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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1화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상대를 알고 있다는 것.

상대가 죽었을 거라 짐작했다는 것.

이 모든 건 다시 하나를 가리켰다.

경비반장은 택시 운전석에 앉은 내가, 사망 처리된 현장탐사팀 김솔음 주임임을 알아본 것이다.

‘……언제부터?’

나는 뒷좌석에 앉은 경비반장을 거울로 확인했다. 경비반장은 낡은 보안 유니폼을 마치 사복처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안심한 것처럼 느껴졌다.

퍼뜩, 박민성 주임이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경비팀 제이 반장님이 가끔 네 안부를 묻던데, 그냥… 네가 어둠에 실종됐다고 말하진 않았어. 그래도 며칠 전에는 이미 아시는 것 같더라.

…경비반장 정도의 연차라면 많은 백일몽 주식회사 현장탐사팀 신입이 갈리는 걸 이미 봤었을 텐데.

그래도 안면이 있었다고 나를 걱정해 준 모양이다…….

‘고맙고 미안한데.’

게다가 날 알아보고도 눈치챈 척하지 않고 상황을 고려해 지금까지 조용히 기다려준 것도 놀라웠고 말이다.

물론, 내가 지금 산업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 이상 쉽게 감동의 재회를 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내 생존을 D조가 다 알고 있다는 걸 호 이사가 파악한 듯한데 거기서 위험도를 더 높일 순 없기도 했고.

‘경비반장이 날 봤다고 어디서 떠들고 다닐 성격은 아니지.’

내릴 때 비밀 지켜달라는 식의 암시만 잠깐 주면 될 것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정리를 끝낸 후, 최대한 친절한 택시 기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요. 저, 손님. 서울역까지 가신다고 했죠? 한 40분 정도면 도착….”

“아, 그거… 안 가도 괜찮아요….”

“……예?”

나는 나도 모르게 경비반장을 거울 너머로 쳐다보았다.

경비반장이 거울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희미하게 웃었다.

“갈 이유가 없어져서…?”

“…….”

잠깐만.

-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고속철도 서울역… 가주세요.

고속철도 서울역.

…여긴 대외적으로 내가 장기 실종됐다고 알려진 어둠인, 탐라행 고속열차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설마.’

아냐. 그럴 리는 없지. 나는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말했다.

“…아, 만날 분이랑 다른 곳에서 보시기로 한 건가요?”

“그건 아니고… 이미 만나서.”

“…….”

“괜찮습니다….”

아, 젠장.

진짜 내 행방을 찾으러 온 거였다고?

‘밤밖에 외출도 못 하는 사람이.’

한 달 넘게 실종돼서 다들 가망이 없다고 사망 처리한 지 오래인데, 그 직원이 안면 좀 있다고 이 새벽에 흔적을 쫓아 고속열차 타러 왔다는 게… 참.

가뜩이나 저쪽이 경비팀이 되기 전, B조의 네임드 조장이었을 당시부터의 사연을 알고 있어서 그런가. 묘하게 더 고맙고 울컥한 면이 있다.

그리고 고민하게 된다.

“…….”

이 정도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경비반장은 원래도 회사에 아무 충성심이나 열정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한 번 더 체크했다.

“아, 손님. 혹시 외근 나오신 건가요? 회사에서 택시비를 비용처리 해주거나, 뭐, 손님 위치를 알고 보고받는다든가….”

“음…… 아뇨. 모릅니다….”

경비반장이 단언한다.

“이제 나한테 그 정도로 신경 안 쓰니까… 요새 외출… 많이 풀어주기도 하고.”

“…….”

좋아.

“그럼, 해 뜨기 전에 잠깐 저랑 드라이브하실래요?”

“……!”

나는 차량 내비게이션을 끄고 개인 휴대폰으로 경로를 설정했다.

목적지는… ‘공감, 주목, 장난감’이란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장소.

백일몽 주식회사의 프로토타입 기기가 있는 실험실.

