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40화
백일몽 주식회사의 비윤리성은 어떨지 몰라도, 제조하는 물약의 효과는 확실하다.
마치 마법같이.
“…!”
C등급 재생 물약을 마신 청동 요원의 잘린 두 허벅지 부근에서 살점이 솟구치듯 자라나며, 순식간에 온전한 다리의 모양새가 복구되기 시작한다.
고영은 씨가 숨을 삼켰다. 본인이 직접 써보긴 했지만 목격은 처음이라 경이로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건 나도 그랬다.
저렇게 큰 부위가 한 번에 재생되는데, C등급 재생 물약이라니.
‘…1만 포인트쯤 된다고 했던가.’
그만큼 누가 봐도 경악하고 홀릴 효과였다.
나는 무심코 노스텔지어 캔디로 다시 생긴 오른팔을 만지지 않으려 애쓰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후우.”
곧, 청동 요원은 기계적으로 다리의 가동을 확인했다.
그리고 맨발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직원을 포박한 포승줄을 움켜쥐더니… 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네.”
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영은 씨가 작게 중얼거렸다.
“……더 고마워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
“그게 무슨….”
“일단 나가서 대화하시죠.”
나는 황급히 둘의 대화를 무마하고, 일단 다 함께 청동 요원이 만들어둔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청동 요원이 묶어둔 포승줄이 떨리기 시작했다.
“…!”
그 안의, 구멍 나 바람이 빠진 채 제압당해 있던 두 직원의 형상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저기.
우리가 나온… 직원 구역의 문도.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치 둔탁한 것이 무수히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철문이 확 열리며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직원이 쏟아져나온다.
“……!”
“이, 이쪽으로!”
미친 듯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직원을 피해서, 우리는 일단 황급히 청동 요원을 촛불 그림자 뒤에 숨겼다.
3인 정원이 다시 찼다.
세 요원은 다급히 벽 쪽에 붙으며 소름 끼치는 직원의 파도를 피해 황급히 물러났다.
“…!!”
“괜찮을 겁니다. 촛불 속에 들어오셨으니까….”
청동 요원이 힐끔, 고영은 씨가 들고 있는 양초를 보았다.
“…저것도 원래 당신 겁니까?”
“……네.”
나는 일부러 슬쩍 청동 요원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기, 청동 요원님께 받은 물건이라고 변명해 뒀는데… 그, 입 좀 맞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청동 요원은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적이다.’
백일몽 주식회사 시절에 얻은 아이템이라는 걸 알 텐데도 이 정도라면 아무래도 재생 물약을 건네준 효과인 것 같다.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아니, 생각을 못 하게 만드네…!’
그 와중에도 밀려드는 직원의 숫자는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뒷걸음질 치는 고영은 씨의 귀가 점점 창백해졌다.
포승줄의 효과가 다하고 울퉁불퉁 괴기하게 빠져나오는, 피스톨에 맞은 두 직원.
쏟아져 나온 다른 직원들이 그들을 감싸고 주변을 미친 듯이 돌고 있었다.
직원이 너무 많은 탓에 팔이 구겨지고 머리가 으깨지듯 눌렸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무슨 기괴한 의식처럼 보였다.
“저거, 아무래도 직원을 해친 사람을 찾는 것 같은데….”
“이 마트에서 직원을 파손한 뒤에 저 짓에 목격당하면… 잡힐 때까지 쫓깁니다.”
“…!”
근데 망설임 없이 둘을 쏴버리고 위에 앉았다고?
청동 요원이 눈을 딱딱히 굳혔다.
“…이번엔, 어차피 끝이니 제가 감당하려고 했습니다.”
“~!!”
고영은 씨가 또 할 말을 참은 것 같다.
“빨리 움직입시다.”
“네.”
어쨌든, 우리는 황급히 발을 옮겨서 그 기괴한 집단행위로부터 벗어났다.
그래도 계속 삐걱이는, 불쾌한 피치의 소음은 들려온다….
‘후우.’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마트 바닥을 디딘 청동 요원의 맨발을 보았다.
