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83화
사인검.
과거,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순양한 호랑이 인(寅)에 맞추어 인년·인월·인일·인시에 의식과 함께 제작되었다 전해지는 도검이다.
특히 지금 재난관리국의 현무 3팀 팀장의 손에 쥐어진 검은 날도 세우지 않은, 완전한 의식용으로 제작된 것.
허나 그렇기에 도리어 초자연 재난에서는 더없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흡.”
당연하지만 모든 초자연 재난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재앙이나 귀신의 모양새를 한 악하고 삿된 것이 직접 침입해 오는 상황.
이 조건에 최대한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왔다.
그러나 초자연 재난에선 보통 괴이의 구역에 들어가거나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상대가 ‘침입’해 오는 경우는 도리어 적고, 완전히 삿된 것으로 판정해 주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해.’
팀장의 손이 전율 같은 것으로 떨린다.
그 자신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구역에 대상이 침입해 왔기 때문에.
그리고, 테마파크의 친근한 마스코트라는 탈마저 벗었기 때문에!
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모든 조건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졌다.
“하!”
그리하여, 절반의 검결을 타고 솟구친 검의 순양한 기운은 벼락이 되어 삿되고 악한 것에게 강타한다.
더없이 강력하게.
완전하게!
아아아!
“악!!”
멀리 떨어진 대피소까지 떨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천둥과 진동이 땅을 울리며, 파동이 퍼져 나온다.
흙먼지와 폐허의 건축 먼지가 훅, 어두운 시야를 잠시 가리는가 싶더니….
“…!!”
무너지며 불타오르는 리조트 건물의 잔해.
그 사이, 거대한 매직버니 퍼레이드의 처참히 압사된 사체가 일렁이는 불꽃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잠시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콰콰콰쾅!!!
리조트의 남은 잔해마저 쏟아지며, 빨간 마스코트 속에 있던 것들은 건물과 함께 땅의 밑바닥으로 파묻혀 매장되었다.
완전히.
“…….”
“…….”
“끄, 끝난 건가?”
현무 3팀의 팀장은 대피소 문을 열고 안으로 가볍게 뛰어 들어왔다.
“악! 팀장님!”
“조용.”
팀장은 한숨을 쉬면서 옷을 털고, 잠깐 집중하듯 검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삿된 건 이제 여기 없다.”
“후우!”
요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앉았다.
재난관리국 요원들의 정체를 이미 외양과 말씨로 짐작했으나 도저히 상황상 갈등을 빚을 엄두도 안 났던 직원들 역시 일순 안도했다.
“마스코트님이 부탁하신 게 이건가여?”
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은 작게 감탄했다. 마스코트님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래. 그러니까 자기가 리조트 건물을 통째로 덫 삼아 미친 매직버니를 잡고 있는 동안, 적합한 직원이 공격하도록….
…….
잠깐만.
“그, 그럼 마스코트님은…?”
벼락을 같이 맞으며 건물 속에 매장됐지.
침묵.
모두의 시선이 팀장을 향했으나, 그녀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진 들은 거 없는데.”
“……!!”
잠깐.
“노, 노란 마스코트가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몸을 갈아타는 것 같았는데….”
“걔네 리조트에 전부 남아 있었잖아!”
게다가 미친 매직버니가 노란 마스코트의 마지막 하나까지 찢어 죽이려고 추격하며 퍼레이드를 하는 걸 이미 그들도 대피소에서 봤다!
“그럼… 노란 마스코트도… 죽은 건가?”
“…!”
요원의 추측에 몇몇 직원이 패닉에 빠졌다.
들쥐는 한때 무당벌레였던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너, 너는 뭐 아는 거 없어? 없냐고!”
“현재 마스코트님과의 연락은 두절되어 있습니다! 우리 함께 테마파크의 영업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 봐요!”
“아악!”
“자, 잠깐만. 마스코트님이 없으면… 우리 도장은 누가 찍어주는데?? 우리 도장찍어서 나가야 하잖아요! 이거 대피소 이용했다고 누가 인증해 주냐고!”
“진정해! 아침에 파란 구역으로 가서 하나 타면 되잖아!”
“너희야 그러면 되지! 나는 노란말을 같이 뽑아서 마스코트 시체라도 끌고 가야 한다고! 이 구역에서 못 벗어난다 말이야!”
마스코트가 강력해질수록 구역 내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으나, 제약은 제약이었다.
목이 매달리지 않은 채 보드게임을 클리어하려면 반드시 같이 다녀야 했다!
…죽은 마스코트를 끌고?
노란 말 팀 중 유일하게 죽지 않은 들쥐의 얼굴이 창백해질 때였다.
통통.
