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6화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백일몽 주식회사의 별관 현관.
이동장을 끼고 있는 검은 보안팀 직원 둘이 프론트에 앉아서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다.
“복도… 32. 저쪽인데요…….”
“가, 감사합니다.”
물론 응대라기보다는 대충 인사받고 복도 출입 권한을 열어주고 당부 사항을 고지하는 정도다.
보통 1인 근무이기에, 그리고 이동장 같은 걸 옆에 두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직원들이 가끔 멈칫하거나 혹시 이것도 무슨 실험인가 싶어서 식은땀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예외 사항’ 중 하나인 이동장에는… 내가 들어 있고 말이다.
“괜찮아…?”
툭.
“음… 알았어.”
경비반장은 간간이 내 상태를 확인해 주긴 한다만, 기본적으로는 만사가 귀찮은 얼굴로 프론트에 늘어져 있다.
본래 경비팀은 이런 대민 업무를 맡을 일이 없는데, 내 담당팀으로 지정된 탓에 별일을 다 하게 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좋네요. 평화롭고! 그렇지, 노… 아니, 직원님?”
툭.
나는 박민성 주임님의 말에 동의했다.
보안팀에서도 주로 정신 계통 통제 역할을 하느라 이런 평화로운 업무는 거의 못 해봤다며, 박민성 주임님은 이번 일을 제법 반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근무시간, 소통 과정에서 내 태도가 전보다 안정된 것 역시 몹시 반가워하기도 했고.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모양이다…! 다행이야, 노루야.
내가 본래의 정신을 회복했다고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방울에 좀 더 적응하고 나서, 완전히 스스로 가다듬을 수 있을 때 알릴 생각이다.
‘일단 몸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하여 나는 이동장 안에서 다시 스스로의 신체를 점검하는 중이었다.
일단… 음. 뭉개지긴 했군.
‘곤죽이 따로 없는데…….’
보안팀 수트에 구깃구깃 들어간 이것들을 어떻게든 인간의 몸을 토대로 분류하려 노력했다.
뇌, 식도, 안구, 귀, 위장…. 통각이 있는 부위이거나 의식하려고 노력했던 부위일수록 어렴풋이 집어낼 수 있다.
[마치 슬라이딩 퍼즐 같군요. 좋습니다. 함께 맞춰보지요!]
브라운의 조언도 상당히 도움이 됐고 말이다.
물론 전문 의료 지식이 있는 사람, 가령 영은 씨가 도와준다면 좀 더 폭넓게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게 한계다.
‘대체 이건 뭐야. 눈이 몇 개인 건데?’
…애초에 각 부위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아, 멋진 비늘입니다, 친구!]
내 앞발, 아니, 팔 끝에 달린 기이한 강도의… 파충류의 비늘과 조류의 발톱 같은 것도 느껴졌고.
‘미치겠네.’
그래도 일단 아는 게 힘은 맞았다.
내 감정이 멀쩡히 기능했다면 힘이 되기 전에 미쳤을 거라는 점이 문제지만.
상당히 기괴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단 말이다.
‘음. 알아낸 부위는 침착하게 움직여서 신체 재구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자각하니 움직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당장은 모르겠다. 수트를 벗고 나면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리스크가 더 큰 듯하여 보류.
무엇보다 일단 목표였던 것은 찾았고.
: 恩主 :
인벤토리 문신 말이다.
다행히 원래 위치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은, 왼쪽 어깨 밑 팔뚝에 파묻혀 있었다.
다른 문신들은 더 안쪽에 엉망으로 구겨져 파묻혔는지 찾을 수 없었다. 몸을 정리할 수 있게 되면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당장의 기대감은 이거다.
이 문신, 쓸 수 있을까?
[호오, 오늘의 근무가 끝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군요. 노루 씨.]
맞다.
‘이동장 안에서는 직접 팔을 꺼내서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일단 별관 프론트에서의 첫날 근무를 무사히 끝내보자.
다행히 별관은 밤이 깊을 때까지 큰 문제 없이 운영되었다.
…아는 얼굴도 많이 보긴 했다. 별관에 방문하는 건 현장탐사팀이나 연구팀일 확률이 높고, 당연히 내가 근무 중에 얼굴을 봤을 확률이 높기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복도 12번… 아, 직원님이 줘보시겠습니까?”
“힉.”
참고로 내가 이동장 너머로 연기를 보내 글자를 표기하고 출입증을 건네자, 물개 가면 현장탐사팀 직원이 재빠르게 뒤로 굴러 도망갈 뻔했다.
아, 옆 사무실 쓰던 사람이었는데.
“…….”
“…….”
“죄송합니다….”
겨우 출입증을 받아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글자를 띄웠다.
생존 본능 : 우수
-현장탐사팀에 적합한 인재
“하하하….”
박민성 주임은 울지 못해 웃는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 어쨌든 몇 개월 만에 일상적인 근무를 해봤다는 뜻이다.