“요원님, 여분 신발은….”
“…캠핑 매장에 있습니다.”
오케이. 나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했다.
다행히 비교적 빠르게 청동 요원을 찾아서, 아마 시간은 길어도 두세 시간 정도만 흘렀을 것이다.
‘체감 시간을 좀 보수적으로 잡아도 아직 저녁 시간 정도….’
19시 정도겠지. 그렇게 예상하며 시계를 보았다.
하지만….
[ 09 : 04 ]
아홉 시.
“……!”
나는 숫자를 다시 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열 시간이나 차이 나는 숫자는 그대로였다.
당연히 과거로 돌아간 건 아닐 테니, 이건….
‘……다음 날 아침이라고?’
“지금 시간이 이상….”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포도 요원. 이 마트의 직원용 구역에서는 시간 흐름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
어쩐지 직원용 구역의 괴상하게 맥락 없이 덕지덕지 공간을 이어놓은 것 같더니, 더 으스스하고 기괴하라고 그런 설정도 붙어 있을 법했다.
‘클리셰잖아.’
어쩌면 어둠탐사기록에도 언급이 됐었을지도 모르나, 워낙 흔해서 내 기억에 안 남았을지도…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그럼 애들이 얼마나 자기들끼리 있던 거지?’
설상가상으로 청동 요원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홉 시.”
“…예.”
“최대한 빨리 이동합시다. …매장에 걸어둔 보호진의 효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거의 전력 질주해서 캠핑 매장에 도착했다. 양초를 떨어트리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헉, 허어억….”
그리고 그게 맞았다.
캠핑 매장에서는 고등학생들이 탈주하기 직전이었다.
“안 오잖아! 그리고 지금 이상하다고!”
“그, 그건….”
‘맙소사.’
요원들은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어딘가에서 직원들 움직이는 소리가 미친 듯이 들린다.
덕분에 완전히 겁을 먹고 다른 층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전에 실종되어서 넋이 나간 상태인 친구를 대체 어떻게 옮기냐, 그냥 두고 가냐 등등. 자기들끼리 절박하게 대화를 나누던 녀석들은 우리를 보는 순간 주저앉았다.
“악!”
“요, 요원님!”
미치겠다.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늦은 거냐’와 ‘오셨구나!’ 사이의 감정으로 말과 울음을 쏟아내는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다시 캠핑 매장 중심으로 갔다.
그리고 청동 요원은 빠르게 자기가 설치해 놓은 공깃돌 같은 방어용 아이템을 살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한 시간 정도.”
망할.
“일단 한 시간은 확실히 쉴 수 있는 거네요. 그동안 빠르게 정비부터 하죠.”
고영은 씨가 즉각 촛불을 끄며 고등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든든했다.
‘후우.’
“제가 망을 보고 있을 테니, 요원님은 복장을 챙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청동 요원은 고영은 씨가 텐트에 들어간 틈을 타서 예비로 지참해 온 듯한 여벌의 요원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그 옆에서 소리를 들으며, 이 캠핑 매장 다음으로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계단참은 너무 좁은데.’
…제발 오늘 매장이 영업했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렇게 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정신 건강에 안 좋았다.
나는 노스텔지어 캔디에서 나오는 설탕맛을 침으로 삼켰다.
그리고 다른 걸로 주의를 돌렸다.
“몸은 괜찮으세요?”
“……예.”
청동 요원은 자신이 본래 입고 있던 피 묻은 요원복 하의 주머니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내어 빠르게 재장비했다.
그런데 그중에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게 있었다.
자기 물건들은 아무렇지 않게 순식간에 꺼내 정리하던 청동 요원이, 이걸 집어들 때는 움찔했기 때문이다.
…하얀 그립톡.
반드시 줄 것
자필로 쓴 라벨이 붙어 있었다.
…어딘가 메모리얼 그립톡이 생각나게 한다. 재난관리국의 물건처럼 보였다.
“요원님, 그건….”
“…….”
