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3화
열차를 타고 실종된 일행, 이성해 대리를 카지노 역에서 찾았다.
추적이 성공했다고 기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카지노 괴담에서 한 쪽 눈 없이 딜러로 일하고 있던 것만 아니었다면.
“돌고래….”
“쉿.”
최 요원이 어깨를 꽉 잡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
“네, 딜러님. 안내 부탁드립니다~”
“네넵!”
그리고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딜러, 이성해의 모습을 한 괴담 속 주민을 따라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 요원이 낮게 속삭였다.
“알아보냐고 소란 피우는 것보다, 한방에 타이밍 잡아서 잠깐이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해.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딜러는 낙후된 카지노 입구 구역을 통과해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는 조용히 주변을 살펴보며 입장했다.
…<어둠탐사기록>이었다면, 분명 이렇게 기록되었을 환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딜러의 안내를 따라 카지노 입구 구역을 통과 시, 마치 지하철의 시설관리 공간을 개조해 놓은 듯 세 개의 철문이 나란히 놓인 장소가 나타남.
각 문을 통해 갈 수 있는 구역은 이후 순서대로 서술한다.
1. 왼쪽 – 붉은 문
“슬롯머신존입니다!”
문이 열리자 템포 빠른 저음질의 연주곡과 낡은 황동 장식품들, 그리고 끝없이 늘어선 슬롯머신이 놓인 사각 공간이 나타났다.
입구에 있던 분위기용 머신들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집요한 느낌이 드는 장소.
“레버를 당겨서 간단한 게임을 즐기실 수 있구, 1코인만으로 잭팟에 도전하실 수 있어서 아주 인기가 좋답니닷.”
슬롯머신 대다수는 이미 고장 나 있었으나, 아직 가동 중인 허름한 슬롯머신을 멍한 눈으로 당기는 수많은 방문객의 모습이 보인다.
손이 없으면 발로, 발이 없으면 입으로.
마침 당첨된 슬롯머신에서 나오는 무언가를 다급히 잡고 구석으로 도망가는 자도 보았다.
그리고 그 당첨객을 미친 듯이 쫓아가는 중독자들의 모습까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럼 다음 구역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닷.”
2. 오른쪽 – 푸른 문
“딜러존. 다양한 테이블 게임을 하는 곳이랍니다. 50코인 이상을 보유한 일행분들만 들어오실 수 있어여.”
아까 슬롯머신존보다는 좀 더 말끔한 카지노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게임 테이블은 절반 이상이 부서지거나 깨져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몇몇 테이블에서는 이성해 대리와 유사한 차림새의 ‘딜러’들이 가만히 서 있거나 게임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숫자는 현저히 적고, 앉아 있는 방문객들도 거의 없다….
[고립된 곳 같군요. 오, 아무도 새롭게 방문하지 않는 관광지의 낙후된 카지노처럼 말입니다.]
[저 치들을 보십시오. 저 남루한 꼴이라니!]
딜러의 앞에 앉아 있는 방문객들은 두 다리가 없거나, 이목구비 중 절반 이상이 없거나, 아니면 낡아빠진 후드나 패딩으로 전신을 가리고 있었다.
“…….”
“어떠신가여?”
“아, 오늘은 좀 한적한 날인가 보네요.”
“원래 평일보다는 주말에 많이 방문해 주시니까여!”
절대로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았지만, 오염된 사람과는 현실적인 대화가 어려운 게 당연했다.
나는 부드럽게 말을 돌렸다.
“사실 딜러분을 만나서 좀 놀랐습니다. 무인 시설인 줄 알았거든요.”
“아. 이해해여. 최근에 지하철 이용객이 감소 추세라 ■■시티 로얄 카지노에서도 경영 방침을 새롭게 더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들었습니닷.”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성해 대리님의 모습을 한 딜러는, 빙긋 웃으며 다음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래도 여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게임도 있어요!”
마지막 방.
2. 중앙 – 황금 문
칠이 다 벗겨진 황금빛 녹슨 철문.
그 위에는 아직 헤지지 않은 벨벳 명패가 붙어 있었다.
VIP ACCESS
“999코인 이상 보유하신 방문객분들만 입장하실 수 있는 룸이에여!”
그 말대로,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다는 듯이.
“로얄 카지노의 진정한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어서 꼭 추천드리고 싶은 구역입니다.”
