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17화
나는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그러니까, 내 본래의 몸으로 샤워를 하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몸이 뭉개지거나 쏟아지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뜨거운 물이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감각.
나는 나였다.
“…….”
옷을 갈아입었다.
보안팀 제복이 아닌 것을 입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약간 어색했다.
임시로 쓰는 몸도, 잠들어 꾸는 꿈도 아닌 깨끗한 현실감.
숨 쉬는 감각.
‘휴우.’
…홀가분하다.
그렇게 개운한 기분으로 입원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여우상담실 대기석에서는 이미 준비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씻고 나오느라.”
생각해 보니 이 여우상담실에 샤워실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니, 생각해 보니 입원실이 있는데 샤워실이 없는 건 그거야말로 괴담 같겠지만.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햇살이 얼굴을 데우는 감각.
“…보안팀 제복은 입을 필요 없어?”
“예.”
“이제 괜찮습니다.”
정말로 말이다.
탁자에 앉아 있는 최 요원의 얼굴에 안도와 기쁨이 터지듯 번진다.
그리고 나를 격려하듯이 포옹했다.
“다행이다.”
“…….”
약간 울컥했다.
그리고 나는 최 요원이 은근슬쩍 다우징을 해서 내 오염을 측정한 뒤 문제없는 것을 확인하고 거두는 동작을 확인했다.
이 인간 정말 한결같네….
“아하하~ 아니, 지난번에도 회복된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서 말이야. …또 비슷한 상황인가 싶었지.”
“그건… 음, 아이템으로 만든 다른 몸이었습니다.”
도마뱀 몸.
이자헌 과장님 사택에 계속 보관 중인데, 쭉 잠들어 있을 것이다.
‘얼마 안 썼는데 혹시 환불….’
당연히 안 되고 선물 받은 건데 그런 요구를 했다가는 우주 쇼핑몰 VIP에서도 잘리는 진상이 되는 길이 훤했다.
애초에 미안해서 그러긴 어렵지…. 며칠이라도 덕분에 사람들과 대화하고 고기도 먹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괜찮을 겁니다. 계속.”
내가 스스로를 계속 수용한다면, 김솔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최 요원의 눈에 안도가 짙어졌다.
“송골매 대리님과 청동 요원님은 그 역에 남아 있을까요?”
“그럴 확률이 높지? 아사리판은 끝났으니 열차에 쏙 잘 들어갔을 거야. 내가 들어가서 확인해 볼 거니까 포도 넌….”
“정말 감동적이네요. 노루 님. 그리고 요원 분.”
“…!”
탁자에 지금껏 말없이 앉아 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세광특별시에서 몹시 감동적이고 유익한 경험을 하셨나 봐요. 일하러 가셔서 그런 감정까지 느끼다니, 부럽네요.”
나를 똑바로 보며 웃는다.
마침 이쪽에서도 할 말이 아주 많은 자가 말이다.
“외양도 되찾으시고, 말이죠.”
…….
“호 이사님.”
“아까처럼 편하게 호유원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은데요.”
그래?
“그럼 호유원.”
“…….”
나는 미소 짓고 있는 호유원을 쳐다보았다.
이사를 이렇게 불러도 되나 머리가 오싹하긴 하지만, 계속 존댓말을 쓰고 눈치를 보다가는 ‘신입사원과 이사’ 관계로 구도가 돌아갈 것 같다.
그러니 사회초년생의 육신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해도 이 말투가 맞다.
‘억울하면 자르던가.’
아니 제발 잘라주라. 계약서가 청 이사한테 있으니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어쩐지 여기 떨어져서는 기선 제압해야 하는 인간들만 만나는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조용히 말했다.
가장 큰 의문을.
“이번에 특별시에서 널 봤는데.”
“……!!”
호유원의 얼굴이 굳었다.
“어디서 봤는지 알아?”
“…글쎄요.”
“재난관리국 지부.”
“…….”
“재판소로 오염된 곳이었어. 어떤 시민을 구조해야 하는지 끝없이 골라내고 있더라.”
“내가,”
호유원의 목소리가 이상해진다.
“거기 있었다고?”
상담실이 일그러진다.
“선별을 하고 있었다고?”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별 작업을 중단하는 걸 도와줬지.”
“…!”
“그리고….”
나는 사람의 손을 탁자 위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 모습을 되찾도록 돕기도 했고.”
“…….”
나는 여우상담실의 ‘상담 공간’ 문을 쳐다보았다.
