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9화
어둠 발굴.
본관 지하에서 끝없이 아래로 반복되는 유쾌연구소의 장면들로 들어가, 그 속에 있는 어둠을 캐내어 오는 작업.
꿈결을 수집하기 위해, 새로운 괴담을 소유하는 것은 이 백일몽 주식회사의 중요한 업무 프로세스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은 유쾌연구소의 저층부에서 대부분의 어둠을 캐내었다.
위험하고 정보가 없으며 각종 변칙 사항이 발생하는 심층부로 직원을 보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직원님이 등장하셨죠. 하하, 특수 부서의 130666!”
그렇다.
보안팀 특수 부서의 직원들, 백일몽 주식회사에 직원으로 묶인 괴담들이 적임자로 들어가게 된다.
오늘부터는, 나도 포함해서.
한 주 간의 얌전한 별관 근무가 소기의 성과를 낸 것이다.
“다만 오늘은 그렇게 심층으로 가지는 않아도 된다더군요!”
그렇다.
오늘 내 업무는 이것이다.
지하 30층 이내의 저층부에서 새로운 어둠의 발굴.
곽제강이 목소리를 낮췄다.
“물론, 내키시면 더 내려가셔도 저는 무조건 환영입니다. 직원님.”
“…….”
더 내려가다 보면, 어쩌면, 내가 깨어난 그 기이한 꿈 배양실의 폐허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릴 것 같으나 참았다.
‘어차피 오늘은 충실히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기반을 쌓자.
정신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건 특수 부서 직원에게 주어지는 단독 업무로 이동장도 필요하지 않다.
“저기, 역시… 같이 가면…….”
“음? 누가 자네에게 그럴 기회를 준다고 했지? 이건 직원님 단독 임무인데! 거참, 지하 탐사도 몇 번 해본 적 없는 일개 경비팀이 여전히….”
요구사항 : 침묵
“…….”
곽제강은 입을 다물었다. 경비반장은 여전히 저 자식은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다.
역시 묘하게 제이 씨한테만 시비를 거는 것 같은걸.
‘개인적인 감정이 있나.’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더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로 경비반장이 위키에 기록된, B조의 조장이었던 그 인물이 맞다면 말이다.
‘도리어 경비반장 쪽에서 연구팀에 원한을 가져야 맞지 않나?’
기묘한 알력 관계였다.
“음.”
하지만 여전히 곽제강이 아닌 이번 탐사에만 주로 관심이 있는 경비반장은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류의 고민에 잠긴 모양새였다.
그 옆에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박민성 주임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정상이 아닌 상태의 내가 이런 위험한 수준의 어둠에 단독으로 들어가도 되는 건지 염려하는 것일 터다.
‘…….’
나는 곽제강 몰래, 연기로 문장을 그렸다.
김솔음답게.
저 정신 차렸어요.
“…!”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제이 씨.
그리고.
오소리 주임님.
“…….”
연기는 흩어졌으나, 박민성 주임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곧 젖은 목소리가 나왔다.
“…음. 잘 다녀오세요.”
“조심하고….”
나는 본관 이동을 위해 구속된 상태 그대로 격리실에서 나와 이송되었다.
엘리베이터까지.
* * *
띵동.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격리실에서 탈출할 때 이용했던 본관의 지상 엘리베이터가 아니었다.
지하로 뚫린 엘리베이터.
산군님 괴담에 들어갈 때 경비팀 복장을 입고 경비반장과 한번 탔었던 그것이다.
다만 그때처럼 온갖 준비물은 없다.
곽제강이 건넨, 서류철의 정리본만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어 존재한다….
<어둠탐사기록> 위키처럼.
본관 지하 탐사기록 : 유쾌연구소
해당 어둠은 회사 본관의 지하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특별관리형 어둠이다.
그 외양과 ■■가 과거 유쾌연구소라 불리던 모 기관의 소재지 내부와 거의 일치함을 확인받아, 동일한 호칭으로 명명됨.
