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77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정적 속, 나는 내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를 보고 있다.
동물 가면을 쓴 검은 정장.
그 특징적인 착장을 보는 즉시 소속을 알아차린다. 나 역시 동일한 외관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백일몽의 현장탐사팀 직원.’
하지만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는 순간.
미묘한 차이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머리를 손질한 방식.
정장이 재단된 방식.
느낌으로만 받는, ‘지금과 묘하게 다르다는’ 인상들.
나보다 고전적인 저 양식.
[오 이런, 시대가 다르군요.]
그렇다.
내 눈앞에 저 직원은 분명 2020년대의 인물이 아니었다.
몇십 년 전 인물.
저… 특징적인 늑대 가면.
“…….”
나는 <어둠탐사기록>에서 저 인상착의를 정확히 담당하는 과거의 네임드를 알고 있다.
‘…정예팀 B조 조장.’
J3.
경비반장의 과거.
노스텔지어 캔디를 복용했을 당시 찰나에 스쳐 지나갔던 과거의 순간이, 생생한 연속성을 띤 개체로서 내 앞에 서있었다.
나는 얼어붙은 채로 그것을 마주했다.
그리고….
“대답을 하지 않는구나. 그냥 용 사원이라 부르면 될까?”
“…!”
그 말에 순간 현실감이 다시 머리를 친다.
잠깐만.
‘다른 사람들은?’
나는 반사적으로 다른 일행이 있던 도서관의 반대편 통로를 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요한 책장의 통로만이 이질적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
‘…!’
놓쳤다.
섬뜩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서 사람의 기척은 눈앞의 늑대 가면을 쓴 사내뿐이다.
“…….”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괴현상이다.’
저 늑대 가면의 사내도 이 ‘한빛도서관’, 세광특별시의 역사가 J3로부터 만들어낸 기이한 존재라는 것을.
‘자극하지 마.’
일단.
-이 장소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괴담에 들어온 백일몽 직원으로서 응대한다.
‘J3를 언급하지 말자.’
나는 심호흡 후, 종이를 꺼내 들어서 펜으로 글귀를 써 갈겨 내렸다.
늑대 가면의 사내가 종이를 응시한다.
-여긴 도서관이었으니, 되도록 필담으로 대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는 펜을 내밀었다.
상대에게.
“…….”
“…….”
늑대 가면의 사내는 내 펜을 받아 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앞 포켓에서 펜을 부드럽게 꺼내 들더니 내가 내민 종이에 글귀를 써 내린다.
-도서관이라.
혹시….
-여기가 도서관이라는 걸 모르셨습니까?
늑대 가면의 사내는 그저 빙그레 웃는 하관만 보인다.
-직전까지 어디에 계셨습니까?
-글쎄. 분명 자판기 어둠을 탐사하러 지하철 역사에 들어섰더니, 어느새 이 도서의 미로에서 모퉁이를 돌고 있지 뭐야.
“…….”
-용 사원은 지금 환경에 익숙해 보이는걸. 이 책장의 미궁을 탐사 중이었어?
-예.
나는 침착하게 적어나갔다.
‘노루라고 호칭을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어.’
일단 경비반장이 이 상태인 이상, 최대한 부드럽게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어떻게든 안전히….
-그럼 용 사원은 어느 조 소속일까?
-D조입니다.
그래. 새로 발령 난 신입사원이라고 말하자.
하지만 그 순간.
-D조.
늑대 가면 너머 시선이 달라진다.
‘…어?’
그리고 나는 이어지는 답변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조는 없어.
“…!!”
직후,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깨달으며 소름이 쭉 돋았다.
‘설정값 차이…!’
저 B조 조장이 ‘등록된’ 시기의 <어둠탐사기록>을 보자.
‘그때는 막 백일몽의 설정이 구체화되던 때였어.’
지금처럼 회사의 디테일들이 완성되지 않던 시절이다. ‘백일몽 회사’를 검색하면 단일 문서 페이지 하나만 나왔던 그때.
직원들은 어떻게 분류되었는지 아는가?
백일몽 회사
수많은 직원을 부품처럼 괴담에 밀어 넣어 그 안에서 약품 원료를 추출하는 악덕한 회사.
대기업에 들어온 줄 알았던 직원들은 괴담 속에서 무수히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원료공급용 직원 중 고등급 탐사에 특출난 자들만이 알파벳 A, B, C로 이루어진 정예팀에 소속되어 회사의 간부로서 승진할 수 있다.
그렇다.
정예팀.
그리고 그 외.
즉. 알파벳 A, B, C로 분류되지 못한 모든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은 그저 괴담에서 갈리는 보급용 유닛일 뿐이다.
직원들에게 직급이나 승진 같은 건 애초에 없다. 모조리 사원. 실험용 코드 번호가 붙어서 서류에 적히는 평사원들뿐.
‘대기업에 입사한 줄 알았더니 사실 실험용 쥐’라는 으스스한 괴담의 본질을 충실히 살릴 뿐이다. 그게 백일몽 회사의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이미 이 설정을 바탕으로 창작된 괴담들이 있었지.’
그것들의 개연성을 충족하기 위해….
5.1 백일몽 회사 (초창기)
수많은 직원을 부품처럼 괴담에 밀어 넣어 그 안에서 약품 원료를 추출하는 악덕한 회사.
모든 걸 과거의 일로 처리해 두었다.
‘주식회사로 상장되기 전의 백일몽.’
백일몽 주식회사는 뭉뚱그린 채 괴담으로서의 성격만 있던 과거의 설정값에서, 거대 제약사의 면모를 갖추며 디테일이 추가된 세계관의 세력으로서 성장하게 된 것이다.