저기서 내가 상담을 받았을 당시, 창문에 나타났던 ‘상담사’의 모습을 떠올린다.
-김솔음 선생님.
내 얼굴을 하고 나타난 여우 상담사.
비록 저울 재판소에서 겪었던 것은 그보다 훨씬 거칠고 충격적이었으나….
“내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 내면을 지적하는 걸로 말이야.”
그것도 일종의 상담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 존재는 자기에 대해서 ‘여기 남은 투영’이라고 하던데.”
“…….”
“호유원.”
나는 입을 열었다.
“그게 네가 세광특별시에서 찾고 있던 거 아닌가?”
“…….”
“너 자신 말이야.”
세광특별시에 두고 온, 자신의 일부.
나도 몇 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할 뻔 해서 선명하게 추론된다.
오염을 뜯어내려다가 내가 통째로 뜯겨서 자아와 특성이 뚝 잘려나가는 그 위험한 경험.
“계속 의문인 게 있었거든. 왜 너 스스로는 세광특별시에 잠입하지 않는 걸까.”
지금 오니 추론 하나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미 네 일부가 세광특별시에 있어서, 네가 또 별개의 존재로 세광특별시에 존재하지는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이미 있는 사람이 또 그 안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
“호유원. 네가 세광특별시에서 찾으려는 건… 네 일부야?”
호유원은 한참 말이 없었다.
얼어붙은 듯 탁자에 멍하니 앉아 있던 그 몸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니요.”
……!
“정말 안타깝지만 틀리셨네요.”
고개를 든다.
“거기 있는 건 제 일부가 아니거든요.”
나는 여전히 실실 웃고 있는 호유원의 얼굴을 보았다.
‘아냐.’
분명 관계가 있다.
“그래? 어떻게 확신하는데?”
“글쎄요.”
“…….”
나는 호유원을 보았다.
-이곳에 남은 투영입니다.
그 말.
그리고 그 행동 원리까지.
‘분명 본인이 맞아.’
…….
그렇다면.
혹시 말이다.
나는 내가 발언했던 첫 번째 말을 떠올렸다.
“일부가 아니라… 너 자체라는 뜻이야?”
“……!”
호유원 자신.
“너 자체가 세광특별시에 갇혀 있고, 지금 보이는 건….”
나는 문득 떠올린다.
호 이사가 각종 장소에서 각종 사람의 모습으로 갑자기 변하여 나타나던 것을.
은하제 대리님의 몸을 조종하던 것을.
그렇다면.
‘어쩌면 비슷한 방식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호유원도….
“혹시, 세광특별시에 갇힌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몸인가?”
“…….”
여우상담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눈앞의 존재를 보았다….
“맞아요.”
…!
짝.
박수한 호유원이 활짝 웃는다.
“그래요. 노루 님 말대로…… 제 쪽이 일부예요.”
“…….”
“아니, 일부라고 보기도 어렵네요. 저는 일종의 저장물, 허상입니다.”
나는 멍하니 그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의 몸에 깃든 의식을.
“진짜는 세광특별시에 있어요. 지금 여기 있는 건 그냥 단편적인 의식이죠. 바깥으로 탈출한….”
호유원이 미친 듯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터져 나오는 말을 참을 수 없다는 것처럼.
혹은 걷잡을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과 정신적 고통은 인격을 지배하기도 하죠. 원래라면 잠깐 있다가 사라질 짧은 머무름이, 영원히 삶을 바꿔놓기도 하지요….”
호유원이 자신을 가리켰다.
“그게 저랍니다.”
“…….”
“세광특별시에 갇힌 ‘누군가’의 총체적이고 포괄적이고 강렬한 의식이, 저를 호유원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호유원은 최 요원을 기이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된 건지는 그 원인은 확실하게 알고 있답니다….”
재난관리국.
‘잠깐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뒤통수가 얼얼하면서도 당장 등골 서늘해지는 광경에 나는 황급히 호유원의 시선을 끌어올 질문을 던졌다.
‘어그로!’
호유원의 ‘읽어내는’ 과정에서 찾았던 이름.
그리고 브라운의 말.
-노루 씨, 저자에게서 역병의 향취가 나는군요.
“아홉여우병이 뭐야.”
“…….”
시선이 돌아온다.
“상대의 내밀한 병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물어보시다니… 정말 당혹스럽고 무섭네요. 노루 님.”
