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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6화


“지산 마을이라고.”

해피엔딩 교단의 방공호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확인한 우리 셋은 일단 호유원의 구역으로 복귀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뒤통수가 얼얼하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의 셋 다 지산 마을의 명절 축제 당시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하나는 남의 몸에 기생해서 경험했고 막판엔 범장군에게 퇴치당한 자식이지만.

“그 사이비 마을이 이 무명찬란교니 해피엔딩이니 뭐니 하는 곳 끄나풀이었던 건가?”

대리님의 중얼거림은 반이 맞았다.

무명찬란교의 다른 교단과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흉내장이였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아, 노루가 황금 막대 뽑고 잡혀갔었지. 그때 들었냐? 잘했다.”

감사합니다.

일단 그런 걸로 부탁드립니다.

“근데 왜 얘네가 여기 온 거지? 다른 교파라며.”

그러니까 말입니다.

‘심지어 지네도 재난관리국에서 봉인해서 가져갔는데.’

뭐가 남았다고 이런단 말인가.

“흐음. 다른 이유가 있나.”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나는 애초에 은하제 대리님이 지산 마을에 나타났던 이유에 대해서 떠올리게 되었다.

혹시 그 우물 때문은 아닐까요?

호 이사님이 찾으시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특별한 장소였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 그래. 그 우물.”

그리고 호유원이 찾았다면….

‘세광특별시 관련인가.’

우리 둘의 시선을 받은 호유원은 선선히 인정했다.

“맞아요. 그 우물이 세광특별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거든요….”

역시 그랬나.

질문 : 출처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질문할 차례라 노루 님은 질문하실 순서가 아니네요. 정말 안타깝지만요.”

와 진짜.

하지만 네가 말 안 해도 다 추측하는 방법이 있다.

‘재난관리국의 누군가겠지.’

애초에 재난관리국의 비밀 서고에 멸형급 재난, 세광특별시의 정보가 있단 걸 호유원이 어떻게 알고 있겠는가.

‘그쪽에 따로 끈이 있긴 한 거야.’

호유원이 재난관리국에 가진 감정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호유원의 관심은 그것뿐이다.

멸형급 재난.

“해피엔딩 교단이 세광특별시에 관심이 있다면, 곧 그 우물을 통해 정보를 알아낸다는 미래가 자연스럽긴 하네요. 그렇죠?”

하지만 은하제 대리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쓰읍.”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분명 그때 재난관리국이 출동해서 지네 대가리도 시원하게 깨고 했던 것 같은데….”

재난관리국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호 이사의 미소가 더 짙어졌으나, 우리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공무원 양반들, 후속 조치까지 해놓지 않나?”

당연히 해놓는다.

-이 지산 마을은… 아직 수상쩍은 구석이 많아서 말이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색을 하겠지. 사람도 찾고. 우물도 그렇고.

“그런데 왜 여기 지하가 사이비 소굴인 걸 몰랐지?”

그건….

어쩌면, 후속 조치가 끝난 이후에 이 지하 벙커가 옮겨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떠올려 보자.

재난관리국 현장정리반 요원들, 주작반 사람들이 와서 뒷정리를 끝마치고 떠났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수습했겠지.’

그 증거가 있다.

아까 내가 본 유리 너머 지상.

마을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다만 이상한 것은….

‘분명 본격적으로 수색을 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마을이 예전과 전혀 다를 것 없는 모양이다.

축제 날 그대로 멈춘 것 같은 상황.

정기적으로 관리하러 요원이 파견될 만한 상황인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이상합니다.

“그래. 찝찝하….”

“수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요?”

호유원의 온화한 목소리가 공백없이 쏟아진다.

“그 정부 기관은 언제나 우선순위를 매기거든요. 이미 종결된 사건 대신,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더 가치 있는 사람을 구조하려 인력을 투입하고 있을 거랍니다.”

음.

‘악의적인 해석 같은데.’

“뭐… 예. 지방 공무원들 업무 가중이 하루이틀도 아니긴 합니다.”

은하제 대리가 동태눈으로 대충 상사의 말을 넘긴다.

그리고 본론.

“어쨌든 위의 마을에 대해서도 좀 더 털어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또 한계가 있는 법이라….”

아.

“이사님, 혹시 밖에서 동원할 만한 다른 녀석 없습니까? 여기 좀 알아볼 놈으로 말입니다.”

