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5화
떼쓰는 신입 하나, 울먹이는 상사 둘.
셋 다 만 8세.
사태는 순조롭게 악화되고 있었다.
‘젠장!’
이거 설명이 아니라 압도부터 되네…!
나는 혀를 깨물고 싶은 마음으로 그제야 열심히 ‘싫어요 더 찾아봐요’의 이유를 설명하려 했으나, 벌써 두 사람에게 영향까지 받기 직전이었다.
애들 사이에서는 눈물도 빨리 전염되니까…!
“아, 아직 시간 더 있는데 규칙상 이틀만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아직 오염되지 않고 안전히 탐색할 시간이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맞아.”
“그럼 한 명만이라도 더 찾아보고 싶습니다. 있는데 우리가 발견 못한 걸 수도 있잖아요!”
최 요원 어린이가 코를 훌쩍인다.
“그, 그럴까? 그럼 이틀 정도는 더….”
“요원님!”
눈가가 시뻘게진 청동 요원 어린이가 나서서 눈을 최 요원을 노려보다가, 나를 돌아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왜 안 되는데요!’라고 따지고 싶군.
“왜 안 되는데요!”
미치겠네.
청동 요원도 버럭 소리를 지른다.
“위험할 수 있으니까! 언제나 요원의 목숨이 우선입니다. 규칙을 어기면서 무리하다가는….”
그리고 목소리가 코를 삼킨다.
“그, 그러다가 죽는 요원들을 봤습니다. 다시 복귀하지 못한 선배들도 많습니다.”
“…….”
“그러니까, 애초에 시작하면 안 됩니다. 규칙을 따라야 맞습니다.”
‘……후.’
이쪽 말도, 납득이 간다.
그리고 청동 요원은 내 팔을 힐끗 본다.
“그 팔, 사흘에 한 번 충전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시고요.”
“그건 따로 충전용도 가지고 왔잖아! 그, 그럼 이건 어때? 딱 하룻밤만, 하룻밤만 더 있자.”
최 요원이 검지를 펼치며 말했다.
“그리고 내일 낮까지 구조할 만한 애가 있다는 확신이 안 들면, 그냥 가는 거야. 응? 임무 한나절 지연은… 사실 보고서에 한 줄 덧붙이는 얘기잖아.”
“…….”
우리 둘 다 반사적으로 청동 요원을 보았다.
“재관아….”
“요원님 저기….”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청동 요원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 말만 남기고 말이다.
“저는 동의한 적 없습니다.”
그런 것 같긴 했다.
서럽고 억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였거든.
하지만 더 이상 반박은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선언이기도 했기에, 최 요원은 바로 정리했다.
“좋아. 그럼 하루만 더 보는 거야!”
그래도 안 되면 바로 포기하고 가자고, 어린이 셋은 약속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맡은 구역의 아이들 잠자리로 흩어졌다.
최 요원은 궁전 근처, 청동 요원은 중앙 분수대 근처, 그리고 나는… 마을 입구 쪽으로 말이다.
좀 환장할 점은, 이 와중에 가는 길이 겹쳐서 청동 요원과 함께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
“…….”
“저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청동 요원이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도깨비장난으로 둔갑했던 다른 케이스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성적으로 잘 마무리된 겁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자기들끼리 엉엉 울면서 싸우고 구른 요원들도 있습니다.”
그, 그렇군.
“…그래서 규칙이 필요한 겁니다. 이런 초자연적 상황에서는 납득되지 않더라도 규율을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옳다는 걸 확인하게 될 테니까.”
청동 요원이 숨을 더 들이켰다.
“물론 포도 요원의 잘못은 없습니다. 신입 요원은 한 번씩 겪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책임자가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고 동조해 버렸으니…!”
“…….”
그 책임자 덕분에 하루만 더 하자고 딜에 성공한 신입 사원 입을 다물게 하시는 탁월한 재주가 있으십니다….
어쨌든 청동 요원은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서로 목적지로 흩어지면서 내게 조언해 줄 정도의 분위기는 회복되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다 자정이 오기 전에 잠들 겁니다. 포도 요원도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주무십시오.”
