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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4화


‘맞네, 조장님!’

언제부터였을까, 저 허연 파충류 머리와 세로 동공이 눈물 나게 반갑기 시작했던 것은.

나는 도마뱀 가면을 쓰고 있는 도마뱀을 보고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반가워할 상황까지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미친 괴담들에서 물리 최강자 덕에 슈퍼세이브했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다.

어쨌든, 막 어둠에서 귀환한 듯한 도마뱀 과장은 연구팀에게 보고를 시작 중이었다.

“클리어까지 3시간 24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아, 저. 과장님. 자세한 사항은 지금 말씀 듣기엔 좀….”

“?”

“외부인들이 계셔서요.”

연구팀이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을 눈짓했다.

거의 서른에 가까운 어린이 부상자들과 요원들, 그리고 끙끙대는 백일몽 직원들까지 널브러진 공간을.

“그렇군요.”

이자헌 과장 눈에는 그냥 여느 때처럼 어둠을 클리어하고 왔더니 직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가득 차 있는 걸로 보였을 텐데도 아무 동요가 없었다. 도마뱀답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그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분명 연구원은 D조가 귀환했다고 했는데.’

하지만 이자헌 과장은 혼자였다.

……설마 발령받은 직원들이 순식간에 다 죽었나?

내 의문이 어떻든 간에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의 상호작용은 계속되고 있었다.

“저, 과장님. 꿈결 수집기를 이쪽으로….”

“예.”

“감사합니다…! 저, 잠시만 대기 부탁드립니다.”

먼저 클리어한 인어무덤 쪽 처리가 먼저였다.

연구원에게 꿈결 용액을 반납한 도마뱀은 평소와 다르게 북적이는 연구팀 공간을 둘러본다.

그렇게 시선으로 쭉 훑다가… 시뻘건 눈이 나와 마주쳤다.

“…….”

설마.

‘아, 알아보셨나?’

하지만 곧 시선은 돌아갔고, 도마뱀 과장은 말없이 사무실 중앙으로 걸어들어와 미팅용 소파에 앉았다.

…오염된 피투성이 아이들의 틈에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들어와 앉았다는 뜻이다.

“거, 거긴….”

연구팀까지 말을 더듬었다.

정말 범상치 않은 강렬함이라 요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요원님. 혹시 아십니까?”

“도마뱀 가면? 아니. 한 번 봤으면 절대 안 잊어버렸을 것 같은데.”

최 요원도 처음 보는 모양이다.

음, 그럴 수 있겠다.

이자헌 과장, 그러니까 직원 D는 어둠탐사기록이 좀 더 커지고 변칙성 개그 클리어가 용납될 시점에 등장했던 캐릭터니까.

‘초창기 기록에서 주로 활약했던 최 요원과는 탐사기록 범주가 잘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응급처치가 끝나서 기력을 되찾은 아이들도 힐끔힐끔 도마뱀 가면을 쓴 남성을 쳐다보았다.

거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기력을 되찾은 아이들’이 늘어난 결과….

“저기요. 우리 엄마 보러 가는 거예요?”

“화, 화장실 갈래요….”

“수빈이 배고프대요!”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던 아이들 위주로 눈치를 보다가 손을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용궁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동시에 그 동화적인 환각에서 있었기에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불편한 사무실 바닥에 아픈 채로 방치되어 있으니, 어린이가 지금까지 꾹 참은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오줌 마려워….”

하지만 이걸로 연구원들이 아이들을 따로 유인할 소재가 너무 잘 보인다. 젠장.

금방이라도 연구원들이 ‘화장실로 안내해 주겠다, 식당으로 안내해 주겠다’라면서 애들을 분류하고 떼어놓으려고 들 것 같았다.

그럼 요원들도 칼같이 따라붙겠지만, 문제는 남는 아이들도 있기에 둘이 찢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요원들을 하나하나 떨어트려 놓으면 더 백일몽 직원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거고.’

가뜩이나 요원들은 다 체력을 한계까지 쓰고 전신타박상까지 입은 상태다.

이 뻔한 그림은 요원들에게도 쉽게 예상이 됐는지 둘의 얼굴이 약간 차가워졌다.

그렇다면, …이건 어쩔 수 없다.

‘선수 쳐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안전한 직원은….

‘나만 알고 있지.’

나는 한숨을 참은 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던 아이 중 하나에게 속삭였다.

“진짜? 알아?”

“응.”

그러자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수줍게 잡고 물었다.

“저기, 아저씨. 화장실 어디로 가요…?”

“…!”

이자헌 과장.

소파에 앉아 있던 도마뱀 얼굴이 멀뚱히 아이를 돌아보았다.

“얘들아, 잠깐….”

나는 최 요원이 말을 꺼내기 전에 다른 아이들을 선동했다.

“너도 갈래?”

“응!”

“나두!”

곽제강도 없고, 안면 있는 직원들도 다 치료와 인터뷰 때문에 사라졌다.