“어떤 게임을 진행합니까?”
“그건 입장 자격을 갖추신 방문객님께만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입니다!”
“지금은 몇 분이나 안에 계십니까?”
“그건 입장 자격을 갖추신 방문객님께만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입니다!”
저 문 안, VIP룸에 대해 무엇이라도 알고 싶으면 999코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엄청난 코인을 벌 수 있다는 겁니닷!”
“…그렇군요.”
[흠. 궁금합니까, 친구?]
물론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으나,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닷, 방문객님!”
이성해 대리의 모습을 한 딜러가 또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나는 묵례하며 그 인사를 받으면서도, 어떤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의문이 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성해 대리가
저렇게 키가 컸던가?
“그럼 우선 딜러룸 입장을 도와드릴게여!”
분명 은하제 대리와 10cm 이상 차이가 났었는데, 지금은 얼핏 봐도 더 컸다.
신발은 평소처럼 쿠션감 있는 운동화는커녕 단화를 신고 있는데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한 게임 해보실래여?”
두 번째 공간, 딜러룸으로 돌아와서 허름한 테이블 맞은편으로 간 딜러가 발랄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간단한 카드 게임입니닷. 제가 들고 있는 카드의 정체를 맞히시면 돼요! 최소 3코인을 배팅하실 수 있고, 최대 36배까지 코인을 버실 수 있어요!”
트럼프 카드를 꺼내 보여주는 이성해 대리의 손놀림이 현란했다.
그리고 나는 또 무언가를 깨닫는다.
“배팅하실 건가요?”
눈 하나가 없는 딜러가, 눈 하나가 없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방문객님이 보유하신 35 코인을 다 거시면, 이론상으로는 한 번에 VIP 룸 출입 권한을 얻으실 수도 있는데요.”
…….
“괜찮습니다.”
나는 웃으며 테이블에서 살짝 물러났다.
“저희가 처음 와서요. 일단 슬롯머신도 한번 돌려보고, 가능하면 조금 즐기다가 배팅하러 올게요. 감사합니다.”
“…네넵. 감사합니다!”
딜러의 끈질긴 시선이 겨우 떨어지고, 나는 일행들과 함께 딜러룸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입구 구역으로 돌아와, 전당포 옆에서 딜러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포도야, 봤어?”
“예.”
카드를 셔플 하는 딜러의 손을 봤다.
“약지, 중지만 모양이 달랐습니다.”
“그래. …손목이랑 손도 뼈 연결이 부자연스럽더라.”
그리고 ‘이성해 대리와 비교했을 때 이상하게도 큰’ 딜러의 신장까지.
그 모든 게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
“머리만 돌고래 대리야.”
딜러는 서로 다른 신체들이 뭉툭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성해 대리의 머리와 함께.
“여기서 도박하면서 신체 부위 대부분을 팔았다가 다시 사들이는 걸 반복한 거야.”
아니면.
“빚을 져서 카지노에 모든 신체를 뺏기고 딜러로 재조립됐을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질문 하나가 남는다.
그래서.
“…구출이 가능한 상태라고, 볼 수 있나?”
…….
“사살해야 합니다.”
“잠깐,”
청동 요원의 목소리가 재차 주장했다.
“그럼 현실에서 깨어날 겁니다. 머리를 맞춰서 사살하면 됩니다.”
“잠깐만!”
은하제 대리가 청동 요원의 말을 끊었다.
“공무원 양반. 일단 진정하지. 생각해 봅시다. …머리만 있는 것도 본인이라고 할 수 있나?”
“으음~ 뇌가 있는 쪽이 본인이라고 봐야지요. 아무래도 꿈을 꾸는 건 머리일 테니까.”
“아닙니다.”
최 요원과 이자헌 과장의 말이 갈렸다.
둘이 서로를 보았다.
“시민님, 왜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예. 어둠에서는 의학적 진단이 아닌 상징적, 의식적 분류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시 하나 들어보자면,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기준일 수 있다는 말이지요? 심장을 사람의 더 근원적인 요소로 보는 문화도 있으니까?”
“예.”
“후우.”
최 요원은 침음했다.
만일 ‘머리만 남은 이성해 대리’를 본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대로 의식만 죽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말이다.
“여기서도 지난번 역이랑 똑같이 ‘죽으면 바로 현실에서 깨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긴 합니다. 꼰대 양반.”