그리고 새벽 3시경에는 매우 익숙한 얼굴까지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거물.
‘진나솔 대리님!’
나비 가면을 쓰고 머리를 하나로 단정히 묶은, 네일아트를 한 정장 차림의 날카로운 직원.
정예팀 A조 진나솔 대리다.
“음.”
살짝 고개를 숙이는 박민성 주임을 보고 네일을 만지던 진나솔 대리는 마침내 매칭을 해낸 듯했다.
“D조?”
“아, 맞아요.”
“보안팀 갔다더니 잘 살아 있네.”
“하하….”
보통 알아봐도 보안팀이라 아는 척 안 하거나 좀 두려워하며 정중히 대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 이 사람은 다르다….
그리고 하필 이 타이밍에 다른 정예팀 사람도 별관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여~”
바로 어제 함께 일했던 이성해 대리다.
손에는 재활용 용지로 포장된 큼직한 과자 세트를 들고 있었는데, 프론트에 기세 좋게 내려놓는다.
“여기 계시다는 소문을 들어서여! 세 분 같이 드시면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사 왔습니닷!”
“음……. 고마워요….”
참고로 감태 오란다였다.
나는 못 먹지만… 음, 경비반장이 관심 있어 보이니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성해 대리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가 들어앉은 이동장을 살짝 두드리더니 속삭였다.
어…?
“저기, 나오셔도 괜찮지 않을까여? 여긴 어차피 민간인도 안 오는데!”
“나와? 뭐가?”
진나솔 대리의 반문에 이성해 대리가 약간 민망한 것처럼 뒷머리를 긁적였다.
“앗, 대리님 계셨군요. 오란다를 대리님 건 안 사 왔는데….”
“…….”
오란다의 냄새를 맡다가 한입에 덥석 입에 넣었던 경비반장이 대충 고개를 돌리며 둘을 보다가, 힘없이 대강 박스를 가리킨다….
“하나…?”
“됐습니다.”
두 번 권유하진 않았다.
진나솔 대리는 그건 아무래도 좋은 듯,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성해 대리를 보았다.
“이동장에 굳이 가둬둔 어둠을 꺼내자고? 제정신이야?”
“가둔 게 아니라 그냥 편해서 들어가 계신 것 같은데여! 맞져?”
일부 긍정.
: 대민 업무 적응 중
“…….”
진나솔 대리님은 이동장 밖으로 빠져나와 글자를 그리는 내 연기를 보더니, 할 말이 많은 표정이 되었다가 의외로 즉각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상식적인 발언 하셨습니다.
박민성 주임님이 황급히 부드러운 어조로 끼어들어 이성해 대리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같이 계시던 팀원분이 재난관리국에 잡혀서… 심란하실 텐데 이렇게 신경 써주시고.”
“넹? 아, 조랑말님.”
이성해 씨가 빙긋 웃었다.
“같은 팀원 아니에여.”
“아.”
…어쩐지 조용해졌다.
“정예팀이야?”
“아니요?”
“그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래도 강이학 씨는, 이성해 대리님이 보기에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진나솔 대리님은 아예 관심도 없고. 아니, 두 분 같이 인어 무덤에서 근무도 했는데….
‘정말 한결같은 사람들이다….’
뭉개진 위가 아파 올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방울이나 한 번 더 흔들기로 했다.
스트레스 신호가 올 때마다 방울을 흔들고 있자니, 이제 무슨 치과 갈 때 손에 쥐어 주는 고통 관리용 인형 같은데…. 아니면 스트레스 볼.
“출입증이나 주지?”
“아, 예.”
박민성 주임이 오란다를 입에 물면서 진나솔 대리에게 출입증을 발급했다.
그리고 갈등하다가 물었다.
“저기, 저희 조장님…, 그러니까, D조의 이자헌 과장님은 잘 지내시나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진나솔 대리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래도 전보단 낫겠지. 이번에 새 인원도 보충됐고 말이야.”
“…아. 그랬…군요.”
“뭐, 조장 빼고 인원이 싹 다 바뀌는 건 드문 일도 아니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
“아! 이자헌 과장님이라면 그젠가 좀 장기 어둠 탐사에 들어가셨다고 했던 것 같아여. 무슨… 기숙학교 괴담이었던가?”
4, 5일쯤 걸리는 것 같다는 추가 서술이 붙었다. 박민성 주임은 그제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각자 볼일을 보기 위해 떠난 후, 박민성 주임은 내게 속삭였다.
“잘하면 이자헌 과장님도 뵐 수 있겠다. 어둠에서 이번 주 내로 복귀하시면 말이야. …조금 기대된다. 그렇지?”
툭.
“좋았어.”
그리고 웃는 박민성 주임에게 나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부탁했다.
마침 사람이 없으니.
부탁 : 비밀리에 운반
“…어어?”