내부에서 통상 규격의 비상계단이 발견되나, 해당 통로를 통하여 지상으로 복귀한 기록은 없다. 참고하여 탐사를 진행할 것.
지하의 각층에서 보이는 유쾌연구소의 모습은 구조적으로 거의 동일하나, 지하로 내려갈수록 기이한 변칙성을 보인다.
지하 29층까지 저층부, 59층까지 중층부, 60층부터 심층부로 명명함.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다.
지하 2~9층 – 휴가철의 사무실
띵동.
지하 9층에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유쾌연구소’의 모습을 드러낸다….
차분한 분위기의 밝은 복도.
지하공간이라고 믿기지 않는, 정상적인 사무실의 모습이다.
불투명한 필름으로 가려진 사무실 안에선 필기를 하거나 떠드는 소리가 간혹 들리지만, 대부분 고요하다.
해당 저층부에서 유쾌연구소는 통상적으로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사무실 인원의 많은 숫자가 자리에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큰 활동성을 보이지 않는다.
위험도 : 최하
그리하여 이곳의 어둠은 대부분 발굴된 상태.
결국 현시점에서 내 목적지는 이곳일 수 없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무실 복도를 걷는 대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눌렀다.
바로 왼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회사 본관의 전용 엘리베이터에는 지하 9층까지만 표기되며, 간혹 두 자릿수 이상 단위의 지하가 표기되기도 하나 누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정식적인 탐사 방식은 엘리베이터에서 정상 표기되는 가장 낮은 층에서 내려, 왼쪽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것이다.
그 왼쪽 엘리베이터에는 아주 높은 확률로 해당 층에서부터 지하로 내려가는 버튼들이 존재. 통상의 경우 10계층이 표기된다.
해당 버튼을 눌러 탐사를 계속할 것.
[갑시다. 저 아래로! 금을 찾아, 오, 광부의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군요. 백설공주의 난쟁이들처럼….]
지하 10~19층 – 점심시간의 사무실
해당 저층부에서 유쾌연구소는 위층보다 좀 더 소란스러우며, 간혹 인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위험도 : 하
19층.
여기서부터는 약간 조심해야 한다….
저 사무실 안에 있을, 유쾌연구소의 거주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다만 그들이 복도로 나오더라도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다.
‘상대도 마찬가지지.’
‘유쾌연구소의 인원’과 엘리베이터로 진입한 탐사자는 서로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가 유쾌연구소에 끼친 영향은 인지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나는 상대를 보지 못하고, 상대도 나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이 복도를 부순다면, 상대는 모종의 침입자가 복도를 부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역 괴담은, 침입자에게 절대로 관대하지 않다….
되도록 들키지 말 것
그 조언을 받아들여서, 조심스럽게….
더 아래로.
왼쪽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더욱 지하로 가는 버튼을 찾아 누른다….
지하 20~29층 – 한밤의 사무실
여기가, 오늘 내 근무지다.
저층부의 끝자락.
띵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29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
어두운 복도.
고요한 침묵.
간혹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이상한 소음.
해당 층계에서는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광원이 소등되어 있으며, 사무실 인원에 의한 활동성은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다만 개별 어둠에 의한 치명적인 정신적, 신체적 위험이 돌발 발생하는 경우 잦음.
오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보안팀 인원의 배치는 원칙적으로 금지됨.
위험도 : 중하
(민간인 사망 위험 5할 이상)
위험도가 날카롭게 올라간 단계.
내게 아직 공포심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혼자서도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나는 복도를 걸어 나갔다.
검은 연기는 어둠에 먹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내 눈, 노란 등불 같은 광원이 복도를 은은하게 비춘다….
그마저도 최대한 조도를 낮춘다.
지상에서 소지해 반입한 인공 광원을 사용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종으로 끝남.
