사람이 뜯어서 바치는 살이 제물이라고? 야. 근데 네가 진통제 꽂아서 던져넣은 쟤들은 살 안 바치고도 멀쩡히 나왔잖아.”
“…!!”
“네 말대로면 제물을 안 준 건데, 그래도 멀쩡하게 다음 제단으로 넘어가면서 진행 잘 됐었잖아?”
그건….
“너, 알고도 거짓말한 거지.”
…….
“들켰네요.”
-맙소사!
맞다.
대리한테 사기 치려고 했다.
‘바로 들킬 줄은 몰랐지만.’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씩 웃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 건 대부분 사실이긴 했다.
‘딱 하나 빼고.’
바로 결론.
“역시.”
내 목을 잡은 압박감이 더 거세진다.
“아무나 제단에 맞춰 던지면 되는 거지?”
“흡, 맞습니다.”
나는 순순히 시인했다.
“사실, 얼마나 죄를 바치냐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아예 안 바쳐도요. 인간이… 공양물을 준비해서 제단에 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거겠죠.”
게다가 말이다.
“어차피… 이 탐라행 열차에서는 사람은, 크흐읍, 모두 죄가 있다고 보는 것 같으니까요.”
봤지 않은가.
‘그렇게 선량한 은심장 소유자도 제단에서 몸을 뜯어냈다고.’
이 미친 괴담의 판정에 따르면…… 죄가 없는 인간은 없다.
모두가 죄인이며, 단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클리어가 목적이라면 굳이 못된 사람을 찾아서 고를 이유는 없다.
“겨우 말이 통하네.”
진나솔 대리가 손을 탁 놓았다.
나는 바닥에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좋아. 그럼 이제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빠르게 다 협조해. 효율적으로.”
“…….”
나는 힘겹게 씩 웃었다.
“그거 이상한데요.”
“뭐?”
“대리님, 지금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신 겁니다.”
쿵쿵!
나는 문을 두드리는 승객들과 돌고래 주임, 그리고 백사헌을 돌아보았다.
“대리님 방식대로 하려면 직원 셋과 싸우셔야 합니다.”
“…!!”
“그리고 방금 승객들도 대리님이 제 멱살을 잡는 걸 다 봤기 때문에, 무엇을 하시든 격렬하게 거부하고 대응할 겁니다.”
“…….”
이미 판이 이렇게 짜인 이상, 진나솔 대리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은 엄청난 반발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승객들이 전혀 협조를 안 해줄 테니까!
그리고 구도가 이렇게 된 이상, 돌고래 주임은 무조건 나와 합세해서 진나솔 대리를 역으로 제압하려고 할 테고 말이다.
“물론 대리님이시면 다 제압하실 수도 있지만… 그건 무척 귀찮은 일일 겁니다. 맞죠?”
“아! 좋은 관점이네여 주임님.”
돌고래 주임이 웃으며 다가왔다.
“맞아여. 왜 귀찮을 일을 하세여! 그냥 주무시면 저희 셋이 알아서 해올게요.”
뒤에서 백사헌은 ‘제가요?’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대리의 편을 드는 대신 조용히 눈을 굴리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같은 정예팀이면 승률 봐서 쪽수 많은 이쪽에 붙겠지.
그러니까….
“대리님. 그냥, 이 귀찮은 일을 한 번만 눈감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진짜 회사 일이 아니라, 그냥 어쩌다 휘말린 상황이니까요. 조금만 더 마음 편하고 안전한 방식을 쓰고 싶습니다. 단지 시간이 약간 더 걸리는 것뿐입니다.”
제발!
‘진나솔 대리는 합리적인 인간이야.’
기분 나쁘다고 깽판 치고 귀찮은 길을 돌아가는 걸 멍청하다고 생각할 사람이었다.
거기에 믿고 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 이상 기분이 나빠서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정예팀 상사라면 더더욱, 주임급 둘이 반발하는 이 사태에 반감이 심할 것이다…….
나는 침을 삼켰다.
“이건 대리님 말씀대로, 일이 아니잖습니까.”
“…….”
“…….”
침묵 후.
진나솔 대리는 구둣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1호차의 빈 좌석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나솔 대리는 표정 없는 얼굴로 눈을 감았을 뿐이다.
빡침을 삭히는 게 분명했다.
사실 출장 중에 상사한테 들이박은 거라 미친 짓은 맞았으니까!
‘휴우우우….’
죄송합니다 대리님….
그래도 예상으로는, 다 끝나고 나면 진나솔 대리도 납득할 만한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거다.
당장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넘겼지만 말이다.
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얼른 해봅시다.”
이제 첫 번째 제단에 곧 진입한다.
돌고래 주임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일단 문 잠금부터 풀려고 했다.
“네넵. 자, 얼른 나가서 못된 사람 45명 고르져!”
음.
“저, 주임님. 그거 말입니다만.”