청동 요원은 그립톡을 묵묵히 보다가, 결국 새 옷에도 챙겨 넣으며 중얼거렸다.
“다른 요원의 것입니다. 비품 창고에서…… 찾아서.”
그 뉘앙스에서 깨달았다.
‘…창고에 다른 요원이 더 있었던 건가.’
아마 이미 죽어서 비품 창고 안에 오래 ‘보관’되어 있던 요원의 시체에게서 가져온 것 같았다.
청동 요원이 옷매무새를 완전히 갖추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비품 창고에 혹시 들어오셨었습니까.”
“…….”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요원의 눈에 약간의 안도가 지나갔다.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어쩐지 기분 나쁜 장소’는 되도록 피하세요. 인간의 직감은 이 초자연 현상에서 꽤 쓸 만한 감각입니다.”
“…….”
대체 창고 안이 무슨 몰골이기에.
하지만 이미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꼴인지는 <어둠탐사기록>의 묘사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 수십 명이 비품으로 가공되면서, 급속히 오염되며 갇혀 있을 테니까.’
나는 상상하지 않으려 애쓰며 주의를 돌렸다.
“저, 그래서 무슨 아이템입니까?”
하지만 쓸 만했다면 청동 요원이 벌써 말을 꺼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원의 얼굴에서 약간 착잡한 기색이 지나간다.
“…재난관리국에 구조 요청 문자를 확정적으로 보낼 수 있게 돕는 물건입니다.”
“…….”
아.
“스마트폰 부착 아이템이라, 혹시 바깥에 문구라도 하나 보낼 수 있나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사용자가 구조 대상자인 경우에만 발신되는 것 같더군요.”
그런 용도로 제약을 걸어 효과를 만든 아이템일 테니까.
‘…죽은 요원은, 누군가를 주려고 가지고 다닌 건가.’
물론 이 망할 괴담 속에서 확정적으로 구조 요청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은 아이템은 맞았으나, 조건에 안 맞았다는 뜻이었다.
청동 요원이 대체 어떤 심정으로 비품 창고에서 버텼을지 모르겠다.
“저기, 다 갈아입으셨을까요?”
“…! 예.”
고영은 씨가 텐트 문을 열고 나왔다.
“저기, 청동 요원님이 한번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중에 가장 직급이 높으신 걸 이미 학생들이 알더라고요.”
“…….”
청동 요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텐트로 들어갔다.
고영은 씨가 한숨을 푹 쉬며 내 옆에 앉았다.
“…학생들 상태는 어떻습니까?”
“괜찮아요. 일단 요원님들이 다 돌아오셨고 구출까지 했다는 점에 집중하니까 확 사기가 살아나더라고요.”
……이 텐트 매장에서 곧 도망쳐야 한다는 걸 모를 테니까 말이다.
후우.
나와 고영은 씨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오늘… 영업이 재개되면 좋을 텐데.”
“…그러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깊게 동의하면서 주저앉았다.
“아니, 우리가 들어올 때는 잘만 영업하더니, 대체 며칠이나 영업을 안 하고 문 닫고 있는 건지….”
그러게 말이다.
모든 말이 다 내 심정이다.
‘우리가 들어올 때는 잘만 영업…….’
…….
…….
잠깐만.
“포, 포도 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텐트로 질주했다.
그리고 세차게 앞을 열었다.
“요원님!”
청동 요원과 고등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 구조 요청 아이템, 지금 쓸 수 있습니까?”
“예?”
청동 요원이 잠시 당혹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으나, 곧 사나운 인상에 맞지 않을 만큼 최대한 친절히 또 대답해 준다.
“물건 자체는 쓸 수 있는 상태입니다만, 애초에 이건 요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학생이 쓴다면요?”
“중복 요청은… 첫 신고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고등학생들이 움찔거렸다.
그래. 저 애들이 신고해서 우리가 구조를 위해 이 망할 룩키마트에 진입했지.
하지만 말이다.
“학생은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
나는 저쪽 텐트에 아직도 멍하니 누워 있을 학생을 떠올렸다.
