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80화
정확히 기억한다.
잊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다. 내 백일몽 주식회사 생활에 분기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니까.
착한 친구의 초대 의식.
1. 매끈한 바닥에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동봉된 도안의 육망성을 그립니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물을 가져와 리조트 사무실 바닥에 붓고 손가락으로 찍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 어떤 도안이었는지 확실하게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에 박아놔 준 것처럼.
순식간에 바닥이 물기로 축축한 육망성 그림에 덮인다.
다만 다른 점은….
더 크 게
사무실 바닥 전체에 달할 만큼 육망성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나는 완성된 육망성의 가운데에 작동을 멈춘 매직버니 인형탈을 올렸다.
그리고 인형탈의 배 위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동전을…….
‘…….’
동전을 꺼낼 수가 없잖아.
본래 ‘착한 친구’를 소환할 때 썼던 은화 뱀은… 이 마스코트 복장의 안쪽, 보안팀 옷차림의 안쪽, 내 사복의 주머니까지 가야 그 속에 있다.
그러나 나는 마스코트복을 벗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사무실 서랍을 열고 유쾌 주화를 꺼냈다.
‘이것도 동전이지.’
플라스틱 코인이라고는 해도 확실한 화폐이고, 이 의식에서 의미하는 동전(coin)의 의미에 맞을 것이다.
진짜 동으로 주조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작은 동그라미 형태의 화폐적 가치가 있는 주화를 뜻하는 걸 테니까.
나는 마스코트의 손가락 탈에서 완전히 물기를 제거한 후, 동전을 들어 인형탈의 배 위에 올렸다.
‘됐어.’
황급히 다음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니까….
‘소금!’
4. 소금 한 스푼을 입에 물고, 친구와 관련된 물건을 불로 태우세요.
5. ‘착한 친구’가 말하기 시작하면, 소금을 삼키고 다정하게 인사를 돌려주세요!
동전이 사라졌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당신은 든든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항상 함께하며 아껴주세요!
※소금이 삼켜지지 않거나 기묘한 맛이 나거나 재로 변하거나 피가 날 시 도망치세요.
얼마 남지 않았다.
보급형 마스코트들이 룸서비스 창고에서 소금을 가지고 달려온다. 나는 사무실 밖에서 소금을 탈취하듯 잡아들고 입에 넣…….
…….
마스코트의 탈을 쓴 채로 입에 넣어도, 되는 건가?
‘해봐야지.’
나는 조심스럽게 노란 마스코트의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소금을 털어 넣고, 닫았다.
이제 준비할 일은 하나다.
물건을 불로 태우는 것.
이전에는 내 넥타이를 썼지만… 지금은 넥타이가 없으니까.
‘이걸로 대체하자.’
나는 노란 마스코트가 매고 있던 노란 보타이를 끌러서 손에 쥐었다.
그리고 준비한 촛대의 불꽃 위에 보타이를 가져다 댔다.
화르륵.
보타이가 불에 타오른다.
이상할 정도로 크게 치솟은 불꽃이, 이전에 착한 친구를 소환했을 당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분홍빛 인형탈에 거대한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흔들린다.
흔들.
흔들.
나는 그것을 초조히 지켜보았다.
분명, 적당한 매개로 부르면 자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성공해야 했다.
흔들.
흔들.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에 마치 인형탈이 움직일 것 같다.
금방이라도, 금방이라도.
흔들.
흔들.
어두운 그림자 속.
거대한 인형탈이 입을 열었다.
-내 리조트!
…….
어?
-내 리조트가 나를 다시 불렀어!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의 리조트! 나의 리조트! 나아아아아아아의 리조트으으으으! 아름다운 플라워 골든 리조트야!
육망성의 중앙에서 인형탈이 발작하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흔들거린다. 나는 그 광경을 숨이 멈춘 채로 보았다.
뚝.
상반신이 일어난다.
머리를 꺾어 이쪽을 돌아본다.
-내놔
배 위에 올려둔 유쾌 주화가 치직거리며 타들어 가며 인형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매캐한 플라스틱 냄새가 시설 사무실을 채운다.
-내
-리조트
육망성의 물이 진동하며 피가 흐른다.
인형탈의 눈구멍과 입에서 녹은 플라스틱 같은 것이 흘러나온다.
육망성 위로 몸을 완전히 일으킨다.
-내놔
‘…….’
뭔가,
잘못됐다.
일단 의식을 끝내야 했다. 당장!
‘삼켜.’
나는 소금을 삼키려 했다. 그러니까, 내 목구멍으로 소금물을 넘기면….
…….
어?
왜… 목구멍이 없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것을 깨달았다.
‘몸이 없다.’
이 마스코트 탈 안은 솜으로 차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는 ‘내 몸’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파란 마스코트를 만나고, 이성해 주임이 무당벌레를 살해해서 황급히 리조트로 돌아왔을 때, 원래 내 몸을 움직이는 대신 보급형 마스코트 중 하나의 몸을 사용해 내 것처럼 썼다.
