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2화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이전에 재난관리국 요원이 감염된 어린이를 탈출정에 억지로 탑승시켰을 때 벌어졌던 참사가 말이다.
급성 탈피가 진행되어 전신에서 궤양이 자라나 생명 반응을 상실합니다.
오염이 급속히 퍼져서 사망.
이건 탈출정이 내부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동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감염원의 행동이 아닌가.
그래.
‘생물재해-인어’가 한 짓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감히 군체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벗어나려고 하는 숙주에 대한 처분.
에너지의 회수.
그러나 이 일에 대해서는 재난관리국의 요원만이 알고 있었으며, 반대로 탈출정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백일몽의 직원들만 알고 있었다….
정보의 파편성.
그렇기에 누구도 합리적으로 예상하는 게 불가능했던 이 상황.
“어.”
어린이가 손을 들어 올린다.
“인어공주님이다!”
쾅!
굉음과 함께 천장을 뚫고 내려온 덩어리가 정거장을 부순다.
꺄르르르르-!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닮은 궤양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거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수많은 촉수같은 종양 덩어리 가닥들이 끔찍한 점액을 뿜어내며 발처럼 공간을 디딘다.
쿵.
쿵.
쿵.
쿵쿵쿵쿵쿵!
마치 거미집이 매달리듯이, 점액을 분비하는 살덩어리가 부서진 정거장의 사방 벽면에 사지를 뻗듯이 촉수를 뻗어 매달리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감염의 군체에서 가장 거대한 종양 덩어리, ‘용궁’의 앞에 똬리 틀고 있던 그 끔찍한 모양새가.
꺄르르르르-!
정거장을 뒤덮고 살덩이를 내리친다.
쿵!
“X발!”
백사헌은 멍청하게 서서 비명을 지르다가 자신을 밀치려 드는 직원을 역으로 밀치며 재빨리 뒤로 빠졌다.
직원이 살덩이에 붙잡혀 머리가 부서지고 피와 점막이 빨리는 소리가 울린다.
‘빠지자!’
그는 소라고둥이 든 가방을 꽉 쥐고, 그대로 질주해서 탈출정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 자신의 뒷덜미를 잡았다.
“…!”
새끼인어.
아니, 이미 헤일로로 확인했으나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참고 있었던 그 정체는….
‘김솔음!’
감염된 김솔음이 자신의 뒷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리쳤다.
“악!”
그 순간 머리 위로 살덩어리가 날아갔다. 백사헌은 침을 삼켰다.
‘함부로 뛰면 죽는다.’
저 감염 덩어리는 노골적으로 탈출정을 중앙에 두고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때, 김솔음은 무슨 생각인지 기묘한 얼굴로 징그러운 감염의 살덩어리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러는….”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
백사헌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끼인어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손을 올리고 있다.
“공주님!”
“공주님이다!”
두 요원의 시선도 천장을 부수고 정거장에 나타난 거대한 것에 닿는다.
순간 둘의 눈이 멍해진다.
이리 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거대한 인어의 형상이 정거장 천장에서부터 햇살이 내리쬐듯 나타나 텅 빈 하얀 공간을 채운다.
아름답다.
인어공주의 동상이 살아난 듯, 압도적인 광륜이 빛나는 거대한 인어가 그곳에 존재했다.
위대한 존재에게 보내야 마땅할 압도적 경외감과 감탄, 아름다움에 대한 매료가 머릿속을 점령한다.
이리 와
아무것도없는공허의하얀공간이아름다운반짝반짝용궁으로뒤덮인다.황금빛으로번뜩이는작은상앗빛광장은마치기도실같다찬양과경배그리고애정을가득담아주인을올려다보아라아이야하지만탈출정은탈출정같은건없다이곳은기도실이다인어공주님께기도를
“망할.”
최 요원이 썬캐쳐를 들어 간신히 시야를 가렸다. 옆에서 그의 후배가 유사한 동작을 하면서 피를 뱉는다. 혀를 깨물어 정신을 잠깐 차린 것이다.
하지만 다시 내려다보는 위대한 시선이….
이리…
“어르신!”
최 요원의 손아귀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등불 속에서 화르륵 타오르는 불빛.
붉고 푸른 불빛이 황홀한 황금빛 인어의 후광을 몰아낸다.
도깨비집.
도깨비불이 타오르며 환상의 영역을 만든다.
불이 비친 곳에 기와집이 일렁이며 춤추고 노래하는 도깨비들의 인영이 일렁였다.
괴이로 괴이를 몰아내는 짧은 시간.
“오래 못 버텨, 그동안…!”
아이들의 꼬리를 최대한 자르고 탈출정에 넣어야 했다.
인어, 아니 살덩어리는 발악하며 다시 탈출정 근처로 붙으려 했으나 공간이 왜곡된 듯 천장 근처를 맴돌고 있다. 이틈을 타서….