“난 네가 그 병에 걸렸다고 한 적은 없는데.”
“…….”
“어떤 병이지? 혹시 구미호 꼬리가 아홉 개인 거랑 관련이 있을까. 구미호가 둔갑을 할 수 있다는 민간의 인식과도 관련이 있나? 그리고….”
나는 상대를 보았다.
“네가 불특정 다수의 몸에서 갑자기 그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것과도, 관련이 있나?”
“…….”
선선한 목소리가 들린다.
“맞아요. 아홉여우병에 감염된 자는… 다른 자를 아홉여우병을 감염시키면, 그 삶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잠시 살 수 있죠.”
“……!”
“어려울까요? 그럼 분신이 된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실까요?”
호유원이 웃었다.
뭔가 포기한 듯이.
“그러니까, 저는 세광특별시에 갇힌 누군가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제가 누굴까요? 여기에 하나의 상태로는 남아 있는데, 도저히 알 수 없네요.”
나는 입을 열었다.
“어쩌면 재난관리국의 요원이거나, 협력 영물….”
“글쎄요.”
호유원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기억나지 않는데. 하하하….”
“…!”
“제가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기억은 없어요. 의식만 이 안에 있답니다. 무심코 튀어나오는 감정과 인식으로만 내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죠.”
“…….”
나는 고개를 들어서 이 상담실을 보았다.
“상담을 했다는 것도, 그런 식으로 알고 있는 건가?”
“…!”
“그래서 이 상담실을 만든 거야?”
“……네.”
호유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저는 상담사였죠. 그것만은 아주 확실해요.”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그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길 만든 걸까.
‘…얼마나 강력한 거지?’
애초에 저 상태로도 백일몽의 이사가 됐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나는 상대가 토해내는 듯한 중얼거림들을 듣는다.
나도 알고 있는 감정이 거기 있다.
해소감.
“몇 가지 강렬한 것들은 그냥 알거든요. 정체성에 가까운 인지, 감정이라고 할까요? 상담, 재난, 그리고….”
다시 눈길이 돌아간다.
“선별.”
최 요원이 굳은 얼굴로 그를 마주 본다.
“그건 오후 두 시 삼십사 분에 일어난 일이에요.”
“…….”
“궁금하세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면, 지금부터 제 질문에 대답하시면 되는….”
“그 사람은 괜찮은 요원이라며.”
“…….”
“아니야?”
“맞죠.”
호유원은 다시 나를 응시한다.
안도와 식은땀이 번갈아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통에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긴장을 놓을 순 없다.
“아, 그리고 제가 세광특별시에 들어가는 건 다른 의미로도 좀 어렵죠. 저는 잠들지 않는답니다. 잠들면 사라지기 때문에, 잠들지 않게 되었어요.”
“…….”
“하지만 괜찮답니다! 이제 곧 다 끝나니까!”
상대의 눈에서 기쁨과 기대가 광기처럼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
“…그래. 호유원.”
“네.”
“아침역에서 본 게 정말로 너인지 확인해 볼게.”
“…네.”
“그런데….”
나는 상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응시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
“확인해서 맞으면, 대체 무슨 수로 꺼낼 거야.”
“그걸 알아내 주시는 게 업무….”
“아니지. 우리 업무는 세광특별시에서 네가 원하는 걸 찾아내는 거였어.”
“…….”
호유원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래서.”
“하지 않겠다고?”
“네가 생각한 방법이 있냐고 물어본 거야.”
무서워서 주저앉을 뻔했다.
“없으면 내 생각을 말해보려고.”
“아, 어떤 생각을 떠올리셨을까요?”
“세광특별시의 초자연 재난을 종결시키는 것.”
“……!!”
“그렇잖아. 재난이 끝나면 봉쇄를 계속할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풀려날….”
“네? 하하하….”
호유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워서 웃는 것 같지는 않았다.
“노루 님! 거기서 개죽음 당한 사람만 수십만 명인데, 대체 무슨 수로 그걸 종결시키시겠다는 건지….”
누구는 그런 미친 시도를 정말 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줄 아나.
“그럼 무슨 수로 널 꺼내게?”
“…….”
“지금 우리 탐사 인원 둘도 죽은 채로 거기 잡혀 있어. 종결시킬 수 있으면 종결시키면 좋잖아.”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가고 말이다.
‘윈윈이지.’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변함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제발 좀 보내줘라! 백일몽 기계 내놔! 종결되는지 시험이라도 해보게!’라고 소리부터 지르거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스스로를 다각적으로 보면서, 그런 감정을 누른다.
