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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12화


익숙한 이름.

알고 있던 것.

무언가 속에서 다시 솟구치듯 했으나….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직원님?”

왜냐하면, 이것을 표출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왜지?’

갑자기, 머릿속에서 기이한 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심해로 던진 닻을 억지로 끄집어 올리는 듯한 느낌.

이전의 감각이 소실된 상태에서, 뭉개진 뇌와 정신이 억지로 이전처럼 사고하려 애쓴다.

‘장허운….’

죽었다.

리조트 룸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시체의 모습.

하지만…, 그러니까…… 리조트 직원으로서 오염된 상태로 재구성하여 장허운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소원권을 넘겼어.’

만약 정말로 장허운에게 내가 넘긴 소원권이 성공적으로 전달되었으며, 그래서 살아났다면.

그래서 다시 사람답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본 거라면.

‘…….’

무너진 머리가 결론을 낸다.

그것이 안도라는 것을, 나는 아주 느리게 인지했다.

지나치게 오랜만에 느끼는 직접적인 감정은 거의 둔통 같았다.

“혹시 이름을 들으시니 어떠셨습니까? 이정인, 박용해……, 장허운.”

그리고 내가 이것을 눈앞의 악명 높은 연구원에게 알려주는 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판단까지.

힘겹게 머릿속에서 연결되었다.

“어떻습니까?”

나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기대가 가득한 기색이었던 곽제강은 침묵만이 길어지자 결국 입맛을 다신다.

“이번에도 ‘응답 없음’인가. 역시 매개로 쓴 제물의 기억은 의미가… 하하, 죄송합니다. 근데 또 이게 과학도로서 안 여쭤볼 수가 없지 말이지요. 하하하!”

곽제강은 머쓱한 것처럼 홀로 웃더니, 흘리듯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오늘 좋은 구경했습디다, 직원님. 지난 반년간 아주 기계처럼 반응이 없더니….”

…….

반년?

“근속 6개월이면 한 번씩 이렇게 재밌는 이벤트도 하고 그래야 퇴사 욕구가 안 든다고 하던데. 안 그렇습니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 지하 13층에 처박힌 지 반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 반년이나 흐른 건가.

“이야~ 재밌으셨겠습니다. 누가 봐도 신입이라는 티가 나는 3인 1조 직원들이… 별관 지하층들을 탐사하는 걸 도와주셨더군요!”

곽제강이 은근하고 끈질기게 묻는다.

“기시감 같은 건 없었습니까? 그 꼴을 보니, 저게 무슨 업무인지 비슷한 지식이나 경험이 떠올랐다던가….”

침묵.

“동정심이 드시진 않았습니까?”

침묵.

“거참, 과묵하시구만. 그런데…… 그러면 대체 왜 도와주신 겁니까?”

…….

“분명 직원님의 근무 구역은 지하 13층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말이지요. 뭐, 엘리베이터를 벗어나지 않는 걸로 편법을 쓰신 건 알겠습니다만….”

곽제강의 눈이 희열로 번들거린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도운 이유가 대체 뭘까!”

…….

“혹시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사람을 구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

“하하, 침묵도 유의미한 응답이긴 한데. 혼란인가? 변인을 아주, 아주 조금만 조정한 상황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 음?”

나는 손을 들어 666호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천장 모서리의 구식 TV를.

바로 사원 교육 비디오가 나오던 곳이다.

“…오.”

그리고 연기로 한 문장을 만들었다.

근무 규칙 17 : 동료 직원과 협력하세요.

교육 비디오에 나오던 문장.

폰트까지 재현한 탓에 곽제강은 곧바로 알아본다.

“아하, 과연!”

연구원이 태블릿 PC에 허겁지겁 뭔가를 써 갈기는 소리가 울렸다.

“교육 비디오 때문이라, 굉장히… 하하, 이것 참. 온화하다고 할지, 관대하다고 할지, 규율과 질서가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지! 그렇군요. 특수 부서 직원의… 하하,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펜이 멈추더니, 은근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괜한 힘 쓰셨지 말이죠. 당신이 도운 참가자들은….”

양손을 들어서 마치 서프라이즈처럼 흔든다.

“동료 직원들이 아니었거든요. 하하!”

…….

안다.

“신입사원들이 아니라, 그냥 피실험체들입니다!”

애초에 이건 현장탐사팀의 오리엔테이션조차 아니었으니까.