* * *

나는 목적지에 택시를 세우고, 경비반장과 함께 내리자마자 그 사람을 불렀다.

“제이 씨.”

경비반장은 놀라지도 않으며 퍼뜩 고개를 들었다.

다만 어딘가 안도한 눈치다.

“아, 택시 어둠에 오염된 건 아니었구나….”

“…예?”

“고속열차… 타다가 오염돼서… 음… 다른 교통에 기사 역할로 배치됐을 수도 있으니까…?”

“…….”

잠깐만. 설마 내가 괴담에 오염되다 못해 아예 괴담 택시 운전기사가 됐다고 생각해서 분위기를 맞춰줬던 건가?!

‘잘하면 택시에서 끄집어 내렸을 수도 있겠는데.’

약간 식은땀이 난다. 거기까지 오해가 번지지 않고 내려서 다행이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괴담 주둥이 안에 들어가는 진귀한 경험을 할 뻔했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경비반장이 내린 차 문을 잠갔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저, 그런데 왜 갑자기 산에서 택시를 잡으셨던 겁니까?”

설마 저 사람, 서울역까지 걸어서 가려다가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

“산?”

의아해하는 목소리.

“나… 회사 앞이었는데.”

“…?!”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다.

경비반장은 예상대로 회사 앞에서 멍하니 걸어서 서울역으로 가려던 모양이었다.

새벽이라 대중교통은 다 끊겼고, 택시를 부르는 방법은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다.

기묘하게도 눈에 띄는 택시를.

“그리고 라디오 소리가 들려서….”

“…!!”

“라디오 들으니까, 음, 택시 탔던 때가 생각났거든요….”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충동적으로 택시를 따라가서 잡았다는 거다.

……이 이야기에서 추측가능한 원인은 하나밖에 없었다.

‘…브라운!’

편집된 시공간과 스포트라이트.

쇼 비즈니스 괴담 사회자의 솜씨라면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경비반장이 나를 알아본 방법도 인상적이었는데….

“냄새요.”

“……!”

“제가 코가 좋아서요….”

누가 봐도 주둥이가 있는 동물 괴담에 오염된 사람의, 대단히 설득력 있는 발언이었다….

어쨌든 대충 상황은 파악했다. 나는 머리를 한번 흔들고는 근처로 움직였다.

경비반장에게 보여주려는 곳.

“이쪽입니다.”

골목길 한편, 벽에 기대놓은 맨홀 뚜껑으로 위장된 문.

“안에 들어가서 자세한 이야기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어 내려갔다.

“오….”

맥없는 감탄과 함께 터벅터벅 따라 내려온 경비반장은 연구실 문패를 보는 순간 잠깐 굳었다.

꿈 배양실.

“…….”

“여기는… 회사…….”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연구실 문을 개방해 경비반장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연관은 된 것 같아서요.”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하고 깊게 연관되었으나, 별다른 개인적 이익 관계는 없는 사람.

전 정예팀 B조의 조장은 백일몽 주식회사 제약 기술의 근원적 연구실을 보고 눈빛을 가라앉혔다.

“혹시 제이 씨의 눈에 띄는 게 있습니까?”

경비반장은 그간의 의욕이라고는 개미눈물만큼도 없어 보이던 느릿한 동작 대신 깔끔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연구실 안을 탐색했다.

눈마저도 어딘가 다른 사람 같았다.

“저, 여기 심상치 않은 물건도 많으니까 무리하시진 마셨으면 합니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버티지 못하고 던졌던 연구일지까지 쓱 훑어보려다가 다시 기괴한 검은 그림자가 경비반장 위로 튀어나오려 해서 기겁하고 뺏었다.

“…….”

“…….”

그렇게 한바탕 탐색이 끝난 후에야 경비반장은 입을 열었다.

“…저기, 여기는… 누가 알려줬어요…? 직원?”

“그건 아니고, 다른 괴담에서 우연히 힌트를 찾아낸 겁니다. 찾고 보니 이상하게도 백일몽 주식회사의 물건이 아닌 것 같았고요.”

