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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09화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6시.

서울에 위치한 어느 건물 현관에도 어둑한 노을이 비친다.

현대적 구조의 차갑고 깨끗한 1층 공간.

(주) 백일몽 사 별관

본 빌딩은 관계자 외 출입이 제한됩니다.

바로 백일몽 주식회사의 별관 로비다.

그러나 본래 한적하고 스산해야 할 이 삭막한 공간은 지금,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다소 활기가 넘쳤다.

“우와, 분위기.”

“안녕하세요. 네넵. 반갑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회초년생들 몇십 명이 모여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은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밝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입사 축하드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쪽도요!”

그들은 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유명 제약 기업, 백일몽에 막 입사를 성공한 참이었으니까!

그리하여 회사는 메일을 통해 그들을 서울 본사 옆의 별관으로 모집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안내문

오늘이 바로 오리엔테이션 첫날이었다.

“서울 별관에서 2박 3일 오티라니, 좀 호사스럽기까지 한데요?”

“맞아요. 진짜. 와, 여기 무슨 미술관 로비 같습니다.”

“크, 역시 대기업…… 아, 여긴 다 영업사원분들뿐인가?”

“그런 것 같아요. 말씀 들어보니까 다들 영업직이시더라고요.”

“그럼 다른 직군 신입분들은 근처 다른 장소에 모일 수도 있겠습니다.”

합격의 기쁨에 취한 사람들은 웃으며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화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이 제약 대기업에 취직한 승리자로 계속 얼굴을 볼 입사 동기들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대화에서 소외된 사람에게 선심 쓰듯 말을 붙이는 사람도 나왔고 말이다.

“저기, 신입사원이시죠?”

“…….”

소란스러운 신입사원들의 틈에서, 혼자 조용히 별관 내부를 응시하던 자가 고개를 들었다.

퀭한 안색을 지닌 또래다.

그래서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신입사원은 약간 으스대듯 그에게 말을 계속 건 것이다.

“입사하신 거 축하드려요! 저희 잘해봅시다!”

그러나….

“감사합니다.”

끝이었다.

“…….”

“…….”

침묵.

‘뭐야.’

무슨 영업직 신입사원이 저 정도로 붙임성이 없단 말인가.

대체 면접은 어떻게 통과한 거야?

순간 어색해지려던 분위기에, 말을 붙였던 신입사원이 황급히 나불거렸다.

“하하, 사실… 제 친구 중에 이미 백일몽 다니는 애가 있었거든요.”

“와.”

“진짜요?”

“우와, 어느 부서요?”

“네넵. 연구팀이랬던가?”

다른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신입사원은 내심 분위기를 다시 살렸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 자랑인 듯 아닌 듯 은근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근데 도리어 저한테 막 오지 말라고 그러더라니까요? 여기 들어오면 후회한다나 뭐라나.”

“하하!”

“먼저 취직한 친구들이 꼭 그런 말 하더라고요.”

“제 말이요!”

“…….”

사람들이 으레 현대 직장인의 과로 고충을 들은 듯이 웃었다.

그러나….

“…부서.”

“예?”

침묵을 지키던 사람의 입이 열렸다.

“그 친구라는 분 부서는….”

그 순간.

[아아, 마이크 테스트.]

“…!”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어이쿠, 다들 잘 모이셨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벽 모서리에 설치된 스피커.

그곳에서 퍽 경쾌한 어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들유들한 남자의 음성.

[142: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하신 신입사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 OT 진행을 맡은 연구 1팀 과장 곽제강입니다.]

[저희 박수 한 번 치고 시작할까요?]

와아아아!

신입사원들은 일제히 기분 좋게 박수를 치면서도 약간 의아해했다.

“왜 스피커로…?”

왜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지 말이다.

“음, 저희끼리 뭔가 하는 거 아닐까요?”

[이야. 정답입니다!]

“…!”

드, 듣고 있구나…!

[그래요, 그래. 여러분은 이제부터 팀워크와 애사심을 기르기 위해, 신입끼리! 아주 재미난 활동을 하게 될 겁니다~]

[뭐 가벼운 미션이라 그냥 레크레이션이긴 합디다. 선물도 걸려 있지요!]

신입사원들은 재빨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동기끼리 빨리 친해지라는 뜻인가 봅니다!”

“오히려 좋죠. 하하.”

요새 대기업이나 유명 벤처 기업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무척 창의적이거나 독특하게 진행하기도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디는 회사 배경으로 머더 미스터리 보드게임까지 한다던데요.”