그 형식에서 영감을 얻은, 동명의 연구 실험 프로젝트.

실험명 :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그들은 진짜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입사 시험에 지원했으나 다양한 사유로 불합격한 자들이다.

그런데 마치 지원한 부서에 합격한 것처럼 메일을 보내 속인 거다.

이유는….

“실험 표본 수집용으로 모집된 아르바이트생 같은 거라고 할까!”

민간인 탐사기록 보충.

사전지식 없는 일반인 탐사 사례가 부족한 어둠에서 유의미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하여 기획.

불합격한 지원자 중 적성 일치자를 선별하여 합격자가 받은 것과 유사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의 형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

회사가 보유한 어둠들을 함부로 민간에 반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회사의 탐사기록은 어둠탐사 전문가인 현장탐사팀에 의해 쌓이게 된다.

그나마 민간인에 가까운 신입사원들이 어둠에 투입되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지만, 거기서 쓰는 어둠들은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을 추린 것들이다.

그래서 한 연구원이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것이다.

-지원자를 재활용하자!

공권력의 눈을 피해 따로 대상자를 모집할 필요도 없으니, 실험 참가자 수급이 용이한 타이밍이기까지 했다.

물론 이 모든 게 그냥 사기는 아니다.

기만 같은 보상이 있다.

해당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한 불합격자는 현장탐사팀에 특채로 합격하여 정식 입사할 수 있다.

그리하여 회사의 공식적인 명목은 이렇다.

‘추가 합격자를 발생시켜 그들에게 입사 기회를 주자.’

그러니까….

“뭐, 나중에는 동료 직원으로 만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실험에서 ‘미션’을 해내고 생존한 사람은 입사 기회를 주니, 어떤 의미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이나 다름없게 되긴 했고.

그리고 나는 안다.

‘장허운’은 붙었다.

…….

정말로 장허운일까?

“음. 다시 만나고 싶으십니까?”

나는 아까 만난 신입사원 셋의 얼굴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녹아내리는 모자이크였기에.

“혹시 나이대나 성별에서 선호하는 동료가 있습니까?”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음질 낮은 라디오 소리 같았기에.

“선호하는 시체가 있습니까?”

나는 곽제강을 돌아보았다.

“선호가 없나? 단 하나도? 정말로?”

…….

손을 들어 올렸다.

연기가 움직이는 것에 곽제강이 화색을 띤다.

“그렇지! 그렇게 언어로 소통을….”

경고 1

사유 : 근로 시간 외 업무요청

누적 경고 : 1 / 징계까지 2

“……아.”

666호에서, 내 머릿속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퇴근을 알리는 소리.

-당신의 근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당장 복귀하십시오. 당신의 근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당장 복귀하십시오….

“아니, 이 인터뷰는 업무라기보다는 가벼운….”

경고 2

사유 : 근로 시간 외 업무요청

“…….”

누적 경고 : 2 / 징계까지 1

내 발밑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곽제강이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 서 있던 경비 팀원들의 긴장한 어깨 근육이 보인다.

보이진 않으나, 나와 곽제강 사이에 안전 확보를 위해 쳐놓은 격리가 느껴진다….

그러나 지하 13층, 나의 보안 담당 구역에서라면 내가 그것을 무시하고 저 연구원에게 징계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하! 그렇지. 계약상 보장된 휴식 시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그렇고말고.”

곽제강이 빙긋 웃는 것이 흘러내리는 모자이크 너머로 보인 듯했다.

경험 많은 어둠 연구원의 소양이었다.

타이밍을 아는 것.

“좋은 휴식 되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

그러나 크게 아쉬운 목소리는 아니다.

경비팀의 가운데에서 유쾌한 손 인사와 함께 자필 인터뷰지를 챙겨 든 곽제강이 웃었다.

“제가 바로 당신의 담당 연구원이거든요.”

…….

“앞으로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오래오래…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새롭게 발령 나실 곳에서도.”

얼마 후.

나는 별관 지하 13층이 아닌 다른 곳에서 눈을 뜨게 된다.

새로운 근무지에서.

* * *

곽제강은 머리끝까지 올라온 희열 속에서 자판을 두드렸다.

실험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너무나 즐겁다.

특히, 이렇게 수많은 피실험자를 넣어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이례적 결과가 나온 상태라면!