“…….”

“분명 같은 기술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경비반장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혹시 이 공간에 대해 짐작 가시는 점이 있습니까? 부분적이거나 그냥 의혹이라도 좋습니다.”

“…음.”

경비반장이 이미 죽은 듯한 낡은 실험실 공간을 둘러보다가, 기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기요. 혹시 아세요…? 우리 회사에서 어둠을 폐기하는 거….”

…!!

“아뇨.”

사실 안다.

그 설정이 몇 번이나 더 개연성 있게 갱신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었으니까.

하지만 신입 사원이 아는 것은 너무 어색한 정보기에 경비반장으로부터 직접 듣는 게 맞았다.

“어둠을 폐기한다는 건 어떤 겁니까?”

“그러니까… 사람이 클리어해도 더 이상 용액이 추출되지 않으면… 버리는 거죠….”

“…….”

“더는 쓸모가 없으니까….”

그렇다.

백일몽 주식회사 입장에서 더 이상 생산성이 없는 괴담.

어둠은 초자연적 존재감을 잃어버릴 시, 더 이상 꿈결 용액이 채취되지 않는다.

이 경우 등록번호 말소 절차 이후 폐기되며 이 중 일부 어둠은 연구, 재충전 등의 프로세스를 통해 재활용된다.

여기서 ‘초자연적 존재감을 잃어버린다.’라는 것은 보통 탐사기록이 너무 많이 쌓여서 매뉴얼이 지나치게 완비된 경우를 의미한다.

‘그 괴담을 다 파악해 버린 거지.’

비일상적인 미지와 신비감이 사라지고, 많은 직원이 그냥 일상적으로 루틴하게 긴장감 없이 처리하는 것.

모든 매커니즘이 규명되어 더 이상 꺼림칙하거나 상상할 여지가 없어지면, 결국 그 괴담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냥 좀 위험한 현실.

고위험 산업 현장과 다를 게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본래 괴담이었기에 어딘가 비현실적 트리거가 될 법한 섬뜩한 부분은 남아 있겠지.

지금 경비반장이 툭툭 치는, 피와 오물에 덮인 연구일지처럼 말이다.

“이런 것도 그렇고… 왠지 그런 폐기 어둠 느낌이거든요….”

흠.

그럼 본래는 이 공간 자체가 괴담이었을 확률이 높다는 건가.

짜 맞춰 보자면….

‘백일몽 주식회사는 이 괴담에서 제약 기술을 뽑아냈고… 그 과정에서 너무 탈탈 턴 나머지 괴담 자체가 사라진… 건가?’

어쨌든 지금은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 됐다는 뜻이니 그 점은 좋은 정보였다.

“그리고 이거….”

경비반장이 꿈 배양기 앞에 놓여 있던 카드키를 들었다.

내가 죽은 연구원의 몸에서 찾아낸 신분증.

유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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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유쾌’라고 적힌 거 맞나….”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아, 역시.”

카드키를 만지작거리던 경비반장이 시선을 숙인 채 느릿느릿 말했다.

“그럼 혹시… ‘유쾌 연구소’… 알아요?”

“…!”

구체적인 명칭을 듣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유쾌’에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던 이유.

‘…유쾌 연구소!’

내가 가진 신비한 양초 키트부터 전에 탐사했던 테마파크 괴담까지.

꾸준히 접했으나, 부가 정보로 넘겨 버렸던 그 괴담들의 원산지.

<어둠탐사기록>에도 몇 번 언급된 세력.

괴담 메이커.

———————=

어둠탐사기록 / 세력

유쾌연구소

장난감 컨셉의 괴담을 제작하는 기묘한 집단. 규모, 인원, 목적은 모두 불명.

망상 홈쇼핑, 우주 쇼핑몰, 오늘의 카탈로그 등 다양한 괴담 쇼핑 플랫폼부터 시골의 낡은 다락방까지 다양한 곳에서 유쾌연구소의 상품이 발견된다.