그리고 연기로 물건을 쿡 찔렀다.
“어, 이걸… 달라고?”
툭.
“음, 괜찮겠… 어, 반장님?”
“여기….”
감사합니다.
나는 경비반장이 이동장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프론트의 각종 필기구를 연기 속으로 조심스럽게 챙겼다.
그리고 별관 프론트에서의 첫 야간 근무가 끝난 후.
[오, 휴식처여! 물론 창문 하나 없어 환기가 불가능한 구조지만 내 친구는 방독면을 썼으니 큰 애로 사항은 아니라고 하는군요.]
격리실에 복귀한 나는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몸 안을 인지하려고 한다….
인지한 부위를, 움직이려 한다.
‘나와.’
밖으로.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으드득.
꾸물꾸물.
이상한 소리가 몸 안에서 나는 것 같고, 토악질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었다.
식은땀을 흘릴 수 있다면 몸이 축축하게 젖었을 것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됐다.’
나는 팔을 뻗어서, 왼팔 팔꿈치 아래, 손목에 가까운 부위의 보안팀 복장을 만진다.
그리고 지퍼를 개방한다.
지이이익.
열리는 지퍼 안으로 부정형의 기이한 살점이 보인다. 간신히 형상을 잡고 있는.
하지만 정확히 의도한 자리로 보낸 것 역시 보인다.
문신.
활성화되듯, 색이 변하는 것.
: 恩主 :
인벤토리 문신.
‘찾았다.’
나는 문신 속으로 손을 넣었다.
‘…!’
됐다. 여전히, 작동한다…!
[아, 유쾌 테마파크의 지배인실로 연결되는 통로로군요! 그 비루한 산장지기가 노루 씨 덕에 과분한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됐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넓어진 공간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대부분이 사라진 채 텅 비어 있어야 마땅했다. 소원권을 쓰기 전에 다 정리했으니까.
일단 재난관리국에 일부 남겼고.
‘막판에는 다 이자헌 과장님한테 넘겼지….’
거의 장비 일체를 모조리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넣어두고 이자헌 과장에게 위치와 비밀번호를 보내두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래, 비어 있어야 맞다.
근데…… 그 안에서 묘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내 공간을 점거하는 것들.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다만 보안복을 개방한 채로 오래 버틸 수 없기에 더 살필 수 없었다.
일단 손으로 잡히는 것, 내가 예상한 것들만 빠르게 확인했다.
첫 번째, 푸른 비늘.
유쾌 테마파크의 파란 용 마스코트가 줬던 것이다.
이건 누구한테 넘겼을 때 파장이 걱정되어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았다.
자신을 ‘부를 수 있다’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써봤자 회사 사건 사고 항목이나 하나 추가하게 될 것 같으니 보류.
‘기억만 해두자.’
나는 청명하고 매끄러운, 서늘한 촉감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내가 신경 쓰였던 것은 다음 물건이다.
두 번째, 종이배.
바로 지산 마을에서 탈출했던 백사헌이 남기고 갔던 것.
[흠. 이 브라운이 맞혀보지요. 다소 개인적인 물건이며,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다른 이에게 처분하지 않은 것이로군요?]
정답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덕분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지하 13층에서 자아 없이 보낸 지난 6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통로.
그리고 장허운 씨에 대해서도 말이다.
[오, 통로라.]
그렇다.
배라는 건 보통 어딘가로 보내는 이동 수단이다.
그리고 종이는 글자를 쓰는 거지.
둘을 조합해서 연상하다 보면….
‘혹시 소통 기구인가 싶어진단 말이지.’
나는 문신에서 종이배를 꺼냈다.
그리고 황급히 지퍼를 닫으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후우.’
됐다. 안정적으로 잘해냈다.
그리고 종이배를 들여다보았다.
다소 사용감이 있는 종이로 만들어진 배는 그럼에도 소중히 보관한 듯, 경도가 낮은 물건임에도 엉망이 되거나 망가진 부분은 없다.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사용 방법을 생각하자면….’
일단 이거겠지.
나는 배를 조심스럽게 해체해서, 종이를 폈다.
그러자 배 안쪽에 감춰져 있던 면이 드러난다….
[오, 잭팟이군요 친구.]
그 안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저기
죽었어요?
연필로 쓴 듯한 글자.
백사헌의 필체였다.
물론 언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문구의 뉘앙스로 짐작하건대, 지산 마을에서 도망가기 전에 무작위로 적어놓은 건 아니다.
‘나를 겨냥한 질문 같은데.’
정확히는, 지산 마을에서 황금 막대를 뽑았던 ‘포도 요원’을.
‘…좋아.’
나는 경비반장이 챙겨준 필기구를 뒤져, 그 안에서 연필을 골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종이에 적었다….
안 죽었습니다.
잠시 후.
뭐야
답이 돌아왔다.
놀란 듯 황급히 휘갈긴 필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