“…그렇다고 해도, 인지되지 않는 멸형급 초자연 재난 속에 완전 오염 상태로 방치하고 가는 것보다는 그 편이 인도적입니다.”
“청동아.”
최 요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관리국 매뉴얼을 네 생각처럼 말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
“우리 후배가 좀 강직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닙니다, 시민님들.”
“압니다. 뭐, 꼰대 양반이 한 말이 좀 일반화의 오류가 있긴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고.”
은하제 대리가 다독이듯 말을 꺾는다.
“어차피 우리도 다른 방법 없이 나가려면 죽어야 할 것 같아서 안락사 약까지 챙겨온 판 아닙니까.”
그 말도 맞다.
‘어지간하면 기믹이 달라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말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사람 모습인 걸 보면, 현실이 아니라 꿈으로 진입한 게 맞을 겁니다.”
“…노루야.”
“그러니까 정말로 방법이 없다면, 청동 요원님 말씀처럼 해야겠지만… 일단은 다른 방법도 좀 알아봤으면 합니다.”
“…….”
청동 요원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합의점에 이른 것 같았다.
자정역 신체 카지노에서 최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이게 우리의 첫 목표였다.
다만,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관심 없음’이라고 적어놓은 것 같은 얼굴의 백사헌 말이다.
저쪽이야 이성해 대리님과 별 연관도 없는 데다가 보상을 주는 건 호유원이니, 구출이 목표가 아닌 것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겠지.’
그리고 호유원은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너그러운 요구를 했고 말이다.
-일단은 지하철 바깥의 세광특별시에 대한 정보를 모아와 주셨으면 좋겠네요.
무작정 나가기보다는 역사를 잘 탐사하다 보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더라도 카지노라면 아이템을 얻기 딱 좋은 장소니까.
‘마음이 콩밭에 가 있겠군.’
그리고 그 비협조적 기색을 눈치챈 건지, 청동 요원이 가면 너머로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백사헌을 본다.
근데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닙니다.
나는 백사헌의 어깨를 잡았다.
“있잖아.”
“예, 예?”
백사헌은 (다행히) 쫄았으나, 이번에는 채찍이 아니라 당근의 차례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이것도 카지노라면 딜러가 여기 매커니즘이나 상품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지 않겠어?”
“그래서요?”
“구출해서 모시고 나가면 쏠쏠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단 뜻인데.”
“…….”
이성해 대리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정보로 수집해 놓은 건지, 백사헌의 얼굴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래. 도움받고 떼먹을 성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군.
“알아서 생각해 봐.”
나는 녀석을 놓아주었다.
‘이 정도면 이 안에서 최소한 방해는 안 하겠지.’
그렇게 사람들이 흩어진다.
다른 카지노 방문객들을 관찰하러 간 은하제 대리, 슬롯머신으로 간 이자헌 과장과 백사헌, 그리고 각자 신체 전당포와 상품 교환 창구를 보러 간 요원들.
그리고 나는….
“돌아오셨군여!”
딜러룸으로 입장했다.
-대리님, 혹시 20코인을 잠시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쓸 건 아니고, 딜러룸에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오케이. 나도 곧 갈 거니까 마중 나와라.
은하제 대리의 말 그대로 ‘피 같은’ 코인을 조심스럽게 빌린 나는 50코인의 기준을 맞추어 딜러와 함께 게임을 할 자격을 갖추었다.
“네. 다시 뵙네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이성해 대리의 얼굴을 한 딜러가 활짝 웃었다.
“배팅하실 건가여?”
“…예.”
“알겠습니다!”
딜러는 기쁜 얼굴로 테이블 맞은편에 서더니 또다시 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리 안내 말씀드릴게여! ‘반칙’을 쓰시다가 걸리면 벌금이 부가됩니다.”
“네. 조심할게요.”
나는 그 모든 동작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마치 지나가듯이 말했다.
“혹시 다른 곳에서도 일하신 적 없을까요?”
“…네?”
“리조트에서 뵀던 것 같은데.”
카드를 움직이는 손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 플라워 골든 리조트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여.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그렇군요. 멋지네요.”
“감사합니닷.”
최소한 그건 기억하고 있다는 건가.
나는 좀 더 개인적이고 기억을 되살릴 만한 질문으로 나아가기 위해, 또 이성해 대리가 어떤 일을 겪었던 건지 알기 위해 게임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그럼 게임을 시작… 오!”