[…아하, 고거 참 재밌겠습니다. 이것도 비슷해요. 암, 그럼요~ 자자, 그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톤이 흥분한 듯 높아진다.

[지금부터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타다다다닥.

별관의 현관에 불이 들어왔다.

“…!”

밝은 백열등 아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편, 어두운 복도에 들어찬 철문들.

“…….”

뭐랄까, 보안을 유지한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단절하고 가두는 것처럼… 육중하고 이질적이다.

‘왜 회사별관에 저런…?’

하지만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가장 밝게 전등이 내리쬐는 곳에 시선이 집중된다.

덩그러니 놓인 현관 데스크.

그 위에 배치된, 눈에 띄는 물건.

“아…!”

신입사원들은 눈을 깜박이며 그것을 확인했다.

시커먼 원통형 상자.

“뽑기통?”

크고 낡았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대리석의 별관 로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허름하고 이리저리 구겨진 모양새.

두꺼운 종이로 만든 시커먼 뽑기통의 위는 안이 보이지 않도록 덮여 있었으나, 그 덮개의 실루엣을 통해 총 3개의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둥근 덮개에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⓵ ⓶ ⓷

[자, 한 명씩 나와서 제비를 뽑읍시다. 차례대로 다음 번호를 뽑고, 그렇게 계속 돌아가는 겁니다.]

[아, 바로 예시를 보여드립죠. 지금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우리 세 사람! 순서대로 번호 하나씩 뽑아봅시다!]

“아, 옙!”

수군대는 가운데, 지목된 세 사람이 약간 눈치를 보면서도 빼지 못하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제비를 뽑았다.

팔락.

각각의 제비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⓵6층

⓶322

⓷자장가 한 곡을 암송한

“이건….”

[자, 이제는… 다시 책상을 봅시다. 제비뽑기 뒤에 화이트보드 보이지요?]

사람들의 시선이 화이트보드로 향한다.

프린트된 문장이 찍혀 있다.

나는 지하 ⓵___에 내려

⓶____호 문에서

⓷______________다.

[각 번호의 제비에 적힌 대로 화이트보드에 넣으면, 문장이 완성되죠!]

[그 문장대로 수행하는 게 바로 미션입니다. 너무 간단하지요? 하하!]

사람들이 번호대로 화이트보드에 대자… 문장이 완성된다.

이렇게.

나는 지하6층 에 내려

322호 문에서

자장가 한 곡을 암송한 다.

“…….”

“…….”

완성된 문장에 이유 모를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

‘지하?’

그 순간이었다.

[아, 그렇지. 미션 성적이 좋은 팀에게는 엄청난 상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눈치라도 챈 듯 스피커에서 유쾌한 동기부여가 나온다.

[바로 임직원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0p!]

백 포인트?

“그걸로 뭘 살 수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이거 로봇 청소기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오오!”

로봇 청소기를 살 수 있다면, 분명 상당한 금액일 것이다!

분위기가 훅 밝아졌다.

계산속에 이성과 현실감이 함께 돌아온다.

‘그래, 최악도 담력 시험 같은 거지.’

‘회사가 바보도 아니고 진짜 위험한 걸 시킬 리가 있나.’

심지어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다가 3인 1조라 무서워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혹시 깜짝 사태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겁 많은 사람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저기, 계단으로 이동해야 합니까?”

[어이쿠, 그러면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이동할 때는 지금 가동 중인 엘리베이터라면 뭐든 써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자자, 원하는 대로 팀을 짜서 해봅시다!]

“넵!”

그들은 서로 대화하며, 상기된 얼굴로 검은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어 뽑았다.

운명을 결정할 제비를.

“화이팅!”

“저희 셋은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는 거죠?”

“갑시다. 지하 6층!”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34분 후. 돌아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하반신만 남은 동기들을 보기 전까지는.

“아아악!”

“아악!”

그리고 계속된다.

띵.

띵.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찢어지는 비명들이 불협화음이 되어 별관 로비를 울린다.

비명, 공포, 패닉.

속속들이 도착하는 엘리베이터는 하나 건너 하나꼴로 저마다 ‘신체였던 것’으로 채워져 있다.

현실에서 이렇게 마주할 것이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끔찍한 몰골. 피, 오물, 내장 조각, 때로는 재와 얼음, 볼펜으로 빼곡히 문구가 적힌 인피 파편.