그리고 계속 지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게 원래 몸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지금 보급형 마스코트의 몸을 쓰고 있다.
‘…!!’
그럼… 내 원래 몸은 어디 있는 거지?
설마, 아까 매직버니가 습격했을 때 찢겨나가던 보급형 마스코트 중 하나가….
아, 아니다.
내 몸이 만약에 찢겼다면 솜과 헝겊 장기가 아니라 피가 흐르고 진짜 내장이 흘렀을 것이다.
그런, 그런 노란 마스코트는 없었다. 내 몸은 어딘가에 있었다….
…….
그런데, 대체 어디에?
-안녕?
그리고 착한 친구 의식으로 ‘초대’된 무언가는, 대체 누구의 부름을 받고 온 거지?
나는 깨달았다.
내 추리는 맞았다. 마스코트 인형탈은 확실히 초대 의식의 매개체로 적당했다.
하지만 결함이 있다.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것.’
기념품샵에서 파는 인형이 아니기 때문에.
착한 친구로서의 금제도 없다.
-안녕? 안녕? 안녕? 대답해. 내게 대답해.
인형탈이 비틀리며 기괴한 모습으로 변한다.
…저건 ‘착한 친구’가 아니다.
그저 이면 세계의 무언가.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어 나를 받아들여라 헛된 것아
……그런데 잠깐만.
‘내 리조트’라고? 설마 저건….
-진정한 마스코트를 보아라!
……!
육망성 안의 존재가 인형탈 밖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더러운 황금빛으로 빛나는 프랙탈구조의 기묘한 꽃잎이 머리를 뚫을 듯이 치솟고 가라앉는다.
…플라워 골든.
-받아들여라
폐허가 된 리조트의 간판에서 봤던 실루엣.
황금빛 꽃을 닮은 마스코트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보급형 마스코트’가 진행한 초대 의식이, 본래 이 리조트의 주인이었던 망자를 깨워서 부른 것이다.
죽은 후에 어디 있었을지 모를 그 존재를.
-받아들여라
책상에 놓여 있던 문서가 부르르 떨린다.
나의 취임을 축하했던 그 문서 위로 홀로 펜이 춤을 춘다.
이 리조트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다.
나는 그의 자리를 채우는 하찮은 임시 담당자에 불과했으며, 이제 겸허히 내가 일군 모든 것들을 그에게 넘기고 물러날 때다.
모든 게 지금을 위해 준비된 것임이 틀림없다!
문서가 내게 다가온다.
펜이 미친 듯이 움직여 글을 써 갈긴다.
내 필체로.
세레머니 의식은 그가 치를 것이다. 위대한 플라워 골든께서 친히 다시 마스코트로 이 리조트를 운영하실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의 힘을 훔쳐 쓰고 있었다! 감히 그의 자리를 임시로 채우는 영광스러운 대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모두 끝이다.
아.
그를 받아들여라.
완전히 받아들여 그의 일부가 되어 마스코트를 따르라.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나는 뒷걸음질 쳤다.
인형탈이 육망성의 끝까지 와서 나를 들여다본다.
-받아들여라
의식은 실패했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문서의 탁월한 조언에 따라서 행동했다. 그리고 이 문서가 본래 마스코트의 의지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겸허히 진정한 마스코트를 따르는 것이 맞다!
그래! 그게 맞….
…….
‘아니!’
나는 책상에 놓인 다른 문서들을 보았다.
근무수칙과 고용계약서들, 이용수칙들. 전부 다 리조트를 괴이한 방식으로 운영하려드는 마스코트의 의지와 싸우며 작성한 것들이다.
나는….
…….
아 냐
육망성 안의 존재를 보았다.
여 기
내 리 조 트
나는 문서를 잡고 그 앞에 섰다.
머릿속이 쿵쿵거리며 뛰고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
자 격 없 어
-어어어어어어어?
내가 감히 무슨 소리를
나는 문서를 구겼다.
너 는 졌 어
-!!!!!!
그래. 넌 다른 마스코트에게 죽어서 구역을 빼앗긴 망령이다.
그리고 말이다.
지 금
온 다
너를 죽이고 이 리조트를 폐허로 만들었던 그 존재가 바로 정원 앞에 있다.
다시 이 구역에 들어와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
그 증거를 보여주겠다.
여 기
나는 사무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복도 맞은편에는 거대한 창문이 있다.
밤이라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 그 창으로, 바깥 대신 밝은 사무실이 반사된다.
선명히 비치는, 육망성 위에 올라선 인형탈의 인영.
붉은 토끼.
매 직 버 니
왔 어
너.
-…….
인형탈이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고, 머리로 손을 올리고, 위로 솟은 두 귀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직접 확인한다.
붉은 털에 덮인, 토끼발.