백일몽 주식회사에 어둠으로 등록되는 경우가 잦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그 테마파크.

———————=

“음… 괴담을 만드는 괴담도 있는데… 그런 걸 회사가 선호해서….”

경비반장이 설명한다.

유쾌연구소가 백일몽 주식회사 내부에서 꽤 번번이 단어로 접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점을.

그리고 처음 듣는 정보도.

“가장 처음으로 회사에 등록된 어둠에도 유쾌연구소 태그가 달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어?

“…혹시 그게 무슨 어둠입니까?”

“모르는데요. 이미 폐기됐다고… 이사들이 대화하는 걸 들었던 거라서요…….”

맙소사.

“그걸… 다 기억하시는 겁니까?”

경비반장의 눈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회사에 대해서는 다 기억하거든요…. 전부.”

“…….”

“다른 건… 이거저거 많이 잊어버리긴 했는데…….”

“…혹시 다시 찾고 싶으십니까?”

경비반장이 모자를 눌러쓴다.

“별로… 좋은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고.”

“…….”

그건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알겠습니다. 그래도 좋은 기억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찾아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특별히 맛있던 음식이라든가. 재밌던 장소 같은 거요.”

“음.”

경비반장의 목소리가 약간 밝아졌다.

“그건… 나쁘지 않을지도.”

“그렇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이상한 장소에 왔는데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첫 괴담에 유쾌 연구소 태그가 붙어 있는 걸 아는 직원도 별로 없을 텐데….”

“원래는 알면 안 될걸요….”

“…….”

아니.

경비반장이 검지를 입에 댔다.

“그러니까 소문내진 마세요…. 보안팀을 만나고 싶지 않으면….”

등골이 섬뜩해졌다.

“물론… 노루 씨는… 죽은 척하고 빠져나갔으니까…… 보안팀이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지만.”

“…?!”

죽은 척…? 아, 맞다.

“저, 회사 못 빠져나갔습니다만….”

“…?!”

“지금 호 이사님 프로젝트팀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제야 내 근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내가 한 달간 괴담에서 실종됐다는 부분은 적당히 생략하고, 어쨌든 이사 직속 TF팀 밑에서 구르고 있다는 것 위주로 말이다.

“소원권을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

“이것도 원래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거라 비밀로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말할 사람도 없어요….”

헛.

경비반장은 아무렇지 않게 슬픈 말을 하고선 골똘히 생각하듯 허공을 본다.

“호 이사… 이 회사 이사들은 다 제정신이 아니긴 한데….”

예. 저도 이제 잘 알 것 같습니다….

“저, 혹시 호 이사에 대해 잘 아십니까?”

“아니요…. 호 이사는… 내가 경비팀이 되고 나서 이사로 와서….”

아.

“청 이사는 몇 번 봤는데…. 다 예전 일이고…….”

경비반장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튼… 이거 이사들한테는 말하지 마요….”

“물론입니다.”

애초에 본래 이 시설을 발견해서 회사에 보고했던 직원도 죽은 마당에 그럴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이렇게 된 이상….

‘…좀 더 확실히 공유할까.’

기왕 경비반장에게 장소를 공유한 마당이다. 상대가 내 수상쩍기 그지없는 상황을 보고도 계속 신뢰를 보이면서 정보를 주고 있고 말이다.

‘여기서 한 번 더 신뢰 관계를 탄탄하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나도 내가 아는 걸 알려주자.

그래도 괜찮은 인간상이라는 걸, <어둠탐사기록>의 네임드였을 때의 세세한 기록부터 지금 눈앞의 실제 사람으로까지 확인했으니까.

‘좋아.’

“…제이 씨, 그럼 이걸 한 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휴면 상태였던 꿈 배양기를 카드키로 재가동했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패널과 유리관에 불이 들어온다….

??????

“…!”

“이걸 누르면 백일몽 물약과 유사한 시럽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꿈결을 충전했던 방식까지 파이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앞으로도 꿈결을 따로 충전할 수 있을….”