자신들의 피로 엘리베이터 거울에 기괴한 문구나 문양을 적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하는 직원까지.

“으아아악!!!”

그 속에서 살아 돌아오는 자들도 제정신이 아니다.

“도망가야 해! 도망가! 도망가!”

“죄,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문을 두드려서 죄송합니다….”

넋이 나가 중얼대는 자들.

그러다가, 그나마 정상인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 이 사람 멀쩡해요!”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이거 뭐냐고요!”

죽은 직원을 마치 방패처럼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세우고 있던 신입사원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누가 있어요.”

그들이 간 지하, 문 너머에는.

“누가요?? 대체 누구요?!”

…….

“이, 이상한 직원이.”

그리고 생존자들의 목격담이 터져 나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드러나는 지하의 고요하고 삭막한 복도.

그곳에 있던 수많은 철문과, 유독 자기들이 방문하는 문에만 있던 이상한 표식. 그 문에서만 나던 소리, 비린내, 불빛…….

그리고 번호판 위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본 그 안 풍경을.

직원을.

“직원복을 입고 있는데… 이상했어요. 이상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것, 의사 가운을 걸친 것, 산소통을 찬 것, 풍선을 잔뜩 들고 있는 것,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목각 손을 가진 것, 북청사자탈을 쓴 것….

기괴한 외양 서술에 사람들의 등골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바, 반응했어요.”

“…!”

“우리가 하는 행동에 반응한다고요! 쪼, 쫓아오고, 막… 저렇게!”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간다.

엘리베이터들에 찬 신체 조각들로.

“…….”

“…….”

신입사원들은 깨닫는다.

‘만든 문장대로 하기’라는 미션.

일종의 공포영화적 자살행위였다는 것을.

비현실적 참사에 휘말렸다는 것을.

“안 돼!”

아직 미션을 수행하려 내려가지 않은 절반쯤의 신입 직원들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서로를 둘러보다가, 정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별관의 유일한 문은 어느새 봉쇄되어 있다.

사람들이 셔터가 내려간 문에 달라붙었다.

“살려주세요!”

“저, 전화가 안 터져. 어떡해?”

“이거… 이거 예능일 거야. 그래, 어, 여기 카메라 있고 그런 거…….”

“문 열어주세요! 문 열어주세요, 제발!”

쾅쾅쾅!

피가 나도록 정문의 셔터를 두드려도 반응은 없다.

몇몇 신입 직원들은 다른 소통 방식을 눈치챘다.

“스피커!”

그들은 우르르, ‘곽제강 과장’의 목소리가 나오던 스피커들에 붙어서 구조 요청과 애원, 공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삑-) 담당자 부재중으로 자동 응답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더는 ‘곽제강 과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녹음된 명랑한 음성이 반복된다.

[정문은 참가자 전원이 미션을 시도한 이후 개방됩니다. 30초 후, 강제로 셔터를 개방하려는 모든 시도에서 보안 프로토콜에 의한 사망이 발생합니다.]

[오리엔테이션 참가자 여러분, 힘내세요!]

삐삐삐삑- 삑!

“아아악!”

셔터를 부수려 시도한 직원 둘이 머리가 터져 사망한다.

아비규환.

“어, 어어어어어….”

“허으흑.”

무슨 원리인지,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도리어 사람들의 소란이 잦아든다.

그때부터 로비의 사람들은, 데스크 앞에 모여 덜덜 떨며 반나절 이상 서로 뭉쳐 있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는 숙덕거림과 움직임이 간혹 발생했지만, 적어도 아무도 엘리베이터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미션은 수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기가 막힌 격려책이 주어진다.

[6시간 이상 미션 수행 지연으로 안내 말씀드립니다.]

[5분 내로 다음 참가자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시지 않을 시, 보안 프로토콜에 의한 사망이 발생합니다.]

“…….”

“…….”

신입 직원들이 떨리는 눈으로 서로를 본다.

누군가.

보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태워야 한다.

누굴 보내지?

“X발….”

몇 시간 전, ‘친구가 이 회사에 다닌다’라며 젠체하던 신입사원은 최대한 그 시선들을 피해 구석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조가 완성한 문장을 다시 보았다.

나는 지하13층에 내려

666호 문에서

노크 후 안으로 들어간 다.

죽을 거다.

이렇게 불길한 숫자를 받아 들고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도망….’

그때.

“다음 순서로 뽑았던 사람! 그 사람들!”

젠장!

“저기 있어요, 저 사람들이에요!”