-매직버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공포로 인형탈의 사지가 뒤틀린다.
-매직버니! 으아악! 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살려주세요! 내장을 꺼내지마아아악! 내 리조트! 리조트!
나는 다급히 사무실 바닥 위로 소금을 부었다.
‘지우자.’
육망성을 그리는 핏물과 검은 플라스틱 위로 흰 소금이 덮이며 문양이 지워진다.
지워진 만큼, 인형탈이 점점 중앙으로 몰리며 머리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도망가! 매직버니가 온다! 붉은 마스코트가 온다! 빨간 길을 따라온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 침투해 온다! 탈 속에 꿈틀거리는 붉은 ■■이 나를 먹었어! 지하에 남은 찌꺼기만! 살려줘!
-사라져라 붉은 것 사라져라 붉은 것 사라져라붉은것사라져라붉은것사라져라붉은것사라져라붉은것사라져라붉은것제발
머리를 쥐어뜯던 초대된 자는 결국,
투투투툭.
자신의 머리를 뜯어냈다.
두 손이 마치 멀어지고 싶은 듯, 경외하듯, 공포에 질린 듯 인형 탈의 머리를 저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치켜세웠다.
그리고.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
…….
‘하아.’
나는 사무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끝나는 줄 알았다.’
하마터면 그대로 흡수돼서 보급형 마스코트 엔딩으로 끝날 뻔했다. 솜밖에 없는 마스코트의 몸인데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에 성공하고 뭔가 인상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것 같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시간!’
얼마나 남았지?
나는 시계를 돌아보았다.
20시 11분.
‘폐장까지 49분이 남았다.’
이 난리 통이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허탈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하나다.
나는, 착한 친구를 부르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
‘…….’
아냐.
분명 이건 의미가 있다.
수확이 있다.
이 리조트 운영을 강제하던 것의 정체를 알아냈으니까.
그리고 없앴으니까.
나는 구겼던 문서를 펴서 펜을 가져다댔다.
……묘한 통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자유롭게 운영 규칙들을 쓸 수 있겠어.’
그간 리조트의 의지에 막히듯 쓰지 못했던, 리조트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운영’에 해가 될 만한 것들도 이제 내 의사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직버니가 하는 미친 짓처럼 말이다.
‘쓸모가 있을 거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혹시 성공했을까 하는 미련이 등 뒤에 달라붙긴 했다.
동전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보타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냥 응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나.’
내가 원래 몸으로 소환하지 않았으니, 그게 치명적인 결격사유였을지도 몰랐다.
‘후우.’
나는 문서를 챙겨서, 조금이라도 안전할 만한 방비책을 찾아서 파란 마스코트를….
띠리리링-
“…….”
나는 멈췄다.
띠리리링-
고개를 돌렸다.
사무실 책상 위의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띠리리링-
굳은 채로 그것을 보았다.
지금껏, 이 리조트에서 전화가… 울린 적이 있던가?
‘없어.’
룸서비스 콜은 호출용 멜로디가 울리는 무전기다. 마스코트를 호출하는 것은 진짜 종소리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건 아주 고전적인 벨소리.
…누군가의 연락.
띠리리링-
‘…….’
나는 책상에 다가가서, 고전적인 수화기를 집어 들렸다.
달칵.
고동색의 우아한 목재 전화기.
그 속에서 경쾌하고 듣기 좋은 남성의 목소리가 나와 울린다.
[안녕하십니까! 참 좋은 밤입니다. 오,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재주 많은 유쾌한 마스코트를 연결해 준다면 참 고맙겠습니다.]
…!
[이런, 본인이었군요. 마침 잘 됐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당신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리조트를 며칠간 통째로 대여하고 싶어서 말이지요.]
[당신도 알다시피 유명인에겐 프라이빗한 휴식처가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는 그쪽 리조트에서 보낼까 합니다만….]
…….
안 돼
[음?]
나 금 방
그 만 둬
[세상에, 그런데 방금 그 작자에게 왜 리조트를 넘겨주지 않았답니까? 간절해 보이던데!]
[농담입니다. 하하하! 그런 천박한 작자가 당신이 가꾼 리조트를 강탈하려 들다니, 몹시 불쾌한 일입니다.]
사회자 특유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나온다.
[노루 씨.]
‘…….’
[나를 부르려 했던 건 참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만, 당신은 쇼에 지나치게 흠뻑 젖은 나머지 몇 가지 간과한 게 있군요.]
간과한… 것?
[물론 그것도 몰입하는 엔터테이너의 재능이요, 또 장르에 어울리는 즐거움입니다만, 너무 길어지면 지루하지요. 이제 당신을 위한 완벽한 조언자가 나와야 즐거울 순간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당신의 친구가 친절한 조언을 몇 마디 건넬 겁니다….]
수화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자, 전화기를 붙잡고, 놀라운 브라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위대한 사회자의 친절한 조언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