게다가 내 얼굴의 절반은 궤양으로 염증과 괴사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에 누군가 알아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제대로 연기만 하면 돼.’

나는 아이들 틈에서 이자헌 과장에게 가서 최대한 다른 아이들처럼 물었다.

“아저씨, 화장실 가줄 수 있어요?”

“예.”

우르르 몰려온 아이들도 눈을 반짝였다.

“우리 안내해 줄 거예요?”

“예.”

그리고 이자헌 과장이 일어나자, 아이들이 그제야 꺄르르 웃으며 허벅지 등에 붙었다.

“우와!”

나는 그제야 두 요원에게 작게 고갯짓해 보였다.

가다가 수틀리면 고함질러서 위험을 알리겠다는 뜻이었다.

청동 요원은 내가 ‘가장 안전한’ 직원을 골랐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착잡한 기색이면서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나간다!”

어쨌든, 덕분에 이자헌 과장은 어린이 예닐곱 명을 달고 피리 부는 도마뱀처럼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근처 화장실에서 무사히 이용을 마칠 때까지 다른 변수는 없었다.

‘후우.’

나는 화장실을 쓰기 어려워할 정도로 어린아이들을 도와준 후, 세면대에서 찬물로 손을 씻으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손이 하나라 불편하네.’

그리고 이 익숙한 회사 세면대를 다시 쓰고 있으니 정신이 날아갈 것 같다.

‘침대로 쓰러지고 싶다….’

나는 피로감을 꾹 누르며 손 씻기를 마쳤다.

그리고 내 옆으로 이자헌 과장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설마 아이라고 챙겨주려는 건….

“노루 씨.”

하나 남은 손으로 도마뱀 머리를 가격할 뻔했다.

“현재 도청 방지 장비가 활성화 상태입니다. 해당 대화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휴우.

나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수전을 올리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어떻게 알아보신 겁니까? 아니, 그러니까, 제가 지금 팔도 없고 나이대도 달라졌는데….”

“? 예. 동일 인물의 연령 변화와 신체 소실이라 판단했습니다.”

“…….”

넘어가자.

성화 포격을 갈기는 파충류 외계인이니 다른 분석법이 있겠지….

“어쨌든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연구팀에 제 신원이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렇군요.”

“방에 돌아갈 때도, 아이들이 중간에 연구원을 따라가지 않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도마뱀이 눈꺼풀 없는 눈으로 잠시 허공을 보다가 돌아온다.

…아직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 대화를 할 시간은 있겠지.

나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조장님께선 잘 지내셨습니까? D조에 새로 들어온 직원분은 괜찮은지, 어둠 탐사는 괜찮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새로 들어온 직원은 없습니다.”

“…!”

“현재 D조는 1인 진입 어둠에 배정되고 있으며,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네.”

…이자헌 혼자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방치된 거구나.’

조가 정예팀으로 막 승격해서 시범 운영되려던 순간에, 이사와 승진으로 딜을 본 장본인인 내가 실종 및 사망 처리됐다.

결국 D조는 끈 떨어진 연 신세로 붕 뜬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미적미적, 조 자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건 없었지만….

현실적이라서 왠지 더 입이 씁쓸했다.

‘뒷말 좀 돌았겠어.’

도마뱀 조장이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도.

…….

“저, 조장님.”

나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우주 쇼핑몰에서 구매를 하면, 과장님께 도움이 됩니까?”

“우주 쇼핑몰의 구매 실적은 이자헌 과장의 생활과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주둥이가 약간 우호적인 선을 그렸다.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기묘한 지칭이었다.

‘…‘우리가 도움!’이 떠오르는데.’

어쨌든 간접 도움이 된다는 의미는 파악했다.

그렇다면 말이다.

“쇼핑몰을 이용하는 데에 꼭 현금만 써야 합니까?”

“아닙니다.”

“…! 그럼 아이템 물물 교환도 가능한 겁니까?”

“아닙니다.”

젠장.

“그럼 다른 결제 수단은 어떻게 이용합니까?”

“VIP 카드를 사용하십시오. 대화를 중단하겠습니다. 누군가 접근합니다.”

순차적으로 문장들을 이해했다.

픽!

화장실의 불투명한 유리문이 열리며 누군가 경쾌한 걸음걸이로 세면대까지 들어왔다.

“오~ 어린이와 무슨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까?”

곽제강.

“화장실을 안내했습니다.”

“아, 생리현상! 중요하지~ 특히 아이들한테는 더 그래요.”

하얀 가운을 입은 곽제강이 내게 눈높이를 맞추듯이 몸을 낮췄다.

‘망할!’

나는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곽제강의 목소리가 마치 몰래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작아진다.

“아저씨랑 같이 갈까? 맛있는 과자 먹고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푹 쉬는 거야~”

“…….”

“지금 여기 있는 친구들만 가자. 다른 친구들 말고 너희만 특별히.”

“…엄마아빠 보러 갈래요.”