“…!”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우악스럽게 자신의 조를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는다.

미친 듯이 반항했으나 수적 우세에는 밀릴 수밖에 없다. 따로 흉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안 돼!”

[문이 닫힙니다.]

몸을 일으켜, 패닉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미친 듯이 열림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이었다.

같은 조의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아 내렸다.

“…!”

“이미 늦었습니다.”

쿵.

문이 닫혔다.

“힉!”

분노도 느끼지 못한 채 공포 속에서 고개를 돌리자, 퀭한 인상의 또래가 자신을 보고 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던 자.

하지만 지금은 차분하게 설명하듯 말한다.

“보안 프로토콜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로비에 있어도 죽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

“이렇게 된 이상, 해야 합니다.”

“시, 싫…!”

“진정하고 생각해 보세요. 멀쩡히 온 사람도 제법 많았습니다.”

마치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상대가 자신의 어깨를 잡는다.

“…분명, 세 팀 중에 한 팀 정도는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증언했죠.”

“…!!”

과연 그랬다.

-별일 없었는데….

-그, 그냥 이상한… 그, 특수요원 제복 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이 말없이 저희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안에 아무도 없었다니까요!

“무슨 일이 일어난 팀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반절은 됐습니다. 그러니까, 로비에서 그대로 죽느니 이편이 살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

“…앞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심히 움직여 봅시다.”

숨을 몰아쉬며, 신입사원 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경험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차분함 덕이었다.

젠체하던 신입사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 그쪽은, 혹시 성함이….”

“…….”

침묵하던 상대가 입을 열었다.

“장허운이라고 합니다.”

띵.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한다.

철문이 늘어선 구식 복도 위로, 신입사원들이 벌벌 떨며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던 방을 알아냈다.

666

숨을 들이켜며, 그 문에 손을 댄다.

똑똑똑.

* * *

꿈을 꾸었다.

정말 이상하고 기묘한 악몽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으스스한 괴담 위키 속으로 들어가는 꿈이라니.

꿈에서 나는 직원들을 괴담 속에 밀어 넣어 물약 재료를 만드는 끔찍한 제약 회사의 엘리트 사원이 되었다.

그리고 괴담 속 사람들을 구조하는 특수기관,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스파이로 잠입해 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진입한, 수많은 <어둠탐사기록> 위키의 괴담들.

귀신과 술래잡기하는 편의점,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죽는 퀴즈쇼, 창귀가 도사리는 수묵화, 관람료를 장기로 징수하는 전시회, 기묘한 테마파크…….

치열하고 섬뜩하고,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나날들.

그러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김솔음 씨. 들립니까?

-노루야, 네 안내방송을 듣고 탈출한 직원만 열일곱 명이래!

-네 소원이 꼭 이뤄지길.

-괜찮을 거야, 포도야.

지독한 잔상이 남는다.

왜, 잠에서 깨어나면서 대부분의 디테일을 잊더라도, 강렬한 인상과 여운이 충격처럼 남는 꿈 말이다.

특히 마지막이 끔찍하고 충격적일수록 그렇지 않은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공포를 견디며 괴담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그토록 바라던 소원권을 마신 순간….

사실나는■■■■■■이는다른세상에불시착한것이아니며초대받은것이며내몸은인간이아니며■■■■■■■을깨닫■■■.

아니!

깨고 싶지 않다.

현실을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아직도 백일몽 주식회사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싶지 않다.

…….

그리고 다음 순간 깨달았다.

나는 잠들 수 없다는 것을.

“허억.”

새벽.

나는 침대에서 숨을 들이켜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분명 그런 ‘숨 쉬는’ 소리가 났을 것이다.

내게 멀쩡한 성대가 있었다면.

“…….”

나는 목으로 손을 뻗었다.

쉬익-하는 기묘한 연기 소리.

번들거리는 장갑에 싸인 손이, 살갗 대신 목을 감싼 고무 같은 재질의 작업복 일부가 느껴진다.

더듬거렸다. 사람의 실루엣.

그러나 그곳으로부터 머리 위로 연결되는 기묘하고 무수한 갈비뼈 같은 뿔과 맞닿았을 때, 나는 손을 떨어트렸다.

“…….”

다시 깨닫는다.

나는 잠들 수 없다.

-위이이잉!

-당신의 근무시간입니다. 기상하십시오. 당신의 근무시간입니다. 기상하십시오….

나는 철제침대에서 일어나, 오늘의 근무를 시작했다.

계약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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