“……?”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도마뱀 과장이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제 나오십시오.”
그 순간.
우직.
바닥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퍽 열리더니, 그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악!”
“악!”
그것은, 그것은…….
“보, 보안팀!”
기묘한 가면을 쓰고,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는 자.
수많은 기묘한 뿔, 노란 등불 같은 눈과 허리춤의 광원.
기이함이 벨트에 인간의 형상으로 구속된 듯한 보안팀 직원.
노란 마스코트 탈 속에 들어 있던 본체다.
“…!!”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으로 마주하다 보니 잊고 있던, 위험 신호가 울리는 그 적나라한 괴이의 모습에 순간 백일몽 직원들의 등골이 오싹해졌으나.
동시에 현실을 깨달았다.
살아 있잖아!
“아하! 마스코트 모양이 아니면 매직버니가 잘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여!”
“아…!”
그래. 노란 마스코트는 영업이 끝난 후 매직버니처럼 마스코트탈을 벗어던진 것이다.
그리고 노란 마스코트들이 리조트에서 매직버니를 유인하는 사이, 본체는 조용히 대피소 아래에 숨어 멀쩡히 살아 있었다. 즉….
멀쩡했다!
“이, 이제… 노란 구역은 안전한 건가요? 힉!”
조용히 족제비 가면을 돌아본, 노란 마스코트의 본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 순간 대피소 안이 안도감으로 찼다.
살았다!
매직버니의 습격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이다!
“아아아!”
그리고 그 모습을 재난관리국의 팀장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흐음.’
그녀의 눈이 빠르게 노란 괴이를 훑었다.
어쨌든, 저게 귀여운 노란 마스코트 인형탈 속에 숨어 있던 진짜 정체인가 보다.
‘백일몽에서 진짜로 초자연 재난을 잡아다 부리는 법을 익혔나?’
재난관리국이 도깨비랑 협업하는 것에 대단히 집착하고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내려는 것 같더니, 자기들만의 방식을 개발한 건지도 모르겠다.
‘…저것도 금제 같은 걸 걸어둔 모습 같긴 한데.’
만만치 않아 보이긴 했으나, 강력한 것이 모두 사악한 것은 아니니까.
그녀는 저 존재가 나름의 호의를 가지고 인간 직원들을 대하고 보호하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하지만… 망했을 때의 파장은 고려하지 않은 건가?’
만일 노란 마스코트의 본체가 대피소에 숨어 있다는 것을 매직버니가 먼저 눈치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대피소째로 공격했을 테니 직원들이 다 죽었을 텐데.
‘뭐… 거기까지 갔다면 차라리 깔끔히 다 죽는 편이 호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긴 하지.’
팀장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일단 넘겼다.
아무튼 저 위압적인 초자연 현상은 재난으로 판명 나기엔 모호하도록 선의를 가진 모양이니까.
“오오, 그럼 도마뱀 과장님은 마스코트님에게 사정을 들었던 거군여! 그래서 노크로 알려주신 거져?”
“아닙니다.”
“엥? 그럼 어떻게 아셨어여?”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하.”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팀장은 마스코트의 본체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묘하게 움직임에 힘이 없고 기묘한 영적인 힘이 피부를 찌릿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란 마스코트일 때는 도리어 그 위압감에 섬찟할 정도였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매직버니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데다가, 마스코트의 근원인 리조트 자체가 파괴되면서 쇠약해진 모양이다.
‘…힘을 다 빨린 건가.’
팀장은 편리하게 코스튬을 오해해 주었다!
어쨌든, 그 와중에 노란 마스코트도 무언가 행동에 나서긴 했다.
“어, 마스코트님…?”
그 보안팀 특수 개체는 얌전히 서서 무언가를 들어 올려 귀가 있었을 가면 부근에 댔다.
그건….
‘수화기…?’
전화선이 뜯긴 고전적인 모양새의 수화기였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고개만 간혹 끄덕이거나 저으면서.
물론, 선 끊긴 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
대체 뭘 듣는 거지?
정적 속에서 직원들은 어딘가 섬뜩함을 느꼈지만 일단 희망찬 분위기를 계속 탔다.
“그, 그럼 여기서 아침까지 버틴 다음에 나가면 되겠네요! 어쨌든 시설도 이용했고, 마스코트님이 계시면 도장도 찍을 수 있을 테니까…!”
“…….”
“그, 그렇죠…?”
마스코트는 가만히 들쥐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
“못… 나간다는 겁니까?”
그때였다.
마스코트의 주변을 맴돌던 검은 연기가 허공에 문양을 그린다.
아지랑이 같은 어두운 그것은 노란 등불 빛에 형태를 드러냈다.
글씨.
나갈 수 있다
“아…!”