*경비팀 R16이 남긴 쪽지가 회수됨. 문서 첨부 승인.
쪽지의 내용 : 소등 이후 불을 켜지ㅁ
…그렇게 매뉴얼의 내용을 따르자니, 다시 현장탐사팀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물론 그것이 현재 인간도 아닌 내게 정말로 필요한지는 좀 다른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어디서부터 찾아 나설 겁니까, 친구?]
가장 어두운 곳으로.
사람이 꺼릴 만한 곳을 찾아갈 것이다. 그래야 개별 괴담이 남아 있겠지.
나는 빛 한 점 없어도 구애받지 않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유용히 받아들인다….
비상등에서 가장 떨어진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9층에서 기록된 탐사기록이 가장 적은 곳으로.
[3-⋢⟤⦯]
…어두컴컴한 사무실의 팻말은 어딘가 변형되어 읽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안전하다.
‘여기서부터.’
나는 사무실의 손잡이를 잡아, 부드럽게 돌려서 내부를 개방했다.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꿈 배양실과 똑같은 구조다.
‘……!’
충격이 몸을 휩쓸기 전에, 나는 방울 울 울렸다. 방울 소리, 딸랑, 청명한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고…….
…….
진정한다.
‘후우.’
그래.
사무실은 분명… 그, 내가 찾은, 지하의 꿈 배양실과 아주 유사한 형태로… PC와 책상까지 동일한 규격의 품목들이었다.
다만 꿈 배양기는 없다.
‘이 사무실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지도.’
나는 이유도 모를 안도의 한숨이 정신적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사무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깨끗하다.’
당장 아침이 밝으면 사람들이 출근해서 쓸 것 같은 사무실의 풍경.
하지만 기이한 점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눈에 띈다.
아이들 장난감 같은 알록달록한 샘플들이 책상에 놓여 있거나, 수많은 손거울이 책상에 쌓여 있거나, 포스트잇으로 PC가 도배되어 있는 식이다.
통상적인 사무실과 다른 점들에 주목하여 탐사하되, 현명히 판단할 것.
상호작용만으로도 의식 소실이나 즉사의 가능성이 있는 괴담의 소산물일 확률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송이 불가능할 시 어둠으로서의 가치가 없음.
말은 쉽지.
‘후우.’
나는 이 일을 했을 불운한 직원들의 표정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쓰며, 하나하나 그 기이한 모양새들을 확인했다.
[조악하긴 합니다만, 창의력이라고 불러 줄 수도 있겠군요.]
‘소름 끼침’을 자각한 탓인지 썩 기분이 좋은 탐색은 아니었으나,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 훨씬 낫긴 했다.
‘특이한 반응은 없는데.’
그리고 다음 책상으로 넘어갈…….
…….
잠깐만.
‘…이거.’
나는 책상과 책상 사이, 수납형 선반 위에 놓인 손바닥만 한 원형의 물건을 확인했다….
원반을 세로로 세워둔 듯한 모양새의, 검은 모형.
‘…룰렛!’
바로 내가 <어둠탐사기록>의 팝업스토어에서 돌렸던, 그 검은 룰렛과 동일하게 생긴 장난감이다.
심지어 그 옆엔 내가 눌렀던 무전기처럼 생긴 버튼도 구현되어 놓여 있었다.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게, 무슨 일이지?
‘힌트다.’
반사적으로 깨달았다.
나는 당장 손을 뻗었다. 일단 확인해 봐야겠다. 이게 무슨 작용을 하는지 알면….
“와. 정말 반가워요, 솔음 님.”
…!!
고개를 돌렸다.
룰렛을 만지는 내 손.
그 옆.
거의 겹치듯 동시에 룰렛을 잡은 남성의 맨손이 보인다….
그 손을 타고, 고개를 올리면.
“잘 지내셨나요?”
호 이사.
그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목에 유쾌 연구소의 직원증을 건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