“…예.”
반짝반짝 용궁은 도시의 시계탑 종소리를 기준으로 낮과 밤이 바뀐다.
밤이 오면 어린이의 수면 주기에 맞게 졸음이 오며, 자정이 넘기 전에 모두가 잠이 들고 해가 뜰 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일어난다.
괴담다운 초자연적인 구조였다.
나는 황홀한 붉은 황금빛을 지나 부드러운 남색과 하얀 반짝거림으로 뒤덮인 마을을 걸어, 내가 담당한 숙소로 들어갔다.
입구에 간판이 알려준다.
어린이를 위한
꿈나라 침대
안에는 어린아이의 침실답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거대한 공간에, 캐노피가 드리운 푹신한 침대들이 열 몇 개 놓여 있었다.
…이미 침실의 아이들은 다 잠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구출할 수 있는 어린이를 찾아다닌 터라, 이미 한계까지 시간을 쓴 탓이었다.
나도 졸음이 쏟아졌다.
“후우.”
빈 침대 중 하나를 적당히 골라 누웠다. 말도 안 되게 푹신하고 따스한 침구가 내 머리와 몸을 포근히 감쌌다.
그리고 짧게, 방금 보인 추태가 머릿속을 지나간다… 와.
떼를 썼다고? 내가?
‘진짜 어릴 때도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성격을 생각해 보면, 나뿐만 아니라 최 요원이나 청동 요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말이다.
도깨비장난이라는 게 진짜 회춘이 아니라 속임수여서 그런가, 묘하게 ‘어린이’라는 개념으로 둔갑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지금 중요한 건 이 어린이 몸의 과한 특성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침착하게 진행해 가는 것이다.
결국 목적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느리게 다짐했다.
‘…일찍 일어나서 바로 찾자.’
한 명 정도는.
하나 정도는, 어쩌면 데리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
[포도야.]
…음?
[포도야. 너는 참 좋은 요원이 될 것 같구나. 네 팔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어딘가 그립고 따스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다시 들으니까 믿음직스럽고 강인하게 들리기도 한다.
뭐지?
[네 꿈이지.]
그런가.
그러고 보니 잠들긴 했다.
감은 눈앞에 반짝이는 빛이 일렁였다. 따스한 불꽃처럼….
[그리고 꿈에서는 현실에선 하지 못하는 생각들도 떠오르기 마련 아니겠니.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니까 말이야.]
…….
현실에서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라.
확실히, 진입 조건을 맞추느라 어린이가 된 채 구조 임무를 진행하다 보니 놓쳤던 것들을 지금 검토해 볼 순 있겠군.
꿈속의 나는 침착하게 몇 가지 의문점을 떠올렸다.
어른의 의구심들.
가령….
‘왜 요원들이 올 때마다 만나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 달라진다는 거지?’
아예 모든 아이가 바뀐다면 ‘이 초자연적 현상의 특성상 비슷한 곳이 여러 곳 있구나’하고 합리적으로 설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만나는 아이가 절반 이상 달라진다는 건 완전히 다르다.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그 절반 이상이 여기서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최소한 요원과 만나지 못하는 형태로.
그리고….
‘왜 요원들은 거기에 의구심을 느끼지 않는 거지?’
섬뜩하지만 간단하고 확실한 두 가능성도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른다.
본인들도 이 괴담에 영향을 받고 있거나.
……신입인 내게, 일부러 감추고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거나.
둘 다거나.
‘그렇다면….’
…나한테, 이런 상황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지 않던가?
깨달음을 보충해 줄 물건.
굳이 다른 두 사람에게 요청하지 않아도 말이다.
[과연! 똑똑하구나. 포도야. 지혜로운 발상은 만고의 보배란다.]
[꿈에서 얻은 걸 잊지 말고 내일 깨어나 보자.]
주름진 손이 격려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어르신.
…….
…….
“아.”
꺄르르르르!
종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황금빛 아침이 시작된 것이다.
“인어공주님 보러 가자!”
“나는 술래잡기 할래.”
