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0화
재난관리국의 요원들이 눈을 돌린다.
“와!”
새끼인어의 옷자락으로 순식간에 화려한 손톱이 걸린 와이어가 쏘아와 감긴다.
A조 대리의 전용 무기.
“어? 폭죽이다!”
어린아이는 웃었다.
오염된 새끼 인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진나솔은 가장 치명적인 부위부터 절삭했다.
마비액과 감염액을 분비하는 부위.
서걱.
“아아아악!”
새끼 인어에게 달려 있던 거대한 꼬리가 떨어져 나갔다.
피와 점액이 터진다.
“아파! 아파!”
간발의 차로 요원의 공격이 스쳤다.
진나솔은 지체하지 않고 꼬리가 잘려 무력화된 그 새끼 인어 한 마리를 와이어로 끌어당겨 한 손에 꼈다.
“악!”
그리고 선언한다.
“더 오면 죽인다.”
“…!”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다리가 정상이 아니다.’
진나솔은 아까 방울작두에 맞은 종아리가 아직도 마비되어 있었기에, 여기까지 불온한 고양이 존재를 쫓아 뛰어오면서도 아이템을 써야 했다.
이 상태에서 재난관리국 요원 둘과 대치하면서 아이템을 챙겨 도주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진나솔은 멍청한 짓을 혐오한다.
그리하여 선택했다.
“오지 말라고 했다.”
“…!”
말은 통하지 않아도 어떤 소통은 제스처만으로 기능한다.
“청동아, 잠깐만.”
인명을 하나하나 중시하는 최 요원은 당장 진나솔에게 항복하는 척 손을 들어 보이며 재빨리 대안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것은 재난관리국의 정석적인 대응이 아니다.
‘인질.’
정석적인 재난관리국의 인물, 청동 요원은 어두운 눈으로 눈앞의 악인을 보았다.
저 인간말종들은 아이 12명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사리사욕으로 챙겨서 달아날 생각이다.
‘안 가져가도 탈출할 수 있으면서도.’
저대로 보내면 아이 12명은 죽는다.
그리고 관리국의 우선순위는 명백하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생존.
-시민 하나의 희생을 감수하여 더 많은 시민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
“…청동아?”
청동 요원은 빠르게 결정했다.
그리고 유리 손포를 들어 올리며 달려들었다.
“야…!”
하지만 그 순간, 동시에 다른 생물도 움직였다.
딸랑.
“어? 아니, 잠깐….”
백사헌의 당황한 목소리 사이로 고양이가 그의 어깨를 딛고 소리 없이 뛰어내렸다.
고양이의 입에는 황금 끈이 묶인 소라고둥, ‘천사의 한숨’이 물려 있었다.
백사헌의 가방에서 꺼낸 것이다.
“아니!”
고양이는 그대로 진나솔에게 질주했다.
“…!”
진나솔은 반사적으로 걷어차고 와이어를 날릴 준비를 끝냈으나, 고양이의 목표물은 그 직원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대신 약간 더 옆으로, 아래로 향한다.
“어? 고양이 인형….”
진나솔이 인질로 잡고 있는 새끼 인어.
고양이는 소라고둥을 이빨에 문 그대로 새끼 인어의 귀에 완전히 댔다.
“…!”
껍질 안에서 아릿한 목소리가 울린다.
허밍.
아주 아름다운 가인의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안아주며 흥얼거렸던 자장가 같기도 하다.
힘찬 국가의 한 구절 같기도 하고, 환호와 생명력이 넘치는 찬송 같기도 하다.
다만 거기서 따온 오로지 한 구절.
한 멜로디만이 소라고둥의 속에서 부드럽고 다정하게 나와 아이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
꼬리 잘린 새끼인어가 몸을 굳힌다.
음, 으으음, 으음, 으으으음음.
출혈이 줄어든다.