“하하하, 이럴 수 있다니, 대체 무슨 수로 이런 것과 계약을….”

곽제강은 빙글빙글 웃는 눈 그대로 PC를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자신이 적은 수기를 깔끔히 옮긴, 간이 실험기록이 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21차 시도

오리엔테이션 참가자들과 별관 지하 각층의 보안담당자, ‘특수부서 직원’들의 상호작용에 관한 사례가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가장 긴 항목.

2.2.1 지하 13층 보안담당자(이후 130666으로 지칭)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처음 자신에게 청 이사가 ‘특수한 업무’를 맡긴다고 했을 때부터 혹시 몰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나올 줄이야!

곽제강은 자신을 심문하던, 기묘한 뿔과 가스등, 자욱한 연기의 직원을 떠올렸다.

현장탐사팀 최단기 승진자를 그릇 삼아 부른 그 기이한 존재.

물론 그때에 비하면 지금 다시 만난 그 존재는 다소 기계적이고 속박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왜 그렇게 된 건지도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부작용이라도 나타난 건가.’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이번 실험에서 보인 경향성을 분석하고 있노라면, 더더욱.

그는 입을 주체하지 못하며 자신이 붙인 주석을 보았다.

해당 개체는 지하 13층의 보안 담당자로 근무하는 179일 동안 근로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여, 통상적으로 특수부서 개체들에게서 관측되는 비협조적, 공격적 특수 사례 전무.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규칙의 변칙적 빈틈을 찾아내어 자신의 보안 구역에 정차한 엘리베이터에 탑승, 구역에 들어왔던 피실험체들과 동행하며 다수의 피실험체를 생존을 돕는 경향성을 보임.**

이게 말이다.

**해당 경향성은 130666의 근로 계약 과정에서 사용된 직원 사체의 사망 전 꿈결 수집 성향과 유사.

자아의 간접적 영향력으로 의심하여 차후 추가 실험을 요청할 예정.

“이건 백프로 검열되겠구만.”

연구자 개인 사견이라는 말이 들어가거나, 아예 이 내용 자체가 삭제될 것 같았다.

뭐, 보안팀 특수 부서 직원의 계약에 직원 하나가 통째로 산제물로 들어갔다는 거야 놀랄 것도 아니지만, 그 정체가 문제다.

“최단기 승진했던 엘리트 직원이라고 밝히고 싶겠나.”

굳이 특정하고 싶지 않겠지.

특히 그걸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웬 미친 연구팀 직원 하나가 추정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곽제강은 흥미로웠던 그 직원… 김솔음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하고 더 빠르게 손을 자판 위로 놀렸다.

이다음 내용이 더 재밌었으니까!

130666의 변칙적 공격성

: 해당 개체의 연기(이후 130666-1로 지칭)에 덮일 시, 인간형 어둠이 시체로 변이.

생명 반응 없음. 혈액 및 세포 샘플 분석 결과, 부패가 막 시작된 인간 사체로 확인.

해당 능력을 사용 중인 130666이 탑승한 엘리베이터의 CCTV 판독 결과, 엘리베이터 전체가 130666으로 뒤덮인 모습이 간헐적으로 확인. 일종의 심령현상과 비슷한 양상.

그는 시체로 변한 별관 지하의 보안 담당자들을 떠올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느리게 어둠으로 수복되고 있었으나, 마치 후유증을 겪기라도 하듯이 혼란스럽고 기이한 변이 상태를 겪고 있었다.

경비팀 직원들은 그 주변에만 가도 오염이 도지는지 가끔 특수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곽제강이 히죽 웃었다.

“참 재밌는 친구들이란 말이야.”

……그러니 말이다.

재밌는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외 다른 위험성 특이 사항은 없으며, 130666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 직원의 형상을 회복.

그리하여!

그리하여 해당 개체가 본격적인 특수 부서 근무에 적합한 상태임을 공인함.

“하하하!”

다만.

돌발상황 및 치명적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전용 담당 인력이 배정될 예정.

곽제강은 설렜다.

이건 이미 윗선에서 통과된 사항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특별히 고른 인선으로.

안전 책임 : 보안관리 경비3팀 반장 (J3, 본명 ■■■)

통제 보조 : 보안관리 특수관리팀 팀원 (오소리, 본명 박민성)

그렇게.

“……아.”

130666은, 재배치된 새로운 근무지에서 두 명의 보안팀 직원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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