‘…….’
시선이, 느껴진다.
나를 쳐다보는 과거 정예팀 조장의 시선.
내가 사람을 흉내내는 무언가가 아닌지, 가늠하는 듯한 꿰뚫어 보는 응시.
…그리고 나는 안다.
초창기 정예팀에게 있던 구체적 분류법을.
5.1.4 B조 (초창기)
백일몽 회사의 정예팀.
True/False를 판별하는 감각,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특출난 정답 값을 보이는 직원이 소속되는 조.
그리고 저 자는 B조의 조장이다.
어설픈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그리하여.
-있습니다.
차라리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제가 있던 시점에서 직원들의 소속은 Z조까지 존재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202■년에서 근속 중인 백일몽 직원이니까요.
“…!”
진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몇십 년 전 정예팀에 늑대 가면을 쓴 조장님이 계셨다고.
나는 늑대 가면을 쓴 자를 보았다.
-말씨나 정보의 차이로 추측했습니다만, 혹시… 당신께서 그 B조의 조장님이십니까?
상대는 말없이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내 목뒤에 식은땀이 맺힐 때쯤, 다시 펜을 들었다.
-맞아.
후우.
-도서관은 과거의 지식이 미래로 닿는 연결 공간입니다.
-그러니 이 정체 모를 도서관 괴담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선이 맞닿은 건 아닐지, 추측해 봤습니다.
상대가 느긋이 펜을 움직인다.
-꽤 재밌는 추측이야.
-아니면 추측을 빙자해서 스스로도 믿지 않는 상상력을 발휘했거나.
침을 삼킬 뻔했다.
…늑대 조장의 손이, 내 등을 두드린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잘 부탁해. 용 사원.
그렇게 기이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 * *
우리는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책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굴, 한빛도서관을 걷고 있다.
늑대 조장은 내가 알려주고 스스로 확인한 바닥의 ‘도서관 이용수칙’을 숙지한 채, 고요히 걷고 있다.
가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음. 그냥 조장님이라고 부를래?
-예. 조장님.
당연하지만 늑대 조장의 이름은 물어볼 수 없었다. 괴담 속에서 본명을 물어보는 수상한 짓을 했다가는 정말 적대 관계로 돌아설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오염 전 과거의 경비반장, <어둠탐사기록>의 네임드 직원과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은 괴담보다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긴장감.
…정신 차리자.
‘다른 일행들을 찾아야 해.’
나는 손에 쥔 털실을 내려다보았다.
…늑대 조장은, 이 털실의 역할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그걸 이 도서관의 입구에 걸어두고 들어온 걸까? 그리스 신화의 아리아드네처럼.
-맞습니다.
-그럼 계속 사용하자.
…그리하여, 나는 일행이 증발하고 늑대 조장을 만난 그 갈림길에서 적당한 책장의 홈에 털실을 걸어둔 채, 일행이 사라진 반대 방향의 통로를 향해 걷고 있었다.
‘혹시라도 다른 일행이 이 털실을 보면 그걸 쫓아올 수 있겠지.’
그리고 길이 혼란스러워지더라도 바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에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하지만 잠시 후.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
“…….”
낯익은 복도가, 다시 나왔다.
[맙소사!]
<2000년대 명작 호러 단편선>.
내가 목격했던,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트리고 간 책이 그대로 바닥에 놓인 시작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짓말처럼 털실만 어지럽게 양 통로로 뻗어, 두 줄이 된 채로.
‘젠장.’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인 모양이야. 이 책들의 미궁은.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발화점은 저 책이겠네.
“…!”
-네가 계속 보고 있잖아. 저 책을 원했지?
젠장.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일단 건드리지 말고 계속 걷자. 아까 나갔던 방향 그대로 똑같이.
“…….”
나는 발을 멈췄다.
-왜 멈췄지?
-계속 ‘똑같이 방향 그대로’ 걷는 건, 도서관을 자극하기 위해서입니까?
늑대 가면 너머의 눈이 나를 본다.
약간의 이채.
-그래.
후우.
-괴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거든.
-그냥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무서운 것. 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기에 무서운 것.
-이 도서관은 아무래도 후자 같은걸.
“…….”
-이 도서관은 분명 이용자에게 반응하는 종류니, 반응을 주는 일을 반복 수행할수록 노골적으로 나올 확률이 높아.
속삭임이 들린다.
“그리고 넌 오만한 편이구나.”
“…!”
“그만큼 영리하기도 하고.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건 나도 떠올릴 수 있으니, 이제부터는 되묻지 않아도 괜찮아. 똑똑한 용 사원.”
“…….”
“그럼 걷지.”
늑대 가면이 머리를 뗀다.
나는 침음을 참으며 털실을 고쳐 들고, 빠져나왔던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발이 후들거릴 지경이다.
‘생각하자.’
그러나 긴장감 속에서도 머리에서는 계속 긴박하게 추측이 오간다.
도서관 이용법칙 중 하나.
하나를 얻으면 떠나라
혹시 저 책을 건드려야 이 도서관에서 나갈 수 있는 건가.
아니, 자동적으로 나가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게 더 문제다.
‘다른 일행들의 행방은?’
일행이 모조리 사라지고 경비반장은 모습이 뒤바뀌어버렸지 않은가.
그리고….
경비반장을 이대로 둬도, 정말 괜찮은 게 맞나?
복잡한 머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흐음.”
그 순간.
툭툭.
경비반장이 내 등을 두드려, 갈림길 너머를 보게 했다.
아까 전에도 발을 디뎠던 그 공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