다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았다.
‘누구지?’
은하제 대리님이 내 일행이라고 하고 마중 없이 들어온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으나.
“…!”
다 헤진 패딩을 머리까지 눌러쓴, 세광특별시의 주민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
“…….”
‘뭐지?’
느낌이 좋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날까 고민했으나, 일단은 앉아 있었다.
손에 식은땀이 난다.
“배팅하실 건가요?”
내 옆에서 소리 없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는 주민이, 코인 3개를 테이블 위에 내민다.
얼룩지고 낡은 코인.
“…….”
나는 3코인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대조적으로 깔끔한 코인이 불빛이 약간 반질거렸다….
“네넵.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코인을 회수하고, 트럼프 카드 뭉치를 테이블에 뒷면으로 펼친 딜러가 묻는다.
“어떤 카드를 고르시겠어요?”
나는 기다렸다.
그러나 옆에 앉은 자는 카드를 고르지 않는다.
숨 막히는 침묵.
“…이걸로.”
“네넹!”
그리고 옆자리의 고객은 내가 카드를 고르는 순간, 그 옆의 카드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찍었다.
‘…뭐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자. 이제 고르신 카드의 모양이나 숫자를 맞히시면 되는데, 모양을 맞히면 3배, 숫자를 맞히면 8배, 둘 다 맞히면 36배의 상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K, Q, J는 제외한다는 설명과 A는 1로 본다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오, 카지노만 이득 보는 배율이로군요. 이토록 뻔할 수가!!]
그래.
하지만 부당함보다 기이한 긴장감 속에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확률 게임이군요. 모양보다 숫자가 배율이 더 높아서, 꼭 등급이 높은 것 같네요. 귀중한 용액처럼요.”
“재밌는 비유시네여, 손님!”
여기까지는 사담을 말할 수 있나 보다. 계속 떠보자.
“그럼 혹시 딜러님도 방문객으로 게임을 즐기신 적이 있습니까? 몇 코인까지 걸어보셨을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저요?”
고저 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990코인까지 걸어봤답니닷.”
…!
하지만 더 말을 걸 사이도 없이, 게임이 진행된다.
“그럼 먼저 코인을 내신 방문객께 여쭤보겠습니닷. 어떻게 배팅하실 건가요?”
…….
“방문객님?”
옆자리에서 검지가 들어 올려진다.
강박적으로 붕대가 감겨 있는 손은, 다른 손가락이 보이지 않도록 감춰져 있다.
“넵, 1로 배팅하셨습니다!”
후우.
나도 이제는 배팅을 해야 한다.
‘일단은….’
“모양을 맞히겠습니다. 다이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딜러는 다시 옆자리의 주민을 보았고, 내 시선도 따라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느새 옆자리에 앉은 자는 거의 완전히 몸을 돌려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딜러가 자기 배팅을 말하고 있는데도.
“숫자로 배팅하신 분부터 확인을 하면….”
딜러가 카드를 뒤집는다.
“스페이드 3입니다.”
“…….”
“아쉽지만 실패하셨습니다!”
옆자리의 고객은 미동도 없다.
그리고….
“자, 이번에는….”
내가 골랐던 카드가, 뒤집힌다…….
다이아 8.
“축하드립니다! 맞히셨네여! 여기 상금입니닷.”
딜러가 내게 9코인을 지급해 주었다. 그 속에는 옆자리 사람에게서 받아 간 낡고 얼룩진 코인이 섞여 있다. 나는 그것을 쓸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
“축하드려요! 다시 하실 건가요?”
시선이 느껴진다.
코인을 잃은 내 옆의 세광특별시 주민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보이진 않으나, 분명히.
“…….”
나는 딴 코인을 조용히 챙겨서 몸을 일으켰다.
‘피하자.’
일단 은하제 대리님을 마중 나간 뒤, 다시 돌아와야겠다.
“아, 이만 일어나실 건가여?”
“잠시만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려고 합니….”
그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어느새 테이블에서 일어난 옆자리의 카지노 방문객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
“…….”
그자가 고개를 든다.
패딩 아래로 하관이 들어났다.
그리고….
“노루 씨.”
아는 얼굴.
아는 목소리.
[맙소사!]
“왜, 여기 계세요.”
고영은 씨.
초조한 눈빛의 동기가, 내가 할 말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