청동 요원이 찾아온, 더 이전에 실종되었던 이 고등학생들의 친구.
아직 한 번도 재난관리국에 구조 요청하지 않았던 시민.
“진정하십시오, 요원.”
청동 요원이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또 차분하게 말한다.
“이건 애초에 자세한 설명이 불가능한, 33글자짜리 문자만 보낼 수 있는 장비입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상황을 알리려고 쓰자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학생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구조 요청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만 하면.”
내 추측이 맞다면.
나는 침을 삼켰다.
“…오늘은 마트가 문을 열 겁니다.”
“…!!”
* * *
나는 옆 텐트로 달려갔다.
그리고 남은 노스텔지어 캔디 세 알 중 하나를, 넋이 나간 채 계속 누워 있던 고등학생에게 배급했다.
‘이수빈’이라는 이름의 학생.
우리에게 신고한 고등학생들보다 며칠은 더 먼저 이 마트에 들어온 실종자에게.
안정을 위해 친숙한 얼굴이 있는 게 낫겠다는 고영은 씨의 판단에 같이 들어온 고등학생들이 옆에서 초조하게 그것을 보고 있었다.
노스텔지어 캔디를 포장을 열어서, 이수빈 학생의 입에 넣어주는 순간.
“…….”
“수, 수빈아. 괜찮아?”
주르륵, 학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느낀다.
“흐읍, 흐으으으윽….”
“괜찮아, 괘, 괜찮아…….”
고등학생들이 와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와락 안는다.
…노스텔지어 캔디는 전성기의 몸과 마음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것이지, 아픈 기억이나 경험을 머리에서 지워주는 물건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친구들이 이수빈 학생의 진정을 돕는 것을 차분히 기다렸다.
시간을 확인하며.
[ 09 : 22 ]
그리고 더는 기다려 줄 수 없는 타이밍이 되었을 때.
[ 09 : 43 ]
그때가 되어서 입을 열었다.
“이수빈 학생.”
“흐흐흑, 네….”
“사실, 여기서 더 빠르게 나가려면 학생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에요.”
나는 그립톡을 부착한 스마트폰을 학생에게 내밀었다.
“이름과 신원 적고, 지금 룩키마트라고 적어서, 구조 요청을 보내줄 수 있을까요.”
“…….”
“부탁할게요.”
학생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제발저룩키마트에갇혔어요저는■■동에사는이수빈이에요제발]
피맺힌 것 같은 문자였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고등학생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떨어졌다.
그리고… 전송.
“…….”
“고생 많았습니다. 조금 쉬고 있으세요.”
차마 노스텔지어 캔디를 뱉으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내 추측이 틀렸으면, 그때는 정말 뱉어서 아끼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나는 고등학생들끼리 두고 텐트를 나왔다.
지이익.
앞에 앉아 있던 고영은 씨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 옆에 앉아서, 시간이 올 때까지 계속 시계를 확인했다.
영업시간인 열 시가 올 때까지.
[ 09 : 51 ]
청동 요원이 보호용 아이템을 회수할 준비를 한다.
[ 09 : 54 ]
나는 실패할 경우 2층 푸드 코드에서 얼마나 버틸지 계산했다.
[ 09 : 58 ]
최악의 경우엔 누가 탈출용 아이템 두 개를 배분받아야 할지도.
그리고….
[ 09 : 59 ]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들고 천장과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신호를 기다리며.
그렇게….
[ 10 : 00 ]
시간이 됐다.
“…….”
“…….”
“포도 요원님, 괜찮….”
나나나나 나나난나나나 나나난~
“…!!”
종소리 같은 알림음이 매장을 채우기 시작한다.
–룩키마트의 문이 열렸습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시는 고객 여러분를 밝은 미소로 맞이하겠습니다~
발랄한 안내음성.
익숙한 로고송이 변형되지 않은 채 마트에 경쾌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티디디딕.
마트에 환하게 불이 들어오고, 어느새 창문 유리 밖에서부터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괴상한 직원들이 되감기 하듯 사라진다.