그래서 조금 덜 맹목적으로, 조금 덜 겁을 먹은 상태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해볼게. 그러니까 너도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
“시도라도 말이야.”
호유원이 나를 들여다본다.
“맹세하실 수 있나요?”
“맹세는 할 수 있지.”
나는 탁자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네 금제는 안 받을 거야. 그건 사실 맹세가 아니라 계약이니까.”
“너무하시네요…. 절 리조트에 고용까지 하며 억지로 묶어두셨으면서.”
꼬우면 관두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으나 아무리 말을 놓아도 그 발언은 너무 살 떨려서 참았다. 내가 은하제 대리님이 아니라서 못 하나 보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그렇게 할까? 서로 최선을 다하기로.”
호유원이 마치 탐색하듯, 미소 없이 나를 말없이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죠.”
우리는 악수했다.
그렇게 세광특별시 탐사의 공식 목표가 바뀌었다.
멸형급 재난의 종결.
* * *
나는 이후 호유원과 대화를 통해 보수 체계도 좀 바꾸었다.
-세광특별시를 탐사하면서 네게 팀원들이 넘길 꿈결 용액의 절반. 그걸 보수로 원해.
그 정도면 이 프로젝트를 유지할 양은 남기는 거겠지.
…참고로 그 말을 듣는 내내 최 요원은 말없이 나를 응시했으나, 그 자리에서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 여우상담실을 함께 나오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집에 돌아갈 방법이 아닌 것 같으면, 포기해.
-…….
-목숨도 걸지 말고.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가 아니며 정서적으로도 전보다 좀 안정된 걸 확인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처럼 최 요원을 향해 적대적인 경계심이 들진 않았다.
다만 힘들긴 했다….
-응? 우리팀 인력 부족이 안타까워? 그럼 복귀할래 포도?
제발요.
하마터면 죄책감이 찔려서 그러겠다고 할 뻔했다.
‘두 사람 빨리 구출해야 하는데….’
나는 다시금 차오르는 초조함과 불안감을 받아들였다. 솔직히 지인이 둘이나 재난에 죽은 채로 있으면 당연히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다.
역으로 세광특별시의 특성상, 점점 머릿속에서 심각함이 사라지는 것에도 공포가 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너무 압도되지 않고 침착하게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리하여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나는 여우상담실 대신 이자헌 과장님의 사택에 양해를 구하고 찾아갔다.
익숙한 구조의 책상에 앉아서, 전처럼 고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백일몽 신입사원이었을 때처럼.
참고로 이자헌 과장은 내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도 별 동요 없이 식별만 해줬다.
정말 한결같은 도마뱀이었다….
음, 좋은 의미로.
“써도 괜찮을까요?”
“예.”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금 책상에서 나는 고민 중이다.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정보, 리스크, 방법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세광특별시 괴담을 종결시키고 집에 갈지.
‘일단 이강헌 쪽지대로 한다고 하면….’
백일몽 기기를 빼돌려야 하는데.
그리고 하나를 떠올렸다.
[어떤 멋진 계획이지요, 노루 씨?]
“내 모든 백일몽 인맥을 동원해서.”
나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연구팀 지원자 서류를 빼돌릴 거야.”
[…음?]
-연구팀이 모조리 실종됐을 텐데.
-맞아요. 아무래도 특별시 안에서 만나셨나 보네요.
그럼 자연스럽게 하나의 절차가 온다.
‘새로운 인력 수급.’
그래.
연구원을 새로 뽑을 것이다.
참고로 난 합격자 명단도 필요 없다.
‘붙을 사람만 보면 되지.’
<어둠탐사기록>에 있던 이름을 찾아내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원래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법.
‘호유원이 분명 백일몽 꿈결 기기를 빼돌려 보겠다고는 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계속 청 이사 견제를 받을 텐 데다가, 연구원이 다 실종된 판에 기계를 빼돌릴 때 너무 눈에 띌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양동 공격을 해야 하는 법이다.
서로가 서로의 어그로를 대신 끌도록.
“으차.”
그리하여 나는 결심했다.
‘백일몽 기기를 빼돌릴 루트를 하나 더 뚫어둔다.’
이렇게 된 이상, 연구원에게 괴담 없는 삶을 아주 잠시 선물해 주마.
‘내가 일일 연구원이 된다…!’