“그래! 엄마아빠도 볼 수 있다니까?”

이 새끼 진짜.

“싫어요. 아저씨 무섭고 못생겼어….”

“…!!”

나는 아이들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이자헌 과장의 뒤로 숨었다.

“무서워!”

“뭐야? 왜 그래?”

“무섭대!”

“저 아저씨 무섭나 봐….”

어린아이들은 분위기 전염이 빠르고 쉽다. 여론은 순식간에 형성되어서, 다들 주춤거리며 무서운 흰 가운 아저씨로부터 물러나서 친절한 아저씨 뒤로 우르르 몰려갔다.

“아니, 내가 이 과장만큼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아 이거 참 민망한걸.”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도마뱀을 본 곽제강이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였다.

눈에서 아쉬움과 집착이 번뜩인다.

“이 과장, 혹시 애들 꼬셔줄 생각….”

“?”

“부탁할 걸 해야지. 어휴.”

곽제강은 입맛을 다셨으나, 결국 발을 돌려서… 화장실을 나갔다.

끽.

화장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이들 몇몇이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저 분위기를 탄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해가 되는 인물을 감지했던 걸지도 모른다는…….

“우리 가자.”

“응.”

이자헌 과장은 또다시 피리 부는 도마뱀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실로 복귀했다.

긴장한 채 문을 주시 중이던 요원들이 짧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으로, 숨 막히던 긴장감은 조금 마무리되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자헌 과장에게 티 나지 않게 꾸벅 고개를 끄덕였고, 과장은 여전히 표정 없는 파충류의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자리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한두 시간 뒤.

“…재난관리국 분들이 오셨네요.”

기다리던 지원이 왔다.

* * *

이후의 일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재난관리국에서는 최 요원의 긴급 문자를 받자마자 구조 차량까지 동원해서 백일몽 주식회사로 왔으며, 있는 대로 일을 키울 준비가 된 모습에 결국 연구팀도 한 발짝 물러났다.

“간단하게 샘플만 채취하겠습니다. 그거야 뭐, 누구한테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요?”

청동 요원은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새끼인어’의 생물 조직 채취는 이루어지긴 했다….

‘잘린 꼬리 단면에서 긁어가는 거니까.’

그 정도는 아이들에게 해가 되진 않았다.

약간 우려가 되는 점은 내 살점도 잘라갔다는 건데… 이건 빠르게 호 이사에게 연락해서 처지 될 수 있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와!!”

우리가 드디어 괴담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다.

“아이고, 애들 다 잔다네.”

아이들은 곯아떨어졌다.

재난관리국이 보내 준 구급 차량에 나눠 탄 아이들은 순식간에 본부로 이송되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씻고, 의료전문가들에게 처치를 받으며 옷도 갈아입고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는 지난 스펙타클한 경험의 피로 탓인지 그제야 겨우 까무룩 잠이 든 것이다.

‘…다행이다.’

물론 요원들도 마찬가지로 드디어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말이다.

“포도도 드디어 어른으로 돌아왔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긴급 충전이 이루어진 도깨비불로 인해 돌아온 오른팔과, 원래대로 성인 남성의 몸으로 돌아온 전신에 안정감을 느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현무 1팀의 대기방이 더없이 안락하게 느껴지는 게 이상했다.

하기야, 원래도 동아리방처럼 아늑한 느낌이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회사가 또 무슨 짓을 해놨을지 모릅니다.”

“알아.”

몽롱한 정신이 옆 요원들이 나누는 대화를 잡는다.

청동 요원이, 백일몽 주식회사가 다른 수작을 부려놨을지 의심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분석반에서 연락 왔는데… 애들 먹인 약 말이야. 잠들면 ‘어딘가’로 이송되는 백일몽 물약을 섞어놓은 게 있었나 보더라.”

“…!”

정신이 번뜩 돌아왔다.

“어쩐지 변이가 심한 애들 줄 때는 물약을 좀 ‘고르는’ 것 같아서 좀 눈여겨 봐뒀지.”

“지금은 제거된 상태입니까?”

“당연하지!”

휴우.

그리고 최 요원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포도가 아까도 고생했어. 아직 작당모의 못 한 직원 찍어서 얼결에 진짜 화장실 다녀오게 만들고!”

“……예.”

이때 청동 요원이 실수로라도 나나 최 요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요원님….

“그럼 이제… 그거 고치러 가야겠다. 그치?”

음?

최 요원이 갑자기 나를 가리킨다. 아, 정확히는… 궤양의 흔적이 남은 내 얼굴 반쪽이다.

그래. 본모습으로 돌아와도 이 감염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괴담에 동화되는 정신 오염은 소라고둥으로 치료된 것 같아서 지금까지 덜 의식했던 거겠지.

“그럼 의무실로 가면….”

“에이, 아니. 그것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어.”

최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동 요원도 군말 없이 소파에서 따라 일어났고, 그들은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을 직접 뵈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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