그 전에
마무리부터
“예?”
빨간 구역
점령
“…?!”
* * *
그리하여 한밤중.
노란 구역의 직원들은 노란 마스코트 역할이었던 괴이를 따라 다 같이 조심스럽게 대피소에서 나왔다.
이미 대피소마저도 노란 구역의 쇠락 탓인지 그 형상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된 거 같이 가보지.”
“팀장님….”
오늘 하루 종일 상사만 부르고 있다며, 고명 요원은 눈물을 닦았다.
몇몇 직원은 안 따라겠다고 발악을 할 준비도 했으나, 같은 팀의 누군가가 따라간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피소를 나오게 되었다.
같은 색 말을 뽑은 자들은 완전히 멀어지면 교수형 당하니까.
그리고 따라나서는 도마뱀 과장이나 정예팀 돌고래 주임을 이겨서 머물게 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악할 만한 인물 중 가장 행동력이 좋은 자는… 이미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직원’으로 그 정체성이 다시 태어난 상태기도 했고.
“직원들의 행동에 동조하며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모두는 보안팀 제복을 입은 특수부서 개체를 따라 이동하게 되었다.
첫 목적지는….
이미 불이 꺼진 게이트.
-파란 구역을 가로질러 빨간 구역에 잠입할 겁니까?
그 물음에 노란 마스코트였던 것이 긍정한 대로.
“후우.”
숨소리도 조심하면서, 직원들은 빠르게 게이트를 넘었다. 그리고….
파란 마스코트와 눈이 마주쳤다.
“…흡!”
게이트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그것은 여전히 인형탈을 쓰고 있었다.
다만 영업시간의 생동감은 없다.
누가 봐도 누군가가 안에 들어 있어 조종한다는 티가 나는, 굳은 인형탈의 모양새.
그 앞으로 노란 마스코트였던 기묘한 괴이가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연기로 소통한다.
빨간 구역으로
파란 마스코트 인형탈을 쓴 자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안내하듯이 걷기 시작했다.
“…….”
“…….”
이미 사전에 합의가 된 건가?
직원들은 침을 삼키며, 조용히 두 괴이를 따랐다.
파란 마스코트는 영업이 끝난 워터파크를 가로질러 갔다.
찰팍.
걸음마다 물기 어린 소리가 났다.
한밤, 괴이의 몸에서 나오는 노란 등불에만 의지하여 걷는 어두운 물가.
이곳이 테마파크였다는 것을 잊게 하는 음산함이 흘렀다…. 몇몇 사람의 등줄기로 긴장이 어렸다.
그때.
“저기, 파란 마스코트님. 인형탈 계속 쓰기 답답하지 않으세여?”
으아악!
“마스코트 그대로는 다른 구역으로 못 넘어간다구 하셔서. 같이 가실 거면 탈 벗으셔야 하져?”
거침없는 이성해의 발언에 직원들 몇몇과 요원 하나까지 기겁했다.
그러나 파란 마스코트는 조용했다.
…….
그것은 그저 물끄러미 질문자를 보더니 말없이 계속 걸었다.
이성해 주임은 고개를 기웃거렸으나, 곧 어깨를 으쓱하고 그 발걸음을 따랐다.
곧 그들은 거대한 벽 앞에 섰다.
매직버니의 판타지랜드와 블루드림 워터파크를 가르는 벽.
그간 한 번 더 보강 공사를 한 듯 벽은 더 두껍고 화려했다.
도마뱀이 묻는다.
“부수고 진입합니까?”
노란 마스코트였던 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손을 든다.
잠시.
기다리라는 듯.
그리고 파란 마스코트를 응시하자, 그 인형탈을 쓴 자가 맨 뒤로 걸어갔다.
터벅, 터벅.
직원들은 자신들의 뒤로 돌아가는 인형탈의 축 늘어진 발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돌아보지 말아라
“…!”
직원들이 비틀거린다.
심해처럼 깊고 해일처럼 강력한 의지가 속을 뒤흔드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나마 등 뒤에서 들렸기에 괜찮다. 마주 보면 안 된다. 마주 보면.
안 된다.
“…….”
지이이익.
등 뒤에서 녹슨 지퍼가 내려가고, 무언가가 인형탈 옷감을 바닥으로 떨어트리며 서는 소리가 들렸다.
찰팍.
물기 어린 소리.
맨 앞에 서 있던 노란 등불을 든 괴이가 연기로 문장을 만든다.
이제부터
절대
뒤를 보지 않는다
“…….”
직원들이 침을 삼켰다.
그렇게 그들은 불 꺼진 매직버니의 판타지랜드로 발을 디뎠다.
등 뒤에 심해의 무언가를 달고.
엔딩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