“그거.”

경비반장의 눈에 빛이 들어온다.

“정예팀 수집기.”

아.

“예. 우연한 기회로 회사에 넘버가 등록되지 않은 걸 손에 넣었습니다.”

“…….”

경비반장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더니, 아주 살짝, 내가 들고 있는 수집기를 만졌다가 다시 내렸다.

“…이제, 더는 안 만든다고 했는데…….”

“…….”

혹시 B조였을 때 경비반장은 이 양식의 수집기를 썼던 걸까.

“추적… 안 당하는 거 맞아…?”

“예. 아예 회사에 등록된 적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

경비반장은 어디서 구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노스탤지어에 잠긴 눈으로 수집기를 보다가, 이내 시선을 꿈 배양기의 버튼들로 돌렸을 뿐이다.

“…아시는 이모티콘 있습니까?”

“아니…. 근데 이 기계 자체는… 회사에서 본 거랑 비슷한데….”

“…!”

역시.

“회사에서도 유사한 기계로 물약을 만드는 겁니까?”

“아마도… 음.”

경비반장이 나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궁금하면… 좀 알아봐 올까…? 유쾌연구소랑… 이것저것…….”

…!

“위험하시지 않겠습니까?”

“…….”

경비반장이 다시 의욕 없는 얼굴로 돌아오더니 고개 젓는 것도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안 위험한데….”

그, 그러시다면야.

“감사합니다.”

“응….”

그렇게 나는 회사의 내부 협력자를 얻었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이 방침대로 세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기력은 없지만 든든한 베테랑, 경비반장을.

얼마 후.

“잘 들어가세요.”

“응.”

해가 밝기 전에 경비반장은 무사히 귀가했다.

나는 경비반장과의 이야기 끝에 새로운 이모티콘을 눌러서 물약 하나를 손에 넣었고 말이다.

참고로 누른 건… 이거였다.

?

…나 혼자였다면 절대 누르지 않았을 버튼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후우.’

원래는 고마움을 겸해서 경비반장에게 넘기려고 했는데, 경비반장이 동태눈으로 거절했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예.

다음에 다른 걸 주도록 하자.

나는 나온 유리병을 주머니 안에서 만지작거리며 경비반장을 배웅했다.

…참고로, (별로 놀랍지는 않지만) 경비반장은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도 없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선불 유심을 하나 사고, 내가 원래 쓰던 스마트폰을 백업한 후에 초기화해서 유심을 끼워 건네줬다.

그리고 난 점포가 문 열자마자 새 폰을 샀고 말이다.

“이쪽 번호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예….”

뭐랄까, 도넛 외에는 정말 세속적 욕구가 결여된 듯한 사람이다….

‘아주 깊은 오염 상태가 되면 저렇게 되는 건가.’

나는 터덜터덜 걸으려는 경비반장을 택시 반납하러 가는 길에 회사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내려줬다.

“으차.”

그렇게 지금, 긴 야간 근무가 끝났다.

‘재난관리국 업무도 잘 마무리됐고!’

택시도 제시간 안에 잘 반납했고, 무사히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더럽게 고생했지만 여기선 부정하는 게 맞겠지. 나는 나에게 엄지를 치켜드는 오른손을 애써 무시하며 청동 요원을 향해 고개를 꾸벅거렸다.

그리고 비번 동안 푹 쉬고, 관련된 서류 작업 처리를 배운 며칠 후.

“오늘은 이곳에서 일하실 겁니다.”

다시 출근한 재난관리국의 본사에서 나는 다시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된다.

장허운.

“아…!”

동기는 나를 보며 눈을 빛내다가, 황급히 인사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

그 앞에 선 상사가 허허 웃으며 내 옆의 청동 요원에게 손을 내민다.

“오랜만입니다. 청동 요원. 아, 여기가 신입 요원이고?”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다.

오늘은 내가 기다리던 현장정리반의 업무였다…!

‘기필코 적성을 보여주고 만다!’

* * *

“…….”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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