아이들이 활기차게 떠들며 침실에서 일어나 자리를 벗어나고 있다.
원래라면 당장 쫓아가서 아이들의 정보를 캐내야 하는 상황인데, 내 머리는 명료하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간밤에 꾼 꿈에서 결론 내린 무언가.
“…….”
나는 두툼한 외투 안쪽에 손을 넣어,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챙겨온 것을 꺼냈다.
바로 ‘어린이용 탐정 시럽’. 꿈 배양실에서 이모티콘 버튼을 눌러 제조해 냈던 이 시럽을.
백일몽 주식회사에서는 이렇게 불렀다.
탐지 물약
: 복용 시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밝혀준다.
탐정 시럽을 먹으면 구출할 수 있는 어린이가 바로 보일 것이다.
지금 내 임무 목표는, ‘가장 필요한 것’은 어린이 구조니까.
‘좋아.’
본래라면 이래저래 계산을 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 구출인데 그렇게까지 하자니 내가 인간 말종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한번 효과를 확인해 보기도 했어야 해서.’
나는 시럽의 밀봉된 뚜껑을 열어서, 쭉 삼켰다.
라벨에 적힌 대로 인공적인 체리향과 단맛이 나는 시럽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후우.”
빈 병을 갈무리했다.
재생 물약처럼 눈에 확 띄는 경이로운 변화는 체감되지 않았으나, 심장이 뛰고 침착해진다.
‘이제 확인하자.’
나는 거실에 남은 아이들과, 창문 너머에서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체크했다.
‘눈에 들어오는 아이’를 찾아내려고.
하지만….
“…….”
왜 없지?
뛰어나가는 아이도, 저 멀리서 웃으며 분수대를 뛰노는 아이도.
그냥 아이일 뿐이다. 특별히 도드라지진 않는다.
설마 정말로 대상자가 단 하나도 없기에 그런 건가 싶어서 등골이 서늘해지려던 찰나였다.
‘…어?’
다른 어딘가에서 존재감이 느껴진다.
시야 외곽에, 어떤지 뚜렷하고 밝은 것이 잡혔다.
“…….”
나는 눈을 돌려서 그것을 확인했다.
내 외투 반대편 주머니.
바로 맨홀의 얼굴 없는 장터에서 구매했던 아이템이 들어 있는 곳이었다.
‘이게 왜….’
나는 손을 넣어서 물건을 꺼냈다.
그건 옛날 우표 4점이 프린트된 종이였다.
마치 단가가 절감된 자선 사업용, 혹은 광고용 씰처럼 보였는데, 흐린 우표의 그림마다 한국의 옛 길거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그려진 인간이 아닌 것들도 저 뒷배경에 보인다.
비둘기, 쥐, 길고양이, 참새, 바퀴벌레.
인간의 길거리에 공존하는 생물들.
길거리 우표
: 20세기 한국 영등포구 길거리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된 동물 중 하나로 위장할 수 있는 기묘한 우표.
오늘의 유물상에서 제작되었다.
…스파이하다가 튀거나 몸을 숨길 때를 대비해서 챙기려고 했던 건데, 최 요원이 역으로 추천해 줘서 식은땀을 흘렸었지.
교환용으로 백일몽 주식회사에서 유래하지 않은 아이템 골라내느라 또 흘렸고.
어쨌든 이 아이템의 본질적인 능력은 결국 그거다.
‘인간이 아닌 길거리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썩 괜찮아 보인다고?
당연히 치명적인 부작용도 있다.
단, 2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우표의 효과를 받을 시, 몸이 우표 속 무언가로 변이할 수 있다.
실제 그 동물이 된다는 속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 몸에 덕지덕지 그 동물들의 특징들이 감염된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치 생물재해 공포게임처럼.
턱 옆에 비둘기 부리나 참새 눈알이 자라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윽.’
생각만 해도 끔찍했기에, 절대 이용 시간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근데… ‘어린이의 모습’이 진입 조건인 괴담에서 동물의 모습을 하는 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떨떠름했으나 동시에 싸한 느낌이 들었다.