삐걱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열린 직원 구역의 철문 틈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가더니….
쿵.
문이 닫히며, 모두 없어졌다.
흔적도 없이.
“…….”
영업이, 드디어 재개되었다.
“허억.”
‘…살았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돼, 됐어! 됐다고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고영은 씨가 지난 며칠 중 가장 흥분한 얼굴로 내 어깨를 치며 울 것 같이 상기된 얼굴로 매장을 둘러보았다.
“대체 어떻… 아니! 중요하지 않죠! 일단 이 미친 곳 좀 나가서 이야기해요 우리!”
그러나 멍한 얼굴로 매장을 보던 청동 요원은 즉각 뭔가 깨달은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구조 요청! 이건 혹시….”
“예.”
눈치챈 건가.
나는 그제야 웃으며 대답했다.
“구조 요원이 들어오려면 마트가 운영 중인 상태여야 하니까요.”
“…!”
그래.
‘일종의 역발상이지.’
나는 마트가 반드시 영업을 해야 ‘말이 되도록’ 상황을 만들었다.
바로… 전제 조건의 문제다.
“분명 룩키마트에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죠.”
내가 받은 구조요원용 설명서 뿐만 아니라, 정확히 어둠탐사기록에도 기록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종결 및 봉인 방법은 없다. 실종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진입 조건도 아예 적혀 있다.
룩키마트 진입 조건 : 과거 럭키마트가 있던 건물 근방 3km 내에서 마트를 찾아 20분 이상 이동할 것.
이게 무슨 뜻이냐.
‘저 조건을 지키기만 하면 바로 이 룩키마트라는 끔찍한 괴담에 입장할 수 있다는 거지.’
이걸 바꿔서 생각하자면 말이다.
“그럼,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을 때, 반드시 룩키마트는 영업상태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희생자가 입장하려면, 그날의 룩키마트는 영업 중이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새 요원이 들어오겠군요.”
고영은 씨가 불쑥 입을 열었다.
얼굴이 경악과 깨달음으로 상기된 상태였다.
“아까 고등학생이 구조 요청을 해서 진입할 테니까요!”
정답이다.
그러니까 오늘, 지원요청을 받고 재난관리국에서 요원이 찾아오려면….
“예. 오늘은 반드시 영업을 해야 하는 날인 겁니다.”
나는 웃었다.
고영은 씨는 잠깐 같이 웃었으나, 곧 얼굴에 혼란함이 들어찼다.
“…? 잠깐만요. 그럼 인과관계가 거꾸로인데요….”
그것도 맞다.
“문을 열어서 실종자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실종자가 발생하려면 문이 열려야 하니까 아침에 영업을 시작한다는 거잖아요. 시간 순서로는 완전히 엉망진창인데.”
“그러니까 괴담인 거겠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앞뒤가 거꾸로 된, 이상한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이 온갖 시즌의 이벤트 매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3층처럼 말이다.
“그렇긴 하네요.”
고영은 씨의 얼굴에서 혼란함 대신 침착함과 능동적인 꺼림칙함이 자리 잡았다.
당장이라도 이 마트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얼굴이었다.
…공감한다.
그러니까 얼른 나가자.
우리는 당장 일어나서 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상품권도 있고, 탈출용 아이템도 있다.’
이거면 넉넉하게 고등학생 셋과 우리 셋이 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합니다.”
준비하면서 청동 요원이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제 나갈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하며 텐트를 나오는 세 학생을 살짝 눈짓한다.
“저 시민들은 포도 요원 덕분에 구조되는 겁니다.”
솔직히 그건 아니었다. 청동 요원과 고영은 씨 둘 중 하나라도 없었으면 다 죽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감사하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
나는 문득.
입이 말하기 지나치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음을 방해하던 것이 없어졌다.
‘아.’
그리고 입안에서 더는 달콤한 설탕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노스텔지어 캔디가 다 녹아 없어졌다.
그렇다는 건….
“……!”
“요원!”
미친 듯한 격통이 내 몸 오른쪽에서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