궤양에 뒤덮여 있던 얼굴과 팔다리의 염증이 가라앉고, 사지가 뒤틀리던 감염의 증후군이 사라지고, 성대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물론 완전히 시간을 역행하듯 완벽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급속히 번져가던 감염이 기세를 죽이고, 본래 아이가 가지고 있던 인간의 생명이 장작을 만난 불꽃처럼 타오른다.
다음 순간.
“후우우우….”
한숨을 몰아쉬는 아이는, 병에 걸린 어린이의 모습을 되찾았다.
“…….”
“…….”
경이로운 광경에 인간적 본능으로 사람들이 잠깐 멈칫한 순간.
“이, 이게 뭐야. 엄마…!”
아이가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감염이 잦아들어 환각이 걷히며 반짝반짝 용궁이 사라지고, 참혹한 현실을 맨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
‘세뇌에서 벗어나기까지 되는구나…!’
그러나 황홀하고 아름답던 ‘반짝반짝 용궁’에서 쫓겨난 어린아이가 계속 울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
놀랍게도, 고양이가 그 안에 가서 안겨주었다!
“야, 야옹이….”
그것은 어린아이의 제법 우악스러운 손길에 머리를 잡아 당겨지면서도 미동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그래서 더 섬뜩하게 보였으나, 어쨌든 확실한 신호였다.
저것은 어린이에게 우호적이다.
‘연령대에 따라 규칙이 다른 괴담인가?’
진나솔은 현장탐사팀의 정예 인원답게 분석하면서도 잡고 있던 인질을 놓지는 않았다.
다만 더는 아이를 노골적으로 제압하진 않았다. 고양이의 모습을 한 저 위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얘들은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그 틈을 정확히 노린 자들도 있다.
“…!”
탄환이 날아온다.
진나솔은 보았다. 맞은편 요원이 그녀의 다리를 노리며 유리손포를 쏘고, 동시에 이미 접근했던 놈은 진나솔의 상체를 결박하려 든다.
‘하.’
진나솔은 일부러 뒤로 넘어졌다.
균형을 잃고 무정형으로 움직이는 신체가 아슬아슬하게 요원들의 제압을 피한다.
그리고 동시에 한 손으로는 인질을 휙 놓아 눈앞으로 던졌다.
최 요원에게.
“…!”
고양이를 안고 있던 어린이를 최 요원이 붙잡는 순간.
‘인질이야 밖에 널렸지.’
진나솔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문을 박차려 했다.
‘철수한다.’
상황을 목격한 다른 백일몽 직원들도 눈치껏 따라서 빠지려 발을 움직이고, 백사헌도 남은 열한 개의 ‘천사의 한숨’이 든 가방을 꽉 쥐고 뛰어나가려던 순간.
[이쪽]
고양이가 쳐다본다.
“…!”
불길한 고양이는 최 요원에게 안긴 아이의 품에서 조용히 걸어 나왔다.
“왜 그러는….”
얼어붙은 사람들 사이를 네발짐승이 걷는다. 그리고 모두를 지나 무언가의 앞에 섰다.
진나솔이 잘라낸 새끼인어의 꼬리.
궤양 덩어리의 끈.
[이쪽]
고양이의 형체가 지지직거리며 사람들을 돌아본다.
“그, 그걸 뭘 어쩌라고….”
[이쪽]
시뻘건 눈이 나를 들여다본다.
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이미 아는 것 같은 시선.
“…….”
X발.
백사헌은 재빨리 장갑 낀 손으로 꼬리를 집어 들어, 방수되는 가방의 앞에 쑤셔 넣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최 요원이 잽싸게 꼬리를 잡아챘다.
“아…!”
최 요원은 ‘어린이’인 자신을 향해 아직도 꿈틀거리며 기생하려 발악하는 꼬리를 꽉 쥐어 제압하며, 고양이에게 말했다.
“이게 필요해서 공격을 유도한 거야?”
침묵.
“이 꼬리가 어디에 쓸모가 있는데?”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답한다.