심상치 않아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
‘…백일몽이 다른 걸로 사기를 쳐도 물약으로는 사기 치지 않았지.’
효과가 워낙 확실해서 그럴 필요가 없던 것일 터다.
‘좋아.’
낌새가 이상하면 즉시 우표를 뱉고 어린이 모습으로 돌아오면 된다.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후, 우표를 하나 떼어내 입에 넣었다.
“…!!”
시야가 낮아졌다.
어린이가 됐을 때보다도 더욱더 급격히, 바닥으로.
내 허리가 굽고, 네발로 선다.
모피의 촉감이 느껴지고, 귀가 올라가고, 긴 수염이 있는 기묘한 느낌.
‘고양이인가.’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비둘기인 편이 날 수 있어서 더 유용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바퀴벌레나 쥐를 피했다는 점에선 심리적으로 다행…….
…….
‘어.’
시야에서 황금빛 도시가 무너진다.
황홀한 푸른 바다, 천국처럼 반짝이는 동화 속 벽돌집과 대로, 아름다운 현수막이 전부 빛을 잃고 색이 바래고 망가진다.
그리고 대신 기괴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녹슨 금속 파이프, 부러진 채 깜박이든 가로등, 반파된 건물, 피와 오물로 된 낙서. 울퉁불퉁튀어나온기괴한궤양덩어리같은것이벽돌틈과가로등사이를메우고맥동한다!이공간에온통전염됐어!이상해!이상해!사방에 있어!나오염됐…
뱉어!
우표를 뱉어야 한다. 이건 뭔가 잘못됐….
…….
아냐.
‘그게… 아니야.’
황홀한 곳에서… 끔찍한 곳으로 추락한 충격 때문이다.
난 오염되지 않았다.
“흐으.”
나는 숨을 골랐다.
환경에 적응하며 급격한 패닉이 끝났다.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며, 어린아이를 벗어난 차가운 머리로 주변을 보았다.
기괴하게 무너진 문명과 도시 여기저기에 전염된 생체조직 덩어리들.
이건 내가 아는 묘사다.
그래. ‘반짝반짝 용궁’은 어둠탐사기록에 기록되지 않은 괴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을 뿐.
내가 알던 것은….
……백일몽 주식회사의 끔찍한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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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인어 무덤]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C-1642.
해저로 침몰한 기괴 도시를 헤매는 괴담.
희생자는 괴생물체 군집에게 쫓기며, 잡힐 시 피와 점막이 모두 빨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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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도시는 이미 폐허가 된 상태이며, 곳곳에 남겨진 기록으로 생물재해에 감염되어 멸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한때 아름다웠을 도시의 흔적이 비참하고 끔찍한 생물재해로 멸망한 현재의 아포칼립스와 대조되는 것을 보는 것도 별미.
도시의 기록에서 생물재해를 인어라고 기록하기에 ‘인어 무덤’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반짝반짝 용궁의 아이들은.
도시의 심장부에는 ‘생물재해-인어’의 감염원의 핵심 군집인 기괴한 덩어리가 있으며, 이것에서 나온 감염 유체들이 끝없이 탐사자를 쫓아온다.
잡힐 시 감염 상태가 되어 인어의 숙주가 된다.
나는 비틀거리며 네발로 다 부서진 길거리를 걸었다.
어두운 심해의 거리 곳곳에 기묘한 자세로 굳어서, 이상한 궤양 덩어리 같은 것에 이끌려 움직이는 시체가 보인다.
아니… 살아 있는 사람 반, 시체 반.
마치 인형 같은 움직임으로 뻣뻣이 흐느적대며 이동한다.
‘그 식수대 장식 인형들.’
어린이는
꿀을 받아 가세요!
병정부터 코끼리까지 다양한 생김새의 인형 장식품들.
‘인간이었던 거야.’
이 미친 괴담에 끌려 들어와 감염된 사람들이다.
그럼 배 부근에 달린 수도꼭지에서 꿀이 나온 건….
실제로는 저 궤양 같은 덩어리가 사람 배에서 뽑아낸 피다.
‘…욱.’