휙.
정장 입은 어른들이 허겁지겁 탈출정으로 달려간다.
동물 가면을 쓴 자들.
백일몽 주식회사의 인간상.
“…….”
최 요원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같은 시각.
‘따라가야 하는데…!’
백사헌은 같은 장면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튀어야 할 텐데, 문제는 아직도 자신의 머리를 김솔음이 꽉 잡고 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X발.’
백사헌의 눈에 교활함이 깃든다.
밀칠 방법 없나?
이 새끼… 어린이 모습이면 완력이 나보다 약하지 않을까? 아니지. 오염된 상태니까 더 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보통 오염된 자들은 인간적 지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광기와 괴이한 규율이 그 정신을 지배하니까!
“저기요. 저보다 저 위에 계신 거대한 분께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못 들어오고 계시잖아요. 응원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유인하는 것이다.
아, 새끼 인어가 돼서 내 말을 못 알아듣나? 그렇다면 바닥에 쓰자!
그러나 그가 같은 내용을 먼지투성이 바닥에 손가락으로 쓰려던 순간, 머리를 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
통했다!
벌떡 일어나서 달리려던 백사헌의 등을 김솔음이 다시 누른다.
“아!”
‘또 왜!!’
그리고 바닥에 적는다.
-업어.
“…?!”
-업고 뛰어.
“무슨 개….”
정신 차린 백사헌이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디로요?”
김솔음이 시선을 돌렸다.
탈출정의 반대편.
밖으로 나가는 통로로.
“…?!”
* * *
같은 시각.
“멍청이들 아냐?”
진나솔은 탈출정에 득달같이 들러붙은 일반팀 직원들을 보며 관자놀이를 꿈틀거렸다.
지금 저걸 탄다고 해도 어떻게 빠져나갈 거란 말인가. 탈출정이 사출된 통로를 저 더러운 생물재해 덩어리가 가로막고 있는데.
포인트보다 잿밥에 눈이 멀어서 들어온 새끼들다운 판단력이었다.
“오! 탈출정에 레이저빔 쏘는 곳 같은 건 없나요??”
진나솔은 돈에 미친 신입의 말을 무시한 채 상황을 파악했다.
‘…이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지?’
일반팀 직원들이 날로 먹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졌지만, 일단 탈출하려면 별수 없긴 했다.
‘저 살덩어리가 발작하는 게 새끼 인어들을 데려와서 같은데.’
흠.
그녀는 시험 삼아, 새끼 인어 하나의 목덜미를 잡아들어서 생물군집에 던지려고 시도….
탁.
“제정신이 아니군.”
“뭐래.”
눈에 시퍼런 안광이 튀기는 요원이 진나솔을 제지했다.
청동 요원. 그는 최 요원이 방호하는 도중 빠르게 간이 의식을 치러 도깨비장난을 끝내고 어른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탁월한 판단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나비 가면의 직원에게 씹어 삼키듯 말했다.
“원래 어린아이인 걸 분명 봤을 텐데!”
“소라고둥 못 쓰면 그냥 오염된 괴물이잖아?”
“그게 없어도! 꼬리만 자르면 탑승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장….”
“야.”
진나솔은 짜증을 간신히 누르며 공무원의 말을 끊었다.
“탑승시켜서 어쩔 거냐고. 저거 탈출정 사출구에서 뜯어낼 수 있어?”
“…….”
“뭐 박격포라도 가져왔냐고 묻잖아. 아니지?”
없다.
애초에 인간의 화기가 먹힐지도 확실하지 않다. 귀신이 아니라 생물재해라고 하더라도.
“그냥 몇 마리 밖으로 던져서 집중 분산시켜서 빠져나가자니까? 남은 건 데려가든가.”
“대리님! 근데 그 고양이님이 다 챙겨가라고 알려주셨잖아요? 안 챙겨갔다가 저주받거나 받을 보수를 못 받거나…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말도 있는… 우악!”
“당장 죽게 생겼는데 저주가 알 바야? 나가서 고민해.”
어차피 그 고양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단발적인 이레귤러 현상일 가능성도 높다는 거다.
“그러니까 고양이고 나발이고….”
“시민 구조에 협조하십시오.”
청동 요원의 손에서 제압용 줄이 뽑혀 나온다. 진나솔이 코웃음을 치며 전용 장비를 잡았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를 무력화해야 했다. 청동 요원은 최 요원의 불꽃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감염 군체의 부름이 점점 공간 왜곡을 뚫고 불꽃을 침입하고 있다.
이리 와
황홀한 황금빛이 다시 아이들을 잡는다.
어떻게든 제발 빨리, 아니, 아이들의 꼬리를 다 잘라도 대체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선별을, 해야 하는가.
청동 요원은 어두운 눈으로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