[이쪽]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을 응시하는 것으로.
“…!”
최 요원은 꼬리를 봉인함에 수납해 챙기고, 황급히 바닥에 챙겨 다니는 분필로 글귀를 쓰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용궁과 인어무덤의 시선이 공유되는 하나의 연결 수단.
-너희 이 꼬리 쓰는구나?
“…!”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먼저 말해주면 여기서 나갈 때까지 더는 안 싸울게~ 요원의 명예를 걸고 맹세!^^
-혹시 너희 탈출할 때 쓰는 거야? 탈출정 타고 탈출하는 거 다 알고 있거든. 어디서 어떻게 쓰니?
‘미친 새끼….’
그러나 최 요원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우리가 대화하길 고양이도 원하는 것 같은데?
[10]
“아, 진짜!”
맞춰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고양이에 진절머리를 내며 백사헌이 주변을 살폈다.
‘총대 메기 싫은….’
다행히 강이학이 냉큼 몸을 굽혀 답을 쓰기 시작했다.
-앗 말하면 얼마 주시나요?ㅎㅎ
‘미친 새끼가 또 있네.’
-우리 거지야ㅠㅠ 돈 많은 너희가 참아! 고양이한테 머리 터지기 싫잖아~
“에이.”
‘개새끼들아…!’
결국 백사헌은 카운트다운의 압박 속에서 돈에 미친 동기 대신 눈치껏 자신이 답을 썼다.
-이미 다 아시는걸요… 탈출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새끼인어의 꼬리를 야만적으로 자른 적은 없고, 이미 완전히 감염된 일반감염체의 꼬리만 최소한으로 잘랐어요. 저희도 살아야 하니까요…
‘어린애 죽였다고 하면 발작할 게 뻔히 보이잖아!’
그래서 최대한 예쁘게 돌려 적은 그 말이었지만, 최 요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쓰는데? 연료? 입장권? 제물?
여기까지 뱉어도 괜찮은 건가?
[6]
젠장.
-입장권이요.
적으면서 백사헌은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반사적으로 흘겨보았다. 카운트다운으로 죽일 듯이 조이더니 이제 만족하냐? 이 사이코패스 새끼….
그런데 고양이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
그것은 어느새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두 발로.
[이쪽]
고양이의 자세가 기묘했다.
마치 누군가 억지로 고양이를 조종하듯, 창문가에 두 발로 귀신처럼 일어서서는 왼쪽 앞발을 휙 들어 올려 서쪽 어딘가를 가리켰다.
거기는….
‘…탈출정 방향!’
그리고 그대로 창문 아래로 추락했다.
“…!!”
사람들이 창문으로 달려가서 아래를 보았으나,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양이가 사라졌다.
“……하.”
갑자기 공기가 가벼워진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숨을 고르고, 바쁘게 머리를 돌리고 있는 순간.
“탈출정… 탈출정!”
백사헌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래! 탈출정 타고 꺼지라는 거였어!”
“뭐?”
“주, 죽음을 준비하라고 했다고요. 그게 뭔가 했는데, 이제 탈출정 타고 다 안 나가면 죽일 거라는 뜻 같은데…!”
“…!”
“얼른 나가야….”
하지만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은 섣불리 위험을 잊지 않았다.
이 공간에는 아직도 재난관리국의 요원들이 있다.
그리고….
아까 전 고양이였던 그것이 보여준 행동의 영향력도.
“…….”
그때. 최 요원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고양이는 새끼인어에게서 꼬리를 제거하게 만들고, 소라고둥으로 치료했었다.
누가 봐도 어린이에게 우호적인 그 모습을 떠올리면….
‘흐음.’
요원이 차분히 바닥에 글을 적는다.
-고양이가 소라고둥들 위치 알려주고 시범으로 치료까지 보여준 걸 보면, 그걸 사용해서 최대한 애들 살리라는 뜻 같은데…
-혹시 물건 욕심부리다가 괴물한테 개죽음당하고 싶은 사람?