“…?”
“좀 다른 방식으로 하면 안 됩니까?”
“오?”
* * *
드르륵.
나는 1호차의 문을 열었다.
“아! 열렸… 허억!”
“여, 여기 뭐야?”
문을 두드리며, 아마도 부술지 말지 토의하고 걱정하던 승객들은 반색하다가 기겁했다. 끔찍한 1호차 안의 몰골에 당황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보자 일단 안도한다.
…이 열차의 해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멀쩡해서겠지.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괘, 괜찮으십니까 선행자님?”
“아까 저, 저 사람이….”
“물론 괜찮습니다.”
나는 진나솔 대리를 돌아보며 일부러 쓰게 웃었다.
“제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서, 정신 차리라고 도와주신 겁니다.”
“…충격적인 사실이라니요?”
후우.
“여러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심호흡하며, 자신을 보는 수백의 사람들을 보았다.
“이번에 창문으로 나가실 수 있는 분들은… 제한이 없습니다.”
“오오오오!”
“그리고 이게 마지막입니다.”
“…….”
“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시험은 끝입니다.”
승객들은 그게 무슨 뜻이냐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모두가 창문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묻기도 했다.
“원래는 모두가 천천히 창문으로 나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습니다.”
승객들이 숨을 죽이고 내 말을 듣는다.
“여러분께서 모두 자격을 갖추셨기 때문입니다.”
“그, 그렇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누구든 창문으로 나가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맙소사!”
“그럼 제가….”
나는 당장 손을 들고 나오려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무조건 고통스럽습니다.”
“…!!”
대놓고 솔직하게.
“여러분은 떨어지면 작열통을 느끼며 걷게 될 겁니다. 어쩌면 살을 뜯어내고 싶을 만큼 아플지도 모릅니다. 통증과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와 싸우며, 한발, 한발 빛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승객들이 조용해졌다.
얼어붙은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는 소리를 쳤다.
“약속이 다르잖아!”
“그래! 지켜준다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참여하고 싶지 않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어…… 어어?”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은 말이다.
이 괴담이 안전히 종료되었던, 과거 익산행 열차에 대한 재난관리국 쪽문서에 따르면….
이 괴담이 끝날 때, 승객들은 마치 악몽에서 깨어나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열차 시작 지점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렇게 ‘악몽을 꿨구나’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현실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탐라행 열차에서 있었던 일은 마치 기분 나쁜 꿈을 잊어버리듯이 반나절에 걸쳐서 사라지고, 결국 완전히 잊게 된다.
하지만….
자원하여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고 진술한 자들에게서 몇 가지 변화가 관측됨.
나는 그 글귀를 기억한다.
부하직원에게 습관적 폭언을 하던 한 승객은, 이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사과한 후 다시는 폭언을 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무단횡단을 하던 승객은 ‘어쩐지 스스로 부끄러워서’ 해당 습관을 고쳤으며, 또 다른 승객은 생각만 하던 청소년 센터 청소 봉사를 진짜 시작했다.
심지어 보험사기를 기획에 참여하던 한 사기꾼 승객은, 해당 기획을 포기하고 경찰에 정보를 넘기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도덕성의 개선과 자존감, 자긍심의 개선이 목격.
그래.
끔찍한 수백 번의 루프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전처럼 무사히 종료되기만 한다면, 이 괴담에서 끔찍한 고통은 짧은 악몽으로 끝나고 잊힐 것이다.
하지만 좋은 것들은 남는다.
‘…그래서, 이 괴담이 익산행 열차일 때, 재난관리국에는 재난이 아닌 현상으로 부르고 쪽문서만 만들었다…….’
그러니까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이번에 창문으로 나가시는 분들은, 마침내 터널을 나갔을 때 스스로가 자랑스러우실 겁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어제 했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후회하는 대신 그 순간 나서는 사람이 될 것이고, 부끄러움 없이 더 나은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작은 목소리가 군중에서 튀어나왔다.
“……저기, 그게 답니까?”
나는 그 승객과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
“그러나 그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승객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고통을 감내하고, 창문으로 나가시고 싶은 분이 계십니까?”
…….
“저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돌고래 주임이 손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저도 내리겠습니다.”
한 사람씩 손을 든다.
“저요.”
“저도요…!”
그 모든 얼굴에 두려움을 넘는 묘한 고양감이 차 있다.
군중심리.
양면의 칼날 같은 말이다.
하지만 14회차 동안 쌓인 집단의 결속력과 영향력은, 이번엔 더없이 경건한 모습으로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가까운 자들의 용기에 감화되는 것.
순식간에, 열차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었다.
……14회차 동안 사이비 교주가 되어서라도 보려고 했던 엔딩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여러분.”
첫 번째 제단 진입
“감사합니다. 저도 함께 나가겠습니다.”
은심장 소유자가 원했던 그 방식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