……저.

그게 말입니다.

‘있죠….’

나는 문신 아래 얌전히 잠들어 있을 종이배를 떠올렸다.

그것을 두고 갔던 지산 마을 토박이 출신 녀석을.

* * *

백사헌은 개쓰레기 같은 하루를 보낸 참이었다.

‘뭐 이딴 어둠이 다 있어.’

미친 기숙학교 괴담이었는데, 팀원 하나가 얼굴 피부가 다 뜯겨 죽는 판에 욕 나오게 개고생을 한 것이다.

‘떼어놓고 뛰다가 이쪽도 뒤질 뻔했네.’

물론 팀원이 죽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고생한 것치고는 꼴랑 D등급이라 열받을 지경이라 그렇지.

‘…뭐, 이제는 상관없지만.’

마을에서 완전히 탈출하고자 했던 소원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는 것은… 모르겠다.

누나의 두개골을 어디 안치하거나 태우지 않은 것도.

‘X발.’

그냥 마침내 퇴근해서 사택 소파에 누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종이배에 새로운 글귀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시민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

백사헌은 거의 소파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뭐야.’

지난번에 감사 인사만 남기고 급하게 사라지길래 먹고 튀지 말라고 욕을 적어놓은 게 마지막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게다가….

아이템은 아직이지만

현재 지산 마을이 어떠한 상태인지

정보를 찾았습니다.

“…!!”

백사헌은 종이를 양손으로 쥐었다.

글자가, 갱신된다….

현재 마을 지하에 사이비 종교

시설물이 있습니다.

뭐?

그쪽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요

해당 사이비 종교에

잠입한 상태입니다.

“미쳤나?”

설마 이 요원, 계속 어둠에 있었다는 게 그 사이비 종교였던 걸지도 몰랐다….

‘그럼 당연히 아이템을 못 구하겠지!’

사이비교에서는 몰래 자기만의 물건을 가지기 어렵다. 적어도 백사헌이 경험한 바로는.

‘…진짜 바보인가?’

제 발로 왜 그런 곳에 걸어들어가냔 말이다.

백사헌은 그걸 그대로 표현해서 종이배에 적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이거였다.

도움을 요청한 분이 계십니다.

“……호구 새끼.”

하지만 어쩐지 비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이 요원은 약속한 것을 정말로 해낸 사람이라는 것을, 지산 마을에서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

백사헌은 종이를 보았다.

요원이 요청한다.

이 시설물에서 바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혹시 제 그림을 보고 이 시야가

지산 마을의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염치로’까지 적는 순간.

이번 작업으로 지산 마을에 대해 알아내는

정보가 있다면 공유하겠습니다.

당사자시니까요.

글의 말미엔 문장 하나가 더 붙었다.

아이템으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하… X발. 진짜!!

백사헌은 머리를 쥐어뜯다가 결국 글을 써 갈겼다.

일단 그림 줘보세요

* * *

‘오.’

백사헌이 지산 마을 정보를 넘기는 것에 협조했다.

저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놀랍게도 순조로웠다. 아무래도 내 예상보다 사이비 종교에 잠입한 요원 설정이 잘 먹힌 모양이다….

‘역시 지산 마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게 킥이었나.’

아니면 음, 별 트집을 다 잡는 걸로 봐서는 그냥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백사헌이 연필로 끄적인 간단한 마을 지도까지 머리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호오, 노루 씨의 범상한 전 룸메이트는 그래도 그림 솜씨가 있군요.]

그러게.

우물, 소나무, 우리가 잡혀 있던 한옥과 서낭당이 있던 자리까지 제법 잘 표기된 지도는 보기가 편했다.

그리고 우리가 바깥을 보았던, 이 권능 구역의 현 위치는….

‘…우물 밑.’

-출입구가 있다면 이 근방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야.

즉. 이 지하 벙커의 출입구 근방에 지산마을 우물이 있는 것이다.

묘한 느낌이다.

[그래요, 제법 흥미로운 정황이긴 합니다. 과연 점심시간마다 사라지는 쌍둥이는 출입구를 통해서 우물을 확인하는 걸까요? 아니면 지하 벙커 내부에 숨겨진 다른 시설로 향하는 걸까요!]