‘X발.’
하지만 요원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면 모두 안전하게 나갈 때까지만 임시 협조할까?
“…!”
-안전하게 아이들을 최대한 데려가 보는 거야. 소라고둥 이용해서, 너희가 나가는 그 탈출정으로.
“…….”
진나솔이 백사헌을 밀치고 앞으로 거침없이 나왔다.
“…!”
그리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요원을 쳐다보면서, 바닥에 글을 적었다.
-허튼짓하면 사살한다.
“오케이~”
그렇게 기묘한 임시 동맹이 생겼다.
인어무덤의 감각과 반짝반짝 용궁의 감각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인원이 많아 생물재해를 상대하면서도 어린이 여러 명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구성.
‘…유도한 건가?’
류재관은 눈을 꿈틀거렸다.
대체 그 고양이의 모습을 한 괴담은, 어디서 나타난 초자연 현상이기에 이런…… 아니, 일단은 무사히 이곳에서 빠져나와서 임무를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 심지어 자신은 지금 혼자도 아니었다. 신입까지 들어왔으니까…….
잠깐!
“포도!”
류재관이 굳은 얼굴로 자신의 상사를 황급히 돌아보았다.
아직도 어린이들 속에서 구조 가능할 시민을 찾고 있을 신입이, 방치되고 있었다…!
“당장 찾아야 합니다. 혹시 여기서 낙오되면….”
“잠깐잠깐! 진정하자. 어차피 오늘 저녁에 보기로 했잖아. 애들 챙기러 가는 길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게 문제였다…!
‘이 인간말종들을 끌고 가면 안 되는데…!’
“일단 얘들 협박부터 좀 할게.”
최 요원은 소라고둥을 백사헌에게 계속 두는 대신 담보로 그들이 수집한 일반 감염체의 꼬리 조직을 받아내고, 탈출정의 위치를 거짓말하지 않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몰래 소라고둥으로 실랑이하는 척하며 소라고둥에 추적 장치를 붙여두기까지 해 방비를 완료했다.
“됐네.”
마지막으로 탈출정이 있는 근처의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확실히 정했다.
“이제 아이들 모으러 가자.”
“…예.”
어쨌든 저 미친 사이비 제약회사와 포도 요원의 마주침은 피할 수 없다.
류재관은 가슴이 서늘해졌으나, 일단 자신이 가장 빠르게 포착해서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이비 제약회사의 직원들로부터 신입의 신원을 보호하고 싶다는 말이면 그의 상사도 납득은 해줄 것이다.
“분수대에 있네! 저기.”
“예.”
하지만 도시 중앙의 분수대에서 포도 요원을 만난 순간.
“요원님!”
류재관은 자신의 계획이 의미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일을 대비해 한 눈에 계속 장착하듯 들고 있던 썬 캐쳐의 사이로, 선명히 보인다.
자신들을 눈치채고 돌아보는 신입 요원….
“아이들을 모아서 시대별로 정리 중이었습니다!”
얼굴의 절반을 궤양이 덮고 있었다.
“…….”
류재관은 발을 멈췄다.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시선이 눈앞의 어린 모습을 한 동료 요원을 훑는다….
상반신 아래로 긴 탯줄 같은 세포 덩어리가 늘어져 있다.
허리로부터 굵은 살점 덩어리가 흘러나와, 마치 꼬리처럼 대롱대롱 궤양이 매달려 있었다.
징그럽고 끔찍하나, 바닷속 도시라는 특성과 그것이 마치 꼬리처럼 보인다는 점 때문에….
이 생물재해는 인어라고 불렸다.
“그런데, 같이 노는 게 너무 재밌네요….”
요원이었던 새끼 인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하루만 더 있으면 안 될까요?”
생물재해에 완전히 감염된 신입을 보고, 두 요원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발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