나는 달렸다.
네발을 박차고, 녹슨 기계 장치를 감싼 오염된 생명이 꿈틀대는 이 기괴한, 해저에 가라앉은 옛 도시의 폐허를 달린다.
그리하여 도시의 심장부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용궁으로, 보였던 것은….
거대한 궤양 덩어리들의 군집이었다.
두근, 두근.
여기까지 맥동이 전해지는, 더러운 주홍색, 녹색, 분홍빛 희끄무레한 살점 덩어리 같은 것이 무너진 거대한 건물 여기저기에 매달려 마치 전위적인 조형물처럼 우뚝 거대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맨 앞에 붙은, 촉수가 달린 울퉁불퉁한 알집 같은 것.
아는 눈으로 보면 실루엣이 비슷한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인어공주의 동상.
감염 유체들은 숙주가 된 탐사자의 피와 점막을 뽑아내 도시 심장부의 군집에 공급하고, 군집은 전염성 점액과 찌꺼기를 뱉어냄.
찌꺼기는 소화하지 못하는 섬유질과 플라스틱 등으로 확인.
그래.
…‘반짝반짝 용궁’에서, 애들이 동상에 ‘꿀’을 바치면 주는 장난감, 옷, 동화책은… 여기서 실종된 사람들의 낡은 유품이었던 것이다.
단지 애들한테만 그렇게 보이도록 현혹하고 있다.
이 괴담이.
그리고 애들을 감염시키고 있었다. 이 인어 무덤 어둠의 탐사기록에서 흔히 새끼인어라고 불리던 끔찍한 감염의 유체들은, 결국….
결국….
“…….”
안 돼.
‘이건… 이건.’
일단 복귀하자, 이 상태로 어린이를 만나면 안 된다. 나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우으으으응으!
이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의 궤양 덩어리가 내게 점액을 쏘았다.
“…!”
전염성 점액이다.
저게 달라붙으면 나도 수도꼭지가 달린다…!
‘망할.’
다행히 고양이는 잽싸게 달릴 줄 알았다.
거짓말처럼 고양이 몸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로 움직이는 네발이 먼지 쌓이고 녹슨 골목 사이를 지나 달린다. 이래서 최 요원이 추천했던 걸까.
‘어쨌든!’
그래서, 그래서 말이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하지?
요원들에게 알려야 하나? 만약에 알린다고 하면 어디까지 알려야 하지?
구출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거지? 아니, 이 상황에서 요원들이 계속 어린이로 있는 게 맞나?
어린이의 모습은, 정말 안전한가?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 여기서 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은, 이제는….
“이쪽. 새끼 인어가 없네.”
…!
“이동해.”
“네, 대리님!”
나는 발을 멈췄다.
지금 골목에 들어간 세 인영.
침착한 말투. 탐사기록에서 봤던 익숙한 단어. 직급으로 부르는 호칭.
…백일몽 주식회사다.
‘현장탐사팀이 들어와 있었나…!’
그래, 애초에 그 회사에 등록된 어둠에 긴 탐사기록 대부분이 현장탐사팀 직원에 의해 쓰였으니까 당연히 이 안에서 회사 사람을 목격할 수 있지.
…그렇다면 말이다.
혹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이면 보통 특수 장비가 적어도 한두 개는 있을 거 아냐.’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보일지 모른다. 아니면 아이디어라도…!
그게 아니더라도 쓸 패가 늘어나는 건 무조건 필요했다.
‘가자.’
나는 숨을 죽이고 가면과 정장이 스쳐 지나간 골목으로 접근했다.
“…라고.”
“아. 이거요.”
그들의 대화 소리가 예민한 청각에 잡히고, 모퉁이를 돌아 마침내 드러난 세 명의 인영은….
…….
아는 가면들.
“…음. 쓸모 있어 보이진 않는데요.”
“엥? 돈 될 것 같은데. 전 챙기겠습니다.”
염소 백사헌, 조랑말 강이학.
그리고….
“조용히 해.”
나비, A조 진나솔 대리.
“…….”
‘망할.’
죽여주는 라인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