[이 사실은… 오, 노루 씨의 계획대로라면, 곧 공개되겠군요!]

그렇다.

내가 아이템으로 누군가와 소통하여 정보를 알아내겠다는 의사를 비치자, 호유원과 은하제 대리님은 다른 일을 맡았다.

-미행이지.

바로 점심시간에 사라지는 쌍둥이의 행방을 조심스럽게 찾는 것.

대체 이 지하 벙커에서 무엇을 준비하는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제가 계속 이야기하지만, 결국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돌발 사고에 대처를 하든 특정 정보를 파내든 하는 겁니다.

입교자 할머니와 붙어 다닌다면 시선은 좀 받을지언정, 이상한 곳에 있어도 의심을 덜 받을 것이다.

이미 어제 저녁에 보여준 퍼포먼스가 있기에.

‘혹시 들키더라도 호유원이 호락호락 당할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뭐랄까, 이 해피엔딩 교단의 간부… 음. 이론상 강력하다는 건 보았다만, 왠지 심리적 긴장감이 들진 않는단 말이지.

‘얄팍하고 단편적인 이미지라고 할까….’

어쨌든 상황적인 미스터리함과, 장소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기이한 느낌을 주긴 했다.

그리하여 나는 얌전히 지도와 지하 벙커의 각도를 계산해 각 시설과 마을 기물의 위치를 매치하며, 두 사람을 기다렸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다 지나갈 때쯤.

“찾았어.”

호유원과 은하제 대리도 무언가를 발견해 왔다.

은하제 대리님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숨을 고르더니, 다급히 바닥에 손가락으로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하 벙커의 내부도.

“이렇게 보면 여기는 북쪽이지. 연결된 동쪽이 식당, 동서쪽이 입교인 생활공간이야.”

그리고… 딱 중앙 부위.

“여기에 그 관짝 몰아놓은 커다란 반구형 공간이 있다. 의식이랍시고 시체 처리하는 곳 말이야.”

상징적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 관 뒤에 통로가 있었어.”

은하제 대리의 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간다.

남쪽.

“쌍둥이는 여길 가고 있는 거야.”

…….

“어때. 네가 연락한 ‘정보원’이 알려준 정보랑 대조할 만한 거 있냐.”

있다.

나는 머릿속으로, 은하제 대리가 그린 그림 위에다가, 백사헌의 지도를 겹쳐보았다….

그리고 깨닫는다.

쌍둥이가 갔던 위치.

지산 마을 서낭당의 바로 아래다.

그리고 서낭당 지하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지네지승.’

물론 그 지네는 죽었으며, 그 술까지 모두 청동 요원의 탄환에 의해 봉인되었으니 남은 건 없었다.

서낭당이 있었던 빈자리뿐. 그런데….

대체 거기서 뭘 하려는 거지?

“흠. 심상치 않긴 한데.”

은하제 대리가 내 설명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한 번 더 확인해 볼까요?”

음?

“내부에 뭐가 있는지 살짝만. 쌍둥이가 나온 다음에 들여다보고 오는 거죠.”

빙긋 웃은 호유원이 은하제 대리를 돌아보았다.

“송골매 씨. 혹시라도 거절하면, 제가 믿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슬플 것 같아요….”

“뭐… 예. 여차하면 버리고 튀지만 마십쇼.”

떨떠름히 대답한 은하제 대리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확인해 보고, 입교인들 상황 좀 보고 올 테니까 기다려 봐라.”

흠.

“걱정 마. 다 상황 보고 낌새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발 뺄 거다.”

그럼 말이다.

이번엔 제가 갈까요?

두 번이나 같은 인원이 가기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역시 내가….

“음, 노루야….”

은하제 대리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지금… 검은 연기를 몰고 다니는 상태라는 건… 알지?”

아.

“미안하지만 그 노란 깜박이까지 합쳐지니 진짜 등장 효과가 따로 없다, 진짜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야.”

…….

예…….

“그냥 여기 있어라. 그리고… 그 대신 가능하면 이 벙커 출입구 위치를 정확히 알아봐 줬으면 하는데, 어떠냐?”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럼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수색에 나셨으며….

“다 같이 모여 행복을 기원합시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약속된 저녁 식사 시간이 도래한다.

하지만.

“…….”

“김복자 할머니… 안 왔네?”

은하제 대리님과 호유원은 저녁 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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